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돼』 당신은 당신의 손목이 차가운 손아귀에 붙들리는 것을 느꼈다. 손목을 붙드는 그 움직임은 적개심이나 흉심이 없이, 위험한 것에서부터 당신을 걱정해주려는 듯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그러나 단호했고, 어쩌면 그 뼈와 근육과 굳은 살가죽만 남겨놓고 말라붙은 손아귀 때문에 자칫 위협적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문하는 당신의 손을 그 문으로부터 조심스레 떼어냈다. "거긴 들어가지 마."
2. 『구해줘』 "그러면 울어줄래, 나 대신." 문하는 나직이 말했다. 철근을 구부려 만든 차꼬가 팔다리에 채워진 채로, 차꼬에서부터 시작해 지하실 중앙의 기둥에 비끄러매어져 있는 빛나는 쇠사슬을 깔고 앉은 채로 그는 손을 들어올려서 당신에게로 뻗었다. 당신을 만져보고 싶은 건지, 당신이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건지. 창백한 피부 위에 창백한 흔적으로 남아 살이 튼 자국처럼 보였던 그것들은 그것에 쓸리고 긁힌 흉터였던 모양이다. "우는 법마저 잊어버려서, 나."
3. 『죽지 말아요! 제발!』 "안돼." 문하의 얼굴이 부서졌다. 새하얀 줄리앙 석고상 같았던 무표정이 부서지고, 깨어져버린 껍질 뒤에서 격통에 울부짖기 시작한 평범한 열여덟 살짜리 소년의 얼굴이 그 뒤에 있었다. 문하는 당신을 부둥켜안았다. "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는 했는데." 구급차에 오르는 당신의 얼굴에, 문하는 미친 듯이 얼굴을 비비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렇게는 아냐. 이렇게는 아니라고."
당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서 표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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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비설이 털렸네. 문하의 시트를 새 시트스레에 옮길 때 외형 란에 수정하는 걸 깜빡한 게 있어. 손목이며 발목에 튼살자국 같은 게 남아있다고 수정하는 건데 그걸 잊어버렸네. 뭘 잊었나 했더니.
시아의 말에 사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동그랗게 뜬 눈을 딱 두 번 깜빡이는 게, 여간 작위적인 게 아니다. 그 사이 파도가 신발 앞코를 또 한 번 훑고 지나갔다.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해? 방금 나보고 예쁘다고 했는데.
"그 말 다시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그 예쁘다는 말.> 듣기 전까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꿋꿋하게 서 있던 사하가 시아의 물음에 느릿느릿 마른 모래사장으로 걸어올라왔다. 예쁘다는 말에 나머지는 홀라당 까먹고 있었다. 예쁘다는 말 우리 엄마도 안 해준지 오래 됐는데. 다시 생각해도 기분 좋은지 히죽 웃는다.
"나… 아마 산들고 귀신이지."
뻥이라는 말 대신에 샐쭉이는 웃음만 한 번 보였다. <3학년 은사하입니다.> 공손히 손 모아 배 위에 올리고 인사도 한 번 했다.
"들어가려던 건 아니고 파도가 이리로 와서."
뒤늦게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인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푹 젖은 신발에서 물이 새어나온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질퍽이는 느낌에 얼굴을 찌푸린 사하가 허리를 숙인다. <잠깐만.> 중얼거리고 하는 일은 신발 벗기. 물 뚝뚝 떨어지는 신발 든 사하가 한결 개운한 얼굴로 걷기 시작한다.
"산책 중인 거면 껴도 돼요? 혼자 있으려니까 좀 심심하네."
<…조용한 게 좋으면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서 살금살금 걸을게.> 은근하게 질척댄다. 젖은 발에 붙는 모래들처럼.
1. 『고마워』 당신이 건넨 인삿말에, 문하는 흡사 당신이 방금 자신이 난생 처음으로 듣는 외계의 언어를 말하기라도 한 듯이 당신을 돌아보았다. 텅 빈 듯이 새까만 눈이 깜빡이는 모습이 어안이벙벙하게도 보인다. 자신에게 그런 말이 돌아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러다 문하는, 시선을 가만히 한켠으로 비스듬히 돌려놓으며 나직이 답하는 것이다. "...뭘, 이런 걸로."
2. 『모든게 끝났어』 문하는 딱히 뭐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옆에 앉아서 가만히, 당신과 거의 똑같은 폼으로 옥상 난간에 기대서서 팔을 얹고는 턱을 괴고 물끄러미 저 먼 지평선을 바라보던 눈길을 당신에게로 비스듬히 돌렸을 뿐이다. 잠깐 당신을 바라보던 문하는 다시 지평선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러면 말야," 기분 탓일까, 그림자 탓일까, 저 멀리서 터오는 먼동에 비치는 문하의 얼굴이 왜인지 옅게 웃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뭔가 시작하자." 그는 눈을 감는다. "같이."
3. 『괜찮아』 "그렇구나." 눈을 감은 채로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밀고 있던 문하는, 문득 건네어져온 당신의 말에 눈을 뜨고는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 무표정으로, 그는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나쁘지 않네." 그렇지만 그 무표정은 당신이 여지껏 알고 있던 줄리앙 석고상 같은 새하얀 무표정과는 다른 무언가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