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혼란스런 세상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연장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던 우리에게 다가온 변화는 급작스러웠다. 옆에 있던 사람들의 손에서 불이 나가고, 예순 먹은 할망구가 갑자기 젊어져선 괴력을 뽐낸다고 생각해봐라. 그리곤 나도 다친 팔이 멀쩡해지고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어느 언어를 내뱉어서 커다란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전에 일장연설을 하시기도 하셨고. 말한 당사자가 얘기하니 웃기긴 하지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니까요."
일전에 속했던 길드 멤버들이 몰살당한 이후로 마츠시타 린의 일정한 부분이 죽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 전이라고 해서 그녀가 그렇게 다른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시윤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소리를 여러번 들은 입장에서 고지식한 어른이나 정의감 넘친다고 주장하는 청년들이 어느 타이밍에 눈살을 찌뿌리는지 정도는 능숙하게 알 수 있었다.
"제가 얘기드리지 않았었군요. 네 맞아요. 저는 신을 모시고 있으니 그 분께 세상의 영광을 돌릴 사명이 있어요."
그녀의 성장환경 자체가 건전한 사고방식을 함양하기에 좋은 편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그녀는 모두를 짊어져야하는 가디언이 아닌 무언가를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한 헌터였다.
"어차피 제가 그리 바른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시고, 바로 들통날 어설픈 연기를 할 필요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