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약속시간보다 8분만 일찍 가기로 했다. 5분도 10분도 아닌 애매한 시간, 수박씨가 준 우산을 챙기고, 수박씨에게 줄 선물들도 챙겼다. 음, 빠진 거 없지.
학생쉼터에 들어서기 전에, 수박씨가 준 우산을 펼쳐 썼다. 실내인 건 아는데 저를 알아보기 쉬우라고 쓴 거다. 선물한 물건을 쓰고 있으면 금방 알아보겠지!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커다란 사람이 보였다. 약간 험악하고 무뚝뚝한 인상-개상이나 늑대상이 아니라면-인데 그런 건 크게 상관없었다, 어느 측면에서는 익숙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랑의 눈에는 목각 인형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가... 조금 귀여워 보였다. 이건 수박씨의 편지가 무해하고 상냥한 영향도 있었고, 금아랑이 서툰 사람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도 있었고, 너무 능숙한 사람보단 삐걱이는 사람을 맘에 들어 하는 탓도 있을 테다.
민규가 명찰을 차고 있었다면, 금방 선배인 걸 눈치 채고선. “ 수박씨에요~? ” 라고 빵긋 웃으며 물어 봤을테고.
명찰을 차지 않았더라면,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 수박씨 맞지이? ” 라고 빵긋 웃으며 물어 봤을테지.
푸른 눈이 호의를 담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대화해 보고 싶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글로 보는 것도 좋았지만, 실제도 만나는 것도... 응, 나쁘지 않네. 이건 이거대로 좋은지도.
<2안> 민규가 뒤돌아 있는 상태고 어색한 인사를 혼자 연습해보다 들킨 경우
아랑은 약속시간보다 8분만 일찍 가기로 했다. 5분도 10분도 아닌 애매한 시간, 수박씨가 준 우산을 챙기고, 수박씨에게 줄 선물들도 챙겼다. 음, 빠진 거 없지.
학생쉼터에 들어서기 전에, 수박씨가 준 우산을 펼쳐 썼다. 실내인 건 아는데 저를 알아보기 쉬우라고 쓴 거다. 선물한 물건을 쓰고 있으면 금방 알아보겠지!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커다란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금 쉼터에 저 사람밖에 없는데, 저 사람이 수박씨인가...? 아랑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안녕.
인사 연습하는 걸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와 긴장한 듯 굳어 있는 뒷모습이... 귀엽네에. 쪼꼼보다 더 후한 평가를 주고 싶어질 정도로. 방긋 웃은 아랑이 쟈박쟈박 걸어가 우산을 잡고 있지 않은 쪽의 손을 뻗었다. 그리고 뒤돌아 서있는 사람의 힘이 들어간 손을 지나쳐 그보다 좀 더 위, 옷소매를 살짝 그러쥐고서 살짝 당겨보았을 것이다.
약간 놀라서 뒤돌아 보았다면 “ 수박씨야~? ” 라고, 별사탕같은 목소리로 당신이 누구인지 묻는 소녀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일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았더라도 별사탕 같은 목소리에 담긴 웃음기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지 않을까.
//1안과 2안중에 민규주 입맛에 더 맞는 쪽으로 골라서 이으시면 됩니다요! ㅇ.< 답레는 물론 민규주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주시면 돼요~~ >:3
약간 시무룩한 얼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랑의 시선이 문하의 눈짓을 따라갔다. 저거 다 내가 방금 사 준 빼빼로보다 비싼 거잖아...? 꾸준하고 평범하게 인기 있으면서 (당연히) 빼빼로와 비슷한 가격대의 과자를 고르려고 했었는데. 더블딥 빼빼로 주고 저거 받으면 내가 너무 놀부 심보 같지 않겠니, 하야? 묻고 싶지만 참았다.
네가 그게 좋다면 만류하지는 않을게. 그렇지만-
사람들이 먹을 걸 두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길 많이 하더라. 그런데 난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니까.
말 나온 김에, 한두 개쯤 더 사보면 어떨까. 이번에는 아주 극단적인 걸로.
맛이 진짜 이상해도 탓하지 않을게.
시무룩했던 얼굴은 펴졌지만, 문하가 가리킨 개성 있고 자극적인 과자들이 있는 찬장을 보며 아랑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시무룩한 기색을 달려주려고 하는 거라면 마음을 완전히 닫은 건 아닌 것 같은데... 호불호 갈린다는 느낌을 모르니까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저건...
“ 저기이, 하야아. ”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 혀를 골로 보낼 생각인가...? 과자 초심자가 도전하기엔 저기는 너무 험난한 구역이다. 아랑은 꺼내야 할 말을 속으로 열심히 골랐다.
“ 맛이 진짜 이상한 게 문제가 아니라 미각이 살짝...에서 약간 심하게 마비가 되는 수준의 과자도 세상엔 있는 거거드으은... 난 과자 초심자에게 너무 험난한 선택을 권하고 싶지 않아. 말릴 수 있다면 말리고 싶어. ”
>>410 그냥 그런 순간들이 인생에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하늘주의 힐링에 쪼꼼의 보탬이 되고 싶은 거예요 >:3 (힐링짤 검색해서 들고옴) 지금 할일 잇으시면 지금 이 레스에 반응 안 하셔도 됨다 ㅇ.<
>적당한건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는데 자신을 재려고하거나 떠보려는 것은 상대해주지 않아< 이거 하늘주가 표현해주시는 하늘이에 딱 맞아요... <:3 유한듯 강한 역밀당 하늘이... <:3
>>411 으악 사하 외ㅐ.. 왜 이렇게 귀여워요....? 밀어도 장난인줄 알고 당기면 받아준 줄 알고 와자뵤.... ㅠㅠㅠㅠ (귀 여 워...) 흐악.. 사하한테는 밀당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아랑이 말고 제가.. ㅇ.< (사하 : 안 받아요 ;)
>>412 상대방 패턴에 맞춰주는 거 좋다아, 라고 생각했는데. 당길때 훅 들어갈때도 있고 밀때는 훅 밀리는 그런 경우.. 보니까 해인이가 섬세했지, 라는 게 떠올라요.. 해인이는 겉은 여유로워 보이는데 속이 섬세해.. <:3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랜선 스담)
>>414 앗.. 민규는 밀당이 역효과... <:3 같이 거리두기... ^ㅠ.... 당기면 어? 쟤 나 이제 조금 관심 있나? 하고 와주나요...? 감정 얕고 자각이 느린 것도 귀엽네요... (흐뭇) 감정 깊고 자각 빠른 민규도 살짝 보고 싶어졌는데 그건 캐붕인가요... :Q
Q : 아랑이 밀당하면 어찌되나요! A: 밀당을 해보셔야 압니다... ()() 사람의 마음은 복잡한지라 그 밀당이 마음에 들면 넘어갈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응~ 별로~ 일수도 있으니까요.. <:Q... 근데 밀당 당하는 걸 모를 수도 있음, 이란 제 3의 길도 있습니다...ㅋㅋㅋㅋㅋ
>>417 >>419 사하 눈새란 설정인가요...? (그것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 당근을 흔드셔야지 받아주면 어케요...ㅋㅋㅋㅋ (좋아함) 아랑이 반응 >>418에 적어놨는데... 아랑이는 밀당 당하는 걸 모를수도 있음에서 길이 두개로 갈릴 것도 같아요. 밀당 당하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넘어가 버리거나, 밀당 당하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걷어차 버리거나 (찬다는 자각이 없을 수도 있음...)....ㅋㅋㅋㅋㅋㅋ
>>420 일단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고.. 가끔 말한대로 걍 ㅇㅋ할 때도 있는데 이걸 눈새라고 하는 거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밀당 모르는 상태에서 걷어차는 거 뭔가 상대에 이입하게 돼서 슬퍼지는데 ㅋㅋㅋㅋㅋ 눈물좔좔.... >>422 헉 사탐 계열쌤도 잘 어울리구 영양사도 잘 어울려 ㅠㅠㅋㅋㅋㅋㅋ 아랑영양사쌤 급식 맛있게 짜주셔서 유명해지는 거 아닐지...... 쌤 맛있는 거 많이 주세요!!! 사하는 의외로 윤리쌤일 것 같읍니다 '-^)~*
>>415 원래 눈치는 빨라서 ... 본인이 하는 밀당은 피곤해서 안하는 편!! >>417 여유라기보단 내가 하기 귀찮으니까 너가 하고싶은대로 해줄께 ... 하면서 하는 느낌일까요! 사하한테는 거의 당기기만 했을 것 같긴 해요 .. >>421 해인이는 상담실에 있는 선생님이나 보건 선생님이 아닐까 싶네요!
>>423 눈새가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관용 넓은 사하가 아닐까요...? ㅇ.< 왜 걷어차이는 쪽에 이입해옄ㅋㅋㅋㅋㅋㅋㅋ 앗... ()() (유명해지면 뒤로 숨어버릴 것임) 많이 드리고 말고요~~~ ㅎㅁㅎ 사하... 헉 윤리쌤 상상했는데 막.. 학생들의 첫사랑쌤 이미지 같다... ^////^
>>424 !! 본인이 하는 밀당은 피곤해서 안 하는 편... (쪼끔 의외였따!) 뭔가.. 해인이 본인이 밀당해도 잘 할 것 같았거든요... <:3 상담실쌤도 보건쌤도 좋은데, 보건실이나 상담실에 죽치고 싶어지게 만드는 선생님 아닐까...? >:D
>>425 오늘은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등장하셨네요! 안녕하세요 연호주! >:3 >>409 >>421에 질문 있어요! 괜찮으면 연호 것도 풀어주세요~ ㅇ.<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 연습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제 소매를 꾹 잡았다. 그리고 팔을 조금 당겼다. 뒤를 돌아본 최민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첫 번째, 최민규는 놀라면 얼어붙는 편이었다. 두 번째, 최민규는 상황판단이 느리다. 세 번째, 방금 전 까지 최민규는 남한테 보이기 싫은 순간 중 하나, 인사 연습, 을 만끽하고 있었다.
최민규는 눈이 커진 채로 아랑 한번, 수박 우산 한번, 아랑 한번, 수박 우산 한번 봤다. 그리고 눈을 두 번 깜박였다. 쟤는 왜 실내에서 우산을 쓰고 있대, 하는 의문이 삽시간에 풀렸다. 입을 열고 딱 한 마디 했다.
"아."
쟤 금아랑이구나, 하는 깨달음의 소리다.
"어..음.. 안녕."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약간의 부끄러움이다. 방금 그거 다 봤으려나. 귀 끝이 조금 붉어졌다.
"만나서.. 반가워."
삐그덕대며 한쪽 손을 들어 인사했다. 조금 진정하고 금아랑을 다시 한번 봤다. 별사탕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보이는 인상도. 언젠가 건빵 안에 들어 있던 분홍 별사탕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