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잘마셔도 솔이 앞에서는 못마시게 해야겠다 ... 현이는 보통 정도로 먹는 편! 나중에 개강총회 같은거 할때 끌려갔다가 인사불성 되어서 친구들이 솔이한테 연락하는 상황을 하면 되는겁니다! 솔이는 그렇게 되면 다음날 화내는편? 현이는 솔이가 인사불성 되면 화내는 편이야. 물론 엄청은 아니고 핀잔 주듯이?
자유 상황극 돌리면서 찌를까말까 고민 엄청했는데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쓰앵님 ... (절한다) 일단 목표는 둘이 결혼시키는거야(???)
이번년도는 솔이랑 다른 남자애가, 다음 년도는 현이랑 다른 여자애가, 졸업하는 년도엔 둘이 같이!! 하는게 가장 맛있을 것 같은 루트다. 드디어 같이 하게 되었다면서 살짝 웃는 현이가 포인트니까 밑줄 쫙!
솔이가 먼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 퍼붇는 것도 보고싶고 ... 하고싶은게 너무 많다! 천천히 다해보는걸로 해야겠다 ...
>>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이 앞에서 안마셔도 친구들이 솔이한테 연락하면 끝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 토만 안 하면....사고만 안치면 그래도 봐주지 않을까?? 현이 집 데려다준다고 모셔다줘놓고는 솔이도 체력적으로 같이 뻗어버리면... 아현이 반응 어떨지 궁금하기두 하고 ㅎㅎㅎㅎㅎ 솔이가 인사불성...... 솔이는 씁찔이니까 술 싫어하지~! 술 쓰고 맛없으니까 한번 술자리 가게되면 안주 엄청 먹어야 몇 잔 먹을까 말까 아니려나? 맛없어서 안 먹어! 칵테일 같은거는 도수 높은 줄도 모르고 맛있다고 홀짝이다가 뻗을 수도 있겠지만..... 솔이가 인사불성되는 일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구구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두 절올리겠습니다 (절) 와 이제 실버타운이 신혼집 되는거야??
앗 마지막에 드디어 둘이 같이~~! 라는 느낌이네!! 매우 좋습니다 시험에 나오는거죠 단디 외웠습니다
아현이 마음 = 새솔이 마음이 되면 솔이가 먼저 애정공세 퍼붓는 거 보기 어렵지는 않을걸?? 당연히 다해봐야지~~ 결혼까지 시킨다며(??)
>>31 솔이가 술먹고 뻗으려면.... 현이랑 같은 술자리에 있다가 너무 마시는 거 같아서 대신 몇 번 마셔줬다가 뻗는 루트 밖에 생각안난다!! 으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닉오는 걸 솔이가 봐야하는데!! 앗 몰래 볼에 뽀뽀하는 타이밍에 일어나버렸으면 좋겠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잠투정 소리만 낸거였어도 좋겠기도 하고 크아악
??? 진짜로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아??.....???
앗 좋아!!! 집 생기고 나서 대망의 첫일상 주제는......뭐려나!! 역시 데려다주고나서 다음날??!
눈이 번쩍 뜨여진다. 분명 아침 햇빛이 창문을 가려둔 커튼의 틈 사이로 들어와야하는데 주변은 온통 새카맣기만 하다. 어제 집에 들어와서 솔이와 잠깐 연락을 하고선 약을 먹고 잠이 든 것까지 기억이 난다. 힘겹게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다섯시. 몸이 으슬으슬한 것을 보니 이번에도 꽤나 아플 모양이다. 기침은 안나는 것을 보니 단순한 몸살인것 같아서 이불 속으로 좀 더 몸을 파고들어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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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핸드폰 진동소리에 살짝 놀라서 잠을 깬다. 방학이라고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알람을 꺼두지 않아서 평소 학교 가는 시간 그대로 일어났다. 아, 멍하다. 하지만 약을 먹고 자서 그런걸까 어젯밤보단 몸이 한결 가뿐하다. 평소 몸상태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떨어져있긴 했지만. 일어나기 싫다는 몸뚱아리를 억지로 일으켜서 물을 한잔 마시고선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잘잤어?]
하고 솔이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어젯밤에 잔다고 한 이후로 카톡이 끊어져있다. 그러다 어제 고백한 사실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고백이 성공할지 정말 몰랐는데, 아마 솔이도 얼떨떨한 기분에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귀게 되었으니 그 이후의 몫도 내 것이다. 오늘도 만나러 갈 생각이었지만 머리가 무거워서 나가봤자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할 것 같아 한 줄의 톡을 더 보내본다.
[오늘 우리집에 놀러올래?]
평소에도 자주 오는데다가 뭐만 하면 무단침입해서 들어와있는게 일상이니까 어렵지는 않겠지. 아니지 아니지.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잔뜩 얼어버리는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평소 성격이 성격이니까 금방 적응할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아침 일찍 톡을 보낸 것 같아 답이 바로 올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서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인다. 한여름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너 곧 있으면 방학 끝이야, 이제 아침에 일어는 나있어야지! 이불을 걷어버리는 손길에 일어나서 눈을 부빗거렸다. 출근길에 집을 나서려는 사촌 언니의 손길이었다. 잠결에 어영부영 언니를 배웅해주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풀썩 몸을 뉘이고 지금 몇 시인가, 머리맡 어딘가에 내려뒀을 휴대폰을 찾아 손을 더듬거린다. 손에 익숙한게 잡히면 시간을 확인하려고 하기 전에 네게서 온 연락이 눈에 들어온다.
[ 류아혀니혀니현 : 잘 잤어? ] [ 류아혀니혀니현 : 오늘 우리집에 놀러올래? ]
잠이 확 깨는 기분에 상체를 번뜩 일으켜세운다. 간밤에 어제 너와 있었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 잠을 설쳤다. 덕분에 더 잘 생각이 잔뜩이었는데,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안읽씹이라고 불리는, 알림창에 뜬 것으로 미리 메세지를 확인하고서 카톡을 누르지도 못한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에 어떤 식으로 너와 대화했었는지 되새겨보고 나서야 카톡을 누를 수 있었다.
[ 누구 덕분에 못 잤는데 ] [ 너 몸은? ] [ 빌빌대고 있으면 안감 ]
보내고 나서야 여자친구같은 부분은 하나도 없지 않나 싶어졌다. 그렇지만 살갑거나 달달하게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것이었으며 아직 너를 온전히 남자친구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카톡을 보내놓고서 잠깐동안 눈을 감고서 누워있으니 우우웅, 하고 진동이 세번 연달아 울린다. 핸드폰쪽으로 몸을 돌아누워서 엎어놓은 핸드폰을 들어서 내용을 확인한다. 평소와 같은 어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버린다. 사귀기로 하긴 했는데 여전히 친구 같긴하네. 하긴 나도 아직까지 연인 같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으니까. 그냥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가 딱 적당할 것 같다.
[아직 괜찮아지지는 않은 편?] [피곤하면 좀 더 자.] [조금 보고싶긴한데 피곤하다니까 내가 참을께.]
큭큭대면서 마지막 문장까지 다 쓰고서 전송 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돌돌 말고 있던 이불을 풀어헤치고 슬금슬금 바깥으로 기어나온다. 어제 씻고 바로 잠들어서 그런가 머리꼴이 말이 아니네. 까치가 한마리가 아니라 몇마리가 와서 집을 지은 것마냥 부스스해서 조금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들어간다. 새벽부터 아침의 공기는 이제 서늘해서 화장실의 공기가 피부를 스칠때마다 움찔움찔하지만 금방 나온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시자 조금 기분이 괜찮아진다.
' 아침밥은 별로 안땡기는데. '
씻고 나와서 잔뜩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털어내면서 냉장고를 바라본다. 안에는 반찬들이 몇가지 들어있었고 밥솥에는 어제 먹다 남은 밥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되지만 식욕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모든게 귀찮을뿐이었다. 하지만 젖은 머리로 다시 눕는건 머리를 감은 이유를 그대로 답습하는 행위였기에 드라이기를 손에 들고 천천히 말리기 시작한다. 머리 다 말리면 조금 더 잘까 싶어서.
일부러 한 글자씩 뚝뚝 끊어보냈다. 정말로, 오로지 네 탓이니까 아직 괜찮아지지는 않은 편이냐고 물어보는게 얄미워서였다. 피곤하면 더 자라니, 누구 덕분에 잠이 다 깨버렸는데. 억울해서 몇 글자 더 보내려다가 이번에는 아예 읽씹을 해버렸다. 보고 싶다는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손가락이 멈췄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시간 동안 고민했다. 휴대폰을 붙들고서 답장을 전송했다.
[ 기다려 ]
전송하고서는 폰을 충전기에 꽂아두고서 다시 방 밖으로 나왔다. 언니가 아침을 먹고서 치워두지 않고간 흔적을 후다닥 치운다. 반찬은 다시 냉장고에, 식기는 빠르게 설거지하고, 그러고 있으면 네 생각이 난다. 어제 약은 먹고 잔 것 같은데, 오늘 아침에 약 먹을 필요가 있는 상태인지 없는 상태인지. 어제 그래놓고 아침 거르면 빌빌대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거 아닌가, 그러다 이 걱정은 친구로서인지 연인으로서인지 헷갈리고 만다.
[ 그래서 너 몸은? ] [ 세번 물어보게 하면 때리러 간다 ]
설거지를 끝내고서 다시 침대가에 돌아와 폰을 붙잡았다. 도도독, 타자치는 소리가 들린 이후에는 다시 방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화장실로 향한다. 방학 아침부터 이렇게 부산떨 일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어제 아팠으니까, 그런 네가 보고싶다고 하는데 먼 거리도 아니고 근처에 사니까. 이 정도는 가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명색이 여자친구인데 가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린다. 수건으로 말리고 헤어 드라이기로 말리고 해도 길고 구불진 머리카락들은 그리 빨리 마르는게 아니라, 네게 답장이 와있을까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폰을 확인했다.
갑자기 진동이 마구마구 울린다. 씻고 있어서 울렸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기에 너한테 온 카톡이라곤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보지는 못하고 샤워를 마무리한다. 젖은 머리로 오래 있으면 당연히 몸에 안좋을 것이란걸 잘 알고 있기에 아침밥을 뭘 먹을까 고민하며 머리를 말리다가 내린 결론은 먹지 말자! 였다. 평소엔 그래도 잘 챙겨먹는 편이니까 오늘 하루쯤은 걸러도 되겠지.
[얼른 괜찮아져야할텐데. 내가 좀 더 노력할께?]
어쩐지 진동이 엄청나게 울리더라니 한글자씩 끊어서 보내서 그런 것이었다. 뭐지, 내가 보낸 어떤 문장에 저렇게 뿔이 나버린 것이지, 하고 고민하다가 첫줄로 보낸 문장을 보고 오해했나싶어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내 몸이 별로라는 뜻이었는데 내가 너한테 묻는줄 알았나보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답장을 보내고서 머리를 다시 말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기다리란 카톡이 온다. 정말 집으로 올껀가봐.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야. 근데 죽을 정도는 아니고~]
세번 물어보면 때리러 온다는 말에 후다닥 답을 보낸다. 이걸 빌미로 오라고할까 싶었지만 기다리란 말을 한 것을 보면 애초에 올 생각인 것 같으니 이 이상 자극할 필요는 없다. 우리 솔이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내가 건강해졌을때 분명 한대 때릴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게 내 머리를 다 말리고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하, 좀 춥네.
[오늘 놀러가기로 했었는데 아파서 미안. 내일이나 모레 놀러가자.]
물론 동네 마실이니까 별건 아니겠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렇게 보내놓고 너의 답장이 올때까지 눈을 감고 있기로 한다. 샤워를 해서 뽀송한 기분으로 누워있으니 한결 낫다.
휴대폰에는 알림이 떠 있었다. 2개의 메세지. 그러나 아까 기다리란 말을 보냈을 때 미처 답하지 못한, 좀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몰라서 또 답장이 늦어진다. 알림창으로 확인한 것이니 네게는 읽음 표시도 뜨지 않았겠지만, 원래 네 연락만큼은 곧장 답하고는 했었으니 괜히 제 발 저리고 있다.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 때문인지 또 어제처럼 열기가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 뭐래 ] [ 뭘 어떻게 노력한다고 ] [ 빌빌대지나 마 ]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답장에 가도 되는건가, 고민했다가 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보고 싶다고 했던 걸. 그리고 어차피 너를 만나지 않으면 이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 그냥 아무 그림이나 연습이랍시고 그리러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래도 혼자인 건 똑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플 때 혼자 있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서 대강 마른 머리카락에 드라이기를 내려놓는다. 이 긴 머리를 꼼꼼히 다 말리고 가려면 아침에서 점심이 다 되갈 때 가겠다 싶었다. 늘 하고 다니던 실핀을 골라 앞머리에 꼽는다. 오늘은 노랑색과 하늘색이다.
[ 별 걸 다 사과해 ] [ 지금 감 ]
남자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집으로 가고 있는데다 이미 편한 모습이란 편한 모습은 죄다 공유한 너다. 밑단을 두세번 접어올린 트레이닝 팬츠에, 똑같이 소매 끝을 접어올린 얇은 맨투맨 한 장을 입고서 집을 나선다. 휴대폰만 손에 들려있었고, 아침을 먹지 않았단 것도 양말이 짝짝이란 것도 모르고 있었다. 짝짝이라고는 해도 똑같이 흰 양말에 발목 길이와 디테일적인 부분만 다른 것이었지만.
본래라면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답이 빠릿빠릿하게 날아와야하는데 어쩐지 오늘은 답이 늦다. 씻고 집을 정리하느라 핸드폰을 잘 못보는걸까. 답이 빠를수도 느릴수도 있는거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사실 머리가 좀 아파서 주기적으로 때려오는 고통에 생각이 이어지다가 끊어져버리니 길게 생각할수도 없다. 그러다 답장이 와서 확인하자 솔이다운 답장이 와 있어서 웃어버린다.
[그럴땐 많이 아파? 하고 물어봐야지.] [기대하는 내가 바보긴 하지만~]
처음에 널 만났을땐 키도 작고 아담해서 말도 잘 못하는 소심한 성격인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처음부터 뱉어내는 말이 너의 첫인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인상깊었다. 지금도 첫만남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서 떠올리려고하면 그때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수준이니까. 근데 이렇게 살살 놀리다가 진짜 한대 맞는거 아닌가 몰라.
[빨리 와~] [보고싶으니까.]
이제 온다는 말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눈을 감는다. 어차피 우리집 비밀번호는 알고 있을테니까 내가 굳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다 눈을 살짝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제 청소를 안하고 자서 집안 상태가 엉망이네 ... 그래도 여자친구가 온다는데 정리는 조금이라도 해놔야하지 않을까. 결국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빨랫감들은 세탁기에 넣어두고 자잘한 쓰레기들만 정리해두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리하다보니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서 너인것 같아 후다닥 청소를 마무리하고 벽을 기대고 침대에 털썩, 주저 앉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슬리퍼를 끌었다. 이미 너와 나의 관계는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애꿎은 길거리 돌멩이를 툭 걷어찼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벌써 8년째 널 보고 있는데, 아무리 곰곰 생각해봐도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처음 중학교에 전학왔을 때부터 무슨 인연인지 계속 같은 반이 되더라니만, 고등학교에서도 쭉 같은 반. 대학교는 갈라지려나 싶었더니 과만 갈라지고 결국 같은 대학교. 주변에서 그 정도면 운명이라고, 결혼하라고 부추길 때도 별 생각 없었는데.
[ 너 ] [ 너ㅓ너 ] [ 보기쇺ㅍ ] [ 보고싶단 말 금지 ]
분명 처음 만났던 그때의 너는 내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더 연락을 볼 자신이 없어서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다. 더 연락이 오든 말든 안 볼 작정으로 발걸음만 재촉했다. 네 집까지 도착하는데 오래 걸릴 리는 없었지만, 다만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지 못 하고 있었다. 단순히 친구 집에 온 것 뿐이라고, 대학에서 네 집이 더 가깝다는 이유로 잘만 들이닥치고는 했던 그 집일 뿐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말짱하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벗으면서 네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하고, 안에 들어서면서 평소처럼 굴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었던 걸 떠올리며 말하고는, 네 옆에 앉으려 다가갔는데 어째 바로 옆이든 앞이든 앉고는 했었던 걸 영 못 해먹겠더라. 그래서 사이에 거리가 벌어졌다. 멀찍이 침대 끝 쪽에 앉아서 어색한 적막을 만들고 말았다. 너와 나 사이에 적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솔이는 놀리는 맛이 있다. 털털한만큼 반응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크게 돌아오니까. 놀리는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이 클수록 희열을 느끼는 법이지. 하지만 이제 슬슬 선이라는게 보이기 시작했으니 한번쯤 뒤로 빠져주자고 생각하며 그저 ㅋㅋㅋ 이라는 웃는 소리만 가득 보내놓는다.
보고싶다는 말 금지라, 어지간히 부끄러웠나보네. 나도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너에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는걸 꿈에도 상상해본적이 없다. 예전에 막 결혼하라고 주변에서 부추기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고 웃으면서 말하긴 했었는데 그런 내가 너한테 반해버려서 이렇게 고백까지 해버리다니. 진짜 친구들이 알면 기절초풍할테다. 다음에 동창회를 가게 된다면 아마 난리가 나겠지.
" 그래도 아직 아프긴한데. "
아까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뜨끈뜨근한게 열이 내려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아침을 먹고 약을 먹으면 좋으련만 아파서 그런건지 식욕은 거의 없었고. 너의 옷은 평소처럼 맨투맨에 트레이닝 팬츠. 자주 보던 옷차림인데 오늘 이렇게 보니 또 새롭다. 그니까, 더 예뻐보인다는거지. 그렇다고 이 말을 내뱉으면 분명 격한 반응이 돌아올테니까 목 언저리에서 삼켜버린다.
" 아니 무슨 끝자락에 그렇게 앉아있어. 평소처럼 여기 앉아. "
내 옆을 톡톡 두드리며 얘기한다. 이제 와서 내외하냐? 평소에는 내 옆에 잘 앉는 녀석이 이제 와서는 침대 끝자락에 앉아서 어색한 적막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백하지말껄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도 밀려온다. 물론 고백이라는게 상대방은 아무런 생각이 없을수도 있지만 솔이는 아직까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아프다는 말에 툴툴댄다. 아프고 난리야, 침대 끝자리에 앉아서 흘겨보더니 네 말이 이어지면 휙 시선을 거뒀다. 내외는 무슨, 남녀 신분 차이가 뚜렷하던 조선 후기에 태어났어도 안 했을 짓이다. 네 옆에 앉기 부끄럽다고, 낯간지럽다고 이실직고하지는 못 하고서 입을 연다.
"옮을까봐 그러거든? 이 약골아."
네가 감기에 걸린건지 단순 몸살인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운동도 하는 너한테 할 말은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말하고서는 한숨을 푹 쉬었다. 네 고백을 수락하지 않고서 친구로 지내자고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고, 고백을 수락한 지금을 비교해보았다. 이게 더 나은 선택이 맞았던건지, 널 남자친구로 생각할 수 있을런지. 잠을 설치던 밤에도 계속해서 하던 생각이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아침... 아."
이제서야 그냥 치우고만 나오느라 저는 아무것도 안 먹은 것을 떠올렸다.
"넌? 약은?"
아직 아프다고 말한 것도 있고, 정말 안 괜찮나 몸을 일으켰다. 네 옆에 다가가서 풀썩 앉더니 어제 카페에서 했던 것처럼 제 이마와 네 이마에 손을 얹고서 열을 재보려고 했다. 지금 서로의 관계를 의식치 않으면 그 서스럼없이 굴던 모습 그대로다.
물론 내가 빌빌거리면서 으악 아파, 이러고 있지는 않지만 컨디션이 안좋은건 사실이기는 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왜 몸이 이러는지 몰라. 역시나 체질은 선천적인거라 극복하는데엔 한계가 있나보다. 멀찍이 떨어져서 앉아있는걸 보면 손을 잡아서 확 끌고 오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연애라곤 너가 처음인데도 어쩐지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감기는 아니니까 안옮거든. 약골이라니 말이 심하시네요 참! "
기침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컨디션 난조가 이런식으로 영향을 주는 것뿐이었다. 시험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밤샜던 여파 같은게 한번에 몰려와서 주말엔 거의 침대에 퍼져있어야하는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짐짓 삐진척을 해보지만 넌 분명 속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금세 웃어버리곤 눈을 감고서 한숨을 푹 내쉰다.
" 배 안고파. "
밥을 안먹었으니 약도 안먹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눈을 감고 머리마저 벽에 기댄채로 쉬고 있는데 이마에 손이 닿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차갑게 느껴져서 움찔했지만 네 손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냥 가만히 있을뿐이다. 어제도 이렇게 내 이마에 손을 대주었는데 어제랑 오늘의 느낌이 다른 것은 비단 기분탓만은 아닐테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서 너를 바라본다.
" 근데 머리가 다 안말랐네. 너 그러고 다니면 감기 걸려. "
너의 목 언저리로 흘러내려와있는 머리가 아직 촉촉한 것이 보인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곤 하지만 아침 공기는 쌀쌀하다.
" 내가 말려줄까? "
환자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나 때문에 너가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긴 머리는 남이 말려주는게 더 잘 마르기도 하고.
삐죽거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꾸하다, 원래대로 목소리 크기가 돌아온다. 부끄러운 것, 부끄러울 것만 작게 말해서 최대한 부끄러움을 덜어본다.
"약골 맞거든?"
눈을 가늘게 뜨고서 단호하게 말을 끊어냈다. 말만 이렇지, 제 동생이 진짜 약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놀리는 말이고, 틱틱대는 말이었고. 그래서 네가 삐진 척을 하다가 웃어버리고 말면, 쿡쿡 조그맣게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서 웃음을 참으려 할 때 나고는 하던 소리였다.
"누가 아플 때 배고파서 밥 먹냐? 약 먹으려고 밥 먹지."
핀잔을 주며 아직도 열이 올라있는 네 이마에서 손을 떼어냈다. 저도 밥 안 먹었다는 사실은 숨기기로 해본다. 밥 안 먹은 사람이 밥 먹으라고 잔소리한들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너냐? 이 정도로 무슨 감기."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확실히 아침바람은 서늘했고, 오는 길에 덜 마른 머리카락이 차갑다고 느껴졌다. 가족에게서도 손에 꼽게 들었던 말을 네가 태연스럽게 하고는 하면 웃음이 나고는 했다. 그래서 퉁명스러운 대꾸와는 다르게 헤실 웃으며 답했다. 앞머리에 꽂아두었던 실핀들을 빼낸다. 머리 말릴 때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빼내서는 손에 쥐고 있는다.
보고싶다고 하니까 왔다니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라 손이 멈칫했다. 이게 그렇게 부끄러운 말이었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감정이 싫지는 않아서 나도 모르게 헤실헤실한 웃음을 지어버리고 만다. 손이라도 덥썩 잡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반동으로 펀치가 날아올까 그러지는 못했다. 한번씩 주고 받은 말에 둘 다 웃어버리자 조금은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결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 그건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하겠네. "
입맛이 없어도 조금이라도 밥을 먹어둬야하는 이유는 기력을 회복하기 위함도 있었지민 빈 속에 약을 먹는 것보단 뭐라도 먹어두는게 더 좋기도 해서 그런거지. 그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먹기 싫으면 밥을 차리기도 귀찮은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반찬을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되는게 뭐가 귀찮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원래 아플때는 만사가 귀찮은 법이니.
" 너 그러다가 감기 걸리면 오늘 내가 당한만큼 돌려준다? "
그렇게 자신만만한 태도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 입술을 살짝 삐죽이긴 했지만 너가 웃는 모습을 보고선 금세 마음이 풀려버려서는 드라이기를 가지고 온다. 그러다 너가 실핀을 앞머리에서 빼는게 눈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니 너 실핀 맨날 하고 다니는거지. 근데 왜 하고 다니는거지? 평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오늘은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궁금해졌다.
" 좋아, 대신 같이 먹자. 밥은 먹고 왔어? "
밥을 먹고 왔으면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혼자 먹는 것보단 낫겠지. 뒤돌아보라고 말한 나는 드라이기를 콘센트에 꽂고 아직 촉촉하게 젖어있는 솔이의 머리를 위에서부터 손가락으로 살살 풀어주며 말려준다. 집에서 대강 말리고 와서 뭉치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꼬여서 아플수도 있기에 꼼꼼하게 말려주며 물었다.
" 근데 그 실핀은 왜 하고 다니는거야? 평소엔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오늘 궁금해지네. "
드라이기의 따뜻한 바람이 내 손을 스치고 지나가 기분이 좋다. 몸이 으슬으슬한 것을 보니 오늘 하루는 깜빡 앓아야 나을 것 같긴 했지만 그런 것은 말하지 않는다.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 걱정할테니까. 그렇게 너의 머리가 완전히 다 마를때까지 드라이를 해준다.
솔이가 넘 매력적이라 답글 달면서도 심장이 쿵쾅쿵쾅한다구요~~~ 아이고 우리 현이는 이런 좋은 애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네 ... 나중에 현이가 또 아프면 그때는 무릎 베개해주고선 앞머리 쓸어주는 그런 장면도 기대하겠읍니다 ~~ 물론 솔이가 아파서 현이가 간호해주는 것도 기대해도 조아요~~~
네가 웃는 걸 봤을 뿐인데 왠지 저가 부끄러워졌다. 제 말 한 마디에 네가 그렇게 웃으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굳이 소리내어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네가 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게 느껴지기라도 한건지. 그래서 침대 위에 놓여있는 베개에 손을 뻗어 네게 던졌다. 아프라고 던진 것은 아니고, 어딜 맞출 생각도 없었다. 베개는 네가 잡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냥 툭 네게 닿았다 떨어질테다.
"뭔 반박이야. 이 약골아."
네가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계속 약골이라고 부를 생각임이 분명하다.
"하? 내가 뭘했다고?"
아프다니 친절히 집까지 와줘, 아침 안 먹었다니 잔소리도 해줘, 제 생각에는 돌려받을게 없었다. 어이없는 듯한 표정이 또렷하다.
"아니. 깜빡했어."
밥 먹는 걸 깜빡했다며 대답하고는, 뒤돌라는 말에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고쳐 앉았다. 네게 등을 뒤돌린 채로 앉아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걸 기다렸다. 생각보다 섬세한 손길에, 처음 만났던 중학교 때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렇게 싸우고 다니던 너라서, 지금 모습이랑 영 맞물리지 않아 키득거리며 웃어버린다.
"아, 그거? 애기 때 아빠랑 엄마가 해줬던 거 생각나서."
손에 쥐고 있던 실핀을 내려다본다. 좀 더 어릴 때는 다른 모양 머리핀도 하고 다녔던 거 같은데 지금은 실핀 뿐이다. 굳이 예쁜 머리핀을 사거나 할 일이 없으니까. 아직 네가 머리를 말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몸을 틀어서 언뜻 너를 바라볼 수 있게 자세를 바꾼다.
"이거. 이거 잘 보이라고 해줬어."
왼쪽 눈가를 콕 가리킨다. 그냥 점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하트 모양을 띠고 있는 그 점이다. 제 아빠가 저를 보며 눈에 하트가 있다고 서투르게 꽂아줬던 머리핀을, 엄마가 그게 무엇이냐고 예쁘게 다시 꽂아줬던 기억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58 솔이는 현이한테 열린 문~~~~ 연애적으로는 아직이지만 웬만한건 죄다 열린문~~~ 당연히 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학 새솔이가 현이랑 현주 심장을 아주 단단히 꿰었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그러게 좀 더 그 뭔가 연애적으로 진전이 있은 후에는.... 현이 아파서 이러구 약먹고 그러면 이러면 또, 또 아프지 또! 약골 맞잖아! 하고서 잠이나 자라구 무릎베개 해주지 않을까~~~ 그러다 그냥 솔이도 벽에 기대서 잠들어버리면 좋겠다 으학 귀여워
솔이가 아픈.......건 현이의 눈치가 매우 빨라야한다!! 등록금 집에 손 안 벌리는 거에서 쪼금 느껴졌을랑가 모르겠지만 독립심이 강하달까 혼자 해결하려는게 있어서 웬만해서는 말 안할거같거든..!!! 사귀기 전이나 이후에나 새솔이가 아팠다면 그냥 푹 쉬거나 아니면 약먹고 자면 낫겠지 하고서 잘 만 안했을 거 같다!!
내가 웃어버리니까 웃지말라며 베개를 던져버린다. 평소라면 양 손바닥으로 잡았겠지만 오늘은 약간 반응이 늦어서 베개가 내 팔을 툭 치고 떨어진다. 그렇게까지 부끄러웠나 싶었지만 나도 반대 입장이라면 분명 부끄러웠을테니까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웃지말라는 말은 들을 생각이 없어서 내 팔을 맞은 베개를 보고서도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그대로이다.
" 너가 아픈 날에 가서 보자고. "
물론 나도 똑같이 이렇게 해주겠단 뜻이지만 얘, 나한테 아프단 말을 애초에 잘 안하는 성격이고 티도 잘 안내서 알아채는게 쉽지가 않았다. 정말 아픈 날에나 내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행동해서 솔직히 걱정되기도 했다. 독립심이 강한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일 정도는 얘기해도 좋을텐데. 8년이나 알고 지냈지만 그럼에도 너는 아직 나보다 더 어른 같기는 하다.
"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네. 반찬 같은건 다 냉장고에 들어있어. "
남은 밥이 두명 먹을 양이 되는지 가늠해봤는데 얼추 될 것 같다. 평소에 밥을 조금 많이 해두고 그때그때 먹는 타입이라. 여름에는 그러다가 쉬어버린적도 몇번 있었지만 오래된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어젯밤에 지은 밥이니까 쉬지는 않았겠지.
" 뭐가 재밌어서 그렇게 웃어. "
머리를 말려주고 있으니 앞에서 키득거린다. 뭐가 생각나서 그렇게 웃는거람. 그러면서도 머리를 꼼꼼히 말려주고 있으니 그녀가 살짝 몸을 돌려앉더니 자기 눈가를 가리키며 얘기한다. 확실히 눈가에 하트 모양의 점이 작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냈는데 그걸 몰랐네. 하긴 네 눈가를 길게 볼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지금 너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 다 말린 것 같아. 너 학교 올때 진짜 힘들겠다. "
이렇게 긴 머리를 말리려면 일찍 일어나야겠네. 대강 말라있던걸 말리는데도 이렇게 걸리는데 완전히 젖어있을때부터 말리려면 진짜 한세월이겠다. 내가 아침마다 말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차피 따로 사는 입장이라 그것도 힘들긴하다. 같이 살게 된다면 ... 일단 부모님께 한대 맞을 준비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 내가 차려줄께 기다려보.. "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순간 아찔해서 벽을 콱 짚는다. 넘어질뻔했네.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그런가보다.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하던가,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기는한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아서 더 심하게 온 것 같았다. 잠시 어두워졌던 시야가 다시 밝아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부엌으로 향한다.
하 이건 솔이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만들어버린 솔주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현이 다 가져도 좋아 .. (솔주 : 뭐에요 필요없어요;;) 아픈 모습을 자주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현이는 아픈건 솔직하게 아프다고 얘기하는 편이라 ... 숨기면 자기가 손해라고 생각하는 아이라서!
이런이런 그렇다면 현이가 알아채기 힘들겠구나 ... 그래도 현이가 눈치가 빠른 편이니까 몇번은 알아채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픈거 하나 얘기 안하냐고 핀잔 주기도 할테고!
생각해보니 솔이는 요리를 잘 하는 편이야? 현이는 그냥 혼자 사는 경력 덕분에 사람이 먹을만한 음식은 만드는 편인데.
웃지 말라고 베개를 던졌는데까지도 웃고 있으면, 이제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다. 저는 계속 조금 부끄럽겠지만, 웃는 것을 말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헹."
여태 혼자서도 잘 해왔었으니까 네게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일도 없고, 연락할 일도 없을테다. 저가 아파도 늘 동생이 우선이라 가족부터가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굳이 가족도 아닌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성 싶어 생긴 버릇이다. 제가 아프거든 그 아픈 걸 눈치채는 것부터 먼저 하란 듯, 약올리기 위해 혀를 내밀었다가 집어넣고서 방긋 웃었다.
"너 밥 다 먹고 약 먹는 거까지 내가 똑바로 볼거."
밥은 제가 퍼줄 생각이다. 고봉밥으로 떠다줘버릴 작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아프다니까 가만히 앉혀놓고 차려주고 치우는 것까지 다 할 생각이었다. 아픈 사람을 챙기는 건 동색 덕분에 경력이 있었다.
"응? 너 생각!"
정말 네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 그렇게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키득거리던 웃음소리가 깔려있었다. 네 중학교 때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니 밥을 먹고 나서는 졸업앨범을 펼쳐봐도 재밌겠다, 싶었다. 그러다 네가 눈가의 점을 확인하고 나면 생글 웃고서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부모님이랑 싸우고 집을 나와버린 것까지 다 알고 있는 너니까, 괜찮다는 의미로 웃은 것이었다. 점이 잘 보이라고 머리핀을 꽂아줬던 걸 부모님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가 기억하고서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니까 괜찮았다.
"그런가? 익숙한데."
다 말렸다는 말에 대강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빗어내리더니, 손에 쥐고 있던 실핀을 다시 왼쪽 앞머리에 꽂아 고정해둔다. 보송한 샴푸향이 완전히 말랐음을 알려주었다.
"야, 야!"
제가 차리겠다며 말하려다, 네가 넘어질 뻔해서 벽을 짚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따라 일어났다. 부엌으로 향하는 너를 뒤에서 꼭 붙잡았다.
"미쳤냐? 119 부르기 싫거든?"
식겁해서는 너를 침대 쪽으로 다시 데려가려고 한다. 체격차를 생각하면 너를 질질 끌어본다고 끌릴 것 같지도 않았지만, 저러다 부엌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앗 현이를 내가 가지면 솔이가..... 뭐라할테니 그대로 솔이한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치 아픈건 아프다고 말하는 편이 낫지!! 이건 솔이가 조금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거지ㅎㅅㅎ.... 이번 답레에서도 쪼금 언급됐지만 새솔이는 동생이 애기 때부터 잔병치레 병원신세를 많이 진 탓에 새솔이가 아파도 동생이 더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 그래서 아파도 동생한테 더 신경이 써지곤 했어서...... 예 그렇습니다...!!
저저 메롱하는거 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픈 티를 정말 내지를 않아서 지금까지 내가 너의 아픈 모습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 저렇게 나와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니까 조금 더 챙겨서 본다면 어느 정도 눈치는 챌 수 있지 않을까.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인다니까.
" 약까지 잘 챙겨먹을테니까 걱정마세요. "
단지 귀찮아서 밥을 안먹었을 뿐이니까 먹는다면 약까지 똑바로 챙겨먹을 생각이었다. 약 먹으면 졸릴텐데 솔이를 두고 잠들까 조금 걱정이긴하다. 아무래도 날 재울 생각이긴 하겠지만, 나는 쉽사리 잠들어줄 생각이 없다. 그러고보니 어제 잠을 못잤다고 했을텐데 너도 많이 피곤하지 않을까. 괜한 사람을 불렀다는 생각이 든다.
" 나도 네 생각하고 있었어. "
엄밀히 말하자면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네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머리를 다 말리고서 실핀을 앞머리 꽂는 것까지 보고서 일어나다 현기증으로 넘어질뻔하자 뒤에서 솔이가 나를 꽉 잡는 것이 느껴진다. 다급한 목소리, 실내에서 서있다가 넘어지면 정말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한 반응이다. 나를 침대로 끌고가는 너의 손을 따라서 그대로 침대로 다시 향한다.
" 이거 평소에도 그러는거니까 걱정 안해도 되는데 ... "
라곤 말해도 너는 들을 생각도 없어보이니까 그냥 잠자코 앉아있기로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가다 있는 일이라서 익숙한데. 물론 밖에서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으니까 너는 처음 보는 일이겠지. 많이 놀랐을 것 같아서 나는 앉은채로 이불을 목까지 끌어서 둘르곤 너를 바라본다. 물론 여기서 밥을 먹은적도 많아서 너가 차려주는 것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긴하지만 ...
" 그럼 잘부탁해. "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말하고선 눈을 감는다. 왠지 노곤한 기분이 들어서 눈이 자연스럽게 감겼다. 그리고 나는 아주 잠깐, 잠에 들어버린다.
그걸 보면서 현이는 적어도 자기한텐 말하기를 바라면서 일상을 계속 돌리면서 여러번 강조하지 않을까싶네. 나한테는 조금씩 얘기해도 괜찮다고! 다 말하는건 힘들어도 적어도 아픈건 자기한테 말해줄 수 있는거 아니냐~~ 하면서. 그래도 얘기 안하면 겨우겨우 눈치껏하겠지만.
연락이 안되면 아픈 것 ... (메모) 잘 기억해둘께! 나중에 현이가 불쑥 찾아가는 시츄에이션이 나올 수도 있겠는걸~~ 현이도 시답잖은걸로 카톡하는거 다 받아주면서 같이 막 떠들었을것 ... 그러면서도 자기 얘기는 남한테 잘 안하는 타입이라서 계속 들어주기만 하지 않았을까싶네.
ㅋㅋㅋㅋㅋ 요리로 예술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현이가 요리하면 되니까~~ 각자 잘하는걸 하면 되는거야!
컨디션 안 좋은 거 알고 있으면서 어제 빗길 뛰어간 건 누구였더라, 모르는 척 핀잔을 주었다. 비 그치면 나가자고 하거나 우산을 사러 가든가 뭘 해도 됐을텐데 굳이 선택지를 줘서는 그렇게 비까지 맞고. 잘하는 짓이다 싶었다.
"뭐?"
나'도'라는 말에 내가 네 생각을 했다는 건가 싶어서 자신이 했던 말을 되짚어본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힉 놀라버린다. 제가 아무생각도 없이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대답해버렸단 걸 지금 깨달았다. 저는 네 생각을 했다고는 해도 중학교 때 모습을 생각하고 있던 것 뿐인데, 네가 내 생각을 했다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되어버린다. 낯간지러운 말을 뭣도 모르고 내뱉었단 생각이 드니 소리없이 잠시나마 앓았다.
"평소에도 그러면 더 안 되거든?"
다행히 너는 저가 이끄는 대로 침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불까지 두르고 앉아 잘 부탁한다고 하면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구나 싶어서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다 들어있다고 했었으니, 두 사람 몫의 식사를 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곧잘 이 곳에서 밥을 먹고는 했으니까. 평소와 좀 다른 구석이 있다면 네 밥을 한 공기를 가득 퍼담아 정말 고봉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의 밥 공기는 꽉 차지도 않았다. 원래 먹는 양만큼이었지만 고봉밥과 있으니 턱없이 적어보이기도 한다. 이제 더 차릴 것은 없나, 차려놓은 식탁을 내려다보다 문득 그보다 좀 더 아래 있는 자신의 발을 발견한다. 짝짝이 양말이었다. 키득거리며 네게 얘기해줘야지, 하고 침대가로 돌아오면 너는 그새 앉은 자세 그대로 깜빡 잠들어있었다.
지금도 조금씩 달달한게 난 너무 좋다구 생각합니다 현이 최고야.......닉값 지대로 하는 목석같은 유새솔한테 설탕 뿌린다~~ (새솔: 새로 난 소나무(솔)의 푸르름처럼 살라는 뜻의 순우리말) 푸르름처럼 살랬더니 눈만 파랗구 그냥 연애고자 나무가 되어버렸대요~~!
헉 계속 그러다가 조금 언성 올라가거나 감정골 찌금 생기기만 해도 솔이 뚝뚝 우는 거 볼 수 있을텐데!! 화내는게 아니라 혼난다는 느낌?? 강조 계속하면 아마 어색해도 말하지 않을까 싶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나 아파" 이게 끝일 거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불쑥 찾아오셔도 됩니다! (사촌언니: ?) 앗 들어주는 편이구나! 솔이는 별걸 다 얘기하는 타입이거든 짹짹
맞아 예술ㅎㅅㅎ 겉보기에는 미슐랭 먹으면 지옥행ㅎㅅㅎ 그래서 주말에 가끔 몇번씩 언니가 새솔이한테 요리 시켜놓고 봐줬지만....글렀기 때문에 요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새솔이가 맡구 있습니다ㅎㅎ.....
선잠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나는 어디선가 많이 본 옷을 입고 있었다. 아, 교복이네. 전학 오기전에 잠깐 다녔던 그 중학교의 교복이다. 나는 그 교복을 입고 정말 엄청나게 싸웠다. 그리고 대놓고 교문을 넘어서 나가버린 일도 많았고.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시절이었고 결국 나는 한학기만에 강제전학을 당해 너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전학 온 첫날, 모두의 앞에서 간단하게 내 소개를 마친 나에게 중학교 때의 너가 다가온다. 그리고 내게, '여—보—세—요———!' 라고 외친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니 이번엔 다 커버린 네가 내 옆에 있다.
" 아, 깜빡 잠들어버렸어. "
밤에 푹 잔 것 같은데도 계속 졸린건 몸에서 쉬라고 항의를 하는게 분명하다. 여기서 더 혹사시키면 우리 더 아플테니까 알아서 해! 라고 외치는거지. 워워 아까도 푹 쉬었는데 자꾸 그렇게 파업할꺼야? 라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근육통이다. 이럴때만 말썽이라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너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자마자 웃어버린다.
" 이거 다먹으면 배 터져. "
한가득 고봉으로 쌓아놓은 밥을 바라보고선 어이가 없고 웃겨서 나온 웃음이다. 무슨 조선시대 선비들이 먹는 밥상이냐고. 아무리 밥심이라지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 몫은 그렇게 적당히 퍼놓고 내 몫만 이렇게 잔뜩이라니. 내가 밥을 그렇게 많이 지어놨었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내 밥그릇을 들고가 윗부분을 약간 덜어서 밥솥에 옮겨놓는다. 그럼에도 한가득 남아있는 밥이었지만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까.
" 그럼, 잘 먹겠습니다. "
차려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반찬들은 엄마가 해다주신게 몇개 있었는데 아무리 내놓고 키우는 자식이라지만 굶는건 못봐주겠다고 하면서 몇개 가져다 주신거다. 이런거 안가져다줘도 굶지는 않는데, 나름 걱정은 하시는게 있으셔서 이런 점은 좋다. 이번에도 너랑 같이 먹으라면서 반찬을 배로 가져다주셔서 몇번이나 먹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한가득 남아있다.
" 생각해보니까 다음 학기도 개강 총회하겠네. 너 갈꺼야? 너 과에서 제일 인기 많잖아. "
회화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솔이겠지. 덕분에 나는 컴공이 아니라 회화과에서 더 유명해졌다. 그야 둘이 맨날 붙어다니니까 유명해지기 싫어도 유명해질수밖에.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네 밥공기에 올려주면서 얘기한 나는 그대로 밥을 한숟가락 더 입에 넣는다.
무슨 소리에요 .. 솔이가 더 최고지 ... 지금도 달달구리한거 인정인정! 지금은 약간 달콤쌉싸름하다면 나중엔 너무 달달해서 혀가 마비되는거 아닌가 몰라~~ 이런 맛도 저런 맛도 다 좋으니까!!!
헉 울어버린다니 ... 하지만 우는 솔이도 보고싶 ... (안됨) 솔이한테 잔소리하다가 솔이가 울어버리면 잠깐 당황해서 에? 하다가 결국 한숨 쉬고선 안고 달래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 아파 세글자만 보내도 우리 솔이가 장족의 발전을 했구나하고 마음 속으로 대감격하는 현이를 보실 수 잇씁니다! 현이는 외동아들인데다가 부모님도 막 우쭈쭈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서 자연스럽게 자기 얘기는 잘 안하게 되어버렸어. 그래도 살살 꼬시면 솔이한테는 다 얘기할테니까 뭐든 찔러보라구!
간밤에 잠 설친 건 저인데, 어째 네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 한 것처럼 그런다. 아무래도 밥 먹고나서는 약 기운도 있을테니 재워야겠다 싶어졌다.
"안 터져, 아."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하는 너를 뒤에서 지켜보며 쫓아간다. 또 휘청거리다 넘어지려 할까봐 먼저 식탁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밥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뜬다. 덜어버렸겠다. 식탁에 마주 앉아서도 감히 그걸 덜어버렸겠다, 하고서 눈을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았다. 먼저 네가 숟가락을 들어도 가만히 삐진 체를 하다가, 개강총회 이야기를 하며 질문을 던지자 그제서야 숟가락을 들었다.
"아마?"
한 술 뜬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리고 한 입 입에 물었다.
"인기 많기는, 과탑이니까 다들 아는 거지."
개강총회에 가봤자 별 특별할 것도 없고, 맛없는 술 먹는 곳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너와 같은 과였다면 그나마 나았을까 싶지만 제가 컴퓨터공학과에 갈 일은 없었으니 헛된 상상이다. 우연으로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다고 하면 컴공과 테이블로 넘어가버리는 쪽이 확률이 높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미없는 개강총회보다는 제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은게 더 흥미요소였고, 아까 네게 말 못 했었으니까 밥을 먹다 말고서 식탁 아래로 발을 쭉 뻗어 네 다리를 툭툭 건들여본다.
"아래 봐 봐. 나 양말 짝짝이로 신었다?"
접어올린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양말은, 복숭아뼈를 넘게 올라와 살이 드러나지 않는 발목이 긴 양말과 그것보다 짧아 발목이 언뜻 보이는 길이의 양말로 짝짝이 흰색 양말이었다.
난 빨리 솔이가 현이한테 애정표현 잔뜩 해줬으면 좋겠어.............. 혀 마비시키고 뇌까지 마비시킬 정도로 달아져라~~~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지만!! 새솔이 눈물점이 하트모양인건! 언젠가 현이가 저기에 꼭 입맞춰주면 좋겠다라는!!! 엄청난 흑심이!!!!!
우는 거 별거아냐! 현이한테 혼나서 그러는게 아니라 어쨌든 남도 자기 걱정을 이렇게 해주는데 가족한테 못받았던게 서러워서 우는거니까 ㅎㅅㅎ 그리고 만약 울게되면 안아주려고 안해도 솔이가 먼저 안기려고 할것ㅎㅅㅎ~~~ 아니면 나 안아주면 안 돼...? 하고서 물어보거나..... 장족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그렇다면야 솔이는 궁금한거는 안 참으니까 다 물어보러간다~~
새벽에 깨버린 것을 보면 분명 깊게 잠들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리고 아플때는 몸이 회복을 위해서 계속해서 자고싶어한다니까 이렇게 꾸벅꾸벅 조는 것도 이해는 된다. 내가 밥을 덜러가자 눈을 가늘게하고 쳐다보는 널 보고 어깨를 으쓱한다. 이 정도 먹는 것도 많이 먹는거에요 이 사람아. 그리고 밥 다 먹어버리면 이따 저녁에 밥 또 해야하잖아. 이따 저녁에 먹을 밥은 남겨둬야했다.
" 그래도 참가는 하는구나. 나는 가지말까 고민중이기도 하고~ "
개강총회에 참여하는건 1학년때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가버리면 술도 제어를 못하고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다음날 힘들기도 했고. 빠진다 그러면 친구들이 왜 빠지냐고 뭐라고 하겠지만 적당히 둘러대고 빠질까 고민중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까 이미 날짜도 공지되어 있던데.
" 아, 우리는 개강하고 그 다음주 목요일이래. 너네도 아마 그쯤하지 않을까? "
핸드폰을 열어서 들어가있는 학과 단톡을 보니까 이미 일정까지 고지가 되어있었다. 보통은 개강하고 알려주는데 이번엔 좀 크게 할 생각인지 장소와 시간까지 다 나와있었다. 이렇게 크게 하면 더 가기 싫어지는데. 무슨 핑계를 대고 빠질까, 하고 밥을 먹으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내 다리에 네 발이 와 닿는다. 뭐야,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너의 말이 들려온다.
" 뭐야 그렇게 정신없이 올 정도로 내가 걱정됐어? "
짝짝이로 신은 양말을 보고서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그냥 신경도 안쓰고 신고 온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나는 정말 감동일테니까. 그래도 둘이 같은 색깔이고 솔이 외모도 상당히 예쁜 편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패션인줄 알고 신경도 안썼을 것이다. 패완얼이라고 뭘 입던간에 솔이가 입으면 맵시가 살더라. 나도 잘생겼으면 좋았을텐데.
" 아님 너네 개총에 내가 갈까? 나 너네 과에서 더 유명할 것 같은데. "
사람들도 많고 술도 많이 먹는데다가 계속 말을 걸어오는 우리 과 개총보다는 너가 있는 너네 과 개총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민폐일지도 모르니까 굳이 가지 않아도 되지만.
... 그런 흑심이 있었다니 사실 저 점에 뽀뽀해버릴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통해버리다니.
아이고야 안아주면 안돼냐니 당연히 되지 현이가 진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안아줄테니까 기대하렴 솔아 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분위기 타서 볼에 뽀뽀까지 해줄께!!! (안됨) 후우 현이한테 다 물어봐!! 싸움은 왜 그렇게 했는지도 물어보면 알려줄꺼야! 별거 아닌 이유기는 하지만~~
말을 하고선 다시 한 술 떠 입에 넣는다. 꼭꼭 씹으며 오물거리며, 네가 이따 잠들면 설거지는 그때 해야겠다 생각했다. 잠드는 것까지 확인하고서, 그러고 나서 저는 어떡할까. 집에 가면 혼자라서 싫고, 네가 아프기도 하니까 계속 네 집에 있을까 고민한다.
"얼굴 비추기! 안주만 뺏어먹고 와야지."
무엇보다 안 간다고 하면 들러붙어 늘어지는 연락이 너무 많았다. 네가 개강총회 일정을 알려주자 눈을 깜빡거리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과톡에 공지는 아니어도 분명 언제쯤 할 거 같으니까, 꼭 오라는 연락은 받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공교롭게도 알려준 날짜는, 캘린더 어플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다음주 목요일이었다.
"야, 우리도 그때 하나 봐."
개강총회야 학교 근처에서 할테니까, 갈만한 술집을 생각해본다. 날짜도 맞았겠다, 장소까지 겹치면 좋을텐데. 너와는 6년 내내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일이 한 번쯤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라고 했잖아. 기다리다 눈 빠질까봐 서둘렀지."
키키 웃으며 가볍게 받아쳤다. 남자친구니, 연인이니 하는 의식이 없는 탓이었다. 네가 가끔 간지러운 말을 하면 흔들려버리고는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구일 때와 다름없는 것만 같아서 스스럼없이 굴 수 있었다.
"우리 과에서? 왜?"
다시 한 술 떠 넣고 있다가 네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을 깜빡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내가 못참는다 내가........... 크아악 아현주랑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볼에 뽀뽀까지 해준다고 그랬다!! (새솔: ?) 왜 그렇게 싸웠는지는 왠지 중학생떼부터 꾸준하게 물어봤을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다쳐서 오면!! 왜 그렇게 싸우고 다니냐고 내가 너 반창고 값으로 백만원은 썼겠다구 툴툴대면서! 그래도 싸움 잘하니까 크게 다칠 일은 없었을까?? 크게 다치면 왠지 깜짝 놀라서 화도 냈을 거 같고 그런 느낌 :3c
중학교 때 첫만남 어땠는지 너무 궁금하다 ㅎㅅㅎ 현이가 전학와서 반장이던 솔이한테 챙김받는다! 말구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왠지 반장이 챙겨주라고 해놨으니 한동안 이동수업할때 솔이가 현이 쫓아다녔을거 같은 느낌두 있구.... 그냥 수업째러가는건데 그것도 모르고 이쪽이 과학실이라니까! 너 길치야?? 이랬을 거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ㅅㅎ
아무리 귀찮아도 샤워랑 양치는 꼭 하는 편이다. 결벽증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몸은 깨끗하게 하고 지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술에 떡이 되어서 집에 들어와도 그것들은 무조건 한다. 밥 다 먹으면 적어도 설거지는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네가 개강총회 일정을 확인하는걸 보고 있는다. 6년동안 같은 반에 대학교도 같은 학교인데 여기서 개강총회 날이 겹치는 우연 아닌 우연이 생기는 수가 ...
" 잘됐네. 평소에 하던 곳보다 장소가 큰 것보니까 같이 할 것 같은데? "
장소로 나와있는 여기, 평소에 개강총회 하던 곳보다 두배는 넓은 크기다. 우리 과가 돈이 넘쳐나서 이런 곳을 빌리지는 않았을테고 분명 같이 하는 학과가 있을텐데 회화과가 같은 날에 개강총회를 한다라? 그럼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과대표에게 카톡을 넣어서 다른 과랑 같이 하냐고 질문을 넣어둔채로 핸드폰을 엎어놓는다.
" 조금만 늦었으면 진짜 눈 빠졌다. "
내가 남자친구로 느껴지지 않을때는 평소와 같은 텐션이라 이걸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물론 나도 솔이가 편했으면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사귀는 사이인데 이게 맞나 싶기도하고. 아직 이틀차라 솔이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테니까 ... 씁쓸한 마음을 속으로 삼킨다.
" 우리 과 개총 술만 많이 먹고 재미없으니까. 차라리 네 옆에 앉아있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별로면 나 안가도 되니까 괜찮아~ "
말은 이렇게해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제발 허락해줘! 라고 속으로 빌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과대표가 답장을 보내놨고 내 예상은 적중해있었다. 이번 개강총회는 회화과와 같이 한다는 답장을 보자마자 나는 이걸 너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 뭐, 이번엔 같이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로 열심히 밥을 먹는다. 갑자기 식욕이 도는 느낌이라 밥을 마구 먹다가 목이 메여서 켁켁대며 물을 마신다. 또 바보같이 먹는다고 한소리하겠구만. 네 눈치를 보며 얌전히 물컵을 내려놓고서는 말없이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약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 같은? 계속 말하지만 아현이네 부모님은 방임주의라서 정말 나쁜짓만 아니면 터치를 아예 안하셨거든. 이게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너 하고싶은대로 다 해라~ 같은 마인드였는데 어릴땐 그걸 모르고 그냥 학교에서 일 저지르면 부모님이 와야하니까 그것 때문에 계속 그런것 ... 그래서 고등학생때부턴 얌전해진 이유도 부모님의 의도를 알아채서 ... 하지만 이미 이미지는 망가져버린 뒤! ㅋㅋㅋㅋㅋ 자기도 어렸을때 철없이 그랬단걸 인정하는편.
첫만남 일상도 돌려보면 재밌을 것 같아! 쫓아다니는 솔이 보면서 현이가 귀찮아서 아씨 좀 저리가라고! 하는데 말 안들으니까 일방적으로 무시하려고 하고 ... 과학실 저기야! 하고 알려주면 얜 뭘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무시하고 창문 열고 슉 나가버리고.
아현이는 싸울때 크게 다친적은 거의 없는데 딱 한번 상대방이 벽돌 같은거 던져서 팔로 막고 팔이 나간적이 있다. 그거 말고는 크게 다친적은 없어! 애가 마구잡이로 싸우는 성격도 아니라서 :3
안 잔다고 할 줄 알았는지라, 순순히 네가 잔다고 말하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방긋 웃었다. 귀신이 나올 것이라며 효과라고는 없을 듯한 저주까지 걸면서 웃는게 장난기가 도드라졌다.
"뭐야, 컴공 벌써 공지떴어?"
눈을 깜빡거린다. 언제하는지는 알 수 있다고 쳐도, 장소까지 알 정도면 공지까지 뜬 건가 싶어서 물어보았다. 정말 같이 하는 거면, 그렇다면 적어도 네 옆에 있으면 마냥 재미없는 술자리는 아닐 것 같았다. 널 보러가다가 친구의 친구라는 느낌으로 얼굴을 아는 사람도 몇 있고.
"열도 그렇게 나는데 눈까지 빠졌으면 병원으로 갈 뻔 했네."
키들거리면서 있다가, 네 대답을 듣고서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인다.
"아니, 유명하다는 거. 너 우리과에서 왜 유명하냐구."
그러다 네가 핸드폰을 보여주길래 화면에 떠 있는 카톡을 보았다. 과대표라고 저장된 사람에게서 온 개강총회 이야기는 회화과와 같이 한다는 이야기. 어쩌다 날짜랑 장소가 겹쳤나 했는데 아예 같이 하는 거면 과대들끼리 CC라도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정작 CC는 따로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너와 나였다. 이 사실을 복기해버린 탓에 밥을 먹다가 잘못 삼켜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네가 켁켁거리기 무섭게 콜록거리며 표정을 찡그리다가 물을 마시며 진정했다.
"와..."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한다고 기뻐할 자신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급히 밥을 먹다가 목 메인 네게 핀잔도 줄 수 있었는데 그렇지를 못 하게 됐다. 어색하게 환호를 담은 외마디 소리를 내고는 밥을 입에 넣어 입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