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2"어우, 예, 전국에 널리 알려야겠네요."
솔직히 인간이 인간을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였다. 기사 가문에서 태어나 출세에 미친 아버지 몰래 14살의 나이에 탈주를 감행해 지금까지 이름과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만의 검술을 개척해 버틴 그녀로서는 정략결혼과 제물이 하나로 겹쳐보인 탓일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이번에 돌아가면 길드를 들들 볶아내서라도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허둥지둥 드래곤을 따라가 들어가본 광경은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넓은 길을 따라 들어가 가보면 그 안에는 넓은 공간과 각종 종유석이 조각을 맺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 자리잡은 물은 놀라우리만치 깔끔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에다가 손을 가져다 댄뒤 가볍게 손으로 떠서 물을 마셨다. 보통 물에도 단계가 있지만 이 정도면 끓여 마실 필요도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물이었다. 이런 물이라면 뭘 만들어먹어도 깔끔한 맛이 나오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그녀 다운, 밝고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광경을 바라본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태초의 신비가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이 곳의 모습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넋놓고 보길 잠시, 이내 잠시간의 고민을 끝낸 그녀는 드래곤의 황금빛 거체를 바라보며 장난스레 미소를 머금은채 입을 열어보였다.
"사실 시선을 맞추고 싶은데 위대하신 분의 몸은 너무 커서 이 각도에선 보이지 않네요."
말하고 싶은바가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녀는 잠시간 멋쩍게 머리를 긁적인뒤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였다.
"드래곤분들은 전부 마법의 조종들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몸집이 작아지는 마법도 있을까요?"
가령, 인간의 모습이 되는 마법이라던가, 라는 뒷말은 삼킨 채 그녀는 기대감 반, 호기심 반의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