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출근한 나는 평소처럼 점장용 슈트를 챙겨입고, 왼쪽눈에 남은 흉터를 가리기 위해 검은색의 안대를 쓴 뒤.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다가, 정확히 정각이 되자 가게 문의 팻말을 오픈으로 돌렸다. 언제나 정확한 시간에 가게를 여는 것 이야 말로, 일류 오너의 책ㅁ..
" 어쩌다 한번 한 주제에 기고만장 하는게 킹받는다구리 " " ..... "
이 너구리의 이름은 춘덕이. 괴짜 너구리를 화현(스타트업 투자자, 오너와의 갈등으로 인한 퇴사)이와 함께 납치하여 부려먹고 있는 실정이다. 유능하기에 문제는 없지만 점점 입이 거칠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유진화 탓 인가?
" 점장 대리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너구리야. 안되겠어 슬슬 기강을 잡을.. " " 잡을 기강이 남아 있나요? 의외네요 "
내 옆을 날아다니는 깡통드론의 이름은 맥스. 어쩌다가 우연하게 취득한 뒤로는 독설가 포지션으로 날 괴롭히고 있다.
[애-오]
그리고 이 고양이는... ...뭐지?
" 응? "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은 깡통 고양이다. 우리 집 고로씨와는 다른 의미로 뚱뚱해보이네.. 그런데 문제는..이게 한마리가 아니다.
[애오, 애오, 애오, 애오]
깡통냥이들은 우다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카운터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전장의 시작이었다.
아침부터 출근하자마자 이게 무슨 일인 것일까요? 사방이 애오소리에 애옹이들까지 돌아다니고 있는데 제가 보건부 활동을 하고 온사이 혹시 카페 몽블랑의 업종이 고양이카페로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요????????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메카-애옹이님들을 보고 저는 그만 정신을 잃을 뻔 하였습니다. 아니. 진짜! 이게 무슨 일인 건가요 도대체!!!!
"저어.....점장님~🎵 오늘 혹시 고양이 축제라도 열리는 날인가 싶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괜찮으련지, 요? 아니, 애옹이님!! 선글라스는 아니된답니다!!!!! "
필사적으로 메카-애옹으로부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지키는 사오토메 에미리(높으신 양반의 따님이기에 지금은 에미야라는 가명으로 카페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녀의 가문을 생각해보면 서무쪽을 혼자 감당하는 다림이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되시겠다. 고양이 카페라, 나쁘지 않지만 나는 이미 고로씨라는 뚱냥이를 대리고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망아지 마냥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어하는 인간..을 닮은 무언가 라거나. 독설가 드론도 대리고 있다.
심지어 나를 지켜보는 신과 같은 존재가 둘. 여기서 반려동물을 더 늘린다? 무리야, 나 이미 땅바닥에서 자고 있어.
" 아니, 에미야.. 고양이 축제라는 행사는 없어. 고양이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서 축제가 아니라 자신을 숭배하고 있는 종교의식으로 생각할테니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마도 제노시안의 테러같다 "
팔짱을 끼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의 어깨에 올라탄 메카 고양은 냥냥펀치로 내 안대를 날려버렸고. 나는 다시 주섬주섬 안대를 주워 쓰며 헛기침을 했다.
" 실제로 가디언넷에 있었던 익명 청월생의 도발 트윗에(본인이 작성했다) 제노시안 몇몇이 메카 동물들을 보내 폭탄 테러를 시도한 적이 있지... 무시무시한 놈들이야 제노시안은 "
뭔가 굉장히 아무말같은 말을 하며 저는 두 분께서 어떤 질문을 해주실지 내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잠시만요, 저 지금 굉장히 잠이 확 깨는데요, 지금 두분께서 무슨 질문을?? 해주신 건지요??? 두분 모두 카페 몽블랑에서 일하고 계시고 저 역시 카페 몽블랑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거 자칫하다간 단번에 제가 에미야인걸 들키게 되는 거 아닐까요????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 것만 같답니다. 아, 너무 두렵습니다!
"에미리는 요즘 비대면 상담을 시작한 것이와요......🎵 "
그래서, 저는 이런 되도않는 변명을 내뱉은 것이랍니다.
"부업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해보고 있답니다? 가디언칩을 통해 말이어요? 생각보다 벌이가 잘 되고 있사와요? "
" 그러게요, 언제부터 그랬던 것일까요? 적어도 민트초코가 뒤에 나온건 확실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
하루는 다림의 의문 섞인 말에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찌되었든 민트초코를 만든 사람은 치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 중얼거립니다. 왠지 다림이 방글방글 웃는게 꽤나 귀여웠지만 여기서 귀엽다고 하면 분명 숨길 것이니 조용히 눈에 담아두기로 합니다.
" 비대면 상담이요? 그건 꽤나 독특하네요. "
하루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일단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더니 곰곰히 생각하듯 반대편으로 고개를 한번 더 갸웃거린 하루는 방긋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 무슨 상담을 주로 해요? 역시 성적 관련? 아니면 연애? "
미소를 짓고 있는 에미리를 향해,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밝게 웃는 듯한 얼굴로 질문을 이어가봅니다. 일단 상담을 하고 있다니까 분야가 궁금하잖아요, 그렇죠?
"제노시아???? 고양이 분들이 청월 근처 카페인 여기까지 왜 오시는건지, 아니, 애옹이님! 마스크는 아니된답니다!!!! "
이제는 마스크를 붙들려고 하는 고양이님을 저는 애써 최대한 부드럽게 내려놓으려 시도하였습니다만 이 메카-고양이님들, 생각 그 이상으로 끈질기십니다! 도무지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십니다!!!! 저는 제발....제발 자비를 내려주셨으면 하였습니다.선글라스와 마스크가 없으면 일을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체를 숨겨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래서야 일을 할수가 있는지요???
"대체....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요, 이 메카-애옹이님들이 제노시아 분들의 명령을 받고 오셨단 것이지요...? 근데 이 카페에 대체 무슨 일로 말인지요? 츄르라도 얻으려 찾아오신 걸까요?? "
간신히 애옹이님에게서 제 마스크를 지키려 하며 저는 점장님께 이렇게 질문해보려 하였습니다. 이거...정말로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