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을 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어. 그래서 다음에 말해야지. 다음에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뤘는데 결국 이제야 말하게 되었네."
찬란하게 은색으로 반짝이는 짧은 머리카락을 지니며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사내는 눈앞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면목없다는 듯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길고 긴 여행을 떠나 겨우 세계를 구한 영웅들은 지금 알테리아 제국의 수도에 있었다. 정확히는 제국의 황족이 살고 있는 성이 보이는 길거리 한복판이었다. 사내는 검을 다루는 검사였다. 물론 일행을 이끌던 리더는 아니었고 그저 일행이 여행을 하는 도중 마족과 싸우는 사내를 발견해서 도와줬고 그 인연으로 함께 다니는 존재였다. 리더와 동료들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끊은 사내는 지금까지 동료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숨기고 숨기고 숨기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이 알테리아 제국의 제 2 황자인 테일러.S.알테리아야. 이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형님과 누님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나는 병사들과 마족과 싸웠었어. 너희들과 만난 그 날에도 병사들을 데리고 마족과 싸우는 와중에 함정에 걸렸거든. 나 혼자 떨어져서 하마터면 죽을 뻔 했는데 너희들을 만났었어. 원래는 그 날 내 정체를 밝혔어야 했는데 내 정체를 말하기엔 그 당시 분위기가 상당히 긴박하기도 했고 괜히 내 신분을 신경쓰다가 급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었거든. 그래서 테일러라고만 자칭했었고."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렇게 잠시 조용히 있었던 사내는 다시 고개를 올렸고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님과 누님이 너희들을 만나고 싶어해서. 잠깐만 같이 가서 만나줄 수 없을까? 아.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야. 3일 정도 후가 될 것 같아. 자세한 것은 내가 전 날에 이야기를 할게. 아무튼 지금은 여기서 편하게 자유롭게 보내줘.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희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까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을 거야."
세계를 구한 영웅들의 행차였다. 그 정도 편의는 당연히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제국을 다스리고 있는 황제의 생각은 그러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제국에서 편하게 있어도 좋다고 했고 지금 당장 황제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자연히 일행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혹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하나둘 흩어졌다.
남은 것은 사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 동료 중 하나. 그리고 사내는 그 동료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는 뭘 할 거야? 혹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줘.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울테니까."
/판타지 배경이고 영웅이 세계를 파멸하려고 하는 마왕을 물리쳤습니다! 라는 엔딩 이후에 정체를 숨기고 있던 동료 중 하나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 대충 그런 내용이야. 동료가 누구인지는 크게 상관은 없는데 막 시리어스한 전개로 흘러간다거나 그런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 그리고 사실 동료가 아니었는데 황자가 멋대로 동료라고 부르고 있다던가 뭐 그런 맥커터적인 것도 힘들 것 같아. 아무튼 그 외에는 자유롭게 설정하고 이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