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터다. 무슨 소리냐고 하면 일반 사람하고는 비교도 못하게 강하다는거다. 어떤 만화책에서 큰힘에는 큰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가디언에 비교하면 약하니까 약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둥 하긴 했지만,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과연 헌터인 내가 저기에 힘으로 개입했다가 상대가 다친다면? 뉴스에 내 이름이 도배 되지는 않겠지만 신문 한편에는 내가 실릴지도 모른다. 거기에 자세히 보니 헌팅 당하는 건 같은 특별반 소속의 여성이다. 나랑 동격인 사람이니 그냥 지나가도..... 그렇게 그냥 지나가려다가 문득 쌍둥이들이 생각난다. 아들내미는 날 닮아서 아주 잘생겼고 딸내미는 이리를 닮아서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이쁘다. 만약 아이들이 자라서 저렇게 곤란한 상황일때 나는 지나칠까?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벅벅 긁다가 한숨을 쉬고 헌팅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헌터가 다가간다. 언어 유희가 따로없네
"이 자식들이 가정 교육을 판타지로 받았나. 어른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것이지 건방진 녀석들"
여기서 쓰러뜨리는 건 간단하다. 그리고 이 녀석들이 자신들을 때렸다고 신고하는 것도 간단하지 귀찮게 됬다며 중얼거리다가 움직임을 보고 그 자리에서 몸만 살짝 움직여서 피한다. 나를 때리고 싶은 것 같은데 어디 맞춰보라지 맞을때까지 전부 피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요령껏 피하다가 예나를 쳐다본다. 눈치껏 이럴때 집에 가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지만 그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서로 친하지는 않은데……아니면 무난하게 경찰을 부른다거나? 뭐든 할거라고 믿는다.
유효타를 전혀 먹이질 못하자. 삼인방중에서 가장 바보같던 사람이 말한다. 의외로 눈치는 제일 빨랐던 듯 하다. 그 말에, 나머지는 흠칫하며 거리를 둔다.
"칫...재수 안좋게시리..."
짱인 남자가 숨을 고르며 상황의 불리함을 깨닫는다. 현명한 사람이면 이대로 조용히 벗어나겠지만...나머지 두명에게, 도망가는 꼴 사나운 짓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즉 사나이의 얄량한 자존심이다. 무모한 걸 알면서 덤벼든다. 그래도 결국 단 한번의 공격을 허용하지않는 태식에게 점점 지쳐가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예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자리를 뜨거나, 평범하게 경찰에게 전화를 하면 될 것을...아니, 무언가에 대해서, 두려워 하고있다. 명백하게 공포를 느끼고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무엇에게 그리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가?
눈치만은 빨랐던 멍청한 남자가, 문득 고개를 들고 있으니, 짱인 남자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 해가 떠있지도않은 시간에 조명에 비쳐진 머리 위에 그림자가? 그건 공중에서 어째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져 떨어지는 기물이였다. 그러고보니 이곳은 공사현장이였다. 그렇지만...도대체, 떨어진 기자재가 정확하게 삼인방에게 떨어질 확률이 몇이나 되지?
남자는 직감했다. 못 피한다. 이미 주마등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저...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체를 바라보며...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못하고, 그대로...
"안돼!!!"
그 순간,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옆에서 충격을 받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큰 소음이 일어나고, 남자는 잠시 뒤 정신을 차린다.
"아이고 몸이야...도대체 무슨 일이..."
다음 말을 삼킨다. 그리고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예나는, 그 순간에 몸이 움직여, 남자를 밀어냈다. 아마, 같은 특별반의 태식또한 이 상황을 처음부터 인지했을 것이다. 다만, '이미 알고있었던 예나가 먼저 반응했었을 뿐이다.' 덕분에 그는 무사했지만....어라, 의외로 예나또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천운이 발동하여, 철근이 절묘하게 그녀를 피해서 떨어진 것이겠지.
"하아...후우...저,저기...괜찮으신가요...?"
정말, 이상한 질문이었다. 그 말을 해야되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삼인방이나 태식일텐데. 자신의 안위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남을 걱정하고 있는 예나의 모습이...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아니, 요즘 애들이 초절 강하다거나 보자보자하니 보자기 같은 말은 쓰나? 뭔가 센스가 좀...... 이리저리 피하며 포기 하지 않는 쓸데 없는 끈기는 칭찬해주다가 문득 무언가 떨어지자 의념으로 몸을 강화해서 걷어차려고 하다가 가끔씩 발동하는 묘한 감각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주자 멈춘다. 예나가 움직이자 역시 헌터는 헌터다 싶은 속도를 보는데 절묘하게 철근이 피하자 이게 감각이 말해준 그거인가 생각한다. 그냥 맞았어도 크게는 안다쳤을테지만 뭔가 "운"이 좋은 것 같은데 뭘까
"너희가 나쁜짓하니까 이런 일이 일어난거 아니야"
남자들쪽을 보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하고 예나를 본다. 이 상황에서 자기 보다 남을 걱정한다라, 정의감이 넘치는건지 그냥 정상이 아닌건지 모르겠다. 의념을 각성한 사람들은 대부분 괴짜니까(아마)
좀 전의 만담 콤비들이 남자를 걱정하며 달려간다. 이 상황에서 먼저 가까운 사람을 걱정하는건, 평범한 일이다. 그것말곤, 이상할게 없지만...남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너...너...왜 날 구한거지?"
자신은 헌팅을 하려했다. 아니, 실은 그보다 더 심한 짓을 하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것을 모르진 않을텐데, 어째서? 그 말에, 예나는 조금 말을 고르다가...답변하였다.
"...다칠 뻔한 사람을, 그냥 못 보고 지나칠 순 없잖아요."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타인에게 불행이 닥치자 예나는 몸이 움직였다. 딱히 천운을 믿고 뛰어든 것이 아니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아아, 남자는 그 순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런 여자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그걸 위해 몸을 아끼지않는데, 자신은 무엇을 하고있었는가...
"오,오우...무슨 분위기가 이런데냐..." "눈치껏 있어라 바보..."
무거운 분위기를 깨부순건 만담 콤비였다. 그 모습을 본 예나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미안해요. 휘말리게 해서..."
그리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태식에게 사과를 전한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자신탓이라고 생각하여서, 어쩌면 불행이 태식에게도 닥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미안해했다.
남자들이 하는 행동을 보다가 쟤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주머니에 넣지 않은 손의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고 후 불어낸다. 다칠 뻔한 사람을 보고 못 지나간다. 사람으로서는 훌륭한데 실제 현장에서도 저러면 힘들텐데. 버릴건 버리고 얻을건 얻는다.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이었으니까
그 말대로, 딱히 가디언씩이나 되지않아도 의념 각성자들은 왠만한 일에는 신경쓰지않아도 된다. 예나는, 너무나 걱정이 많고,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는 면이 있었다. 사람으로선 훌륭했지만 헌터로서는 그렇지 못했다. 태식의 말은 나름 경력이 있는 헌터로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남자는 잠시 뒤 자신을 일으켜 도망가듯 자리를 떠나자, 나머지도 그를 따라가며 사라졌다.
"다친 곳, 아직 못 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남의 걱정을 하고 있다. 어차피 앞으론 다시 마주칠 일도 없을텐데, 삼인방이 사라지자, 그 자리엔 두명의 남녀가 있을 뿐.
"...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이 부분은, 확실하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결과가 이렇게 되긴 했지만, 그가 자신을 도와준 것은 사라지지않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