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나아졌어~~! 이제 약 안 먹어두 되겠는데 싶은정도~~~ 약 바꾸고 푹 자니까 금방 나아진거같애!! 아 일상은 돌릴 수 잇는건 맞는데 오후....즘에서 시간날것 같아 ㅠㅠㅠㅠ
새솔이 눈치없이 우산 두개 들고 올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ㅠㅠㅠ 자기 우산 하나쓰도 손목에 우산 달랑달랑........... 옆에 현이 친구도 우산 없어서 우산 하나 넘겨줘버리고 둘이 우산 같이 쓰면 되지 않을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앗 그것도 기엽다~~ 일어나라구 막 흔들다가 위에 엎어져서 꾹 누르고ㅎㅅㅎ
나는 괜찮으니까 될때 편할때 얘기해줘! 막 한쪽이 부담 갖고 그러는거 안좋으니까. 근데 주말 전부터 아팠던 것 같은데 되게 몸이 안좋았나보다 ... 이제 나아서 다행이야 ㅠㅠㅠ
역시 눈새솔인가 ... 현이가 솔이 손목에 달랑 걸려있는 우산 보고 남모르게 한숨 쉴 것 같앜ㅋㅋㅋㅋ 그래도 내색 안하고 고마워~ 하면서 쓰고 갈 것 같은데! 옆에 친구가 눈치채고 우산 없는척 가져가도 재밌을것 같곸ㅋㅋㅋㅋㅋㅋ 현이 위에서 누르면 으으윽 ... 하다가 갑자기 팔 확 들어서 끌어안을것 같다!
갱신할게!! 이제 시간이 났는데 현주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ㅠㅠㅠㅠ....!! 분명 처음에는 단순몸살이었던거 같은데 약이 안 받아서 속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약 바꾸니까 말짱해진 기분인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솔이야 당연히 우산 하나씩 써야 비 안맞지 하고 가져온건데.......옆의 친구가 엄청난 서포트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일어나라구 꾹 누르고 있던건데 그렇게 갑자기 안아버리면 ㅋㅋㅋㅋ!! 일어났으면 씻고 밥이나 먹으라고 하면서 일어나려고 노력하겠다ㅎㅅㅎ
앗 오늘 자러간걸까하구 있다가 자기전에 인사하러 왔는데 ㅠㅠㅠㅠㅠ!! 엇갈렸나??? 늦게 잔다 해두 내가 곧 잠들거 같구 ㅠㅠ.....
친구 서포트에 밥 사주는 걸까~~ 새솔이가 현이 반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눈치를 키워야할텐데......ㅎㅅㅎ............ 헉 ㅠㅠㅠ 새솔이 그러면 아현이가 안고있던거 풀고 일어나려고 했으면서 놔주면 자기가 꼭 안아줄지두~~~ 굿모닝키스 대신이라구 하면서~!!ㅎㅅㅎ
헉 오늘은 오전에 왔네!! 어서와~~~ 그래도 확실히 여유인건 저녁인거지?? 나도 지금은 밖이라 일상은 조금 이따가 시작할 수 있겠다!!
굿모닝 허그 좋아~~ 나중엔 굿모닝 키스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겠지 ... 이게 진정한 행복? 솔이는 머리도 기니까 샴푸 냄새 엄청 진하게 날 것 같아 ... 현이가 샴푸 냄새 되게 좋다 하면서 끌어안고 있을 것 같은걸!! 아현이 게임 간간히 하는데 잘은 못해! 솔이가 잘하는 편이라면 가끔 이길꺼고 그게 아니라면 막상막하? 둘이 스위치 같은걸로 나란히 앉아서 게임하는거 엄청 기대되는데! 나중엔 현이한테 솔이가 안겨서 게임하는 것도 기대된다!!
앗 현주 밖이구나~~! 확실히 여유인건 저녁이야!! 9시 쯤~~~이기는 한데 이전에 돌렸던것처럼 간간히 답레는 줄 수 있으니까~~~
나중에 현이 늦장부리면서 안 일어나면 계속 쪽쪽거리면서 언제 일어나냐구 투덜거리지도 않을까~~~ 굿모닝키스가 굿애프터눈 키스가 되겠다고ㅎㅅㅎ~~~ 샴푸냄새 좋다면서 끌어안고있으면 현이네서 잔날이면 너한테서도 똑같은 향 나거든? 할거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 자기집에서 자구 둘이 만난거면 부끄러워하면서 샴푸 바꿔버릴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할거같다!! 그리고 나중에 진짜 향이 바뀌었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더 아현이 취향인 향으로 바꾸고 너 이런 향 좋아하는거 아니었냐고 물어보면 좋겠다ㅎㅅㅎ 앗 게임!! 못하는구나! 솔이도 공부만 했다보니 잘하는 편은 아닐듯한데 뭐든 일단 잘해보자 하는 성격이니까 열심히할거는 같다!!! 자주하게된 게임은 잘할거 같고~~
일상은 주로 노트북 이용하는 편이라서 어디 자리 잡아야해 ... 볼 일은 다 봤으니까 다시 집에 갈 수 있게 됐어!!
허어어 솔이 투정부리는거 너무 귀엽다 ... 크아악 눈이 너무 부셔요 선생님 ... 같이 자고나서도 넌 머리가 길어서 샴푸 냄새가 잘나서 더 좋다고 끌어안고~~ 샴푸 향 바뀌면 바로 알아채서 샴푸 바꿨구나? 하는데 사실 현이는 솔이 껴안는게 좋아서 샴푸 냄새 핑계대는거고~~ 바뀌었는데 이런거 좋아하는거 아니냐면 그냥 너라서 다 좋은건데? 하고 웃으면서 말해주고!! 둘이 얼른 결혼해 ㅠㅠㅠ 현이는 예전엔 많이 했는데 그 반동으로 흥미를 많이 잃어버려서 ... 옛날에 했던 게임들은 그래도 잘하는 편이야! 요즘 게임들은 잘 못하구 ... 솔이랑 게임하면 둘 다 승부욕 붙어서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구 ㅋㅋㅋㅋ
일정이 들쭉날쭉이라 매번 다르지만 오늘은 귀가하는 때가 9시 쯤이라~~ 나도 그때서야 확실히 여유나는 거기는 해!!
그래도 안 일어나면 이제는 고통의시간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집을거야~!!! 앗 샴푸 냄새는 핑계였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솔이 영영 모르고 현이가 원래 이렇게 샴푸향을 좋아했나 고민하고나 있을거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는 많이 했었던 게임은 새솔이가 열심히 해도 질 거 같네!! 현이가 했던 게임하다가 분해가지고 요즘 게임들 연습해오는거 아닌가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에 게임 잘하는 애한테 부탁해서 게임 배우러 다니고~~ 그러다 오해 생길 수도 있으려나!!ㅎㅅㅎ
꼬집히면 그때서야 일어나지 않을깤ㅋㅋㅋㅋ 악악! 아파! 하면서 ㅋㅋㅋㅋ 눈새솔이 ... 나중엔 현이가 직접 말해줄테니까~~ 지금도 본인이 숨기고 싶은건 철저하게 숨기고 알려주고 싶은건 나지막히 알려줄 것 같은걸!! 그래도 몇번 져주려고 노력했는데 져주는 것도 쉽지 않아서 ... 앗 그렇게 배우러다니면 현이가 오해하겠다! 그래도 막 이유 같은건 들어보고 질투 쬐끔 하지 않을까!! 현이가 화를 잘 내는 편은 아니니까 ...
ㅋㅋㅋㅋㅋㅋㅋ 맞는말이라 반박 못하고 끄응하면서 일어나기 ... 그래도 같이 밥먹자고 밥부터 차려줄테니까~~ 지금은 숨기는거 ... 여자후배들이 알게모르게 접근하는거 철벽치고 있는거? 일단 현이도 엄청은 아니더라도 잘생긴 편이고~~ 조용하긴해도 챙겨주는건 잘하니까 알음알음 인기 있는 편 아닐까 싶고~ 여자친구 있는지 모르는 애들도 많을 것 같아!! 그 예쁜 사람 여자친구 아니야? 하면 아니 그냥 친구라던데?? 하는 말도 생길 것 같고! 솔이 승부심 자극하는거야? ㅋㅋㅋㅋ 그럼 더 해보고싶고 ... 현이 질투할때도 진짜 조용하게 질투나니까 그러지마 ... 하고 속삭일 것 같은걸! 솔이는 어떻게 표현하려나!
아현이 매번 밥부터 차려주는거 새솔이가 엄마냐고 물어볼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솔이가 아침 안 먹는다고 입맛없다고 하면 무슨 반응일지도 보고싶다~~ 아현이가 잘생기지 않았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새솔주가 처리했어ㅎㅅㅎ (??) 그거 아현이가 말해주면 나~~중 기준이면 ㅋㅋㅋㅋㅋ 새솔이 질투한다!! 새솔이는 자기도 모르게 철벽치구 있어서 접근하는 사람은 많아도 다 새솔이가 자기도 모르게 쳐내니까.......... 아현이는 이런 일로 질투할 일 없으려나?? ㅋㅋㅋㅋㅋ 게임 지기만 했는데 현이가 져주려고 했었다고 하면 승부심 불타오르지!!! 친구들한테 게임 과외(?) 받으러 피시방 가있을지도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아현이가 그러면~~ 새솔이~~~~~ 용기낸다~~~!! 차마 썰로 풀기는 아까워서 말못해 으악~~~~ 새솔이가 질투............ 혼자 기분나빠져 있을거 같다 아현이가 잘 대처할거 알고 아현이 인기 많은게 아현이 잘못은아니고~~그치만 질투는 나고!! 괜히 아현이 옆에 쫓아다니면서 기분만 나쁘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하지만 아현이는 매일 혼자 밥먹으니까 솔이 있을때는 같이 먹고싶구 ... 아침 안먹는다고하면 나도 안먹어~ 하고 같이 안먹어버리기! 배고파도 참는다 아현이!! 새솔주 언제 처리해ㅔ버린거야!! 새솔이 예쁜건 세상 사람들 다 알라고 내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다니고 있는데 그 사이에 처리해버리다니 ... 아주 좋아! 새솔이는 진짜 의도치 않은 철벽 장난 아닐 것 같은데 ... 그래도 접근하는 남자들은 있으니까 게임 가르쳐달라고하면 막 나서서 가르쳐준다고 할 것 같고~ 새솔이는 아무렇지 않게 그래! 할 것 같으니까 아현이가 질투하지 않을까? 적폐캐해일까 두렵다 ... 나중에 일상에서 들을래!! 새솔이 용기내는거 언제나 기대하고 있어!! 혼자 기분 나빠져 있으면 현이가 막 달래줄 것 같은데 내용은 비밀이야~~ 저번처럼 길게는 아니더라도 살살 잘 달래줄 것 같고!!
이제 집에 왔다!! 일상 돌릴 수 있게 되었어!!! 상황은 역시 2주쯤 지난때가 좋겠지? 이번엔 수업이랑 수업 사이 공강때 만난걸로 할까! 같이 밥먹고 카페도 갔다가 다시 수업하러 가는거지!
점심먹구 와서 늦게 봤다~~ 앗........... 현이가 그런 수를 놓는다면 새솔이는 밥 먹을 수 밖에 없어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이 때문에 현이까지 굶길 수는 없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주야말로 언제 소문내구 다닌거냐구~~~~~ 새솔이 철벽 진짜 심하지ㅎㅅㅎ 눈치도 없구~ 철벽도 심하구~ 근데 그렇다는걸 본인도 모르구~~ 그때 자유상황극에서만 봐서두ㅎㅅㅎ.................... 새솔아 이 영화 개봉했다는데 봤어? - 아 아직~ 넌 봤어? - 아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나도 아직ㅎㅎ - 그래? 난 친구(=현이)랑 보려고! 후기 알려줄게~ 이랬을거 같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폐캐해 아냐!!! 너무 잘 파악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나도 빨리 새솔이가~~~ 아현이한테 달려갔음 좋겠어~~~~ 으악 비밀이라니~~ 이것도 일상에서인가!!
수업이랑 수업 사이 공강~~~ 새솔이는 전공이었어서 왠지 물감 덕지덕지 바르고 나왔을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페는 어디로?? 고백했던 카페~~ 아니면 현이가 알바하는 카페?? 아니면 두 장소가 동일한 카페인가!?
새솔이를 밥을 먹이기 위한 현이의 계략이랄까 ... (대충 계획대로 짤) 나는 언제나 소문내고 다닌다구~~ 아니 그렇게 쳘벽치면 현이의 적들이 늘어나는거 아니야? ㅋㅋㅋㅋ 영화 같이 보러가자고 할라했는데 이미 그 자리는 언제나 현이 예약이라 들어갈수가 없는거 ㅋㅋㅋㅋ 반대로 현이도 응? 나 그거 솔이랑 보러갈라 했는데? 하고 웃으면서 말할 것 같고~~ 둘이 친구일때부터 완전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이라 ~~ 너무 설레요 선생님!!! 비밀은 일상에서 푸는걸로 하자 ><
맞아! 고백했던 그 카페~~ 현이가 알바하는 곳은 거리가 좀 있어서 버스 타고 가야해! 공강 시간에 거까지 가지는 않을테니까~ 다음엔 알바하는 카페에서 일상 굴려도 괜찮겠다!! 선레는 내가 써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개강한지 2주가 지났으니까 교수님들도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매주 과제들이 폭탄처럼 쏟아진다. 지금 내주신 레포트말고도 저번주에 다른 교수님이 내주신 것도 아직 다 못했는데 ... 그건 기한이 내일모레라서 후딱 끝내야한다. 오늘도 집에 가서 노트북 붙잡고 레포트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싼다.
" 아현아 밥먹으러 갈래? " " 아, 나 약속 있어서. " " 또 새솔이랑 먹으러가? 하여튼 아주 꿀이 폭포수처럼 떨어져요. 그럼 이따 저녁 같이 먹자. " " 그래그래. "
언제나처럼 다가온 친구들이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오늘은 새솔이랑 같이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공강시간이 겹치는 날이 별로 없어서 학교에서 만나기엔 좀 힘들었기에 이렇게 점심을 먹는 날엔 웬만해선 꼭 만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가방을 챙겨서 미대쪽으로 향한다. 아는 후배들과 선배님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미대 건물 앞에 와있다.
[나 너네 단과대 앞]
분명 실습 수업이었을 것 같은데.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톡을 보내놓고 네 단과대 앞에서 서서 기다린다. 내 얼굴을 알고 있는 회화과 몇몇 친구들도 인사를 해와서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준다. 우리 과만큼 미대쪽에도 자주 오니까 아는 얼굴들이 매일 늘어나는 느낌이다.
까맣게 꺼져있던 휴대폰 화면 위에 뜬 네 메세지를 보고서는 손이 바빠진다. 다행히 강의는 끝났고, 정리 중이던 때다. 원래는 앞치마만 하고 다녔지만, 오늘은 너와 점심 약속이 있기에 조금 차려입은 탓에 토시까지 제대로 다 무장을 했더라. 저답지 않다며, 누가 그림 그리는데 그런 옷을 입고 오냐며 놀림 받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들지 않겠냐고, 제게 뭐라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남친?"
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친구가 입을 열었고, 다른 친구가 대답한다.
"남친~"
아니라고 반박지도 못하고 얼굴만 살짝 붉히니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남친보러 간다 가. 이따 오늘 누구 야작하는지나 알려줘!"
스니커즈 리본끈이 풀린 것도 모른채 강의실을 뛰어나간다. 웬일로 높게 묶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치맛자락이 나풀거린다. 제가 느끼기에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뛰어가면서 대충 옷자락을 살펴본 결과, 아이보리색에 밝은 원피스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위에 걸친 연한 갈색 카디건에도 물감 자국은 없다. 얼굴에 남아있는 물감은 확인할 새가 없었다. 아는 얼굴이 많아서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냐는 둥, 오늘따라 꾸몄다는 둥 붙잡는 사람이 많았지만 인사로 얼버부리며 모두 지나쳤다.
"현아!"
그렇게 결국 널 보러 오면, 네 말대로 벌써 이 앞까지 와 있는 네가 저기 서 있다. 네 이름을 소리내 부르고는 옆으로 다가간다.
아마 새솔이가 벽을 쳐도 안쳐도 아현이는 적이 많았을거 같지만ㅎㅅㅎ...............!! 중학생 때부터 많지 않았을까 싶기두?? 새솔이는 쭉 눈새+철벽이라 아무도 옆에 가지를 못 했는데 아현이는 당연하단듯 옆에 있고~~ 중학교때는 오히려 새솔이가 아현이를 쫓아다녔으니까!! 응~!! 일상에서 다 풀어버리자!!
현이가 알바하는 곳은 거기보다는 멀구나! 선레 써와줘서 고마워~~ 이번 일상은 좀 달게 하려고 작정해봤어ㅎㅅㅎ......!!!
단과대 앞에서 널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는 얼굴들이 계속 인사를 해온다. 솔이가 회화과에서 거의 간판인만큼 옆에 붙어다니는 나도 자연스럽게 얼굴이 알려질 수 밖에 없나보다. 물론 별로 좋지 않은 시선도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솔이에게 접근했던 남자애들 같다. 솔이의 자연스러운 철벽에 당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나한테 적의를 품는게 당연하니 그런 시선조차 익숙하다. 그렇다고 시비를 걸린적은 없기도 하고.
" 넘어지겠다 넘어지겠어. "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바라본다. 오늘 실습이 있는 날인데 원피스에 카디건이라니, 저렇게 입고 실습을 했으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신경을 썼는지 옷에는 물감 하나 안묻어있었지만 네 얼굴에 물감 자국이 조금씩 묻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급하게 내려온건가 싶어서 웃으면서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페이스 페인팅 실습이라도 한거야? "
큭큭대며 얼굴에 묻어있던 물감들을 슥 지워준 뒤에 쪼그려앉아서 풀려있는 네 신발끈도 단단히 묶어준다. 이러고 오면 오다 넘어진다니까, 같은 잔소리도 한마디 해주면서. 높게 묶어올린 머리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네 손을 자연스럽게 잡으면서 말했다.
" 오늘은 특별히 더 예쁜것 같은데? "
학교에서 평소처럼 만나는건데 신경 쓰고 나왔다는 사실에 좀 기쁘기도 했고. 나도 너를 만난다는 사실에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나오기는 했다. 검은색 슬랙스에 오버핏 남색셔츠를 잘 넣어서 정리하고 그 위에 갈색 카디건을 매치했으니까. 우연찮게도 같은색의 카디건이라 누가 보면 커플룩인줄 알겠네,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했다.
" 뭐 먹으러 갈까. 먹고 싶은거 있어? "
나보다 새솔이 음식 취향이 까다로운 편이라서 그녀에게 맞추는게 더 좋았다. 괜히 나 먹고싶은거 먹으러 갔다가 솔이 입에 안맞는건 사절이다.
허어어 ... 중학교땐 그렇게 시비 걸려서 싸우기도 하지 않았을까! 솔이한텐 왜 싸웠는지 비밀로 하고선 그냥 먼저 시비 걸길래 때렸는데 무슨 문제라도? 하면서 다니고 ... 고등학생땐 거의 단 둘이 붙어있는데다가 현이도 조용하게 변하고 좋아하는 애들도 그냥 시비 안걸고 속으로 부들부들 했을 것 같다! 고등학생땐 싸우면 거의 99% 로 네가 왜 솔이 옆에 있냐 어쩌구~~ 하면서 싸웠을 것 같은데!!
달달한 일상 ... 기대할께!! 나중엔 현이 일하는데 불쑥 찾아오는 일상도 재밌을 것 같아!!
뿌듯하게 웃더니, 물티슈를 꺼내며 건넨 네 말에 고개를 갸웃인다. 페이스 페인팅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더라. 꺼내진 물티슈가 얼굴로 오자 그제서야 눈치채고 쿡쿡 웃음소리가 난다.
"왜, 너도 해줄까?"
물감을 닦고나면 너는 이번에 갑자기 몸을 낮춘다. 이번에는 또 무엇인가 하고서 너를 쫓아 시선을 내려보면 신발끈이 풀려 있었다. 넘어지겠다는 말이 한 번 더 나오자 으으으음, 길게 고민하는 소리는 내다가 답한다. 개강총회 때 술기운이 많이 올랐던 것은 맞지만, 잊은 것은 하나도 없고 네가 해준 말도 제가 한 말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벌써 너를 제 남자친구로 생각한지 2주는 되었다.
"넘어지면 잡아줄 사람 여기 있잖아."
그 말을 하고 있으니 네가 제 손을 잡았다. 방긋 웃으면서 그 손에 깍지를 끼며 고쳐 잡는다.
"덕분에 죽을 뻔 했다니까?"
실습 내내 물감이 튈까봐 조심해야 했고, 주변에서는 계속 달달 볶아대고, 치마를 잘 안 입어버릇하니 스스로도 행동거지가 어색해서 꽤 곤란한 일이 많았다. 그래도 네게 더 예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으니 가끔은 이렇게 꾸며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한다.
"먹고 싶은 거... 매운 거. 엄청 매운 거."
네가 안 된다고 할까 싶어서 조금 텀이 있었다. 먹고 싶은 거라고 하면 늘 바로 떠오르는 두 가지가 매운 음식과 아이스크림이다.
그렇게 시비가 걸려써 싸우기도..........?!!! 새솔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솔이 비밀로 하면 진짜 영영 모를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암것도 모르구 또 왜 또 싸우냐고 시비 걸리면 무시하라구 잔소리나 했겠다ㅎㅅㅎ..... 네가 왜 솔이 옆에 있냐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새솔이가 그거 들으면 어이없어지구 왜 내친구한테 시비거냐고 한마디 했겠다......... 그 의미로 왜 솔이 옆에 있냐한게 아닐 확률이 높겠지만 모르겠지ㅎㅅㅎ..........
옷은 이렇게 깔끔하게 하나도 안묻혀놓고 얼굴에 묻히고 나타나다니 그만큼 집중해서 한 것이겠지. 전부터 너는 하고자 했던건 뭐든 엄청 열심히 하는 편이었으니까. 뭐든 중간만 가자고 생각하는 나랑은 좀 달랐지만, 그래서 너가 나에겐 좀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해준다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네 신발끈을 묶고 있으니 네 말이 들려온다.
" 평생 내 옆에 있게? "
다른건 똑부러지면서 이런건 덜렁대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네 매력포인트라고 생각이 들다니 이게 콩깍지인가 뭔가하는 그런건가보다. 나보고 잡아줄 사람이라고 하다니, 내가 평생 옆에서 붙어다니면서 너가 넘어질때마다 잡아줄거라고 생각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다면 당연히 답은 Yes.
" 내 눈에 예쁘게 보인다는 목적만 달성했으면 되는거 아니야? "
다음부턴 좀 편하게 입고 나와도 된다고 말하려고했지만 기껏 네가 이렇게 입고 나와준 성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내 말대로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한 이유도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서일테니까. 거기에 올려서 하나로 묶은 머리가 새로운 이미지라서 한껏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 매운거 먹는건 좋은데 다음날 배탈 나는거 아니야? "
거기다가 아직 수업도 남았는데 다음 수업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었다. 물론 내가 매운걸 잘 못먹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다른 메뉴를 먹으면 되는 일이고. 먹고나서 속 아프면 어쩌나 싶었지만 일단 네가 먹고싶은 것이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어느 정도는 장난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대답하지 못 했었다. 네가 결혼해야지 별 수 있느냐고 했던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지금 이렇게 물어본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장난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네 옆에 있고 싶다는 건 진심이다. 제 옆에 네가 없는 건 싫었다. 네가 남자친구로서 좋고 싫고 그 이전의 문제였다. 그래서 얼굴이 조금 화끈거린다고 생각하며, 대답을 끝내면 네가 대답을 언제 돌려주든 너를 계속 보고 있자면 더 화끈거릴 것만 같아 고개를 돌렸다.
"됐네요, 옛날부터 너 빼고 다 예쁘다고 했거든?"
문득 생각나는 건, 개강총회 때 너희 과 여자아이들이 하던 말이다. 견제한 거냐니 물어본 그 아이들의 말에 너는 답하지 못 했다. 그리고 그때 예쁘다는 말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건 낯간지럽고, 오글거린다 생각했다. 그래서 괜히 흘러내린 잔머리카락만 귀 뒤로 넘기면서 말을 끈 탓에 덧붙이는 사이의 공백이 길었다.
"그래도 네가 예쁘다고 해준게 ."
머리카락을 묶어올린 탓에 드런나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스치는 것조차 신경이 곤두서 간지러운 느낌이다. 너와 있으면 간지러운 기분이 왜 이렇게 많이 드는지 모르겠다.
"야, 나 이제 매운 거 잘 먹는다?"
친구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가 그래봤자라는 말을 들었다는 건 꺼내지 않았다. 네가 고개를 끄덕이면 허락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환히게 웃는다. 학교 근처 매운 음식을 파는 가게 리스트 쯤이야 머릿속에 언제나 정리되어 있다. 그 중에 안 매운 메뉴도 같이 파는 곳,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간추리는 건 쉽다.
"새로 생긴 돈까스집 엄청 맵대."
너와 저가 갔던 카페. 네가 고백했던 그 카페 근처 어딘가 있다더라 얘기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어쩐지 방향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실버타운도 같이 들어가기로 약속했잖아. 저번에 나누었던 장난 같던 대화까지 덧붙이며 널 바라본다. 이젠 이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면 너도 나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단걸까. 사실 우리가 연인 관계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네 옆에 항상 있고 싶었다. 그건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난 조금 더 욕심을 냈고, 그렇게 너에게 고백을 했다.
" 그만큼 내가 해주는 예쁘단 말은 유니크한거 아니야? "
그야 예전엔 주변에서 너가 아무리 예쁘다고해도 시큰둥했으니까. 객관적으로 봤을땐 예쁜건 나도 잘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걸 너에게 말해주는건 별개의 얘기였다. 굳이 그런 얘기를 할 생각도 없었고 필요성도 못느꼈다. 그땐 정말 친구였으니까. 주변에서 걔 좋아해? 라고 물어보면 말없이 주먹을 들어보이던 시절이다. 지금은 유새솔이라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지만. 하지만 좀 뜸을 들였다가 너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결국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없이 잡고 있는 손을 끌어서 내 쪽으로 당겨온다.
" 먹는건 좋은데 적당히 매운걸로 먹어야해. 너무 매운거 먹고 또 속아프다 어쩌다하지 말고. "
너 다음 시간에도 수업 있는거 기억하고 있지?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바라본다. 그 정도는 알아서 조절할 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난 8년간의 시간동안 너를 지켜봐온 내 빅데이터가 결과를 부정적으로 도출하고 있어서 한마디 얹는다. 쉬는 날이었으면 뭘 먹던간에 다 허락해줬겠지만 오늘은 수업도 더 있는 날이니까. 새로 생긴 돈까스 집이라, 대학가에서 새로 생기는 식당은 맛없지만 않으면 언제든 환영이다. 결국 가는 곳만 가게 되는 대학 라이프에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니까.
" 근데, 그 카페라면 그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인데? "
저번에 내가 고백했던 그 카페 근처라고 했는데, 거긴 이 방향이 아니라 반대다. 그래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네 팔을 잡아 끌어서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본 것 뿐이니 분명 깊게 생각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제 옆에 네가 정장을 입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얼굴만 새빨개지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말하지 않으면 네가 무슨 대답을 하든, 아예 대답을 하지 않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키득거리며 웃어봤지만, 제 웃음소리가 금방 작아졌다는 걸 저도 알았다.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린 건 숨길 수도 없어 제 손등을 뺨에 올려 좀 식혀본다.
"개뿔이 유니크야."
칭찬 안 해준 거란 말 밖에 더 되드냐고 작게 궁시렁거린다. 네가 손을 끌어 당기면 그만큼 너와 제 거리가 가까워진다. 웃는 걸 보니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더라.
"뭘 잘했다고 웃어, 니가 하도 안 해줘서 그런 거잖아."
하고 싶은 말이 툭 튀어나온다. 예쁘다는 말을 견제하느라 안 해준 거라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 니 여자친구니까 견제 안해도 되잖아."
말하면서도 헷갈린다. 제가 지금 네게 무슨 말을 하는건지, 네게 예쁘다는 말 못 들은게 그렇게 서운했었나 생각한다. 남들이 다 해주는 칭찬을 안 해주는게 서운했던 건지, 오로지 네가 해주지 않아서 서운했던 건지 이유를 고민했다. 분명 예전에는 네가 예쁘다 해주지 않으면 니 눈이 삐었다느니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는 아프다고 말하라매. 그리고 진짜 나 매운 거 좀 먹는다니까?"
가늘게 뜨고서 저를 바라보는 네 눈을 똑같이 바라본다.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지만 네가 걱정해주는 건 좋았다. 네 걱정이 과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반면에는 그런 걱정이 따듯해서 좋았다.
"엥?"
단순한 길치일 뿐인지라, 네가 끌어주면 그대로 널 바라보고서 멈춘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두 방향을 두리번거린다. 이쪽이 그쪽이 아니라면 제가 가려던 방향은 원래 어디로 가는 방향인가 하고 멈춘 것이다.
얼굴 빨개지는거 봐. 본인이 그렇게 말해놓고 부끄러워지는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엄한 생각은 아닐텐데 결혼식 장면이라도 상상하고 있는건가? 빨개져버린 얼굴을 식히려는지 제 손을 들어서 뺨에 가져다댄다. 밖에 오랫동안 있어서 약간 차가워진 손을 너의 뺨에 살짝 가져다대며 웃어보인다. 어후, 뜨거라.
" 그래서 이제 예쁘다고 많이 해주잖아. 내꺼니까. "
생각보다 반응이 좀 쎄게 나오는데? 평소에 내가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은게 신경 쓰였나, 하고 생각한다. 예전 같았으면 니가 이상한거다 어쩌다 하면서 말했을텐데. 예전에야 친구였으니까 그렇게 얘기할 필요성을 못느꼈고 너를 좋아하게 되고 난 이후부터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더욱 안하게 되었다. 어차피 네 옆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건 나일텐데 뭐가 불안해서?
" 아프면 내가 챙겨줄 수 있는데 수업 들어가면 그게 안되니까 그러는거잖아. "
물론 친구들이 챙겨주겠지만 그건 그거고. 수업중에 집중 못해서 끙끙대는걸 보고있자니 차라리 그냥 덜 매운걸 먹이는게 낫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너가 먹고싶다니 몇번 설득해도 안되면 그냥 먹으러 갈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나 길치인 너는 목적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라.
" 거기로 가면 인문대야. 우리 갔던 카페는 이쪽이라구. "
학교 안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갈 생각인건가 싶었다. 어쨌든 너가 가려는 방향이 어디인지는 알았으니까 그대로 네 손을 잡고서 저번에 갔던 그 곳으로 향한다. 깍지 낀 손이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가는 중간중간에 아는 얼굴들을 마주치고, 우리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에도 다들 놀래는 모습 하나 없이 웃으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음, 방금 걔네한텐 사귄다고 얘기 안한 것 같은데.
" 너 매운거 먹고 아이스크림 먹을꺼지? "
안들어도 다 알아. 마침 근처에 자주 가던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다. 어쩐지 너가 가고싶어하던 동선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네가 방금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너는 저와의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소리다. 얼굴이 식을 새가 없다. 저도 너와의 결혼에 싫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지만, 너한테 청혼을 해야겠다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너를 좋아하려고 애쓴지도 이제 고작 보름 남짓하게 지났는데, 결혼을 생각해봤을 리는 만무했다. 너와 같은 마음을 가지겠다고 할수록 네 마음은 매번 생각보다 더 큰 것만 같아 놀라고 만다.
"뭐야, 왜 이렇게 차."
제 얼굴이 뜨거운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네 손이 너무 찬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찬 것이 닿아 몸이 움찔거리며 놀랄 정도였으니 제 뺨에 닿아있는 네 손을 제 손으로 감싼다. 제 손으로 감싼 네 손에 뺨을 좀 더 온전히 기대면 찬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밖에 오래 서 있었나 싶어진다.
"미쳤나봐, 뭐래? 난 내 꺼거든!"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데 그런 대사를 들을 줄은 생각도 못한 반응이 고스란하다.
"안 아플만큼 매운거 먹을테니까 걱정 집어넣으시지~"
매운 거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된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달고 시원한 걸 먹으면 분명 괜찮아지리라고.
"나 졸업할 때까지 학교 길 못 외울 듯."
진심이었다. 그래도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옆에는 늘 네가 있을테니 별로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이제는 너와 손도 잡고 다니는데, 옆에 있는 네 손을 잡고서 길을 잃을 일이 있을까 싶다.
"당연ㅎ, 가 아니고. 왜? 먹으면 안 돼?"
아까 했던 생각이 그저 생각이었던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하기라도 했나 싶다. 정곡을 찔려서는 너를 바라본다.
중학생들이 사귀어도 자기들이 사귈때는 결국 결혼에 골인할거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만남이 아닌 이상 누구나 이 연애의 끝은 결혼의 시작이라고 생각할테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새솔이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얘도 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테고 나보단 느리겠지만 내가 노력한다면 천천히 나와 같은 마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다 네 손이 내 손을 감싸쥔다. 그렇게까지 오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으니 차가워질만도 하다. 그래도 네 얼굴이 좀 식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지만.
" 역시 반응이 재밌다니까~. 그렇다고 농담이라는건 아니지만? 공동소유로 하는건 어때? 대신 나를 줄께. "
부끄러워서 저런 반응을 하는 거겠지. 톡하고 건드리면 우와악하고 나오는 저 반응이 재밌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주 놀리곤 했는데, 그건 우리가 연인이 되고 나서도 바꿀 생각은 없다. 물론 놀림의 강도 자체는 좀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반응은 나오니까 상관 없겠지. 하지만 너가 내꺼라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 내가 맨날 같이 있어줄테니까 외울 필요는 없겠지만. "
나도 학교 지리를 다 외운건 아니다. 학교가 워낙 넓은 것도 있지만 항상 가는 곳만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충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머릿속에 있으니까 방향 정도는 알고 있지만 우리 새솔씨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내가 같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고싶은 곳이 있으면 업어서라도 데려다줄테니까.
" 아니 그냥 네가 생각하는게 훤히 다 보인다 싶어서. 근처에 우리 가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잖아. "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조그마한 가게인데, 수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다. 가격대도 괜찮은데 양이랑 맛도 좋아서 예전부터 자주 찾는 곳이다. 그 카페 근처에 있는 가게라서 아마도 매운걸 먹고 거기갈 생각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해봤을 뿐이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우리가 갔던 카페 근처에 도착했다.
" 그 돈까스집 이름이 뭔데? 알려주면 내가 찾아갈께. "
네가 이름을 알려주면 금방 검색해서 식당으로 찾아간다. 학교랑은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없어서 자리 잡기는 쉬웠다. 대충 사람들과 좀 떨어진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서 네게 메뉴판을 건네준다. 보나마나 고를건 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