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열량과 효율을 따지기 이전에 비위에서부터 문제가 될 것이다. 먹기 거북하지만 제대로 1인분인 식사와 먹을만하지만 0.5인분도 안되는 식사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하면 당연히 후자가 선택될까? 적어도 그녀는 그럴 사람이었다.
"가끔 그런 말도 있으니까요. 살기 위해 먹는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거든요~"
더 많은 환경, 더 많은 먹거리, 더 많은 경험을 마다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녀 또한 그런 부분에선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이었다. 물론 평소행실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런 취향이란걸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런지, 어떤 의미에선 자신의 얄미운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을수도 있다.
"어떤 맛을 좋아해?" 키라 패닝: "질문이 너무 난해한걸요~ 그냥 햄버거맛이라고만 해둘까요?"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애인은?" 키라 패닝: "음... 이상적이니까 현실적일 필요는 없죠? 누가 봐도 '된 사람이다.'라고 할수 있을만큼 고결한 사람이요. 과거가 청렴하다거나 단순히 멘탈이 강한게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가졌고,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을 버려야 된다 해도 그것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우아한 사람이려나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먼저 바로잡을 거야?" 키라 패닝: "사람도 바로잡을 수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딱히 돌아갈 생각은 없는데요~"
"불행 중 다행이지. 그렇지만 익스파가 총기난사 같은 상황이면..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도 무기 있잖아."
사람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봐온 시체 중 신체 부위가 온전한 것이 있었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없다. 그는 발령된 이후 첫 사건부터 단단히 잘못 꿰였다. 머리가 반절이나 날아간 시체라니! 덕분에 부검 도중에도 두 번이나 토하러 갔고, 고기는 입도 못 댔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곳은 총기가 없단 것이다. 익스퍼는 있어도 총기보단 나을 것이다. 정 반대의 상황이 생긴다 해도 이쪽도 큐브웨폰이 총기인 사람이 숱하게 있으니, 타격을 받고 세상을 하직하고 싶지 않다면야 알아서 사릴 것이라 믿는다. 안 사리면 어쩔 수 없다. 본인의 선택이다.
"건배!"
그는 잔을 부딪혔고, 술은 당연할만큼, 무리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꼭 첫잔 같았다. 다시금 비강을 스치는 알코올 향을 뒤로 눈치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속이 따뜻해진다. 속도와 서로의 주량을 가늠하자면, 각각 한 병 정도는 끄떡 없을 것 같다. 그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맙소사, 자기 능력 정말 대단하네. 그래도 다치는 일 없게 할게."
지금까지 경찰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그는 지금까지 지출한 병원비를 생각하니 눈앞의 케이시가 천사 같았다. 그녀는 신이다. 밉보이지 않게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별건 아니구. 독심술 조금 할 줄 알고 사람이나 물건에 손 대면 과거가 보이고 그런 능력이네."
"총은 있어도 이 큐브웨폰이란 건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유리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직 이게 정확히 뭔지는 잘 파악이 안 되지만, 어쨌거나 제법 신식 무기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지급받은 총에 각자의 큐브웨폰, 거기다 큐브웨폰 자체가 총기 형태인 사람까지 더한다면 수적 우세가 누구인지는 분명했다. 물론 지금 세상 어딘가에 익스퍼 범죄자 패거리가 숨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게 있었더라면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니만큼 아까 브리핑에서 짚고 넘어갔겠지. 항상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맞아,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야! 처음부터 안 다치는 게 최고지."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능력은 쓸 일이 없을수록 좋다고도 할 수 있었다. 부상을 치유하는 능력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은 곧 부상당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최대한 평화롭게! 얼마나 좋아? 하지만 뭐, 사람이 살면서 아예 안 다칠 수는 없는 법이니 팀에 돌아다니는 구급상자 하나쯤은 있어도 문제될 건 없으리라.
"그거 취조할 때 엄청 유용하겠는걸? 자기 사실 에이스였구나?"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모르긴 몰라도 입 꾹 다물고 나 몰라라를 시전하는 범죄자들에게 엄청나게 유용해 보이는 능력이었다. 음, 근데 이거 미란다 선서라던가 여러모로 괜찮은 건가? 뭐, 괜찮으니까 스카웃했겠지!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다.
"봐도 상관은 없어! 딱히 숨길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어렸을 때 흑역사라던가 그런 기억을 읽으면 좀 창피하긴 하겠지만."
"좋아해요. 아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에요. 그 부분은 개인 취향 존중해주실거죠? 아무튼 3배는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 쪽 아니에요? 물론 농담이에요."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풀리고 가벼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나름대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려는 듯, 목소리가 보통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방금 전도 그렇게 진지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기에 더더욱. 스스로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만큼 그녀로서는 그에 대해 강하게 불평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정말로 경찰이 된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었고, 경험과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까지 공적이 컸기 때문에, 청해시의 익스퍼 경찰 중에서 한 명으로 선출된 것 뿐. 단지 그 뿐이었으니까. 윗사람들의 걱정어린 말들, 꼰대스러운 말들은 그녀로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속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저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모든 감정을 정리했다.
"무리해야할 수도 있어요. 예성이의 뺨 봤어요? 흉터 있는거. 그거, 경찰이 되고 나서 얼마 안 가 범죄자 익스퍼에게 당한 거예요. 여동생을 인질로 잡았거든요. 물론 그 범죄자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예성이는 그때 잘못하면 진짜 죽을뻔 했었고... 아무튼 그 정도로 위험한 일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자신도 함께 있었던 그때 그 현장을 떠올리며 그녀는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소집에 응해준 이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일인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한 팀으로서 움직이기로 했다는 것이니까. 물론 생각은 다 다르겠으나 어쨌든 목적은 동일한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을 향해 기울인 잔을 바라보며 소라는 웃으면서 자신이 홀짝이던 맥주캔을 가볍게 부딪혔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