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어지자, 까만 눈동자가 잠깐 아랑의 눈 쪽으로 힐끗 쏠렸다가 다시 아랑에게로 되돌아온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이 속모르는 새하얀 친구가 불쾌해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도 같은 감정 없는 조용한 무표정이 딱히 어떤 빛을 띈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아랑이 평소와 같은 얼굴대로 웃어주듯이, 문하도 이게 평소대로의 얼굴이겠지. 아랑의 얼굴보다 훨씬 정나미떨어진다는 게 문제지만.
"같은 맥락이야. 지금까지 네가 날 챙겨준 거랑."
하면서 문하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아랑이 붙여준 밴드투성이가 된 얼굴을 쓸어보았다. -그게 조금 낯설었다. 얼굴에 느껴지는 이질감이라던가. 손끝에 밴드가 만져지는 감각이라던가. 거기에 담긴 순전한 호의라던가 하는 것들. 자신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자신에게서 영영 멀어져버리고 말았다 생각했던 것들.
상냥한 호의로 내밀어지는 손이, (비록 문하는 아랑이 양인 것을 모르고 있지만) 늑대와 양의 관계를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건네어지는 그것이 꽤 기꺼워서. 문하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얼굴의 힘을 풀고 있었다. 무표정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평소의 삭막해있던 느낌이 조금 옅어지는 것이다. 아랑이 건네어주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보스턴 백 안에 챙겨넣으며, 문하는 꽤나 홀가분해진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사하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래.> 수긍하는 말까지 더 해서. 굳이 반응 안 하고 넘어가도 되는데, 격렬히 부정한다. 이걸 성실하다고 해도 되나? 곰곰이 생각하다 맘대로 <화연호: 성실함> 하고 꼬리표를 붙인다.
근데 너 괴롭힌 애는 너한테도 혼나고 나한테도 혼나는 거니. …그 방법 제법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시는 너 못 괴롭히게 해줄게. 눈앞에서 초등학생 때 쓴 일기 읽어주는 정도면 꽤 잔인한 방법이겠지. 생각한 사하가 히죽 웃었다. 사람 들들 볶는 일에 자신있는 표정이었다.
"나 괴롭힌 애 데려가면 혼내줘?"
<어떻게 혼내주게?> 덧붙여 묻는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확실하게 괴로운 방법인데, 연호는 무슨 방법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런 건 머리를 모을 수록 악독해지니까. 나 한 번쯤 아주 못 되게 굴어보고 싶었어. 씩 웃던 사하가 시야에 들어오는 노랑에 눈을 깜빡인다. 개나리 아니고 비타민C. <줄까?> 하는 물음에 거절 모르는 사람처럼 공손히 양손을 내민다. 연호에게 꼬리표가 하나 더 붙는다. <착함>.
"근데 난 줄 게 없네. 뭐 좋아해? 나중에라도 주게."
대답을 기다리며 레모나 뜯어 입에 털어넣었다. 오랜만에 먹었더니 생각보다 셔서 눈가가 조금 찌그러졌다. 눈부신 사람의 얼굴을 하고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아까 소리지르는 소리는 그래서 났구나. 실마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리곤 한다. 그게 영화든, 현실에서든. 근데 사람이…… 그런 델 올라갈 수 있나? 사하의 눈이 가늘어진다. 좀 위험하지 않니? 떨어지면 어떻게 해. 떠오르는 여러 말들이 죄다 잔소리 같아서 일단 묻었다.
"마음은 고마운데 아마 안 될 걸."
<나 턱걸이 하나도 못 해서.> 말하며 어깨 으쓱인다. 이런 사람이 거길 올라간다고? 명줄 재촉하는 일일 게 분명하다.
새슬주 어서오세요.... ㅇ.< (저번 레스에 스트레칭이라는 단어 적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손가락 스트레칭 찾아해써여 ㅎㅁㅎ...
규리주 하늘주 문하주 주원주 시아주 선하주 해인주 사하주 민규주 새슬주 모두 안녕하시고... 감사하빈다.... (대단한 사람 아녜요... ) (다 쓰고 파스스 되짜나여...) (박수 쳐주심 부끄러워서 쥐구멍 찾구 싶어여.. 8ㅁ8) 현재 205 ~ >>249 레스까지 보이고 미처 못 봐서 인사를 못했다거나, 반응 못했다면 죄송합니다.. ㅇ<-<
>>228 몬스터를 드신다구요...? (엄격한 표정) 무리는 금물입니다. (라고 파스스가 된 사람이 말했따) 으응, 여유가 되시면 천천히 답레 주셔도 좋지만 밤 새는 건 안 된다는 거에오... <:3 티미는... (먹어도 되나...?) (냠)
>>242 사실.. 민규 편지 보고 제일 처음 써서 양이 적은가 싶어 죄송해여.. 8ㅁ8 혹여나 신경 쓰이실까봐 적어봐요 (왠지 이벤트 뇌절 뒤로 갈수록 길이 글어지는 병에 걸린 사람...) >>이번주 금요일<< 은 아랑주의 민규를 만나고 싶단 큰 그림이었는데... <:3 (쭈그러듬) (이러다 그립톡 주기 전에 봄 끝나게 생겼음) 흐악.. 적어 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모두에게 반응해주려고 노력해주시는 민규주의 상냥함을 많이 쪼아해여... ㅇ<-< 이벤트 기간 한정이 아니고 항상 감사하고 이써여.. ㅇ.<
>>246 그러다 아랑이한테 알려주는 거 아녜요....?? 아이스크림 하나 얻어먹고 아랑이한테 비밀로 하나여...??? <:3 아랑이가 왜? 하는 해이니 귀엽네요...
아랑주가 말을 흘리는 이유는 파스스가 되어버려서 오타 정정이 귀찮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마ㅏ.. 아마 이게 마지막 레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들 미리 좋은 밤, 굿쟘... ㅇ.<
" 결국은 그냥 슬혜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는거야. 너무 사랑하니까 그런 것까지 신경쓰게 되는거지. "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널 올려다 보며, 잔잔한 목소리로 속삭여. 이렇게 신경쓰는 것 모두 결국은 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이 모든 행동의 원동력은 널 사랑하는 마음, 널 사랑하기에 해낼 수 있는거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네가 웃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분명 자신은 무엇이든 할테니까.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시아는 알고 있었다.
" ... 지금도 안아주면 좋을텐데.. "
네가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을 듣고, 시아는 잠시 우물쭈물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망설여.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자그마한 입술을 달싹이는 것이 쉽사리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 듯 해. 하지만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시아가 살며시 두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수줍게 꼼지락거리며 네게 작게 속삭여. 전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이미 시아의 노력은 시작한지 오래였어.
" 그게... 슬혜의 손가락이 기분이 좋아서.. 왠지 소리를 내버려서.. "
호기심을 가진 고양이처럼 얼굴을 살피는 널 보며 부끄러움에 물든 얼굴로 작게 말해. 이걸 입으로 네게 말하려니 얼굴이 더욱 화끈거리지만, 네가 익숙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왜 그런 것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무리를 해봐. 이야기를 한 후에는 귀엽게 자그마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지만
"응, 나는 확실하게 행복해 하고 있어. 의심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행복하니까. "
중얼거리는 듯한 네 말에, 부끄러워 하던 것도 멈추고 시아는 대답해. 이건 정말이니까. 너무나도 행복해서 이게 꿈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걸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거야. 너로 인해 이렇게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렇게 대답을 돌려주곤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려던 차에, 한순간 네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그리고 겹쳐진 입술 사이로 달콤함이 흘러들어오고 정신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떨어진 네가 말을 걸어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게 돼.
" 맞아, 슬혜도 이젠 행복한 사람이야. 네 곁엔 내가 있고, 내 곁엔 네가 있으니까. "
시아는 네게 애틋한 시선을 보내며 속삭이곤 다시금 네 볼을 자그마한 두 손으로 감싸안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아직은 부족하다는 듯 다시금 입을 맞춰나가, 조금이라도 더 너라는 꽃에게서 달콤한 꿀을 맛보려는 꿀벌처럼 떠나지 못하고 쉼없이 입을 맞춰. 그러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 나랑 사귀어 주세요 "
왠지 다시 한번 고백해주고 싶었어. 두 뺨을 감싼 체 쉼없이 입을 맞추던 것을 떼어낸 시아는 부드럽게 눈을 접어 웃어보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걸 들은 너는 감동할까? 아니면 그냥 웃어보일까. 기억을 할까?
그는 자신과 친한 사람이 괴로운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머리를 써서 이케이케 하는건 잘 못한다. 결국에 그가 해낼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연호에게 몸으로 탈탈 털리고 사하에게 정신적으로 탈탈 털리게 될 누군가의 미래를 미리 애도한다.
" 그, 아이언 클로라고 알아? 한손으로 머리를 잡아서 들어올리는건데... "
한 손으로 사람의 머리를 잡아 올린다는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결국에 붙잡고 있는 손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붙잡혀있는 사람의 머리에는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생각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아픈것이다. 혹시나 따라하지는 말자. 잘못해서 미끄러지면 손톱으로 남의 얼굴 왕창 긁어버리는 수가 있다.
손에 들고있던 비타민C는 미련없이 사하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그가 비타민 보충을 위해서 먹는거긴 했지만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교실로 가서 가방을 열어보면 꽤나 많이 들어있을테다. 비싼게 아니라 부족하면 또 사면 되는 일이니, 굳이 아껴서 먹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 나? 난 사람 좋아해. 사하 선배 같은 사람들. "
아, 하지만 사람은 나한테 줄 수가 없나? 키득키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그는 대부분의 것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좋아하는건 먹을것 정도일까? 하지만 굳이 뭐라고 단언하기가 힘들어서 아무거나 괜찮다고 무언의 사인을 보낸 것이다.
" 그래? 그럼 다음에 옥상에라도 같이 올라가보자. 개양대처럼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좋아. "
그는 가끔 옥상에서 시간을 죽이곤 한다. 쉬는 시간은 두말할 것도 없고, 수업 시간에도. 아무튼 굳이 국기개양대보다야 옥상이 더 높았으니까. 위험하게 개양대를 선택하느니 안전하게 옥상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늘 개양대를 선택한 이유는... 신선함 때문이려나?
새슬이가 구속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론 비설이긴 한데요, 어떠한 형태의 애정이나 사랑도 수반되지 않은 무의미한 구속을 지독하게 당해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그 손길로부터 도망치려 했지만, 새슬이는 양이지요. 그 나름이 본질적으로 느끼는 지독한 외로움은 뒤틀리고 잘못된 무언가라 할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안정감을 원하게 되고 말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새슬이는 구속당하는 걸 두려워하고 미워함과 동시에 사실은 누구보다도 구속을 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3... 어 어라 이거 뭐랄까 설정을 쓰고 있는 뒷사람의 입장에서도 뭐라는 거야 >:ㅁ~~ 이긴 한데,
아아아무튼 결론은, 오히려 그런 부분을 건드려 주실 때 새슬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설정과 이야기를 좀 더 풍부히 풀어나가면서 캐릭터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 감사합니다, 라는 것... ㅇ)-(.... 아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어쩐지 아무도 묻지 않은 TMI를 연발하는 것 같아서 머쓱한 기분이지만 어쨌든 그렇읍니다 (쥐구멍 빌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