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보이는 건 없고 뭔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말다 한다. 거대한 뭔가가 스치는 소리, 소리, 그 놈의 소리! 모든 사단은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울음 소란 소동 습격 환청 전부.
그녀는 지팡이로 귀를 찔러버리고픈 충동을 참으며 손을 움켜쥐었다. 너덜한 입술을 깨물자 픽 하고 찢어지며 혀끝이 비릿해진다. 어린 날, 하도 입술을 물어뜯어 혼났던 기억이 떠오르자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지는 듯도 싶다. 잠시 멈춰서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자 그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 부디 이대로면 좋을텐데.
손에 무리하게 들어간 힘을 풀고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주변에서 누군가의 기척이나 외침이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그녀가 가고자 하는 길만 무심하게 나아갔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이들의 모습이 수풀 너머로 사라지더니, 이젠 보이지 않는다. 너무 흩어지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한다. 숲 한가운데를 이렇게 걷고 있자니 오싹한 기분이다. 가뜩이나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더 그럴까.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살짝이 몸을 떤다. 그러다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듯한 소리에 자리에서 멈춰 선다. 자세를 낮추고서, 나뭇가지라도 밟아 부러뜨릴까 아래를 살피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 점 여섯 개에 얼마만큼의 고뇌가 담겼는가. 조심스럽게 숲을 헤맨다고 생각했더니만, 죄수복을 입은 세 명의 마법사와 마주쳐서 들키기까지 한 상태라니. 발밑에 밟혀 부러져 있는 고얀 나뭇가지(그렇게 피한다고 피했지만 결국 불행에는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가 미웠다. 최근, 도망칠 일만 많았다는 게 생각났다. 붉은 손바닥과 덜컹거리는 기숙사 방. 꽉 막힌 공간이 무서워서 노숙을 생각하기도 했다만 은이 노숙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회상할 때가 아니었다. 그저 이번에도 도망쳐야 할 순간인 것 같았다.
죄를 지었다면 감옥에나 들어가 있을 것이지, 군들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느냔 말이야!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은이 곧바로 돌아서 뛰었다. 교수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지만, 대체 누굴 부른단 말인가? 혜향 교수?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기려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었다. 이곳에 다른 교수들이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우선 오던 길을 돌아가려고 한다. 적어도, 학교에 가까운 길이 나올 것이다... 은에게 숲 속을 헤매다 완벽하게 왔던 길로 돌아가는 능력 따윈 없지만 목표로 잡는 것만은 자유겠지.
윤이 은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가는 건지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는 걸 막아세우듯 앞에 섰습니다.
' .. *베르밀리어스. '
*불꽃을 위로 피우는 주문.
윤이 지팡이를 하늘로 겨눴습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연기 같은 붉은색 불꽃이 하늘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여기 자리에서 벗어나면, 다시 어떻게 돌아올 건지는 생각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자극시키지 않고 알리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아. 그리고..... 저 마법사들, 위험한 마법사들이니까.... 이걸로, 사감 선생님들과 교수님들도 알아챘을 거야.'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공통]
하늘 위로 붉은 불꽃이 보였습니다. 자, 그 방향으로 달려갑시다.
당신들이 도착하면, 4명 정도 되어보이는 죄수복을 입은 마법사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윤이 그들을 대치하듯이 서 있군요. 학교 쪽 방향에서 4명의 사감이 달려오는 게 보입니다.
' 왜, 저 마법사들이..? '
리 사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순간, 네 명의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막지 않으면, 그들이 저주를 날릴지도 모릅니다. 막으려면, 프로테고나 프로테고 막시마를, 저 마법사들의 지팡이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엑스펠리아르무스를 공격하려면 폭파 주문인 엑스펄소나 봄바르다, 불을 쏘는 주문인 인센디오가 좋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묶기 위한 인카라서스가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만티코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그녀를 부르는 건 다른 방향이었다. 하늘 위로 떠오른 붉은 불꽃을 보고 그냥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지.
가기 싫은 다리를 끌어 불꽃이 쏘아진 곳으로 향하니 죄수복 차림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윤도 있었고 사감들도 있었다. 언젠가와 똑같은 구도다. 단지 상대가 다를 뿐. 그래.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그녀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새롭게 터진 자리로부터 흐르는 피를 혀끝으로 핥으며 지팡이 든 손을 들었다. 짧게 외운 주문과 함께 냉기가 쏘아졌다.
"글레시우스."
일단 주둥이부터 막아 주문을 외우지 못 하게 만들자. 그 다음엔 사지를, 아니 목을 끊어버릴까. 됐다. 어디든 좋으니 끊어버리자. 제 기타줄이 끊어진 것처럼.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만티코어를 찾았거나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다. 최근 일어나는 일을 보니 후자인건 확실하다. 하늘을 계속 보고있어 다행이었다. 적어도 일이 터지는건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었지만 이게 정말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번에도 싸움이 벌어지면 다행인 일이겠다.
그는 가장 먼저 보았음에도 가장 늦게 도착했다. 느긋하게 걷고 걸어 마주한 4명의 마법사와 한마리의 개를 보고 지팡이를 소맷단에서 꺼내 겨눴다. 이제는 마주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몸이 미적미적 움직인다.
고매기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지던 불이 은 하의 방어 주문에 상쇄 되었습니다. 윤이 고개를 까딱이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곧이어, 스베타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발견한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왜 왔는지 모르겠는 눈치입니다. 다행히, 사감들은 제 때 도착했습니다. 펠리체의 주문에 맞은 신밧드가 주춤,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대로 얼어붙었기 때문인지, 그는 버둥거립니다.
' ..... 아씨오... '
발렌타인의 주문에 지팡이를 손에서 놓친 오랭지는 아씨오 주문으로 다시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그리고 발렌타인을 향해 겨눴습니다.
' 봄바르다. '-대상: 발렌타인 ' 뭔가 이상한데... 감 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
건이 미간을 찌푸리곤 감에게 물었습니다. 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 전혀! 귀엽지 않아요. '
인간좋아! 인간 사랑! 을 외치던 감이 딱 잘라 말했습니다. 건은 어깨를 으쓱이곤 오랭지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