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들은거지? 그는 믿지 못할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봤다. 이걸로 끝나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극은 늘 가까이 있는 법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멀쩡하게 살아 숨쉬는 신을 두고 확실히 뒤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분명 며칠 전에 거래를 했는데, 그 거래니 뭐니 하는것도 다 박살날 상황이 왔다. 그는 무신경한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다른 상대라면 뭐지? 스트레스 풀라고 이런 기회를 주는 건가? 줘패버리면 되나? 같은 주작식 사고를 유지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교수님. 부탁을 하나 청해도 됩니까. 패밀리어가 뛰쳐들지도 모르는지라 잠시 부탁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그렇게 말하고 마주선다. 이 질문이 들어올 줄 알았다. 그는 프로테고를 외쳐 주문을 막아내고 지팡이를 위에서 아래 방향 대각선으로 휙 그어 연기를 날려냈다.
"기숙사 창틀에 있길래. 마침 새를 키우니 돌보는 방법은 알아 거둬 키웠네만.."
그는 현궁의 사신이라 불렸는데, 사람은 싫어하는데 동물은 좋아하는 친환경의 성정을 가졌으니 이정도면 충분한 변명일 것이다.
"귀 비틀기 주문."
허용 가능한 범위를 알지 못하니 일단 가장 보편적인 가정용 혼내기 주문을 날렸다. ..이래도 되는 건가?
>>973 방금 발렌타인의 청에 윤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푸스스 웃었습니다.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그치? '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그 새가 날 아는 것도 아니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널 엄청 따르는 것 같고. 놀라지 않고 다치지 않게 위력을 조절하는 훈련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
윤의 말에 에반스 교수는 당신과 그를 번갈아 바라봤습니다. 백정은 얌전히, 고개를 까딱이다가 발렌타인의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 신기하네- 야생 새도 길들일 수 있구나. '
그는 정말로 신기하다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곧이어, 자신을 향한 주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MA님 어버버 하지만..그렇지만 어떻게 윤이가 어버버..죄송해요..MA님은 살아계신다! 위대하다!😭 ..같은 어딘가의 누군가가 처절하게 우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는 당신의 제안에 고민하고 운을 뗀다. "나쁠 건 없겠군. 이리온." 하고 백정을 부른다. 사랑스러운 이 작은 매는 어느덧 머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는 익숙한듯 당신을 바라본다.
"사람이 가까이 오질 않으니 동물이라도 가까이 와야 수지타산이 맞지."
그는 본인의 무시무시한 점수 깎기 기계라는 업보를 알면서도 뻔뻔하다. 당연히 아플법한 주문 뒤로 그는 다시 프로테고를 사용해 막는다. 마음 같으면 섹튬셈프라로 그어내면 끝이지만 펠리체의 눈치가 보였다. 그는 차선책을 사용한다. 리덕토는 나중일이다.
보이지 않는 밧줄은 의도대로 날아가 쥰페이를 넘어뜨렸다. 생각한대로 넘어뜨렸으니 이제 추가타를 넣어 완전 승리를 확정지으려고 했다. 딱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쥰페이의 말을 듣기 직전까지는.
"...저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건 일평생 단 한 명 뿐인데... 지금 어느 주둥이로 실성한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요..?"
조곤조곤 움직이는 입술 사이로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표정이라곤 싹 사라진 얼굴에 선명한 금빛 눈이 쥰페이를 희번득하게 내려다본다. 일견 분노한 듯한 모습이지만 날뛰기는 커녕 사뿐히 걸어가더니 한 발로 쥰페이의 등을 콱 밟는다. 도포와 치맛자락 사이로 검은 구두가 끝을 슬쩍 내민다. 밟은 채로 자근자근 짓누르며 나긋하고 서늘하게 중얼거린다.
"사선에 발끝이라도 걸쳐본 적 없으면서 진심 따위를 운운해? 그저 운이 좋아 여태 살고 있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기세등등한거야, 어? 머릿속에 들은거라고 꽃밭 뿐인 천치가 주둥이만 가볍구나. 그래. 이 참에 한번 깨달아봐. 네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