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소년은 패자(敗者)였다.
황제의 4번째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소년에게 있어서 권력이란 머나먼 무언가였으며, 형제들간의 알력이라는 것은 시시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애시당초부터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무료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으니까. 천부적으로 타고난 싸움꾼이었으나 항상 그는 무력하게 패배를 하였고, 몇가지 재주─세력을 형성하거나, 온갖 학문에 대해 뛰어난 식견 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무료함을 채우는데에 치중할 뿐, 외부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는 그저 그렇게 패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있어서, 한순간이나마 색채를 더해주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눈에 깃들어 있는 색채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색채가 광채로 변해갈 때 쯤에야 그는 그 소녀에게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그녀와 연인이 되었고, 그 광채가 자신의 것이 되었음에 만족하며 지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 광채의 의미는, 그가 짐작하지 못한 그녀의 마음속 갈망임을, 소년은 알지 못했다.
─왜?
광채가 변절해 자신을 떠나가고, 그렇게 떠나간 광채에 대해 분노를 토하던, 소년이었던 남자는 방에 모든것을 부수고 나서야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 그녀가 원하는 것은 결국 나와 같이, 그저 모든 것으로부터 피하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주마, 네가 그렇게 돌아올 수 있다면, 기꺼이 내가 그리해주마. 그는 천천히, 방안에 있던 가장 온전한 물건인, 핏빛의 액체가 담긴 와인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축인뒤 새벽녘의 하늘을 잔을 통해 비추어 보았다. 피로 물든 하늘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가볍게 힘을 주자 와인잔이 깨져 나가며 핏빛 하늘이 산산조각으로 부숴져 내린다.
──그 뒤로는 너무나도 간단하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황위 계승전에 이어서 그는 오히려 자신을 지지하는 군부의 세력을 적극적으로 흡수하였고, 역으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하며 형제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치하는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는 그들의 행태를 보며 그는 결국 이들도 한낱 더러운 토사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때, 그는 황태자를 넘어선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는 결국 황태자의 세력과 정면으로 맞부딪혔고, 마침내 황성을 지나는 큰 문─당시 소녀는 그에게 매수 당한 친가에 의해 집에 돌아가 있었다.─의 앞에서 주먹을 휘둘러 단 한번에 그의 머리통을 깨부숴버렸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장년인에게 다가가 천천히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저 밖에 안남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고, 그로 부터 2달 뒤, 그는 황위를 계승하며 만백성의 환호 아래 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자신은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빛내고자 할지라도, 결국 자신은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못했으니까,
공허하기 그지 없는 광대의 장막이 닫히고, 그는 조용히 그녀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가 그렇게 시선을 돌리자 소녀였던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책망인가, 아니면 증오인가. 왜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것인지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가 떠났을때와 같은 똑같은 잔에 똑같은 핏빛 액체를 한모금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무럿이 솔직한것인지 나는 모르겠소. 나는 아직도 변함이 없는 존재라고 밖에 할 말이 없겠지."
여인은 알까, 아직도 그는 소년인 상태 그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말이다. 아마 이제 그 유약하던 소년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할까? 아니면 그 소년이 아직까지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순간 소년의 입이 떨어지며,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패자(敗者)로서 살아가고자 하였으나 단 한가지를 가지지 못하여 스스로 패자(覇者)가 되었고 하늘을 불살라 생명(황가)을 취하니 그 목을 축이는 것은 결국, 패자(敗者)인 것을 말이지."
//원하는 대로 제대로 뽑혔는지 모르겠네, 씁
//일단 모티브는 던파의 폭룡왕 바칼 + 당 태종 이세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