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의 상처. 그녀는 지금 처음 눈치챘지만 흉터가 남을 정도면 확실히 무난한 일을 아니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묻고싶었던 질문인 "팀원의 선정 기준은 익스파의 유무뿐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경찰, 그중에서도 익스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넘칠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기에. 그냥 익스파만 있다면 대상일것인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시범 케이스.. 저희가 실적을 못내면 아예 이런 부서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는 그녀로서는 이러나 저러나 문제없는 이야기였습니다만. 그녀는 그래도 첫 인상으로는 비교적 무겁지 않은 느낌이라고 당신을 생각하며 눈을 깜박였습니다.
"싱크홀.. 하지만 그게 익스퍼가 한 일이라고 하면 엄청난 익스파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도 그럴게, 그녀도 A랭크긴 하지만 싱크홀과 비교해보면 한없이 작은 능력으로 보였던것입니다. 아파트를 집어 삼킬 정도의 싱크홀이라니. 물론 이쪽은 '한 부서'이긴 합니다만..
"기준은 여러가지 있어요. 일단 A급 이상이고, 실적이나 평가, 장래성, 그리고 주변 인의 추천 등등. 꽤 여러가지를 봤거든요."
적어도 한 파트만으로는 평가하지 않았다는 듯,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다가 곧 두 손을 펼친 후에 손을 아래로 내렸다. 확실한 것은 여기에 있는 이들은 적어도 그녀의 기준 선 안에 확실하게 들어왔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는 굳이 더 깊게 언급을 하지 않으며 그녀는 곧 들려오는 말에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떠나서 1년 후에 익스퍼를 대중에 공표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어쩌면 없어질지도 모르지만요. 익스파 범죄를 컨트롤 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치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익스퍼를 공표했다간..."
쉽게 받아들이진 못 할 것이라는 말은 굳이 입에 담지 않으며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그렇기에 위그드라실 팀은 상당히 주목받고 있었고,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팀을 지휘해야하는 소라 역시 압박감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으나, 굳이 그 사실을 티내지 않으며 대신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적어도 A급 정도는 되겠죠.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하려면 말이에요. B급 이하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어요. 만약 익스퍼가 한 짓이라면... 대체 왜 저러는지도 문제지만요."
제압을 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소라는 공감을 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화면도 띄워지지 않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벽에 걸어둔 모니터 화면을 잠시 바라보던 소라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연우를 눈에 담았다.
A급 이상, 실적이나 평가? 아마도 그녀의 부합기준은 그런것일테죠. 그녀는 그래도 A급 이상이 기준인데 꽤 많이 모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들릴락 말락하게 생각보다 경찰중에 익스퍼가 많았군요.. 하고 중얼거린 그녀는 이어진 말에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습니다. 익스파의 공표. 그것은 그녀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런가요, 익스퍼의 공표.. 모르는새에 중대한 임무를 맡게된 기분인걸요."
그녀는 농담조로 미소를 지었으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건 아니라는듯 곧 차분하게 돌아오며 입술을 달싹였습니다. 일단 일은 열심히 하겠지만. 왜이렇게 사람은 피곤한건지 모르겠습니다.
"A급, 원래도 사람을 제압하는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건 정말 힘들겠는걸요. 어떤 능력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리가 없죠. 그녀는 일단 너무 나서지도, 너무 물러서지도 말자고 생각하다가 당신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후회하기엔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했는걸요?"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지만. 혹시나. 혹시라도 이곳이라면- 하고 받아들였던건 자신이었으므로-..
"애초에 익스퍼가 관련되어있다는 법도 아직 없으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일단 조금 더 조사중이에요. 사실 익스파의 흔적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 익스파의 파장이 A급이라는 것은 이미 조사가 되긴 했지만..."
하지만 단순히 무관계인 누군가가 거기서 몰래 익스파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라고 일축을 하며 소라는 지금 단계에서는 말을 아끼려는 듯이 말을 멈췄다. 경찰로서 쓸데없는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어쩌면 정말로 단순한 자연재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그거대로 골치 아픈 일이나, 인재보다는 그나마 낫지 않던가.
"간혹 있거든요. 시작도 전에 두려워서 도망치는 이들. 히어로 영화 같은거 보면 꼭 먼저 도망치는 이들 있잖아요?"
주인공 말고.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이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물론 이 중에선 도망칠 이은 없다고 생각을 하나, 설사 그렇다고 쳐도 그녀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었다. 대신 다른 이를 좀 더 뽑아야할테니,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신기하네요.. A급이 저정도군요. 저는 저 이외에 익스퍼를 만나본적이 드물어서.."
물론 범죄자를 제외하고서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잡아온 익스퍼 범죄자라고 해봐야 진짜 소매치기 그런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A급이 어느정도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싱크홀이 A급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익스파를 발동해 패널 한개만 둥둥 띄우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사실 이것도 대단한거였나.
"....?"
그러나 그녀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전에. 히어로 영화를 비유하는 당신의 말에 그녀는 사람좋게 미소지었습니다. 이해하고 웃은게 아닙니다. 히어로 영화를 본적이 없으므로 그냥 분위기에 따라 미소를 지었을뿐이었습니다.
웃는다 = 기분이 좋다? 소리내서 웃는 모습, 입꼬리의 위치 눈. 등등 그녀는 재빠르게 당신의 표정을 살피고는 아마 나쁜 감정은 아닐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는 비웃었다는게 아니라는 말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물론 최선은 다할거고. 제 능력이 능력인만큼 최대한 부상자가 나오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정석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아까의 흉터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잡범 상대하는데 그녀의 익스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나라가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도 아니므로 더더욱 실드의 존재가 크진 않았죠. 하지만 싸움이 격해질수도 있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거라 그녀는 예상한겁니다.
"일단 첫 출동때 분위기를 잘 봐야겠네요. 각각 익스파도 다르니까 방해가 될수도 있고.."
"그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현장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겠네요. 저와 예성이는 일단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대기하면서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백업 쪽으로 있을 예정이니까요. 물론 경우에 따라선 저나 예성이도 나갈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에 소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위험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것을 바라는 작은 마음이었다. 물론 위험한 사태가 아니어도 가끔 힘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출동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었기에 그녀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안전제일이라는 연우의 말에 소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 특별히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이게 말 뿐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런진 알 길이 없었으나 자신이 본 서류에 따르면 그녀의 능력은 확실히 그런 안전성에 특화되어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A급 정도가 되면 능력을 정말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게 될테니, 그에 대한 것은 말 없이 지켜보기로 하며 그녀는 곧 흥미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도 되나요?"
특별히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정말 근본적인 일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는 듯 그녀는 가만히 연우의 답을 기다렸다.
상사가 같이 다니지 않는다는건 사회적으로 좋은거라고 듣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은 그런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상사의 판단이고 자신이 이쪽분야에 아직 정통한게 아니므로 적당히 넘긴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그들이 현장까지 나온다는 상황이 분명.. 좋은게 아닐테니 말입니다.
"아.. 특별한건 아니라서."
기본적으로 급히 해야할 일처리는 이미 끝난지 오래였고. 현재 그녀가 하고있는 서류를 보여주자 그 내용은 비교적 사소한 일거리긴 했습니다. 언제해도 상관이 없는 정리라거나. 하는데 시간이 쓸데없이 오래걸리기만 하는 낡은 방식의 업무라거나. 손에 들고있는것 뿐 아니라 책상에 쌓여있는 일거리를 보아 정말 이것저것 다 긁어온 모양입니다.
뭔가 정말 이것저것 긁어모은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자리를 바라보며 소라는 절로 입을 쩍 벌릴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으나 정말 일을 많이 하는구나. 그런 생각에 살짝 놀란 듯 두 눈만 깜빡이지만 그녀는 표정을 곧 원래대로 돌리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런 것으로 터치할 마음은 없었다. 무리하게, 쓰러질 정도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그러다가 쓰러지면 괜히 골병 든다고 하잖아요? 경찰은 체력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에요."
언제 어디서 일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만큼, 경찰은 항상 자신의 체력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했고 그 또한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무리하지 말라는 듯, 아주 살짝 주의를 주며 그녀는 괜히 깍지를 꼈다.
"잠시 쉴 겸, 1층에 있는 카페에나 가보려고 하는데 어쩔래요? 같이 갈래요?"
물론 가도 상관없고,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저 어지까지나 가볍게 권하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