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 그런가아, 그럼 됐어~ ” 하고 빵긋 웃는다. 연주하는 사람이 그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게 춤추는 사람들이라고 했고, 그때 하루를 즐겼으면 그걸로 기쁘다고 했으니까. 그럼 된 거 아닐까 싶어서.
“ 나랑도 번호 교환 할래~? ”
이번 것을 계기로 더 친해진 것 같고, 라는 말을 듣고 조금 더 생각해 보던 아랑이 나랑도 번호 교환 할래? 라고 물어보았다.
“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하면 고개 도리도리 해도 돼~! ”
물론, 거절할만한 핑계도 빵긋 웃는 얼굴로 자연스레 주었다. 하늘이도 나만큼? 나 정도? 나 비슷하게 적당한 거리감을 중요시 하는 거 같으니까, 번호 교환하고 싶어지면 그때 교환하자고 하겠지이.
- 생각해야지. 벌써 여름이잖아. 내년은 금방 온다고. 아. 어쩌면 내년에는 나보다 피아노 더 잘 치는 애가 입학해서 그쪽에게 맡기려나. 그건 조금 그러니까 집에 돌아가면 좀 더 연습해야겠네. 아. 그것도 그거지만 역시 여름이니까 좀 더 이것저것 하고 싶기도 한데 뭐부터 하면 좋을까.
생각하기 싫다고 하면 그건 철없어 보일까? 아랑은 가만히 하늘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외로... 호승심? 있는 편인가 봐. 피아노에 한정해서겠지만. 내년에 들어오는 애가 자기보다 잘 치더라도 그쪽에 맡기는 건 그러니까 좀 더 연습하겠다는 말. 응, 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멋지네에. 생각하며 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 나? ”
청춘이나 그런 것을 즐길 마지막 기회하고 하니 고민이 되는군. 고3이 되면 청춘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나 진로에 대해 지금보다 고민하게 되리란 것도 이해가 된다.
“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우연히 보거나, 아이스크림 한 번 더 같은 거에 당첨이 되거나. 길가다가 처음 만난 고양이가 친한 척을 해주면 좋겠는데에. ”
소소한 행운의 증거, 같은 것을 만나고 싶은 거야. 덧붙이며 아랑이 웃었다. 큰 행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행운이 용기를 주는 때도 분명 있을 테니까.
“ 한 번도 안 해본 (되도록 긍정적인) 경험, 같은 걸 해봐도 좋겠는데에. 지금은 딱히 떠오르는 건 없어~ ”
번호를 교환하겠냐는 물음에 하늘은 두 눈을 깜빡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별에서 다시 아랑에게 시선을 돌린 하늘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은 후에 그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같은 반이니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괜찮아. 번호 남겨줄래? 나도 바로 전화 걸어서 번호 알려줄테니까."
아예 모르는 이도 아니었고 같은 반인만큼 알고 지낸 시간도 짧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긴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번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핸드폰을 받는 것을 기다렸다. 혹은 그녀가 자신의 핸드폰을 내미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아마 거기에 자신의 번호를 남겼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가만히 들으며 하늘은 참으로 소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에 크게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그런 소소한 것을 좋아한다면 그로서는 그것을 존중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건 몰라도 유성우는 자신도 보고 싶은 것이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유성우는 나도 보고 싶어. 오늘은 소식은 없었던 것 같았는데. 그래도 가만히 하늘을 보다보면 우연히라도 하나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으려나."
오른손으로 저 위의 하늘을 콕 가리키면서 그는 남아있는 에이드를 마저 꿀꺽 마신 후에 텅 빈 컵을 살며시 구겼다.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리려는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늘은 곧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도 하지 않은 경험이라. 아르바이트나 도전해볼까. 그래봐야 짧게 끝나겠지만 그래도 사회경험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아무튼 참고할게. 고마워."
미소를 작게 지으면서 하늘은 머릿속을 가만히 굴렸다. 지금의 자신이 무슨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그럼 역시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 하늘은 아.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위를 바라봤다.
"소소한 행운이 하나 이뤄졌네. 크지는 않지만 작게 떨어지네. 저기 말이야."
뒤이어 하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면 크지는 않지만 작게나마 하늘 위에 빛이 그려지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번호교환도 뭔가 조금 신중하게 하는 것 같네에, 방긋 미소하며 아랑이 하늘이가 넘겨준 핸드폰에 제 번호를 찍고 나서 넘겨준다. “ 자, 여기~ ” 하고 넘겨준 핸드폰에는 번호만 찍혀 있다. 이름란이랑 그룹은 하늘이 너 편한대로 저장하란 뜻이다.
“ 유성우는 예쁘니까아, 하늘이도 보고 싶어진 거야~? ” 하고 웃으며 물었다가 하늘이가 콕 가리키는 하늘 쪽을 올려다본다. 우연히- 라는 게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던가? 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하게 깜찍한 표정이다. 구겨지는 소리에 하늘을 보던 시선이 하늘이 쪽으로 돌아간다. ...버릴 데가 안 보이니까 그냥 들고 가려는 모양이네에.
“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거야~? 그럼... ”
곰곰 생각하던 아랑이.
“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버세요~ 라고 말하는 거 맞지이! ”
라고 아이돌 팬 주접짤에서 본 내용을 말하며 빵긋 웃었다! 아냐, 그거 아닌 거 같아. 라고 말해주어도, 그냥 웃어 넘겨주어도 괜찮다. 사회 경험에는 나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처음 하는 거면 역시 적게 일 하고 돈은 많이 버는 게 좋아. 참고할 내용이 있었나 싶지만, 참고가 되었다면 적당히 좋은 걸까나.
아, 하는 소리에 뭘 봤나 싶었다.
- 소소한 행운이 하나 이뤄졌네. 크지는 않지만 작게 떨어지네. 저기 말이야.
아랑은 하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잽싸게 핸드폰으로 빛을 그리며 떨어지는 궤적을 찍어보았다. 찰칵, 찰칵, 찰칵. 연사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제대로 된 예쁜 사진 한 장 정도는 남았겠지.
>>472 8ㅁ8... (왈칵...) (정성스레 쓰담쓰담...) 우리 집 다람쥐 안 귀여운 질투(심술)가 죄송해서... https://picrew.me/image_maker/399481/complete?cd=QV7oMpoPiw 만들어 온 게 있으니 보아주십쇼... (냅다 바침) (쓰담쓰담) 아랑이 피부가 좀 더 흰 편이고 연호는 바깥에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니까 좀 더 건강한 피부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서와요 연호주...!
>>473 으응! 그래요! >:3 일상...은 바다 일상이 지나가도 방학 일상이 있으니까요! (앗... 근데 문하 외국 어디 가지 않아요...??)(방학 때 문하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녀의 번호가 찍혀있는 것을 확인한 하늘은 그 번호로 통화버튼을 누른 후, 세 번 음이 울리자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이어 핸드폰을 조작해서 그녀의 번호를 정말 정직하게 친구란에 '금아랑'이라는 이름을 써서 저장했다. 그 위로 여러 번호가 있었고 아랑의 바로 위칸에는 '많이 친구'라는 의미불명의 뭔가가 쓰여있었으나 거기까지 보기는 아마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조차도 호기심에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뭔가 그러니까 내가 바로 취직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고마워."
보통 첫 취직할 때 그런 말 많이 하지 않나? TV에선 그러던데. 라고 생각하며 하늘은 자신이 본 드라마나 만화 등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좋나. 가볍게 넘겨버리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은 사실이었는지 이번에 지은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눈에 담은 검은 바다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선을 찍는 아랑의 모습이 자연히 하늘의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하면 안 잡히지 않나? 그리 생각을 하나, 그럼에도 저렇게 찍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인 것은 사실이었다. 찍었다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고. 그 정도로 생각을 마무리하며 하늘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때? 찍었어? 찍었다면 아마 너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일 중 하나가 올해 중에 일어날지도 몰라. 찍기 힘들잖아. 유성 말이야."
어쩌면 지금 이 순간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고. 정도로 정말로 별 의미없는 말을 남기며 하늘은 뒷짐을 진 후에 가만히 유성이 떨어졌던 곳을 바라보며 또 한 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눈에 담고 뭔가를 생각하듯 눈을 잠시 감았다. 물론 그 입에서 방금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나올 일은 없었다. 그렇게 삼 초 정도 있던 하늘은 눈을 다시 떴고 가만히 해변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