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학생쉼터였지, 분명. 최민규는 시계를 힐끔 보았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20분정도 남았지만, 일찍 와서 나쁠 건 없다. 소파 위에 앉아, 가져온 막대 사탕 두 개를 손에서 만지작거렸다. 사과맛, 레몬맛. 나름 좋아하는 사탕이다. 무향 핸드크림을 선물로 준다고 했던 것 같다. 혼자 빈 손으로 오기는 머쓱했던 탓에, 사탕 두 개라도 주섬주섬 챙겼더랬다.
사실 최민규는 선물 고르는 재주가 없다. 그러니까, 아랑에게 준 선물은 하루 종일 고민해서 준 선물들이다. 인형을 줄까 고민도 했지만, 꽤 큰 문제에 봉착해서 포기했었다. 최민규는 금아랑이 좋아하는 인형을 몰랐다. 그리고, 인형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전혀 쓸모없는 선물이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실용적인 걸 주자 싶었다.
"안녕."
몰래 입 안에서 인사를 중얼거려봤다. 수박씨는 사실 웃는 것도 어색하고, 무표정일 때가 더 많고, 인상도 험악한데. 마니또가 겁을 먹으면 어떻게 하지, 조금 걱정이 된 탓이다. 안녕, 다시 한번 중얼거려봤다. 아무리 해봐도 좀 어색하다.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랑이 최대한 겁없는 성격이길 바랄 뿐이었다. 아니면, 외양만 보고 겁 먹는 성격이 아니던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최민규는 심호흡을 조금 했다. 왜 긴장하냐, 괜히.. 바보같이. 사탕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었다. 끝이 어딘지 가늠조차 가지 않을만큼 높은 천장, 부서진 별가루와, 부옇게 쏟아진 은하수. 캔버스 한 폭의 밤하늘이 내뿜는 아찔하고도 황홀한 빛. 귀를 간질이는 별들의 노래.
그것을 한 줌이라도 움켜 간직하고픈 욕심이 들어서 손바닥을 내밀면, 험상궂은 먹구름들이 화를 내듯 무리지어 굵은 빗줄기를 뿌려 대는 것이다.
굵은 빗줄기가 금새 쓰라리도록 짠 바닷물이 되어 나를 삼키면, 어느새 방 안은 깊은 심해가 되어 발목을 휘어감고. 아무 말 없이 코와 입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에 저항조차 않은 채 가라앉는다. 부글거리며 끓는 물거품, 부유하는 해파리, 향유고래의 나직한 울음. 점점 더, 점점 더 깊이. 저 빛을 움킬 희망이 차라리 그 숨을 멈출 때까지.
마침내 등허리가 축축한 모래바닥에 닿으면, 그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둑한 심연. 무거운 바닷물이 숨을 누르고, 간혹 바닥을 기는 심해어의 신음소리만이 속삭이듯 울리는 곳. 그런데도 아주아주 멀리, 이미 잠잠해진 물결 사이로 일렁이는 딱 한 줄기 빛조각의 희미함이 너무 예뻐서. 몰래 흘린 눈물은 태어나기도 전에 바닷물에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었다. 끝이 어딘지 가늠조차 가지 않을만큼 높은 천장, 부서진 별가루와, 부옇게 쏟아진 은하수. 캔버스 한 폭의 밤하늘이 내뿜는 아찔하고도 황홀한 빛. 귀를 간질이는 별들의 노래.
그것을 한 줌이라도 움켜 간직하고픈 욕심이 들어서 손바닥을 내밀면, 험상궂은 먹구름들이 화를 내듯 무리지어 굵은 빗줄기를 뿌려 대는 것이다.
굵은 빗줄기가 금새 쓰라리도록 짠 바닷물이 되어 나를 삼키면, 어느새 방 안은 깊은 심해가 되어 발목을 휘어감고. 아무 말 없이 코와 입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에 저항조차 않은 채 가라앉는다. 부글거리며 끓는 물거품, 부유하는 해파리, 향유고래의 나직한 울음. 점점 더, 점점 더 깊이. 저 빛을 움킬 희망이 차라리 그 숨을 멈출 때까지.
마침내 등허리가 축축한 모래바닥에 닿으면, 그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둑한 심연. 무거운 바닷물이 숨을 누르고, 간혹 바닥을 기는 심해어의 신음소리만이 속삭이듯 울리는 곳. 그런데도 아주아주 멀리, 이미 잠잠해진 물결 사이로 일렁이는 딱 한 줄기 빛조각의 희미함이 너무 예뻐서. 몰래 흘린 눈물은 태어나기도 전에 바닷물에 스며들었다.
입꼬리가 내려간다. 목소리가 한가닥 내려가며 퍽 우울하게 들려왔다.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가 바닥을 향한다. 자, 슬픈 사람 완성이다. 남의 표정 살피기는 일상다반사였고, 마음에 드는 표정 쏙 골라와 지 얼굴로 만드는 건 오래된 전통이었으니 이정도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테였다. 경쟁심 강한 건 이쪽도 매한가지인지라 쉽게 안 져주는 모습이다. 우정이라는 말에 선하가 비랑을 마주본다. 비실거리는 미소가 영 질나쁘게 보인다. "억울하면 나한테 친한척 해주던가. 혹시 몰라? 내가 좀 예쁘게 굴어줄지." 애석하게도 지 더러운 성격은 숨길 생각 없어보인다.
선하는 그렇게 뻔뻔스럽게 새우튀김을 목 너머로 넘겨놓고는 가만히 비랑을 보았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양심 없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랑은 화는 커녕 반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다였다. 선하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천진해보이는 눈은 여전했다. 미적지근한 반응도, 무시도 내 입맛은 아닌데. 선하의 심사가 수세미처럼 엉클리고 만다.
선하는 비랑이 끌어당긴 튀김 그릇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숫가락으로 그릇을 꾹 찍었다. 당연히 비랑의 반발이 있을테지만 선하의 목적은 그게 다가 아니다.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선하가 묻는다.
"왜 나 피해? 반응도 안해주고... 그러면 곤란해. 내가 잘못했으면 화를 내든가 되돌려주든가 해야지."
여전히 그늘없는 두 눈이 가늘게 좁혀든다. 그러자 유독 속눈썹이 짙어보인다. 입이 위로 끌어올라가며 드러난 이가 가지런하다. 흠 없이 밝은 미소였지만, 홀로 그림자 없는 듯 위화감이 드는 미소였다. "아니면 나랑 놀기 싫어?" 나직히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젓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하여간 급발진 솜씨만 보면 아주 프로 레이싱 선수다. 한두번 행패부린게 아닌 모양인데 진상의 느낌이 짙게 난다.
살짝 마음을 열어주었나 싶더니, 도로 문을 닫아버린 것 같기도 했다. 기분 탓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건 좀 더 말을 걸어보거나, 행동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좀 더 과감하게 골라도 괜찮을 텐데, 왜.
“ 이게 꾸준히 인기 있는 과자니까아, 너 과자 잘 모른다고 했잖아~ ”
금아랑이 눈을 떼구루루 한 번 굴리고, 문하를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보며 말을 시작했다.
“ 과자를 잘 모른다고 했는데, 내가 네 앞에서 과감하게 신작 과자를 골라버리면... 그리고 네가 그걸 기억하고 사 먹게 된다면, 괴상한 맛체험을 할 수도 있을걸. 요새 신작은...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리는 게 나와. 극호랑, 극불호로 나뉠 정도로.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인기 있는 걸 고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
요는, 제가 한 행동을 따라해 보면 익숙해질지도 모른다는 당신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상태고, 괜히 과자 사는 것까지 따라하다 입맛 버리는 게 걱정이 되었다는 뜻이다. 말을 끝낸 금아랑의 눈썹이 약간 시무룩하게 내려갔다. 너무 돌려서한 표현이라 모르겠지, 싶어서. 그리고 약간 시무룩해졌다는 것은 티내도 될 것 같아서. 뭐, 많이 시무룩한 것도 이상한 거고. 여기선 약간 시무룩 정도가 딱 적당한 거지마안. 그런데 있지.
>>280 끄으읍.... u"u(질끈) 일요일 늦은 밤 참여라도 괜찮다면.... 아니 그래도 돌발이벤트라고 하면 아무래도 명단 받고 시작하겠죠.... 참여 못 하게 될 수도...8.8....!! 그치만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죠 >:3 관전하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팝콘이나 뜯는 수 밖엔
>>286 현재로써는 no 친밀도를 쌓으면 yes입니다. <:3 이건 만월이벤트 후일담.. ()()을 써봐야 알지도 모르겠는데, 아랑이는 이제 늑대를 조금 덜 두려워할 계기가 생겼지만, 겁 많은 생물의 겁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문하랑도 뭔가 계기가 있으면 아랑이가 늑대를 지금보다 덜 두려워하게 되거나, 늑대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1 적립되거나 할 거 같읍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