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그 한 입의 맛을 음미하듯이, 한 참을 우물거리면서도 지한의 말에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입니다.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은 전혀 눈치채지 못해, 지한의 미소에 집중하면서도 새하얀 덩어리를 그대로 묻히고 있는 점이 워낙 우스운 모습이네요.
".........?!!?!?!"
말없이 그렇게 듣다가, 한박자 늦게 듣는 사실. 그리고 한박자 늦게 반응하는 화엔. 처음의 상태는 은은한 충격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누구가 보더라도 알 정도로 명백하게 충격먹은 모습입니다. 입은 살짝 벌어지고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손에 들고 있었다면 스스륵, 떨어트렸을테니,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지 않았던게 다행입니다. 이 녀석 대체 왜 이런 반응인지 생각할지도 모르는 무렵, 드디어 입술이 달싹입니다.
"붕어빵안에는..... 붕어가 없었습니까....?"
인생의 진실이 뒤집히는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요. 두 눈에 온갖 감정이 들락날락하는 게 보이는 거 같기도 합니다. 이내 해탈한것지,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충격인지, 다시 한번 먼 곳을 바라보듯 초점을 잃습니다. 붕어가... 없었다니...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이 와중에도 이따금씩 쩝쩝 입맛을 다시기도는 합니다만.... 한 입 더 베어물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일까요.
저기를 보면 포악한 특별반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끔직한 일이군요. 새로운 환경에 두리번거리는 눈에 숙련된 잔혹성이 보입니다.
보십시오, 저 사악한 눈! 살벌한 걸음걸이!
.....의 주인인 화엔은 어두워지는 하늘에 개의치 않고도 돌아다닙니다. 감흥없는 눈으로 어둡게 물들여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하나하나 학교를 떠나 가족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정말 처음으로 보는 학교 안의 내부는, 사람이 빠져나가니 두배로 새롭습니다. 활기가 있던 자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며, 목적없이 고요해진 학교를 돌아다닙니다. 모두 처음보고, 모두 새롭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속은 텅 빈듯 고요하고, 그럼에도 발걸음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래. 너무 급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당장 해야될 것도 아니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액'을 볼 수 있으면...좋겠지만, 서둘러서 나아지는게 없으면, 천천히, 느긋하게, 방법을 찾아나가면 되는거겠지. 그러면...무엇을 할까. 훈련도 마쳤으니, 지금으로선 무얼 하든 자유이다.
"...아, 그러고보니.."
아직 무언가 수업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쪽으로 참고하면 어떤 과목들이 있는지는 알 수 있지않을까?
>>986 이 곳은 수많은 감정과,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청각이 예민한 수인으로썬, 피하고 싶을 만큼 위협적인 공간에서 라임은 화살을 손끝에서 굴리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분히 분주하게, 정신없이, 혼란스럽게. 냉병기와 온병기가 뒤섞이고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이 혼란스럽게 섞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곳에서 피를 흘린다면, 라임의 피는.. 인간의 피와 뒤섞이게 될까요? 아니면, 몬스터의 피와 섞이게 될까요.
쓸모없는 잡념이 머리를 어지럽히기 위해 피어오릅니다.
" 정신 차려!!! "
그 잡념들을 깨고, 라임이 화살을 쏘게 만든 목소리는 행동대장의 목소리입니다. 뛰어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블린의 팔을 쥔 채. 늑대의 머리통을 쥐고, 자신의 의념을 피워올립니다.
천근추
의념의 힘이 모여들어 거대한 무게를 완성하고 그대로 힘으로 찍어냅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늑대와 고블린이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몇몇 헌터들은 제압된 늑대와 고블린에게 접근하여 목숨을 끊어냅니다.
" 이깟 공간에서 애들 죽으면, 내가 길드장 볼 면목이 살겠냐 없겠냐!! "
열기가 자욱히 올라와, 알 수 없는 안개들이 피어오른 공간 속에서. 하나둘. 정신을 차려가기 시작합니다. 이성을 유지하는 것과, 전투의 광기에 휩쓸리는 것. 어느 것이 전투에 도움이 될지는. 당연한 결과일겁니다.
" 밀어... 내....!!! "
붕괴되기 직전이었던 전열이 진형을 유지하기 시작합니다. 한참이나 달려나오는 늑대들을 향해, 라임은 초점을 맞춰가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고, 한 마리 늑대의 머리가 꿰뚫립니다. 뛰어오르던 늑대의 숨이 끊어진 채. 바닥에 처박힙니다. 하나, 둘, 셋, 넷. 수많은 화살들이 라임의 손을 떠날 때마다 고블린 라이더들의 기동력이 무너져갑니다. 그러나, 라임의 실력과는 별개로.. 문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 전부 경계해라!! "
- 크르륵? 케륵, 캬 - 키캬엑. 타튤라, 캬! - 케륵, 케륵, 케륵!!!
문의 크기가 조금 더 크게 확장됨과 동시에. 세계는 새로운 첨병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 네임 개체다!!! "
은빛 갈기의 늑대를 타고, 고블린 라이더 몇 마리가 종횡무진 진형을 휩쓸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상대가 될 법한 이들은 피하고 있지만 아직 수준이 떨어져보이는 헌터들에게서 속속 피해자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