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은 곱슬기 하나 없는 직모로 그녀의 허리께까지 내려왔다. 앞머리는 조금 삐뚤빼뚤히 잘린 풀뱅으로 항상 속눈썹 바짝 위까지 올라왔는데, 미용실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탓에 꾸밀줄을 몰라 제 스스로 머리칼을 관리하다보니 그리 되었다고 한다. 머리칼은 느슨히 아래로 내려 묶을 때도, 어깨 앞으로 넘겨 묶을 때도, 묶지 않고 길게 늘어뜨릴 때도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모질이 굵지 않아 바람이 불면 부드럽게 살랑였다. 결이 제법 좋은 편이었는데 파마나 염색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탓이다. 피부는 제법 창백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흰 편이었다. 그간 바깥 활동을 잘 하지 않은 탓이다. 눈썹과 가까이 붙은 일자 눈썹에, 눈꼬리는 살짝 쳐진 편이었으나 제법 날카로운 인상이다. 쌍꺼풀은 없으나 제법 눈이 크고 또렷했으며, 눈동자가 유난히 옅고 탁한 호박빛이었다. 허나 눈밑에 다크써클이 얇게 내려앉아 어딘가 어둡고 너른한 인상을 준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다. 얼굴에서 감정이 묻어나질 않는다. 모두 그 탁하고 옅은 호박빛 눈동자 때문이리라. 콧대는 제법 높고 오똑했으며, 살집이 없이 매말라 턱선이 날카로웠다. 조금 도톰한 입술은 생기가 없이 건조했고, 목선 역시 얇게 내려앉았다. 뼈대가 드러나는 어깨에 몸선 자체가 얇아 가냘픈 이미지. 왼쪽 눈매 아래 눈물점이 하나 있다. 옷은 항상 목을 덮는 폴라티를 선호했으며 그 위에 얇은 가디건 따위의 겉옷을 걸쳤다. 손톱에는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있다.
키는 167cm, 몸무게 49kg.
성격:공허하다. 그 한 마디로 그녀를 전부 설명할 수 있었다. 가만히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사람들은 막연히 심연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던가. 푹 꺼져버린 그녀의 마음이 그러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비추어진 것이다. 생각 외로 마음에 온기가 있고 잔정이 많다. 동정심도 많다. 타고난 업이 업이다보니 인간에 대한 정이나 연민 따위 닳고 닳았을 법 하건만 천성이 여리고 따스한 사람이었다. 항상 자신보다 남—그녀가 모시는 신과 그녀의 업—을 우선하며 살아왔다보니, 자신을 잘 돌볼 줄 모른다. 삶의 중심이 그녀에게서 벗어나 위태롭게 가장자리를 짓누르고 있다. 희생정신이 강한 편. 선천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삶이 그리 만들었다.
세상의 이치를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깨달은 탓에, 성격 자체는 제법 잔잔한 물결 같다. 크게 기뻐하는 일도 크게 슬퍼하는 일도 없다. 모든 것은 섭리에 따르기에. 그리고 모든 것은 무에서 와 무로 돌아가기에. 감정 역시 나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 자체를 나쁜 것으로 여기진 않는다. 그녀는 감정이 풍부한 세상을 좋아했다. 따스하고, 나누고, 베푸는 세상을. 허나 그 따스한 마음씨를 겉으로 티 내는 법은 결코 없었다.
묘하게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뭐랄까,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서툴다. 나름 배려한답시고 던진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정말 순수한 의도로 던진 말이 상대에게는 시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신어미 아래서 길러져와 사회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능력치:
└ 강함:2 └ 용기:9 └ 솜씨:2 └ 본능:1 └ 냉정:6
과거:기억도 나지 않을 어린 나이에 여자는 한 무당에게 거두어졌다. 무당은 항상 네 년의 팔자가 사나워 부모가 내게 버리고 도망간 것이라 말하였다. 그러니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한다고. 무당, 즉 신어미는 인품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때문에 항상 그녀를 엽신 여기고, 손찌검을 서슴치 않았으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인양 숨기기에 바빴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신을 모시는 방법을 공부하고, 굿을 올리는 법을 배우고, 신당의 허드렛일을 도맡고.
신어미는 그녀의 본래 이름 대신, 매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도깨비 매(魅)에 신령 영(靈)을 쓰는. 참 박복한 이름이었다. 그리 이름을 붙여주며 신어미는 이전의 이름을 잊으라 말했다. 그 전의 인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세상에 없는 것을 탐하지 말라 일갈하며.
그녀가 실수를 하는 날이면 신어미는 앙칼진 목소리로 이리 소리를 내질렀다. —네년은, 결코 곱게 죽진 못할테야. 그 더러운 팔자로 편안히 살 생각은 버려라. 넌 아마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말테다.
여자는 제법 신력이 좋았다. 신어미의 말로는 여자의 등에 사나운 대장군이 업혀있다고 했다. 그녀는 종종 원치 않는 정보를 듣기도, 원치 않는 말을 내뱉기도, 원치 않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녀의 신당에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벌여들었지만, 신어미가 죽기 전까지는 그 재산을 구경한 번 해볼 수 없었다.
여자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신내림을 받아 이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자신의 업을 닦아왔다. 스물 다섯의 봄, 신어미가 병환으로 갑작스레 죽으며 그녀의 발목에 채워져있던 족쇄가 부서졌고, 여자는 그 길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녀가 가지 못했던 곳이 참으로 많았다. 거의 한 시골 마을에 감금되다시피 살아왔던 그녀에게, 전국을 떠도는 일은 지구 전체를 항해하는 것과 같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일 년간 전국을 여행했고, 그간의 지긋지긋한 삶을 정리하기 위해 신어미가 떠나고 이 년이 되던 날 고향—진정한 고향은 아니었지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여자는 죽은 신어미의 신당에서, 정체 모를 괴한의 칼에 6번을 찔려 피살된다.
땅을 기는 용의 모습을 한 이드 . 살을 바른 뼈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마에 이매 탈을 붙여 다닌다 . 네 개의 다리가 떠받치는 동체는 언제나 색이 지저분한 누더기를 덮어쓰고 있다
뼈가 드러나 있다 하여 저 속이 텅 빈 것은 아니라 바라보면 깊이가 헤아려지지 않는 수렁이 보일 것이다 . 수렁 속에서 때때로 떠오르는 금색 눈은 때마다 수가 다르나 일관되게 아름답다는 특징이 있다 . 정련된 호박석 같이 말이다 . 천성이 나태해 행동이 느리다 . 덩치는 산만 하면서 겁이 많다 . 거기에 지독한 슬로 스타터라 유사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