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의 출처에 대해 듣자 의외라는 표정이 팍 지어졌다. 그러니까, 적당히 아무거나 가져왔다는 의미 같은데. 그 출처가 제갈 가라는 건, 역시 이들은 제갈 가를 은신처로 두고 있나보다. 윤이 매구라는 걸 들었던 날부터 은연중에 품고 있던 의문 하나가 풀리는 듯 했다. 그러고보면 그 가주라는 사람이 윤에게 호크룩스를 만들어달라 청하기도 했었댔지. 그녀는 로켓이 있을 부분을 옷 위로 슬쩍 만지며 중얼거렸다.
"저도 알고보면 그 집안 사람이랑 다를 거 없을지도요? 나중가선 그 사람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무슨 짓이든 할지도 모르죠."
히히. 하고 웃는게 이번에도 그냥 해본 소리인가 싶다. 정말 그럴거냐고 물으면 그 땐 또 다르게 대답할지도 모르지만.
어디에 가느냐고 물으니 산책 겸 학생들이 주로 노는 곳이 궁금하니 안내해 달라는 부탁이 돌아왔다. 이건 좀 곤란할지도. 그녀는 기본적으로 혼자 다니기에 다른 학생들이 뭘 하고 노는지 잘 몰랐다. 애초에 친구도 없는 걸. 진짜 곤란한 표정으로 고심하는데 샤오가 다른 질문을 덧붙였다. 반사적으로 샤오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는 본의 아니게 뭔가 있지만 숨기듯이 대답해버렸다.
"어, 아뇨. 그런 일 없었어요. 정말, 진짜로요."
정말 그런 일이 없었다는 걸 강조하려고 고개를 가로젓기까지 했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과한 부정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과한 부정은 긍정이나 다름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뭐, 그건 상대가 판단할 부분이다. 그녀는 화제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앞선 부탁에 대해 말을 꺼냈다.
"방금 학생들이 어디서 노는지 궁금하댔잖아요. 제가 아는 건 라온에 나와서 간식 먹고 돌아다니는거나 교내에서 자기들끼리 뭘 하거나 그런거 뿐이에요. 전 항상 혼자 다니니까, 다른 애들이 뭘 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어울린 적도 없고."
윤하고도 가끔 마주칠 때나 같이 있지, 그렇게 자주 보는 편도 아니었다.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도 아는게 없어서 아쉽게 됐다며 어깨를 살짝 으쓱이다가 마침 좋은게 있었지 하고 떠올렸다.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거라면 해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거로 한곡 뽑아주는 거라던지."
그녀는 어깨에 멘 바이올린 케이스를 툭 하고 건드려보이며 말했다. 들을지 말지는 그가 대답하기 나름이 되겠지. 이대로 의미없는 대화를 하면서 산책이나 계속해도 나쁠 건 없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기울여 샤오를 보았다.
곤경에 빠진 그들에게 손 내밀 것인가, 말 것인가. 둘 중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는 제 몫이다. 언젠가 정말 그때가 와야, 어떠한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스베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당신을 따라 생각에 잠긴다. 불로불사를 노리는 것 같으면서도, 아니라니. 어찌 불로불사를 넘어선. 신이라도 되려는 것일까? 마냥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네. 마음속 여러 걱정 거리 중,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스베타는 슬몃 웃으며 당신의 물음에 답한다. 이전 당신에게 처음 부적을 받았을 때부터 길게, 그리고 무겁게 이어지던 다른 고민은. 제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 당신에게 물을 것이 아니었으니, 방금 전 당신에게 고한 고민이 근래에는 가장 큰 고민인 것은 사실이다. 스베타는 남은 차를 마셔 넘기고선 빈 잔을 내려두며 당신을 본다.
충고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에 그녀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대화를 두번째 하는 것 뿐이지만, 왜 이런 사람이 그쪽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걸 듣기 전까지는 이도 저도 아닌 이 느낌이 계속 될 듯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도르륵 굴렸다가, 다시 느껴지는 시선에 진짜 아니라며 다시 대답했다.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너무 애지중지 해줘서 오히려 제가 안달날 정도인걸요. 애초에 뭘 할 만큼 자주 만나지도 않아요."
학교라는 장소의 특성상 그러기 힘든 것도 한몫 했다. 어디서 누가 보고 있을지 모르는거니까. 괜한 소란은 일으키지 않는 편이 좋은거다. 윤을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그녀가 재차 내놓은 말에 샤오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저번엔 친구나 교수들이 어찌 되도 상관없냐- 뭐 그렇게 묻더니 이건 또 공감이 되나보다. 그도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그러면 왜 거기 있는건지, 불쑥 튀어나가려는 물음을 삼키고 샤오를 따라하듯 싱긋 웃으며 말한다.
"신청곡을 받을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잘 해요. 원래 아무한테나 들려주지 않는데, 샤오 씨니까 한두곡 정도는 해줄게요."
대단한 실력이 아니라 제 입으로 말하고선, 한곡 켜주는 걸 짐짓 엄청난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당당하다. 묘한 자신감 같기도 하고 아직 어린 아이의 치기 같기도 하고. 그런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그런 말도 했다.
"저 연주하는 건 그 사람한테도 아직 들려준 적 없어요. 가족 외의 사람한테는, 길거리 연주 말곤 샤오 씨가 처음이려나. 아, 이것도 그 사람이 알면 질투하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은 그녀는 달리 연주를 듣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장소를 옮겨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모처럼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