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330 아하... 확실히 기억 소거라는 방법도 있었네요!! 그럼 그런 아이들과는 연락도 끊겼겠군요. 흠, 그럼 어떤 기술을 특정할지는 무기술 하위 분류군요.. 조금 더 생각하고 정해야 될려나요.
>>335 뭐야 에이론 천사잖아!!!!!!!!!!!! 😭😭😭😭 기본 상식이란 그나마 있는 자유 행동은 그럼 9할 정도 에이론 덕일려나!! 처음에는 당황이라는 감정을 옅게마나 가진 화엔이, 무반응의 화엔에게 꾸준히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에이론에게 가족과도 같은 감정으로 발전하겠네! 잘 알아채지는 못할수도 있지만!
늦은 밤. 이제 막 자정을 넘겼을 때, 체력단련을 끝낸 에이론은 교회에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수많은 별이 마치 보석이 박힌 듯 반짝였으며, 그것들이 잘 보일 정도로 구름이나 안개 하나 없이 맑았다.
이런 날씨도 간만인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무심코 중얼거렸다. 들은 사람은 없겠지.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았다. 평소 무표정해보이는 그는 사실 꽤나 감정이 다채로운 편이었으며, 야외에서 별을 구경하다가 혼잣말하는 것을 들키는 것 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었으니까. 다행이도 근처에는 아무도 없어보였지만... 음. 아닌가.
" 여기서 뭐해? "
무미건조한, 하지만 어딘가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화엔의 뒤에서 들려왔을 것이다. 화엔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여 그저 말을 걸었을 뿐이었다.
늦은 밤의 어둠속, 미동 하나 없이 서있는 키큰 소녀의 실루엣은, 솔직히 사람보다는 나무나 조형물중 하나 같았다. 그럼에도 쉬이 지나치기 힘든 것은, 분명 그런 밤에도 별빛을 미미하게 반사하는 밝은 색의 머리겠지. 시선을 저 멀리 하늘로 던지는 소녀는, 그 어느 때만큼 공허한 표정이었다.
그런 '화엔'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등뒤의 목소리에 크게 어깨를 들썩인다.
고개를 돌려 그 출처를 확인하는 화엔의 표정은 평소와 같이 잠잠하였으나, 함께 시간을 오래 보낸 에이론은 화엔이 꽤나 놀랐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에이론."
빳빳하게 굳어있던 몸이 그를 확인하고선 조금이나마 허물어진다. 화엔과 비슷한, 아니, 화엔보다도 밝을 백발이 어둠속에서도 빛을 받아 뚜렷했다.
눈가가 접히고, 입가가 부드러히 곡선을 그린다. 화엔 치고는 뚜렷히 모습을 보이는 미소. 이 미소의 존재이유 자체가 에이론의 시간과 노력의 덕이었으리라. 비록 몸에 베인 버릇은 남은 듯, 딱딱한 정자세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새까만 두 눈은 명백히 호의와 반가움을 내비친다.
"...음, 잘 모르겠군..."
두 눈을 내리깔며 반사적인 답을 내놓다가, 말을 번복하듯 고개를 흔든다.
"아니, 아니다. 잠이 오질 않아 걷고 있다가, 가까이 와본 것이다. 아마도 너를 볼수 있을까 생각한거겠지."
자신의 생각인데도 추측성으로 설명하는 게 워낙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다. 그마나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잡듯이 뛰엄뛰엄 말하는 화엔이었지만, 끝내 말투는 다시 부드러운 어투를 띈다. 그리고 정말로 에이론을 보게 되었으니, 운이 좋지않나? 하고 담백히 덧붙히며.
꽤나 놀란 듯한 모습. 뒤에서 갑자기 접근해서 놀란 걸까.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천천히 화엔을 향해 다가갔다. 어둠 속 그녀의 모습은 조형물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었으나, 반짝이는 머리카락 덕분에 어디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안녕. 아까도 보긴 했지만, 오랜만이다. "
장난스레 형식적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인사를 건넨다. 허물어진 몸을 보니 나 역시 편하게 있어도 되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한다.
이어지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그는 꽤나 생경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미소가 온전히 자신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실이라고 보았다. 허나 그 호의와 반가움이, 그 미소가, 자신이 했던 일들을 보답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로 충분했을까.
" 처음 봤을 땐 딱딱했는데, 지금은 많이 능청스러워졌구나. 아니, 천성인가? "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는 화엔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저런 부끄러운 말을 담백하게 뱉어낼 수 있다니. 의도한 것 보다는 천성에 가까우려나. 그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표정 속에 감춰진 부끄러움의 감정을 억눌렀다.
" 나도 만났으니 목적은 달성한 것 같고, 이젠 뭘 할 거지? "
고개를 살짝 기울임으로서 호기심을 표했다. 사실, 그것은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는 잠시 기다리다가, "할 일이 없으면 조금 같이 걷는 건 어때." 라고 덧붙이며 화엔의 반응을 기다리기로 한다. 기왕 만나게 된 거, 대화나 하고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