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8 검을 쥐고, 아무리 휘둘러보아도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낯설기만 합니다. 손에 익지 않은 검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검을 펼칠 수준도, 육체도 피어오르지 않는 것 같은 감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런 답답함 속에서 수 차례, 검을 휘두르던 성현에게 지훈은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 좋아. 흠.. "
지훈은 성현을 옆으로 물린 채. 자신의 옆에 끼워진 세 자루 검을 바라봅니다.
" 하나만 말해줄게. 일단 네 수준에서 펼치긴 힘든 검술이 맞아. 왜냐면 이 검술. "
의념 발화를 베이스로 하거든. 하고. 지훈은 천천히 검을 뽑아듭니다.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번검은 아니었고, 강한 적을 상대하는 세번째 검도 아닙니다. 다만 그가 사용하는 것을 본 적 없다는 두번째 검이, 흉흉한 예기를 뿜으며 이 곳에 머릴 들이밉니다.
" 잘 느껴둬. 내가 직접적으로 네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딱 한번이니까. "
곧, 세계가 흑빛으로 물드는 것 같은 착각이 성현의 전신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검게 물든 세계 속에서 단지 한 사람. 한지훈만이 흑백 속에서, 흐릿한 선을 가진 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의 검술
" 지금. "
배워냈다.
탈혼검 오의 추혼령
그 검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요. 단지 자신에게 쏘아지는 검격을 바라보며, 성현은 억지로 검에 대한 모든 것을 쑤셔넣으려 합니다. 중심은 아래에서, 빠르게 하늘을 향하고, 춤추듯 아래로 내려옵니다. 검은 매우 느립니다. 육안으로 보아도 쫓을 수 있을 만큼 느린 검. 자신의 검인데도 실제로 펼쳐보았을 때.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단 실망이 이어지기도 전. 욱여넣듯 무겁게 쇄도하는 검이 성현의 몸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탈혼脫魂. 그 이름에 어울리는, 검.
탈혼검(1/???)
아직. 성현에게는 한참이나 먼 검입니다. 자신도 미래에, 미래에서야 완성한 검이니만큼. 당장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는 그만한 차이가 있을겁니다.
검술을 펼쳐낸 후. 한지훈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곤, 성현을 바라봅니다.
" 스승님이었다면 아마 이 검을 순식간에 분석하셨겠지만. 난 아쉽게도 검성 수준으로 검을 배우진 못해서 말야. "
장난스러운 미소로, 잘 봤어? 하고 묻습니다.
" 말했다시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이게 끝이야. "
>>990 지한은 연락처를 살펴보지만, 대부분은 사용할 수 없는 연락처들 뿐입니다. 이제는 사라진 누군가의 연락처, 자신을 지키다 가문에서 쫓겨난 누군가의 연락처. 아니면, 가문의 연락처. 가문의 추적이 두려워서 사람들과 친해지지도 못한 지한에게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992 " 와.. 학교 밖에선 만나면 안 되겠네. "
유나는 웃음을 지으며 태식의 말을 듣습니다.
" 아무렇지도 않냐고? 으음.. 조금 말은 다른데. 딱히 우리가 무서워할 필욘 없지 않아? 특별반이란 이름이 붙어가면서 관리할 정도면 헌터 협회에도, 말단 헌터들에게도 도움이 될법하니까. 운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
지원계. 아군을 치료하고 복귀시키는 메딕, 아군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적을 약화시키는 버퍼, 함정을 통해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트랩 마스터 등.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지원계의 학생들은 그 수가 적고, 교육 난이도가 높아 상위 길드가 아니면 특별히 육성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적당한 수준의 지원계 헌터는 말 그대로 길드를 골라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죠.
>>14 ...정말로, 아니 정말로, 공부해야할 과목이 너어어무 많았다. 그러면서도 전부 필요하지않은 과목따윈 없었다. 이러고도 가디언의 명문 아카데미에 비하면, 이라는 말이 나온다니. 아무래도 예나는 학교를 얕봤을 지도 모른다...그저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문제없이 지낼 수 있겠지라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