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 tmi지만은 헤어진 뒤에 얘도 헤까닥해서 '우리집 X까.'하고 가출해서 멋대로 독립해살았다는 설정이니까,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묶여있을 나이라서 이래저래 본가에서 계속 압력 들어오는... 그런 나름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 아가씨... 적폐캐해 재밌지 뭐~~~~~~~~~~ 나 그런거 좋아해~~~~~~~~~
체온은 제 생각보다도 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된 입술이 색을 잃어 파리했다. 그래도 추위에 떠는 모습 따위를 보여 굳이 걱정을 만들고, 그로 인한 더 이상의 얽힘을 막으려고, 그러려고 애써 아무 말 않고 있었는데. 문하의 손이 어깨를 감싸쥔 순간, 새슬이 만들었던 얇은 벽이 빠르게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새슬 자신이 부순 것인지도 모른다. 새슬의 몸은 따로 춥다는 칭얼거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차가웠다. 축축할 거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은 필요 없었다. 적어도 새슬은 그렇게 느꼈다. 떨어져 있기에 느낄 수 없었던 미세한 떨림이, 이제는 숨길 수 없이 퍼져 나갈 터였다.
“조금.”
그치만 괜찮아. 곧 따뜻해지겠지. 이렇게 붙어 있으면, 너도, 나도. 여전히 핏기 없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문하가 끌어당긴 그 자세로, 새슬은 조금의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품에 기대어 있다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고마워.”
그 뿐이었다. 무엇에 감사한지는 끝내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눠준 온기에, 홀로 두지 않고 붙들어 준 너의 작은 친절에. 어쩌면 아예 다른 것에. 듣는 이가 해석하기 나름인, 제멋대로인 감사인사였다.
날이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다. 잿빛 구름에 가리워져 평소와 같은 예쁜 색의 노을은 얼굴도 내밀지 못한 채, 그저 주변은 빠르게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비는 싫어, 어둠은 싫어. 그치만 이대로 있으면,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 속에서 칭얼대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가만히 죽였다.
? 적어도 이 남정네도 이치에 들어맞는 말을 하는 위인은 아니다. 만약 농담이라면 과연 그런 듯이 웃기라도 하든가. 피로한 얼굴에 아무 감정도 담지 않기는 여전한 채 헛소리를 헛소리로 받아치는 것이었다. 대화만 들으면 벌써 연호에게 두드려 맞기라도 했다. 신묘한 이치로 계단을 거슬러 올라간 사람이 슬픈 눈으로 내려오든 손 잡아올리든 무표정하던 놈은 연호가 더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되어서야 입을 쭉 찢어 꺼질 듯한 웃음을 지었다. 뼈만 남아 마디 두드러진 엄지로 느리게 가지런히 모아졌을 상대편 네 손가락을 쓸며 카람빗같이 차갑게 눈을 휘고선.
주황색 우산. 중학교 시절 교복. 그리고 비석 앞. 주원은 그 비석 앞에 두 무릎을 굽혀 앉는다.
"거긴 어때? 살만해? 여긴, 글쎄. 지금까지와 다르지도 않아. 앉아서 지루한 수업을 듣고, 늦게까지 야자를 하고, 또 동아리 활동을 할 애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이젠 고3이라고 수능이다 뭐다... 매일이 힘들어."
"나는, 달라지려고 노력했어. 네가 하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너처럼 잘은 안되더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고 다들 행복해지는거야?."
장난스레 웃음.
"원래 자신을 되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렇다고 내 늑대의 재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웃으며 따뜻하게 대하려고 해도, '뭐야, 얘.'하는 시선에 금방 움찔 하고 물러나게 되어버리거든. 너라면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줬겠지? 누구에게나."
조금 숙인 고개.
"가끔은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해. 과거의 나. 내가 되려던 나를. 하지만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해나가다보면, 이게 진짜 내 모습이 되겠지? 언젠가 한 번 버린 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쓴웃음.
"나, 네가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어. 적어도 한 명은. 지금은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이걸로... 너와 조금은 비슷해졌을까?"
스스로에게의 물음.
"하지만, 이걸로 된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너처럼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내가 할 일이 아닐지도. 하지만, 그 때 내가 네 손을 잡고 약속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니까. 너처럼 존재만으로도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달해주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쓸쓸한 미소.
"나도 너처럼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주고 싶어. 다시 사람을 믿고,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 스스로를 죽이던 나를 잡아 끌어당겨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
"그렇게 해야만 너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을 테니까. 언젠가 말했지? 그렇게 누군가를 도우면, 그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도와 선행이 돌고 돌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