오늘은 금요일! 갱신할게요! 그리고 웹박수로 아이디어를 하나 보낸 분이 계시는데 익스레이버라는 조직 자체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닌만큼, 말 그대로 정말 조용히 진행되고 시행되고 있는만큼.. 사실 익스파가 익스퍼가 세간엔 비밀인만큼 해당 이벤트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죄송해요! 8ㅅ8
살아온 날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노인, 똑똑하거나 멍청한 사람, 영악하거나 세상 물정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사람,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줄 아는 머저리……. 만날 때부터 호감이 뚝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인상이 있다. 당신은 후자다. 얼굴 한번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당신의 팬이었다. 성별도, 나이도,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당신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이 당신을 부르는 단어도 있다. 판타지 스릴러의 왕이다. 나는 물안개 같은 당신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당신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1년을 넘게 찾아 헤매다가 당신을 찾았다. 신상 정보는 모르지만 내 직감이 말해줬다. 내가 평생을 찾던 사람이 당신이었다. 처음 봤을 때 호감을 넘어선 느낌을 받았고, 내 운명은 바로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 당신은 지옥 구렁텅이에 떨어진 내 삶을 바꿔준 계기 그 자체였고, 내 삶에 숨결을 불어 넣은 우상이자 유일한 사랑이나 다름이 없다. 고작 건물에서 나오는 걸 봤을 뿐인데 아직도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운명 같았고, 동시에 방해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당신이 남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한 달 동안 당신을 지켜봤다. 당신 옆집은 빈 매물이지만 내가 몰래 들어와 살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스케줄을 반절만 따라 해도 건강하고 유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집안 가구는 좋은 목재로 만들어졌고, 당신이 먹다 남겼던 쿠키는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것이라 건강한 맛이 났고, 당신이 마시던 물도 레몬을 담근 레몬워터다. 종종 피웠던 쓴 담배 맛도 났다. 말보로였나? 그래도 당신이 마셨던 거라 행복하다. 이제 당신은 정확히 4시 11분에 씻고 나올 것이다. 오차는 10분 정도다. 나온 뒤엔 5시부터 다시 일을 재개할 것이다. 6시 반에는 내려가서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는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는 곳은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오늘 고수를 사 오는 걸 봤다. 오늘도 호박 수프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당신의 호박 수프는 냄새가 끝내준다. 금방이라도 나도 부엌에 동석해서 먹고 싶다. 오늘 당신의 계획에 차질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누군가 당신의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당신은 일에 집중하고 있어 아무것도 모른다. 저 사람은 누굴까? 허리를 와락 끌어안자 나는 시든 야채가 들어 있는 저질 샌드위치를 바닥에 떨어트리며 비명을 지른다. "뭐 하는 짓이람! 경찰, 경찰!"
당신도 놀란 듯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그렇지만 이내 깔깔 웃듯 몸을 뒤로 기대고 고개를 올린다. 창문이 굳게 닫혀있어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몸동작이 그렇다. 당신은 앙탈을 부리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몸짓에 나는 들었던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저런 몸짓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할 수 없다. 아주 오랜 신뢰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보니 친한 사람인가보다. 지금껏 2층에 누군가 들어오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누굴까? 생긴 걸 보니 가족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망원경을 다시 들고 당신을 지켜본다. 당신의 가는 허리 위에 얹힌 큼직한 손이 보였다. 당신은 그 사람의 품에 안겨있다. 의자에 앉은 당신은 그 사람을 손으로 장난스럽게 밀어낸다. 정겨운 한 때다.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당신의 손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이제 보니 당신의 손에 뭔가 있다! 반짝이는 걸 보고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왜 지금껏 몰랐을까? 당신은 한참 동안 장난스러운 실랑이를 벌이다 한숨을 쉬더니 손가락으로 끌어안은 사람의 턱을 쓸었다. 나는 당신의 입 모양을 더듬더듬 따라 읽었다. "나.. 저녁…. 준비.. 해야 하는데.." 짧은 한마디 이후로 당신은 그 사람과 키스한다. 그 사람의 목을 끌어안았다. 보는 사람도 낯부끄러운 일련의 과정 이후로 당신은 매달리듯 그 사람의 품에 안겼다. 그 사람이 당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자 당신은 손을 창가로 몇 번 더듬거리다 커튼을 친다.
나는 망원경 너머의 얇은 커튼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아무리 쳐다봐도 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 뭘 할지 잘 안다. 무엇보다 순결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당신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말도 안 돼." 당신이 어떻게 나를 두고 이럴 수 있을까! 눈물이 앞을 가리고 나는 참지 못하고 울었다. 내 세상이 무너졌다.
"기혼자라니! 내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다. 오히려 이건 기회다! 당신이 쓴 책의 1권 78p의 2번째 줄에서 시작하는 단락처럼 당신을 손에 넣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당신의 행복은 여기까지다. 이건 모두 내 앞날을 위한 일이다. 절대 죄가 아니다. 범법행위는 맞지만, 아무도 모르면 된다. 내 편은 아무도 없고, 당신이 유일한 희망이다. 나는 당신을 놓칠 수 없다. 아무도 모르면 된다. 그 누구도.
>>785 괜찮으세요? 연우주? 너무 무리는 마세요! 당연히 직계가족에겐 익스퍼라는 것을 알려요. 관련 교육도 받게 되고요. 정확히는 직계친척까지는 알리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또 알게 모르게 익스퍼끼리 접점이 생기면 알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모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하게 될 대상이나 자식이 생겨도 알린답니다! 그래서 의외로 익스퍼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그렇게 적은 건 또 아니에요. 물론 전체 퍼센트로 보면 상당히 적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