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한 번, 자신을 한 번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그 모습에 하늘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무슨 의미인지를 추리했다. 그러니까 사탕을 빨리 먹으라는 의미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중에 집에 갈 때 먹겠다고 대답했다. 피아노를 쳐야 할 손이 끈적해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이 조심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애초에 피아노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학교의 비품이니 더러워지면 곤란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쪽이 좋아요. 혼자서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요. 물론 선배가 피아노 곡을 싫어한다면 별개지만요."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까지 굳이 연주를 들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 지론은 오늘도 여전했다. 일단 그가 듣고 싶어하는 느낌을 보였기에 연주를 하겠으나, 흥미가 없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었다. 세상 모든 이들이 피아노를 좋아해야하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하늘은 반짝반짝 작은 별을 거론하는 민규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니까 그 멜로디인걸까. 그렇다면 작은별 변주곡. 모차르트가 작곡한 그거 맞지? -물론 전혀 그런 게 아니겠지만 하늘에게는 그러했다.- 라고 결론을 내리며 하늘은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한 후에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처음에는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을지도 모르나, 이후에는 익숙한 멜로디와 더불어서 낯선 멜로디가 합쳐졌다. 사실 가벼운 버전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전체적인, 원래 버전은 잘 모르는 이들이 가득했으니까. 그 낯설지도 모르는 것을 굳이 모두 연주를 한 후에 햐늘은 손을 멈췄다.
>>38 문하를 한번 골려먹어보고 싶다면 그래도 좋아. 문하는 아직 민초를 먹어본적이 없어 모르고 있지만 입이 민초와 영 친하지 못해서 민초를 못 먹을 텐데, 아랑이가 추천해주는 거면 '그래도 얘가 내 생각 해서 추천해준 건데...' 하고 포커페이스가 흔들리면서도 억지로 꾸역꾸역 먹으려 할 테니까.
싫어하는대신 장난을 쳐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사실 전공이라 할 정도로 재밌게 받아치지는 못 하지만, 원래 약간의 과장은 삶을 즐겁게 만드는 법이 아니던가. …아니라고? 유감이다.
"아이구, 무서워라."
하나도 무섭지 않은 얼굴로 웃는다. 그러면서도 손은 뒤로 물렸다. 사실 문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이쪽이 조금 더 약 올리기 좋아보여서 그랬다. 근데 내 잘못 아니다, 뭐. 네가 장난치기에 너무 좋은 상대야. 누르면 소리나는 인형 같이 장난 하나하나에 반응이 다 튀어나와서.
옥상에서 불꽃놀이? 눈을 데룩데룩 굴린다. 혹시 내 마니또가 너였니? 나한테 폭죽 준 사람이 있는데. 걔랑 같이 보고 싶어서 남겨놨거든. 줄줄이 뱉으려다 말았다. 그럼 처음 봤다는 말은 안 했겠지 싶어서. 그 폭죽은 조금 더 보관하고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비록 약간 구멍이 나긴 했지만, 아직 레몬냄새 나는 쪽지도 지갑 안에 있는데 폭죽이라도 보관 못 할 게 뭐 있나 싶다. 폭죽이야 새로 사면 되는 거고. 그때 받은 라이터는 가방 안에 있으니까.
"불꽃놀이 할 때 꼭 불러. 내가 불 붙여줄게."
등 뒤로 감춘 손가락을 다시 내민다. 약속하자는 의미다. 저 빼놓고 불꽃놀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
"음, 새로운 경험이 되겠네."
아까 말했다시피 꽤 어릴 때 이후로 당해본 적 없다. 공주님 안기든 아기 안 듯이 안기든. 어느 쪽이든 시선은 끌 것 같다. <그때 나 얼굴만 좀 가려줄래…….> 고민 끝에 말했다.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는 오늘 모퉁이 돌다 서로 갖다박았으니까 충분히 인연 아닐까. 멍이라도 들면 인연의 증거라고 할까. 어처구니 없는 생각과 함께 사하가 웃었다.
>>46 그거야 개인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이는 하늘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 비슷한 의미로 하늘이는 피아노가 싫다고 해도 그걸로 뭐라고 하진 않는다구! 그냥 싫어하는구나 하고 넘기지.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피아노 곡보다 아이돌곡이 더 좋아! 피아노 꺼져! 이러면 이제 하늘이가 한숨을 내쉬면서 더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럴 수도 있고!
>>64 우리 사이에.. 말로 해야할까? (하늘주: 싫어요) 저는.. 하늘이가 말랑말랑해보이지만 사실 눈에 안 보이는 바운더리를 쳐놨고 그게 확고하다는 점이 좋아요... 외유내강타입같은 (근데 가끔 내강 안에 내내유도 찌금씩 보이는것같은데 그것도 쪼곰 조아 어라 이거 적폐캐해인가???? 적폐면 혼내주세요)
세상에에에ㅇ에에 익명의 K 아랑이었나요?!!1? 우리 금쪽같은 아랑이가 K였나요???? K하면 김씨가 떠올라서 제일 흔한 성으로 골랐을까..생각했는데!!!!!!!!!! (((대충격))) ㅇ▽ㅇ (데충격)))) 세상에 챙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문체도 너무 정갈하게 쓰여서 예상을 못했는데 그걸 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네요 세에상에 후일담 보는 거 너무 재밌고 귀여워요 ㅠ▽ㅠ우엥 다들 너무 사랑스럽구 그렇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단말로는 부족하네요ㅠ
대책없이 밝아서 눈이 너무 부셨다. 문하의 차갑게 비어있는 검은 눈에는 너무 과하게 밝은 빛이었다. 그것도, 전혀 때묻지 않고 환하기만 해서. 그래서 문하는 규리에게 시선을 둘 수도,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사람 좋아! 세상 좋아! 모두 좋아! 하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은 그 모습은, 모든 빛을 품고 있기에 너무 꽉꽉 그득그득 들어차 있어 오히려 거기에 자신의 자리가 전혀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래."
문하는 차가운 숨을 내쉬었다. 자기 자신이 속빈 강정같은 대답을 하는 것 같아 영 켕겼다. 그것마저 마치 발가락 사이에 낀 자갈처럼 배겼다.
"─그건 안되겠다."
그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한 번 바라보았다. ...손목시계를 바라보는 동작 자체가 도망치려는 모양새 같아서 문하는 자기 자신이 적잖이 불쾌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 실제로 트레이너가 언제언제까지 오라고 한 시간이 거의 임박해 있었기에, 지금 바로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시간을 겨우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과슈라는 이상한 이름이 뭘 뜻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지금 바로 과슈가 뭔지 물어보거나 화방에 들러보기엔 시간이 없었다.
>>72 전혀 적폐가 아닌데! 오히려 정확하다! 사실 알게 모르게 은근히 그런 영역이 있고 그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지! 그래서 고집이 정말로 센거고! 이를테면 인간이냐 양이냐라는 물음에 나는 나일 뿐인데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지 않냐? 라고 말하는 것도 그 부분에 해당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