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어유 해주신다면 저는 감사히 받을 따름입니다 (넙죽)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저희 나중에 배틀일상 할때 싸움 끝나고 처참해져서 숨 몰아쉬다가 옆에서 방방거리는 연호 보고 피식 웃으면서 와다다 해주시는게... 쩌네요 네... (널부렁) 크흑흑 원래 어제 하고싶었는데 딱 이벤트 시작이라 흑흑....
>>9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우 제 노림수에 걸려드셨군요... 언젠가 연호 상댕이화 계획이.... (?) 그 이벤트 생긴다면 만져보게 해드리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헉 양뿔도 좋다 머리 곱슬두.... 아랑이한테 양뿔 생기거나 머리 곱슬되면 또 엄청 귀엽겠죠... (상상하고 드러눕)
자기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진 않을 것 같다는 뜻이었지만 혹시 몰라요, 하늘이도 아침 늦게까지 늘어져라 자고 싶은 날이 있을지. 갑자기 너무 피아노가 잘 쳐져서 잡을락말락한 곡조를 잡기 위해 하루 종일 피아노 앞에 매달리려 할 날이 있을지.
"경험에 의거한 조언이구나. 하지만, 지금 나한테 도전할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비랑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 답을 잇지 않은 채로 태연히 턴을 마치고, 하늘이 내미는 손 위에 손을 올립니다. 바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살짝 힘주어 쥐고, 말을 들으며 기분이 좋은 듯하기도 아닌 듯하기도 한 밍밍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그리고 하늘이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붙잡은 손으로 끌어당기려고 했을 겁니다.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 것도 모자라 가까이서 눈을 맞추려 했을까요. 춤이 흐트러지는 것도 아랑곳 않으며.
"시작이 반이라니까, 이미 반 했다. 응."
생글 미소짓고, 손을 놓으며 빙글 돌려 합니다. 이번엔 균형을 잃지 않았을 거에요, 조금 흔들리더라도.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난."
그 이상 뭘 바랄 게 있을까요. 혼자 그렇게 말하다가 혼자 당황하고, 혼자 정정합니다.
"으음, 혹시 우린 이미 친구인가? 그러면 많이 친구? 그래. 나, 너랑 많이 친구 하고 싶어."
어린아이에 가까운 말투로, 절친이란 말을 유치한 조합어로 바꾸어 말하며, 여전히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우고 있네요.
춤 춘다길래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엄청 본격적이었다. 삼삼오오 짝 지어서 피아노에 맞춰서 움직이는 모습은 생각보다 근사했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쏟아지는 주황색 불빛 위로 어룽대는 그림자. 그게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멀찍이 떨어져 한참을 구경했다. 사람들 사이로 끼어든 건 출연진 리스트에 제 이름 석자도 올려보고 싶어서였다. 부딪히지 않도록 틈 사이사이를 누비며 익숙한 빈 손을 찾는다. 어쩌면 평생 그런 걸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하며. 높고 구석에 있는 책장에, 혹은 낡은 창고 구석에 기대어 있는 캔버스에 손을 뻗어주는 상냥한 손. 구체적인 얼굴 같은 게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사람이 아니라 정말 손이면 되는가 싶기도 하다.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생각이다.
그러나 익숙한 빈 손은 어디에도 없고. 사하는 빈틈이 이어진 길을 따라 무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제야 보이는 익숙한 얼굴은 조금 장난같다. 사하가 천천히 경아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손을 잡고 있었지만, 힘을 주진 않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풀 수 있을 정도의 약한 힘으로 잡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그는 비랑에게 확 끌려갔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치는 그 모습에 하늘은 벙찐 표정으로 비랑을 바라봤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였기에, 하늘의 시선이 살며시 아래로 향했다. 시작이 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하늘은 멍한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뒤이어 들려오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 말에 하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많이 친구라니. 순간적인 상황 변화로 인한 판단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하늘은 가만히 비랑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작게 올리면서 이야기했다.
"많이 친구는 뭐야. 많이 친구는. 그런 건 되자고 해서 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좀 더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거라면 친구가 적어서 곤란한 소설 따윈 나오지도 않았을걸?"
아. 그건 동성 친구가 없어서 곤란한 거였나. 하고 하늘은 키득키득 웃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하늘은 살며시 뒤로 빠지듯 리듬을 타다가 다시 앞으로 훅 걸어오며 비랑의 앞에 멈춰섰다.
"하지만 정할 수 있다면 난 좋아. ...너는 윤비랑. 나는 강하늘. 앞으로 좀 더 친하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네가 무슨 존재건, 내가 무슨 존재건 말이야."
아주 슬며시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ㅡ물론 그것을 알아들을지는 별개로 치고ㅡ 하늘은 그 관련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애초에 그 사실은 하늘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기에. 그렇기에 하늘은 입꼬리를 가득 올리면서 턴을 돌면서 비랑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너는 꽤 좋아하는 편이니까. 아. 이거 우정의 의미다. 아하하하. 친하게 지내자. 친구."
자꾸만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 놀림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무대 앞에서 재롱잔치 하고 칭찬 받는 것 같은 기분을 고3 돼서 느끼게 될 줄이야……. 하지만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으니까, 일단은 어떻게든 수긍해보려고 했다. 정말로 예쁜 면이 손톱만큼도 없지는 않겠지. 이제 그걸돋보기로 보면서 계속 예쁘다고 해줄 수도 있는 거지. 속으로 생각정리 하느라 잠깐 말이 없어졌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기분은 어때요?"
그러다 꺼낸 질문이 이거였다. 장난보다는 진짜 호기심에 가깝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툭툭 찔러보는 건 아니고, 저 정도로 행복한 얼굴 하고 말할 만큼이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져서. 세상이 막 분홍빛이고 그런가? 봄 아닌데도 어디서 꽃향기 나고, 비 오는 날에도 나한테는 햇빛 비추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세상에. 제가 졌습니다."
대학생 되고 나서 오는 바다를 상상해보다 시아가 덧붙이는 말에 순순히 항복 선언한다. 신발 들고 있어 손은 못 들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어, 나 손 안 깨끗한데."
시아가 고갯짓 하는 곳을 보다 내미는 손에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된다. 잠깐 망설이다 양손 검지에 하나씩 걸고 있던 신발을 재빨리 한손으로 옮기고, 빈 손을 옷에 슥슥 문질러 닦는다.
그런 것도 올리는구나, 사람들은. 새슬의 상상력이 멋대로 영상의 내용을 만들어냈다. 뭔가 엄청난 형태의 거대한 것을 척척 쌓아 올리는 것이라던가, 아니면 엄청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품처럼 해변가에 서 있는 모래로 된 무언가라던가. 새슬이 상상한 것에서 규모만 조금(...조금) 줄인다면, 그래도 있을 법 한 일들이었다. 어떻게 그런 걸 만드는 걸까? 역시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퍼져나가는 상상의 나래.
집, 이라는 말에 새슬의 손이 알 듯 말 듯 미세하게 굳었다가, 금새 다시 움직였다.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 할 만큼 찰나의 순간. 그러나 얼굴에 걸린 것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미소였다.
“있잖아, 학교는 어때? 그러면.”
성보다는 덜 복잡할 거 아니야. 산들고를 떠올리면서, 새슬이 모래탑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본관, 저건 별관, 저건 체육관. 딱이지! 천진하게 웃어보이곤, 모래탑을 깎아내리던 손을 잠시 멈췄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학교가 될 수 있을까ㅡ 따위를 가늠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렵네. 일단... 네모로 깎으면 되나? 조심스레 손을 뻗어 측면을 수직으로 다듬어간다.
소년의 손이 감싸쥐지 않은 다른 뺨에 무언가가 닿았을 때. 더 이상 바닷바람이나 파도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고. 짧게 떨리는 숨을 들이킨다. 또 다시 감각에 슬로우모션이 걸렸다. 소년의 체향이나 온기, 미약하게 볼을 눌렀다 떨어지는 연약한 살결의 촉감같은 것.
문하가 떨어져나가는 동시에, 새슬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한층 더 오른 열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 머릿 속 톱니바퀴가 온통 제자리에서 빠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도 떨어져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생각만큼은 또 이상하리만큼 선연해서, 더할나위 없이 혼란스럽다.
“ㅡ그,”
읏, 무의식 중에 튀어나간 소리를 입술을 물어 가로막는다. 차마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눈을 내리깔기만 했다. 이게 뭐야? 글쎄. 속으로 질문을 던져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고.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해? 누구에게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 하지만 지금 얼굴은 들키고 싶지 않아. 새슬의 몸이 훅 꺼지듯 문하에게로 기울었다. 툭. 이마가 소년의 가슴팍에 힘 없이 부딪힌다. 그 와중에도 열이 오른 머리로 어떻게든 문하의 말에 필사적으로 내밀 대답을 찾아서, 새슬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나는, 길을 자주 잃어.”
가끔은 다치고, 가끔은 배를 곯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건 없어. 잠시 숨을 죽여 말이 없다. 잠시 후에야 다시 튀어나온,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나와 함께 있는 건 힘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