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뀔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지간해선 바뀔 것 같진 않아서, 아랑은 그냥 “ 그래애. ” 라고 말하고 입매를 끌어올려 미소지었을 것이다.
“ 방금 네 표정이... 조금 수상해서~? 근데 왜 수상했는지는 모르겠어~! ”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여주네, 조금 귀엽다. 생각하며 아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 그건 그러네에. ”
받겠다고 말한 건 연호인데, 상어강아지가 대신 받긴 했다. 의외로 논리적인 걸? 아랑은 고민에 잠겼다. 연호도 쓰다듬는 게 좋을까? 하지만 낮에 너무 쓰다듬어서 지겹지 않을까? 쓸 데 없는 고민에 잠깐 빠져봤지만, 이따 쓰다듬고 싶어지면 그때 쓰다듬는 걸로 하고 싶다. (연호가 그걸 허락해줄진 모르겠지만.)
“ 네... ”
뭐라고 하지. 이미 연호가 공주님이고 왕자님도 있으니까, 공주님이라고 하면 공주님의 공주님이 되어버리는데. 짧지만 곰곰이 생각해본 아랑이.
“ 네 소중한 사람도, 좋을 거야. 너는 솔직하고, 상냥하고, 다정한 데가 있으니까. 같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겠지. ”
소중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가씨나 도련님도 생각해 봤지만, 사람인 쪽이 모든 성별을 아우를 수 있고 좀 더 넓은 표현이니까. 아랑이 눈을 둥글게 휘었다. 그 휘는 눈동자에 담긴 파랑이 다정하게 느껴졌을까. 아니면 쓸쓸하게 느껴졌을까.
왕자가 아니라며 상어강아지를 꺼내 보며 웃는 게 또 조금 귀엽다. 음, 조금보다 살짝 더 귀여운가?
“ 응, 좋은 거. ”
였으면 좋겠다. 감사의 마음을 담았으니까. 조심조심 포장을 벗겨 드러난 것은 흰색의 손목 보호대다. 뭐로 할까 고민했지만, 바깥에서 많이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게 있어도 좋을 것 같았어.
“ 봄부터 주고 싶었는데에, 지금에서야 주게 됐네. ”
마니또 선물 준비하면서, 너한테도 주고 싶은 게 생겼다. 억제되지 않은 달밤에, 네가 상냥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에. 다른 늑대들에게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용기를 내서 다가갈, 작은 계기 같은 게 생겼으므로. 과자로는 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엔 모자랐어.
“ 과자도 줬지만, 그걸로는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더 주고 싶었어. 고민하면서 골랐는데, 네 마음에 들까? ”
서랍 속에 넣어둔 과자와 ‘ 고마워. ’ 라는 포스트잇을 너도 떠올리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아. ”
덧붙인 말과 조금 쑥스럽고 수줍은 미소를 걸쳤다. 응, 이거 어쩐지 조금 부끄럽다고 해야할까, 쑥스럽네에.
>>57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튕기는 아랑이... 상관은 없지만 연호가 밀당에 잘 휘둘려서 금방 시무룩해지는걸 볼 수 있습니다 :3 아무튼 원하시는대로 써주세요!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저때까지만 해도 연호가 아랑이한테 붙잡힐줄은.... (일부러 설레라고 쓴 뽀뽀긴 했지만) (제가 먼저 잡힌것 같아요)
다만 죽을만큼 아플 수도, 어찌되었건 그녀에게 살다가 셰이커에 맞아 쓰러지는 불상사는 어지간해선 없을테니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 다른 사람이 맞는건... 어떨진 모르겠지만,
"음~ 너무 커서 집안에서 운동시키는 것으론 부족하니 산책을 나가는 느낌일까요? 뭐, 확실히 리트리버나 하운드 종보다는 작겠네요~"
경우에 따라선 하운드보다 클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아프간하운드만큼 체고가 크진 않으리라, 이러나저러나 고양이는 다리가 긴 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짧으면(먼치킨) 모를까, 그런면에서도 일반적인 강아지들처럼 자주 산책을 나가는 편이었다. 적어도 고양이는 강아지들에게 상관없단 시선을 보여도 그녀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 마침 여기도 있네요!"
무언가 생각이 난건지 그녀는 한켠에 내려놓았던 크로스백을 뒤적거리다 자신의 휴대폰을 몇번 터치하고선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뒷태가 매우 위풍당당한 거대고양이였다. 마치 의자에 앉아있는 어린아이처럼... 까만 꼬리도 먼지떨이와 비슷한 크기였을까?
"후후후~ 세상에 안어울리는 장소는 그렇게 생각만큼 많지 않답니다? 레스토랑은 무조건 정숙해야 한다는건 아니니까요~ 대개 아이들의 휴식공간도 겸하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물론 그렇다고 당신이 색색깔 공들이 가득한 풀장에 뛰어들... 사람인지 아닌지는 확증할순 없겠지만 그래도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당신에게 살풋 웃어보였다.
"오히려... 너무 조용하면 사람 사는 맛이 안나니 음식도 먹을 맛이 안난다고들 하잖아요?"
솔직히 연호는 고양이가 커봤자 얼마나 크겠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커봐야 중형견보다는 작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슬혜의 말을 들어보자면 대형견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인것 같았다. 그나저나 고양이들도 산책을 좋아하는구나. 고양이들이라면 주인(집사)과 나가는 산책 보다는 혼자서 밖이 나갔다 오는 산책을 더 좋아하는 줄로 알고있었는데 아닌 모양이다. 주인이 많이 사랑해줘서 그런걸까?
" ......어, 그러니까, 고양이? 누가 변장한게 아니고? "
변장했다기엔 너무나 완벽한 고양이의 자태였다. 저런 퀄리티의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 기네스북에도 오르겠지. 아무튼 그만큼 고양이는 사진으로만 봐도 커보였다. 히엑 꼬리봐 꼬리. 저게 고양이 꼬리야?
" 내가 알던 고양이는 전부 다 새끼들이었어... "
머릿속에 존재했던 고양이의 고정관념(?)들이 깨지는 기분이었다.
" 으음... 그럴까... "
그치만 이렇게 비싼 레스토랑이라면 다른곳과는 다르게 엄숙한 분위기를 요구하는게 아닐까.. 하고 뇌내 편견이 작동해버린다. 아무튼 자신 나름대로 최대한 예의를 한껏 차려보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뻘짓하면서 남에게 민폐를 끼칠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 음, 그건 맞지! 너무 조용히 먹으면 맛없게 먹는것처럼 보이기 마련이야. "
그는 자신감이 조금 돌아온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슬슬 돌아갈 채비를 했다.
" 난 이제 가봐야겠다. 이제 슬슬 졸려서 잠들 준비를 하고있는 친구들을 깨워야 하거든! 너는 계속 여기 있을거야? "
자신의 표정이 수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이상해보였다면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연호가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있는 모습. 자기 자신은 악당이며, 악역이며, 또 언젠가는 사냥꾼에게 사냥당할 늑대라는 사실을. 말해달라고 하면 숨기지는 않을테다. 그는 빙긋이 웃어보였다. 그것은 어찌보면 밝아보이기도 했지만, 또 어딘가는 슬퍼보이기도 했다.
" 그래! 그러니까 나중에 쓰다듬어! "
지금은 아니다. 그야 쓰다듬은 아까도 받았고, 지금 아랑은 상댕이를 쓰다듬었으니까. 쓰다듬과 쓰다듬의 사이에는 짧게나마 쿨타임(?)이 존재해야 한다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 연호였다.
" ....내 소중한 사람? "
누구를 말하는걸까? 연인? 아니면 친우? 가족? 어쩌면 모두를 포괄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 그랬으면 좋겠다. "
가라앉은 미소를 아랑에게 보여주었다. 말의 의미는,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과 있을때 안심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소중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의미도 포함되어있을테다. 아랑의 눈에 담긴 다정함처럼, 또 쓸쓸함 처럼. 연호도 비슷하게 미소지었다.
" 응? 봄 부터...? 아, "
말하다가 생각이 났는지 아, 하고 짧게 탄식했다. 그는 그때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만월이 장난을 친 날. 아랑과 밤에 만났던 것을. 이런저런 일들이 있은 뒤에, 아랑이 자신의 서랍 속에 넣어둔 과자와 쪽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 솔직히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놀랐어. 난 너한테 민폐만 끼친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 하고 있었거든. "
허락을 받았다곤 하지만 너를 깨문 일이나, 또.... 뽀뽀한거. 라고 덧붙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 때의 자신은 적당히 멈춘다는 단어를 잊어버렸었으니까. 그래서 아랑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그래도... 응. 고마워. 진짜 마음에 들어. "
그는 손목보호대를 손목에 끼웠다가, 잠시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다시 빼서 가방에 넣었다. 지금부터 차고다니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은 고기를 먹는 중이다. 잘못해서 기름이라도 튄다면 아랑에게의 미안함에, 또 선물을 간수하지 못한 마음에 며칠간 밤잠을 설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손목보호대는 특별히 상댕이의 옆자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