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 은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가는 건지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는 걸 막아세우듯 앞에 섰습니다.
' .. *베르밀리어스. '
*불꽃을 위로 피우는 주문.
윤이 지팡이를 하늘로 겨눴습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연기 같은 붉은색 불꽃이 하늘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여기 자리에서 벗어나면, 다시 어떻게 돌아올 건지는 생각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자극시키지 않고 알리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아. 그리고..... 저 마법사들, 위험한 마법사들이니까.... 이걸로, 사감 선생님들과 교수님들도 알아챘을 거야.'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공통]
하늘 위로 붉은 불꽃이 보였습니다. 자, 그 방향으로 달려갑시다.
당신들이 도착하면, 4명 정도 되어보이는 죄수복을 입은 마법사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윤이 그들을 대치하듯이 서 있군요. 학교 쪽 방향에서 4명의 사감이 달려오는 게 보입니다.
' 왜, 저 마법사들이..? '
리 사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순간, 네 명의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막지 않으면, 그들이 저주를 날릴지도 모릅니다. 막으려면, 프로테고나 프로테고 막시마를, 저 마법사들의 지팡이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엑스펠리아르무스를 공격하려면 폭파 주문인 엑스펄소나 봄바르다, 불을 쏘는 주문인 인센디오가 좋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묶기 위한 인카라서스가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만티코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그녀를 부르는 건 다른 방향이었다. 하늘 위로 떠오른 붉은 불꽃을 보고 그냥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지.
가기 싫은 다리를 끌어 불꽃이 쏘아진 곳으로 향하니 죄수복 차림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윤도 있었고 사감들도 있었다. 언젠가와 똑같은 구도다. 단지 상대가 다를 뿐. 그래.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그녀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새롭게 터진 자리로부터 흐르는 피를 혀끝으로 핥으며 지팡이 든 손을 들었다. 짧게 외운 주문과 함께 냉기가 쏘아졌다.
"글레시우스."
일단 주둥이부터 막아 주문을 외우지 못 하게 만들자. 그 다음엔 사지를, 아니 목을 끊어버릴까. 됐다. 어디든 좋으니 끊어버리자. 제 기타줄이 끊어진 것처럼.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만티코어를 찾았거나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다. 최근 일어나는 일을 보니 후자인건 확실하다. 하늘을 계속 보고있어 다행이었다. 적어도 일이 터지는건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었지만 이게 정말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번에도 싸움이 벌어지면 다행인 일이겠다.
그는 가장 먼저 보았음에도 가장 늦게 도착했다. 느긋하게 걷고 걸어 마주한 4명의 마법사와 한마리의 개를 보고 지팡이를 소맷단에서 꺼내 겨눴다. 이제는 마주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몸이 미적미적 움직인다.
고매기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지던 불이 은 하의 방어 주문에 상쇄 되었습니다. 윤이 고개를 까딱이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곧이어, 스베타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발견한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왜 왔는지 모르겠는 눈치입니다. 다행히, 사감들은 제 때 도착했습니다. 펠리체의 주문에 맞은 신밧드가 주춤,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대로 얼어붙었기 때문인지, 그는 버둥거립니다.
' ..... 아씨오... '
발렌타인의 주문에 지팡이를 손에서 놓친 오랭지는 아씨오 주문으로 다시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그리고 발렌타인을 향해 겨눴습니다.
' 봄바르다. '-대상: 발렌타인 ' 뭔가 이상한데... 감 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
건이 미간을 찌푸리곤 감에게 물었습니다. 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 전혀! 귀엽지 않아요. '
인간좋아! 인간 사랑! 을 외치던 감이 딱 잘라 말했습니다. 건은 어깨를 으쓱이곤 오랭지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인간의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주문을 맞으면 최소한의 반응이라도 있어야 했다. 최소 몸을 움찔 떨거나 악 소리라도 나는게 일반적이다. 아니면 뒤로 휘청거리는 느낌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고통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부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4명 모두 그런 체질일 확률은 적지 않을까? 디멘터의 키스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머리 한구석에서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이 상황은 잘 짜인 판 같았다. 이내 명료하게 답이 떠올랐다.
"임페리우스 마법이군."
조종 마법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은 한번 있었다. 금지된 마법을 숨쉬듯 쓰는 사람들인데 두번이라고 없을까? 봄바르다에서 다가 들리는 순간 그도 지팡이를 휘둘렀다.
공격의 징조도 없는데 불길함만 앞서 방어주문을 써 얻어걸렸건만 돌아온 감사에 은은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사감들이 도착한 것으로 아군의 인원수는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날아간 봄바르다... 는 알아서 대처한 것 같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지팡이를 세우고, 입술을 달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