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대체 저런 건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그녀는 자신의 패밀리어가 문 오색찬란한 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저번의 유리병과 같은 기믹이 일어날 것 같은데. 같은 사단이 나기 전에 빨리 갖다 버리고 싶어서 어떻게든 뺏으려 해보지만 그녀는 인간이고 리치는 고양이다. 방 안을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리치를 쫓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데 돌연 무지갯빛 공이 방 한가운데로 포물선을 그린다. 요 앙큼한 고양이가 변덕을 부려 휙 집어던진거다. 엉결겁에 손을 뻗은 그녀는 공을 잡는데는 성공했으나 급하게 움직이느라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꾸욱, 하는 감촉이 잠깐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퍽 하는 둔탁한 느낌과 함께 손 안에서 공이 터지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배 위에 깍지를 끼고 누워있었다. 침대는 푹신했고 천장은 아무것도 없다. 본가에서 질리도록 했던 행동이다. 그는 당연히 이 상황을 싫어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서 침대에 대뜸 눕히고 아무것도 안 준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되레 사람이 더 우울해지는 법인데 수세기가 지나도 그걸 모른다. 처음엔 비효율적이라며 싫어했지만 나흘쯤 지나니 이 짓도 괜찮았다. 천장에 엉클 잭을 매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기숙사 천장엔 처음 요양을 하던 시절처럼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명치 위로 페인트볼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탱탱한 페인트볼은 어디서 생겼는지 몰라도 그의 명치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페인트볼에서 불길한 기운이 풀풀 풍긴다. 꼭 일전에 있던 유리병 같다.
"…."
일단 이불에 튀면 귀찮아지니 그는 슬슬 움직여 침대 밑으로 빠져나오곤 페인트볼을 이리저리 눌러봤다. 대체 이게 뭘까. 잘 터지지도 않는다. 절대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는 기숙사 밖으로 던져버릴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달리 긴 손톱은 눈치도 없이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손 안에서 터지는 느낌과 함께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운명을 받들기로 했다. 될 대로 돼라.
타이밍도. 옮기는 걸음이 느긋한 것 같으면서도 다급했다. 수업이 끝나고, 현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손가락을 꼽아 날을 세어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가문에서 보내온 편지에 들린 소포에는 늘 자신이 마시는 약병이 들어있었지.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날을 세는 걸 까먹을 수 있지? 약병에 들어있는 약을 들이키고, 같이 동봉된 달달하고 고소한 알사탕을 입안에 던져넣은 뒤 단태는 침실을 나선 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업이 끝났을 때 병동을 가던가, 아니면 수업 자체를 빼먹고 금지된 숲 근처를 맴돌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단태는 현궁을 나서자마자 바로 금지된 숲 근처로 목적을 분명히 했다. 숲 안까지 기어들어가서 뭔짓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을 마주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귀찮고 곤란해지는 건 졸업 때까지 사양이야. 지팡이도 없이 숲쪽으로 걸어가는 단태의 모습에서, 유난히도 어둠 속에서 그 암적색 눈동자만이 섬뜩하게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보면 늑대인간인 줄 알겠군."
목 안쪽에서부터 긁혀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그르렁거리는 것과 꽤 닮아 있었다. 보름달이 뜬 날에, 금지된 숲을 헤매이는 사람이라니.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 초빙받으신 미셸 교수님이 늑대인간으로 착각하고 제압마법을 써도 할말이 없는 노릇이다. 숲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단태는 그 주변을 헤매는 것처럼 걸었다.
>>0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곤의 깃털 옮기기] - 수행 주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덥다. 그는 걸쳤던 로브가 이렇게까지 거슬리는 적은 처음이라 생각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더위에 쥐약이었기 때문이다.
곤 사감은 그의 손에 유리병을 쥐어줬는데, 그는 대체 이 유리병은 무엇인가 싶어 받아들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본다. 속에는 불꽃으로 된 깃털이 담겨있다. 소독이라도 하는 건가 싶다. 불타고 있는 깃털은 하늘색이다. 구리인가? 염화구리? 아니면.. 아. 그는 불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뭔가 깨닫기라도 한 양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섰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아주 익숙하다. 그는 발길 닿는 곳이 현궁임을 쉬이 깨닫고 귀소본능에 몸을 맡긴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혼자다. 언제나 그랬듯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절애하는 자가 있다 해도 현궁의 신수가 주관하는 길까지 같이 데려갈 생각은 없다.
은은 자신의 숙소인 청궁 기숙사의 1인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딱 봐도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여기, 여자 기숙사인데. 남장 중이란 걸 들키면 괜히 피곤해질 것 같아 안 그래도 몰래몰래 다니는데, 설마 청궁의 소문난 장난반응혜자인 은의 정체가 누군가에게 들킨 걸까? 전지적 시점으로는 딱히 그렇진 않지만, 은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우선 페인트공에서 멀리 떨어진다. 자신의 지지리 말 안 듣는 지팡이를 꺼내 페인트공을 가리키고, 알고 있는 주문 목록을 떠올려 본다. 나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저 페인트공을 없앨 만한 마법이... 골랐다.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하려고 했는데. 이 짓궂은 층층나무 지팡이가, '어차피 이거 너한테 그리 해 될만한 거 아니니까 그냥 터져도 상관없지 않더냐?'라는 듯 페인트 공이 터지지 않게 옮기려던 마법의 방향을 홱 틀었다. " 군, 혹시 지팡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게 아닌가! 맞아야 할 필요도 없다! " 하고 은이 지팡이를 고쳐 쥐려는데, 이 말썽꾸러기 지팡이가 손아귀를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가며 휘고 핑그르르 돌아 바닥에 딱 딱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튀어오른다.
맙소사 멀린. 은은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페인트공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쥐어 터트리며, 이 페인트공 소동에 휘말릴 첫 효시를 쏘아올리고 말았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던 주궁과 달리 현궁은 사무칠 정도로 추웠다. 그렇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현궁에서 6년 동안 살았고, 영지가 북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지는 여기처럼 눈이 가득 쌓인게 아니라 풍요롭고 사계절이 명확하다. 사람들은 북부에 편견이 있는게 분명하다. 어깨 밑으로 내려 걸쳤던 로브를 다시 걷어 올려 입는다.
그는 감 사감에게 깃털이 담긴 병을 건넸다. 감 사감은 방금 전까지 또 울었는지 눈시울이 새빨갛다. 그는 차마 달랠 재간이 없다. 위로를 해도 삶은 한 순간이라는 시덥잖은 말로 또 울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산 자에게 있어 참 슬픈 일이다. 언젠가 무뎌질 일이기도 하다. 그는 무뎌진 사람이었다.
─ 그래서 손가락질 당한 거고, 모두가 경멸한 거잖아요!! 오로지 시체만 찾아다니는 까마귀라고..!! …헉! 제가 무슨 말을..! ─ … ─ 도, 도련님. 실언이었어요.. ─ …자네가 옳아. 모두가 우리를 경멸하지. ─ 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지팡이를 겨눠주세요.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도련님!! 가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타니아와 사상에 대해 싸웠을 때는 그 순간이 싫고 남들처럼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제 슬퍼할만큼 했으니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우물을 내려다본다. 이건 또 언제 만든 건지 모르겠다. 그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듯 고개를 쭉 뺐다. 우물의 속은 깊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대로 발이라도 헛디뎌 빠져들면 아무도 그를 꺼내주지 않을 것이다. 미쳤다고 들어갈 일이 있겠냐만은 누군가는 또 여기에 빠져들어 죽어버리고 싶다는 한심한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저기 저 학생처럼 말이다. 저 멀리서 코를 훌쩍이며 아직도 눈물을 그치지 못한 학생을 감정없이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해도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면 그는 이 우물에 사람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
그는 줄을 당겨 물을 긷기 시작한다. 물이 담긴 양동이는 무거워 한참을 낑낑대야 했다. 예상 외의 난관이었다.
하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에게는 특별한 그림을 선물한다. 은으로부터 9대쯤 위에 있었던 것 같은 한 특출난 마법사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친구에게 11개월에 걸친 정보 수집을 걸쳐 완성한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선물했다고 한다. 보통의 초상화는 모델이 제일 좋아하던 구절을 내뱉고 평소 태도를 따라할 뿐이지만, 그가 만든 초상화는 철학이나 우주의 원리, 갖가지 신기한 상식들을 생전처럼 친구에게 알려 주었으며 그림으로 재현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고뇌할 정도의 고차원적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감각의 형태로 나타나는 초감각이 유난히 짙게 나타났던 당대의 힘 덕분으로, 그는 친구의 주변인들과 친구에게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쓰던 물건을 보고 생전에 그린 오래된 초상화를 보면서 주변인들이 그를 어떻게 봤고 그가 순간순간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생하게 느끼고 묘사할 수 있었다. 그 초상화는 쭉 친구의 저택에 걸려 있다가 친구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한 후 본화의 의지에 따라 찢겨 생을 마감해,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 차 하, 중국에 머물던 하 가문 사람의 기록
삶이 있다면 그에게 엿을 주는 존재가 분명하다. 그는 요양하면서 침대에만 있었다보니 체력이 더 약해졌음을 깨달았다. 고작 물 한번 긷는 것에 온 힘을 뺐는지 숨을 돌리며 물을 병에 가득 담았다. 이걸 백궁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하지만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또 감 사감을 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순결한 피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동일한 피를 섞고 섞고 또 섞는다는 뜻이다. 마법약은 동일한 재료를 자꾸만 넣으면 특정한 성질이 강해져 쉽게 다룰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순수 혈통의 피에 마법사 농도를 늘려야 한다고 처음 생각한, 그 후대에게 그 생각을 계속해서 물려준, 최초의 마법사-선대는 참으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가끔은 참을 수 없는 광기, 어떤 열망을 느꼈다. 다른 성을 쓰고 다른 이름을 받았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견딜 수 없는 생각에 잠시 저녁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 불쾌할 정돈 아니었지만 소음의 원인이 궁금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가 보니 바쁘게 드레스룸과 복도를 오가는 사람이 보였다. 내 누이, 도련님이다.
"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
막 깨어난 후라도 우아한 억양을 꾸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캐리어에 옷을 넣고 종이조각 하나를 한참 노려보던 도련님은 이쪽을 돌아봤다.
" 아, 군. 잠시 짐을 싸고 있었어. " " 여행이라도 가시는지요? " " 아니, 가출. "
가출이라. 이 도련님이 가출이란 말을 입에 담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여덟 살, 내가 여섯 살일 때 한국에 온 이후 도련님은 양친(養親)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는지 맹목적인 믿음을 버렸지만 여전히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이든 일찍 마치고 남은 시간을 불쾌하고 천박한 것에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 변덕이 드셨나 보군요. " " 변덕? 아니야, 군. 이건 계획된 거야. 부모님은 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 " 계획이라. 머물 장소는 알아두셨습니까? "
그가 하의 피 때문인진 몰라도 어둠을 잘 가려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양친이 절대 그를 찾으러 가지 않을 어둡고 위험한 장소로 향하려 한다면 나는 양친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와 동등하지만 그의 부모에겐 은혜를 입고 있었으니.
" 쓸데없는 걱정이야. 이제부터 우리 가문과 그나마 친교가 있었던 가문인 임(恁)으로 갈 테니까. 그 집에서 나에게 손님방을 내어주기로 했지. "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가출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풀이하면 집을 나간다는 뜻이었지. 하지만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직역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드물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의구심을 품은 눈으로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 친교가 있는 가문으로 가는 것이 어떻게 가출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만. " " 원래대로라면 미리 부모님한테 말하고 일주일 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란 말을 듣고도 바짓가랑이를 잡혔을 텐데, 임 가문의 장자를 통해 먼저 일을 진행시키고 후에 통보했잖아. 원래대로였다면 우리 부모님은 절대 남의 집에 묵고 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한 달 동안 꽤 외로울 테지만 그건 지금까지 날 새끼 쥐처럼 여리게 취급했던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
도련님이 떠난 후에 들은 것은, 도련님이 한 달 동안 마법적인 지식을 교류할 겸 가문 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임 가로 잠시 수학(受學)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플루가루 타는 냄새가 났다. 양친이 우는 소리를 몇 번 한 이후 가끔 저녁에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연락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먹물을 잘못 떨어트린 종이를 손 안 대고 가루가 되도록 찢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언으로 손짓하자 가루는 쓰레기통으로 빨려들어갔다. 새 종이를 꺼냈다. 저 도련님이 내 자리를 다시 빼앗을 걱정은 없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 손에 넣을지 모르는 그것을. 그러나, 저 도련님은 남의 것을 빼앗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 또한 손에 쥐어주는 것을 움켜쥐기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쥐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고 알았을 뿐. 먹을 적신 붓을 죽 긋는다. 시원하다. 문득 도련님이 종이 앞에 서 있었다면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영원히 느낀 적 없는 그 감각이 궁금해졌다. - 미 하, 환영받는 이방인의 기록
한 편 더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 (누워 있는 이모티콘) 평소라면 금손이란 말이 과찬이고 어쩌구 했겠지만 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보통 자신이 글을 못 쓰고 다른 사람이 잘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각자 글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고 금손이고 똥손이고 가릴 필요 없이 모든 사람의 글은 소중하다는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에 그냥 누울 거야. 줄여서 데굴데굴.
미심쩍은 눈길로 책상에 놓아둔 공을 찬찬히 살핀다. 저한테 이런 공이 있었던가. 아니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기만 할 뿐 이런 필요도 없는 공을 저가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굴러온 것일까. 공을 잡으려 손을 뻗다, 저번의 유리병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거둔다. 이 공이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라면. 무언가 어떠한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때와 같은 장난은 한 번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스베타는 공에게서 관심을 끄며, 침대 끝에 앉다, 문뜩 벌떡 일어나며 침대와 손을 살핀다. 손에 눌리며 터진 그건, 또 다른 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