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고나면서 암세포가 같이 들어오냐? 안타깝게도 연호는 보험이나 의료 관련해서는 아는게 전무했다. 그가 워낙 다친적 없이 살아오기도 했고,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었다. 아직은 어려서 아직 보험까지 들진 않았지만, 아마 성인이 되면 들지 않을까? 치과보험이 들어져있는 이유는 치아는 단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응응. 아직은 숨 쉬고, 내가 참으라면 참아. "
지금부터 숨을 안쉬었다가는 나중에 나홀로 질식사(?)를 할지도 모른다. 시작도 안했는데 숨을 참고있다간 필시 산소가 부족해지겠지. 차라리 앞을 보고있지 않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 사하를 조금 더 꾹 안고서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완전히 자신의 품으로 돌리려 했다. 숨도 쉬라는 의미에서 몇번 등을 토닥거리다가 다시 자세를 잡고 게양대 위로 향했다.
한 손은 사하를 감싼 상태로 나머지 한손과 두 다리를 이용해 봉을 잡고 위로 올라간다. 조금씩 위로 올라갈때마다 어쩐지 공기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꼭대기에 올라서 잠시 하늘을 올려보다가, 온 몸에 힘을 주어 게양대를 휘기 시작한다. 철이라서 마음대로 휘지는 않았지만 아예 단단한 것은 아니라서, 연호는 둘의 몸무게와 자신의 힘, 그리고 바닥에 묶인 밧줄을 당기면서 천천히 게양대를 구부려갔다.
꾸구구구... 하는 불길한 소리가 몇번 반복되고서,
" 이제 숨 참아 왕자님. "
사하를 놓치지 않도록 완전히 꼭 끌어안은 상태로 머리까지 밀착시킨 상태에서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그는, 사하가 숨을 참을 때 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손에 잡힌 밧줄을 스르륵 놓았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탄성력에 의해 둘은 연호에 의해 완벽히 조준된 곳으로 튕겨져 나갔다.
게양대를 완전히 땅끝까지 구부린 것도 아니었고, 고작 창문이 열려있는 교실로 날아가는 것 뿐이었기에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날아가는 동안 시간이 1000분의 1초라도 된양 느리게 느껴졌다. 밑에서 경악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창문 안에서 쿠션을 몇 겹이나 쌓아놓고 기다리는 친구들도, 모두 멈춘 것 처럼 보였다. 그는 잠시 그런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공중에서 몸의 방향을 바꿀 순 없지만 움직일 수는 있다. 튕겨져 나가느라 조금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사하를 최대한 감쌌다. 그녀의 몸 어느 한 부위도 삐져나가지 않도록. 그러면서 자신은 쿠션을 등지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서 사하를 보호했다. 연호 자신은 이런 충격에 익숙하다. 쿠션에 부딪히면 99%는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었지만, 사하를 안고있는 지금은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녀를 보호하고 자기 자신도 보호해야 했다. " 짜잔. "
다음 순간, 그들은 교실에 산더미처럼 쌓은 쿠션 속에 파묻혀있었고, 연호는 사하를 안은 채 '해냈다!' 라는 표정으로 누워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문하가 멍한 표정으로 퉁명스러운 대꾸를 하더니 살짝 눈매를 찌푸렸다. 그리고 그 찌푸렸던 눈매가 제 말에 픽 웃는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까지 가만히 지켜봐 주다가 입꼬리를 고양이처럼 끌어 올렸다. 이 다람쥐 같은 소녀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소동물이 살고 있고, 그중에는 소소한 장난을 걸고 싶어 하는 고양이도 있을 것이다.
“ 서로 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
살짝 고양이 같은 느낌으로 웃어 보인 아랑이 뭘 고를지 궁금하단 문하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신중하게 골라야 하나? 여기서는 신상 과자보다 스테디하게 잘 나가는 과자를 골라야 하나? 아랑은 짧은 고민을 끝마쳤다. 머릿속으로 고른 과자를 가지러 가는 걸음이 가벼웠다.
“ 나 이걸로 할래애. ”
포카칩 오리지널. 오래되었으면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과자니까 이거면 되겠지. 문하가 고른 게 단맛의 빼빼로니까, 짠맛의 포카칩을 고르는 게 퍽 적절한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놀랍게도 비랑은 당황하면서도 살짝 떨떠름한 기색을 보이며 손을 내렸습니다. 식탐이 나서 양보해주겠다 약속할 순 없는데, 뭔가 주고받은 대화의 중요성에 비하면 상대가 매우 억울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탓이지요. 이렇게 하면 꼭 비랑이 괴롭힌 것 같잖아요. "너도 배고프고, 나도 배고프잖아. 이러지 말자. 친구야, 공감성을 발휘해 봐." 이렇게 진지한 말을 언제 한 적이 있던가요.
선하의 식사예절력에 비해서 비랑은 그리 솜씨가 좋진 못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식사할 때처럼 가끔 젓가락을 찔러넣을 때 그릇과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가라앉은 떡 조각을 건지기 위해 그릇을 긁느라 소음이 나기도 하네요.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가끔 젓가락이 손 안에서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양념에 오래 담그지 않고 건진 튀김 하나를 막 깨물려다 선하의 질문에 대답하려 잠시 멈춥니다.
"산들고. 왜?"
짧게 대답하고 튀김을 깨뭅니다. 비랑이 얼굴 튀김이네요. 오징어 튀김이라는 뜻입니다.
튀긴 고구마나, 동그란 만두나, 이런저런 튀김이 비랑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와중, 튀김 중 제일 귀한 놈이 그릇 위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황금빛 오돌토돌한 튀김이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끝, 튀김가루가 묻은 듯 아닌 듯한 붉고 바삭한 꼬리. 새우튀김! 그 찬란한 이름. 이것은 일종의 트로피와 같습니다. 전쟁의 목표는 상대의 튀김을 약탈하는 것이지만, 기수의 깃발을 빼앗아 적군의 전의를 떨어트리듯 새우튀김을 쟁취하는 순간 상대의 기를 순식간에 꺾어 버릴 수 있겠지요. 비랑은 슬슬 매운맛이 올라오는지 같이 나온 음료수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차분히 가라앉히려 합니다.
어차피 미성년자니까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만. 그래도 하는 말 듣고 있으니 걱정돼서 말했다. 목숨 중요한 만큼 건강도 소중하니까. 유병장수라는 말이 괜히 저주로 쓰이겠니.
숨 쉬라는 말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게 내 마음대로 숨이 쉬어지는 게 아니거든. 숨 막혀 죽겠다 싶을 때쯤 찔끔 내뱉고, 찔끔 들이쉬었다. 이럴 때만 콩알만 해지는 간이 폐를 꽉 틀어쥐고 안 뇌주는 것 같았다. 앞이 안 보이니까 좀 나은 건 맞는데……… 아니, 아니. 아닌 것 같아. 잠깐만. 생각과 다르게 몸은 뻣뻣하게 굳어 얌전히 안겨있었다. 괜히 버둥거리다 떨어지면 진짜 그대로 황천길 건너는 거거든. 나 고3인 채로 죽고 싶지 않거든. 속은 시끄러운데 입은 꽉 다물려있었다. 무서워서 말도 안 나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거구나. 열아홉에 주마등을 경험하게 될 줄이야. 사하는 연호가 숨 참으라 하기 전에 이미 숨 참고 있었다. 이젠 찔끔찔끔 호흡법도 작동을 안 했다. 얼굴 새빨개져야 맞는데, 점점 창백해지기만 했다. 이젠 안겨있는 게 아니라 거의 매달려 파묻힌 수준이었다. 엄마, 엄마, 보고 싶어. 빛 한 톨도 못 들어오게 눈 꽉 감았다.
엄청 센 바람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뚝 멈췄다. 기절 안 한 게 기적이다. 꽉 감고 있던 눈 조금 떠 주변 살핀다.
"……여기 저승 아니지."
사하가 훌쩍였다. 손 들어 세 방울쯤 떨어진 눈물을 닦았다. 맘 같아선 엎어져서 한 1분 정도만 울다 그치고 싶었는데, 보는 눈이 있어서 그렇게는 못했다.
>>85 (스페이스캣짤 첨부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처음 봤을 때는.... 스페이스캣이 되어있을 것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1학년 때부터 했고 한달에 한 번이라면... 이제는 익숙해진 편이지 않을까 싶네요 >:3 그래도 여전히 눈 땡글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ㅎㅁ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