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했다는 듯한 소리를 짧게 냈다. '같이 가서 고른다면 여름 소품을 고르는 게 좋아요. 이제 봄이 끝나고 여름이 올 테니까.' 아무리 둔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알 수 있다. 단호하고 선명한 거절이다. 그래도 그 겉에 꾹꾹 담은, 정제된 다정함이 싫지 않았다. 사실 여기에서 더 물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물어도 될 것 같은 기분도 동시에 들어버려서.
"그.. 혹시, 괜찮다면 이유도 궁금한데... ...껄끄럽거나 불편하면 말 안 해도 돼. 대답을 강요한다든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
어딘가에서 미안한 마음이 대롱거렸다. 그래서 기대는 걸 허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기대도 돼. 하곤 아랑이 기대기 쉽게 팔을 조금 돌렸을 것이다. 막상 기대면, 또 조금 얼어붙었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아랑이 떨어지고 나서야 조금 녹아내렸다.
"혹시 피곤한 거면, 그.. 집에 데려다줄까?"
걱정어린 시선이다. 기대오는 걸 보아하면,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도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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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두드리는 것에 시선을 그립톡으로 다시 향했다. 안에 자그마한 꽃들이 있었다. 아, 이런 거였나. 얕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게 내 문장이고, 곰이 나인 걸까.
"이게 내 문장이야?"
꽃잎 하나를 손톱 끝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내 생일은 4월 2일이야. 선배애는 생일이 언제예요~?'
4월 2일. 지났구나, 싶어서 조금 더 미안해졌다. 안 지났으면 생일 선물이란 핑계로 미안했던 만큼, 무언가를 해줄 수 있었는데.
>>129 제가 돌린다 다이스 .dice 1 10. = 8 해질녁 배경으로 이어질 말이 궁금한 거예요... <:3
>>133 앗... 리트리버랑 하늘이 잘 어울려... oO 일단 자기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애완동물을 들일 여유도 생기는 거죠. 하늘이 현명해! (매우칭찬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은데요.... 하늘이 생일 선물은 그... 초코파이로 쌓아만든 케이크나 몽쉘로 쌓아만든 케이크가 좋을 거 같은데, 그냥 케이크도 좋을 거 같고... (돈말고 물질로 주자!)
>>134 그러나 사하주도 다이스를 돌리셨다! ㅎㅁㅎ 충격적이죠...? ㅎㅁㅎ 금아랑 사실 집순이가 체질인 사람.... ㅎㅁㅎ..... (산들고 사람들 약간 충격일까...?) 집순이가 체질이긴 한데요, 밖에서 뽈뽈뽈 돌아다니는 것도 맞아요. 혼자 돌아다닐 때도 있고, 가족과 돌아다닐 때도 있고, 친구랑 돌아다닐 때도 있고, 선후배랑 돌아다닐 때도 있을 것이고... <:3 체질과 안 맞는 생활을 하고 있어도 밖에선 잘 빵긋거린답니다~
하늘:분위기 괜찮네. 저 노을 말이야. 하늘:너랑 봐서 그런걸까. 음. 정말 그럴지도 몰라. 같은 풍경도 누구랑 보냐에 따라서 다르니 말이야. 하늘:....... 하늘:....... 하늘:미안해. 나 말이야. 사실 되게 많이 고민했는데 말이야. 하늘:아마 멀리멀리 가야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렇게 놀러가는 것도 어쩌면 조만간에 끝일지도 몰라. 너는 너대로 생활을 할테고 나는 나대로 생활을 할테니, 점점 서로를 잊을지도 모르겠어. 하늘:그런만큼 깔끔하게 바이바이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미련 하나를 못 버리겠더라. 하늘: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말은,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야. 그 대답도 반응도 기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말이니까 그냥 바람에 흘려줘. 하늘:........ 하늘:좋아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미처 못 찢어버릴 정도로. 하늘:.........미안. 하늘:........돌아가자. 이 노을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야.
>>138 아이구 지금 일어난 거야? ㅠㅠㅠㅠ 연호주 어서와! >>142 민규주 잘 자 좋은 꿈~~~ '-^ >>143 >>146 아니 알고 있는데 등 떠민 것입니다 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멀리 가는 거 독일이냐고ㅠ >>144 집순이인 거 알고 나니까 더욱 소중해지는 다람쥐....... ott 결제해서 간식이랑 제철과일 쌓아줘버려 ㅠㅠㅠㅠㅠ >>145 위키요정 최고~~~!!
>>149 하늘이 유학 가는 거니...... 잘 가(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지금 완전 이 심정 되어버린 ㅠ 하늘이가 대성했음 좋겠는데 멀리 가는 건 슬프다고 아니 근데 우리 하늘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어야만 >>151 이불 돌돌 감고 있는 아랑이 귀여울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 의외의 면이 또 매력적이니까 ㅇ.<)~* 와 현금...? 지금 캐릭터 이전에 오너가 웃고 있읍니다(;) >>152 비랑주 안녕~~~ 엉엉 졸린데 왜 못 자구 있어 ㅠㅠㅠㅠㅠㅠ >>153 선하주 어서와! 자리 뎁혀놨읍니다 같이 떠들다 자자~~
"어떤 기억도 안 나는 놈과 스파링을 붙어서 크게 패배했던가. 그러고 나서 며칠 뒤였던 것 같아."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게 원인은 아니었겠지, 하고 트레이너는 혼잣말을 덧붙였다. 그는 그저 그 때쯤에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고,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 녀석이 갑자기 체육관에 말도 없이 안 나오기 시작했어. 일주일 정도는 인정머리있게 기다려줄 수 있지. 하지만 그게 2주일? 3주일...? 한창 피지컬을 쌓아올려야 하는 성장기에?"
트레이너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결코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 가장 멋지게 기억에 남은 순간들 중 하나를 되새기는 것 같은 뿌듯함이 거기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놈 집에 방문했지. -걱정 정돈 해줄 수 있잖아? 걔네 아버님이 원양어선 기관사를 하고 계시다고. 반 년에 한 번 집에 들어오실까 말까 한 분이고, 아버님한테는 이미 언질도 받아놨고, 청소년 혼자 사는데 연락이 두절됐다면 걱정이 되겠어, 안 되겠어."
그 문고리를 억지로 열어젖히고 그 집 현관을 지나 들어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한 채로 버려진 폐가 같은 그 황량한 집의 콘크리트 벽을 짚으며 가로질러 살피다가 마침내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을 발견하고 그리로 내려가는 순간이 지금도 눈을 감으면 마치 영사기로 영사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들 중에서도 트레이너에게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거기서 내가 본 게 뭔 지 알아?"
지하실의 기둥에 쇠사슬로 묶여있던, 몇 주를 식음을 전폐해 쇠약해지고 수척해진 모습은 제아무리 강심장인 트레이너마저도 흠칫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그 곳에는 그런 사소한 것 따위는 가볍게 잊어버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있었다.
"정말로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눈이었어."
텅 비어서 마치 눈동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무한한 구멍이 뚫린 것만 같은... 불이 켜져있지 않은 지하실의 완전한 어둠도 한낱 빛의 결핍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완벽한 의미에서의 어둠이 담겨있는 그 눈. 트레이너의 얼굴에 새겨진 미소는 이제 광기의 기색을 띄고 있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 녀석을 데리고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는 그 녀석의 많은 부분을 다듬어주었지만... 한 군데, 단 한 군데 내가 어떤 수를 써도 떨어지지 않는, 그 녀석을 완벽해지지 못하게 만드는, '그저그런 괜찮은 복서' 라는 구차한 자리에 그 녀석을 묶어놓고 있던 마지막 하나의 티끌이, 그 녀석에게서 떨어져나가 있었어."
적당히 며칠 동안 몸을 추스르도록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돌봐주게 한 다음에, 복귀 이후 첫 번째 훈련으로 가장 먼저 스파링을 주문해서 링 위로 올려보냈을 때. 사라지기 이전보다 수척한 몸을 하고 있었지만, 사라지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눈빛으로 상대를 묵묵히 담아내는 그 모습에서 트레이너는 전율마저 느꼈었다.
"완전하고 싶다는 멍청한 욕망을 그 녀석이 마침내 포기한 거였지. 완전함을 버림으로서 완벽한 복서로 성장할 수 있는 첫 번째 발을 내딛은 거야, 그놈은."
그 어떤 빛마저도 그 의미와 색채를 잃어버리고 마는 그 검은 빛깔이야말로, 그 소년이 가지고 있던 단단한 빛의 온전한 모습이었다.
>>161 문하 설정 진짜 세세하게 짜여있다 '0'..! 트레이너의 시선으로 보는 문하는 이렇구나.. 어딘가 집착적이라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 ㅠ >>163 아직 안 지났어! 챙겨줄 수 있어! 두근... -////- >>166 아랑주 잘 자! 좋은 꿈꿔~~~ >>167 비랑주 자러 가는 걸까! 좋은 꿈 꾸자 잘 자~~!
>>169 트레이너는 누가 묶었는지 따위 1도 신경 안 썼기에, 트레이너의 시점을 중점으로 서술되는 HARDLIGHT(2)에서는 일부러 서술하지 않았어. 이건 좀더 먼 훗날에 풀릴 HARDLIGHT(3)에서 풀려고 했지만... 문하가 스스로를 묶었어. 자세한 건 나중에 더 풀 날이 왔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