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꼭 존댓말 안 해도 되니까, 응. 반말 해도 돼. 존댓말이 편하다면 존댓말 해도 되지만..
그 말에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아랑이 방긋 웃는다. 반말도 존댓말도 둘 다 하고 싶을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 반존대, 라는 건 어때요, 선배애~? 반말도, 존댓말도 둘 다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아. 허락받을 수 있으면 받고 싶어요. ”
애교 있게 눈매를 접으며 이야기했다. 허락해준다면 기쁠 테지만, 선배가 불편하다면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탕을 입에서 빼고 말하면 되지, 바보같이 물고 말하느라 발음이 새버렸네... 올바른 예시의 민규를 보고 아랑이 두 눈을 깜박깜박했다. 나 쪼꼼 바보 같았을까? 쇼파에 앉으란 민규의 손짓에 아랑은 여전히 사탕을 입에 물고서 양산처럼 쓰고 있던 우산을 접었다. 꼼꼼하게 갈무리하고 민규의 옆자리에 앉았다.
“ 나, 사탕은 사과 맛이 좋아요~ 무슨 맛이든 잘 먹지마안, 사과맛 사탕은 어떤 브랜드든 대체로 실패 안 해서 좋아요. ”
이번엔 민규의 올바른 예시를 따라했다. 사탕은 브랜드마다 크고 작은 맛의 차이가 있고, 그중에서도 사탕은 언제나 평균 이상은 하는 맛이어서. 사탕을 받게 된다면 사과 맛이 좋지이.
“ 나 선배한테 주고 싶은 거 있어요~ ”
빼놨던 사탕을 도로 입안에 머금고 아랑이 제 가방을 뒤졌다. 작게 포장된 것을 꺼낸 후에 민규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민규가 반존대를 허락했다면.
“ 열고 싶으면 지금 열어봐도 좋아. ”
가늘게 웃는 미소와 함께 친근한 허락이 떨어졌을 테고. 당신의 모습을 살피다가 눈을 떼구르르 굴리고선 뒤늦게 “ 요. ‘를 붙이거나 했겠지.
학교가 허락한 몇 안 되는 휴식시간 중 하나인 점심시간이었다. 사하는 이 소중한 시간에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눈꼴 시리게 찰싹 붙어 손 잡고 걸어가는 애들은 적당히 모른 척 해준다. 멀리서 아는 얼굴이 걸어올 때는 손목에 없는 시계 보는 척까지 했다. 아마 맘 속으로 제게 아주 감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봄의 끝자락에 가까워오면서 날이 꽤 따뜻해졌다. 여전히 건조해 축축 늘어지지는 않았다. 나뭇잎이 만든 그림자 사이로 비치는 빛이 바닥으로 늘어지고, 사하는 조명 아랠 사랑하는 배우처럼 그 자리만 밟아가며 걸었다. 처음엔 머쓱하지 말라 피했던 시선이 빛을 쫓아가는 것으로 변질됐다. 반짝임 따라 불규칙한 보폭으로 이어지던 걸음은 동그란 그림자 하나에 멈춰선다. 밀빛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 옅은 색도 그렇고, 어딘가 솜사탕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가만히 선 채 그림자의 주인을 내려다보던 사하는 그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딱히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풀밭이다.
"안녕, 뭐 구경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서 몸을 웅크려 앉았다. 여전히 시선은 풀밭을 향해 있다. 잔디인지 잡초인지 모를 풀들, 자잘하게 피어있는 희고 노랗고 파란 꽃. 그리고 무수히 많은 세잎클로버. 행복이 가득한 풀밭이네. 생각하며 눈을 끔뻑였다.
>>623 아랑이는 시간대 상관 없이... 걍.. 가족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주말을 좋아할 거 같은데요... <:3 주말 아침쯤에 일찍 깨서 (가족들 먹을) 요리 시작하는 것도 좋아하고, 늦게 깨서 가족 중에 아무나가 깨워주는 것도 좋아해요. 가족이 없는 학교 시간대면... (아마) 점심...? <:3 (집으로 갈 수 있는) 하교 후 시간대...?
>>626 으아아~~~~~~~~~~ 새슬이 넘모 귀여워요..... ㅠㅠㅠㅠㅠ (뭘 눌러야 새슬이 호감도를 올릴 수 있지요...?)
당신이 손을 잡아오자, 경아의 미소는 짙어진다. 이미 답을 알고 있던 사람처럼 빙긋이 웃는다. 그리곤 다시 손을 고쳐 잡는다. 당신이 풀려 한다면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함을 남겨 놓으면서도, 손가락을 문질러 틈이 없도록 맞붙는다.
"다행이네."
경아는 눈을 휘며 웃는다. 그 모습은 왜인지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혹은 푸르게 빛나는 여름날의 숲과도 닮아있다.
"나도 좋아해."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듯 목소리를 낮춰 속살거린다. 웃음소리가 푸스스 흩어진다. 얼핏 장난스레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다. 그러나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자면 온화하고도 진심어린 호의가 서려있다.
케이스도 사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 경아는 그 둥그런 눈을 조금 더 크게 떴다. 버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소중히 보관할 줄도 몰랐다. 어린 시절의 친구란 흔히 잊혀지기 쉬운 것이라, 당신이 나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무척 기뻤더랬다. 지금도 그러하다.
"솔직히, 버려도 할 말 없다고 생각했어. 기껏해야 천 원도 안되는 싸구려 팔찌니까...정말로, 해인아, 정말로 기뻐. 소중하게 여겨줘서 고마워."
볼가를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곤 말하는 경아는 실로 행복해 보인다. 감동으로 들떠 보인다. 녹빛 눈동자가 얼핏 일렁이는 것도 같다.
"응, 그러네."
경아는 딱히 신을 믿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를 기억하는 당신을 다시 만난 것은 그런 신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로만도 충분히 기뻤다.
"으응, 알잖아. 나 별로 하는 일 없는 거."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야기한다. 그러나 경아가 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박할 말이다. 경아는 책과 글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고 도서부 활동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