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를 한다면 참치들은 캡틴을 막을 수 없어요. 스레의 설정을 가진 것은 오로지 캡틴이고, 저희는 캡틴이 만들어 주신 놀이터에서 감사하며 놀고 있으니까요. 그 점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저는 스레를 리부트한다 해도 악감정 하나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캡틴이나 다른 참치들에게도요. 제 잘못이 큰 만큼, 누군가를 탓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리부트를 한다고 하신다면 기존 참치들이 비설이나 캐릭터 자체를 재활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해서, 제게 비설 풀이 시간을 어느 정도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만약 리부트 결정이 나면 캡틴과 참치들 한 분 한 분께 이런저런 말을 짤막하게 적게 될 것 같네요. 여기까지가 캡틴 결정에 따르겠다는 제 의견이고, 이하 내용은 사사로운 이야기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상이 돌아가지 않았던 데는 제 책임이 있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제가 어떻게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지 적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진행 때만 어장에 들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그 태도를 고치지 못했습니다. 일상을 돌려서 많은 캐릭터들과 관계를 쌓아야 좋다는 것을 알았으나, 선관으로도 괜찮지 않냐는 안일함과 러닝 기간도 좀 남아 있는데 앞으로 기회는 많겠지 하는 게으름이 있었습니다.
또한 어장에 굉장히 참여하고 싶었기에 마음이 앞서서, 서진이의 설정을 다소 급하게 짠 것도 있었습니다. 캐릭터의 근간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캐릭터 붕괴의 위험을 늘상 걱정했습니다. 일상이나 톡방 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캐릭터 빌딩에서의 제 개인적인 실책도 있습니다.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조금 더 신경썼어야 했는데, 나 자신이 힘든 것보다 캡틴이 더욱 마음 고생 많이 하신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바쁘고 수고스러운 상황에서도 어장 운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레 초반 때 최대한 많이 대화하고 끝까지 남아있으면서 자주 갱신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의 눈에는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처음에는 그게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어느새 점점 다들 사라지고 저 혼자만 이곳에 남아 독백하는 기분이 들면서 의욕도 정도 점점 사라지고 마지막 의무처럼 멍한 눈으로 갱신하는 레스를 올리게 되었죠. 그래서 중간에 몇 분이 스레에 들어왔을 때 처음엔 정말 기뻐했어요. 역시 버티다보니 스레가 다시 살아나는 건가 싶었고,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었거든요. 의무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으로 돌릴 수 있나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됐어요. 저는 원래 활발한 성격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느릿하게 제 이야기를 올리는 유형이라 신입 분들끼리만 더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끼어들려 노력도 했지만 소수의 사람들만 모여서 대화거리도 그렇게 많지 않고 빙빙 돌거나 되게 의무적으로 그러는 느낌이 다시 들어서 처음 의무적으로 혼자 독백할 때 이미 정을 잃은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죠. 이 의무에서 벗어나서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크게 변하진 않은 느낌이었어요. 그냥 지켜볼 때는 새로 들어온 신입 분들만 대화하게 만든 느낌이라 죄스러워지기도 했고요.
다들 바빠 일상의 공백기가 길기 때문에 진령이를 돌리면 건조한 손으로 모래를 만지는 듯이 이질적인 기분이 들어서 '분명 처음의 느낌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일상을 자주 못 돌리는 대신 톡방이라도 돌리자, 하면서 톡방에 무언갈 올리면 혼자 주절대다가 얼마 안 되어서 툭툭 끊겨버렸고요. 진행 때가 아니면 다들 오지 않는 거 같고 혼자 주절거리기도 싫어서 사람들이 모이는 진행 시간을 노리면서 캡틴에게 점점 의존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진행 시간에 상주해도 다들 진행하느라 바쁘고 저는 계속 책장을 넘기는 한 줄만 쓰면 될 뿐이라 점점 진행에 대한 불타는 의욕조차 사라져갔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저도 점점 발길을 끊어가서 죄송합니다. 리부트하셔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리부트를 하더라도 초반에 마냥 즐거웠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거 같네요.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캡틴의 결정에 따를게요.
그동안 생각 좀 해보았습니다. 우선 여러분의 현생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일상이 다소 저조할 수 있음도 이해하는 바입니다. 일상을 구하고자 했던 일부 노력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고요. 다만 8개나 그를 하회하는 시트 수에 비해 이만큼이나 일상이 저조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어느 스레에서 일상이 즐겁고, 심지어 스레 자체가 일상을 권장한다면 비록 텀이 늘어질지라도 나는 일상을 돌렸을 것이다, 는 저의 주관적인 가치관도 어느 정도 본 판단에 관여한 바가 있습니다. 물론 일상의 부담은 잘 압니다. 그 부담을 덜기 위해 비교적 간편한 톡방 스레 이용을 장려하고 단톡 일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만 스레 일이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법이 잘 없더군요. (서진주가 말씀하신 시간대 혼선은 잘 알겠습니다. 확실히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해당 내용은 개선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저는 일상을 '캡틴 부재 시 즐길 수 있는 컨텐츠 중 대표'로 여깁니다. 그 다음을 잡담으로 여기고요. 다시 말해 만약 캡틴 의존도가 높지 않다면 참여자는 일상을 돌렸을 것이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잡담이라도 하겠지, 그리고 그게 스레가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겠지,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여자가 캡틴 주도의 진행만 기다리며 일상, 잡담 중 어느 컨텐츠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사실 캡틴의 부담은 상상 이상으로 막중해집니다. 아, 내가 가서 진행하지 않으면 참여자 분들은 할 것도 없고 노잼 스레 되겠구나, 내지는 이미 노잼 스레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진행에만 매몰한다면 캡틴 자신의 일정을 망치기 일쑤고 진행이 잦아진 만큼 캡틴 의존도도 높아지기 일쑤입니다. 여기서 캡틴은 딜레마에 빠지는 겁니다. 현재 제 상태가 그렇습니다.
어쩌다 하소연과 같은 꼴이 나왔습니다만 그냥 저런 입장 가지는 캡틴도 있구나 하고 넘기셔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정리가 안 돼 차라리 건의마다 앵커로 답변하는 형식으로 전환해보겠습니다.
situplay>1596268079>991 situplay>1596268079>996 이벤트성 스토리(아마 배경만 제공하되 레스주간 일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말씀하심이 맞겠지요)는 다소 시간과 고민을 요하겠지만 일상 장려하는 컨텐츠로서는 나름 좋은 대안인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기다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 달간 고착화된 스레가 단순히 기다린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지칠 것 같고요. 고집에 사죄 드립니다.
situplay>1596268079>992 간편한 톡방이나마 활발하거나 짧은 일상이나마 돌아간다면 저야 현재에 비해 기쁠 텝니다.
situplay>1596268079>993 진행의 비중을 높이기는 제가 힘듭니다. 그럴수록 저는 제 일정이며 건강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고 참여자의 의존도는 훨씬 높아지고 저는 오로지 진행뿐이 된 컨텐츠가 마르지 않도록 더욱 잦은 진행을 드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이니까요. 일상을 톡으로 보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찬성합니다. 물론 완전히 대신하는 것은 캡틴으로서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겠지만요.
situplay>1596268079>998 상술했듯 해당 문제는 적극 개선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깊이 고려치 못한 제 실책도 있습니다.
situplay>1596268079>999 홍보 스레는 물론 인원 보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어 무엇이라 답변하기 어렵네요. 의견은 감사합니다. 1. 일정 요일/시간대 진행의 장점은 저도 인지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애당초 일시 불안정한 진행을 택한 것이 현재 제가 사는 현생이 그만큼 변화가 잦기 때문인 만큼 적용키는 힘들어 보입니다. 2. 일상에 따른 아이템 제공은 임시 스레 시절 고려했다가 몇몇 이유로 덮어둔 사안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현황을 고려하면 해당 제도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밸런스 따위를 고민해야며, 갑작스레 적용하기엔 다소 문제되는 면이 몇 가지 있을 뿐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situplay>1596277089>2 톡방이 비교적 활성화되면 저는 기쁘겠지만, 톡방 위주 이벤트는 잠깐 고민했음에도 그럴싸한 초안이 떠오르지 않고 좀 글쎄다... 싶네요. 물론 고민을 이어감에 따라 의외의 좋은 활용 방안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situplay>1596277089>6 만일 리부트를 택할 경우 비설 재활용만은 허용할 요량입니다. 물론 재활용하지 않겠다면 자유롭게 비설풀이 시간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캐릭터를 강제로 버리는 꼴을 만들어 죄송합니다.
의견 취합했지만, 어느 정도 형식이 정해져 다소 고착화된 스레보다는 리부트 스레에 처음부터 적용할 경우 효과를 기대할 만한 것이 많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물론 리부트 스레가 잘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제 모습에 실망해 참여를 하지 않는 분이 여럿 나올 수도 있지요. 저는 굳이 말 얹진 않을 테고요.
본 스레는 6월 24일, 갑작스럽게 떠오른 '스레상'으로 사실 급히 준비하고 급히 임시 스레 열고, 역시 다소 급히 본 스레까지 개장한 충동의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당시 모종의 자신감에 들어찬 상태였고 무엇보다 여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고 조금이라도 신중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일상 안 돌아간다 징징대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스레 운영 방침을 잘못 세운 제 탓이 아무래도 크니까요. 조금이라도 스레가 어떤 식으로 굴러갈 확률이 높은지 계산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러분 캐릭터를 강제로 잃게 만드는 꼴을 초래했으니 이 점에 있어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재활용을 허용합니다. 리부트 스레에 한해선 비설 재활용만을 허용합니다. 그저 자유롭게 설정 풀어놓고 가셔도 좋습니다. 1:1을 맺으셔도 좋습니다.
분신님의 은혜는 오늘부로 마무리 짓고 리부트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을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 개장일은 확언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내년 여름이나 되어 재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진행 자체는 오늘로 중지하지만 스레는 8월 24일까지는 열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도 좋고 1:1을 상의해도 좋습니다. 참치 상황극판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 아래서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본 스레에서 소화주로 있는 동안 즐거웠어요. 아영주랑 돌려보고 싶어서 들어온 스레였는데, 한 번도 돌려보질 못했네요ㅠㅠ... 소화 비설은 독백을 준비해 둔 게 있어서 도배가 아니라면 그렇게 풀어도 될까요?
일단 소화 공포증은 개 공포증이었고, 소원은 언니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는 것 입니다. 소화는 자신의 계획 (설령 괴담에 의존한 것인들) 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는, 그리고 믿어야 하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다른 인물과 거리를 두며 자신의 비밀을 감췄습니다. 비설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자신의 결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동정받는 게 싫었고 도움받는 것도 싫었던 완벽주의자의 말로 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개는 질색이다. 날카로운 이빨도 그렇고 그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는 것도 그렇다. 특히나 싫은 건 그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 때다. 개라면 참을 수 없이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처음부터 개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주 어릴적에 그러니까 언니가 여섯살이고 내가 다섯살일 때 모든 곳에서 사랑만 받고 자랐던 철없던 시절 벌어진 일이었다.
그 개는 품종 부터가 크게 태어난 종류였다. 위험한 개는 입마개를 하고 목줄을 해야 했는데 그 주인은 믿는 구석이 있었던지 개를 자유분방하게 키우던 사람이었다. 덩치가 큰 개는 사납지도 않고 유순해 보였기 때문에 안심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개와 친해지고 싶었기에 동네 친구들과 함께 개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어린 남자애가 으레 그렇듯 장난기가 지나쳤던 아이들은 목줄도 없는 개에게 다가가 돌을 던지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리지 않은 내게 화살이 돌아온 것이다. 개는 화가 나서 쫓아왔고 우리는 열심히 달렸다. 정확히는 남자애들이 나를 제치고 도망칠 동안 나는 벗겨진 슬리퍼를 다시 주워 신어야 했다. 아마도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성난 개는 내 허벅지를 물었고, 곧 누군가가 던진 돌에 개가 도망첬다. 나는 절뚝거리며 도망쳤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나왔다.
사람 몸에서 이렇게 많은 피가 나온다는 사실이 무서워서 정신이 아득해졌던 것 같다. 사방이 혼미한 와중에 돌을 던진 사람이 언니라는 사실과 구급 대원으로 추측되는 어른들이 들것 위로 옮기는 모습 같은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수술은 빠르게 진행됐고 한동안 침대에서만 지내야 했는데 나는 영영 걷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 두려웠고 내내 울면서 지냈다. 이대로 침대에서 못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면서. 그 때도 언니는 마냥 침착하게 굴었는데, 어린 언니가 어디서 들은 말인지 알 수 없지만 "신은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 면서 분명 이겨낼 방법이 있을 거라고 다독였다. 그 다정한 손길과 음색에 나는 거짓말이라도 믿어버릴 것만 같았다.
개에게 물린 상처가 제법 오래 남아서 어릴적에는 운동 같은 건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통통했고 쉽게 놀림감이 되고는 했다. 그 사실이 억울하고 속상해서 내내 울면서 하교했는데 그때마다 언니는 손을 꼭 잡고 나를 달래주며 걸었다. 그러다 한 번은 뭔가 생각해온건지 길가에 핀 민들레 한 송이를 꺾어다 주며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이 민들레도 너도, 작은 꽃이라는 의미야."
"그런데 그거 알아? 민들레는 작은 꽃으로 한 번을 살지만, 흰 홀씨를 불면 그 다음 삶을 살게 돼."
"너는 민들레랑 닮았잖아. 분명 민들레 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어."
그러니까 이겨낼 수 있다고. 그 말이 어째서인지 위로가 되어서 고작해야 생명력이 자랑일 뿐이던, 희게 센 노란 잡초를 들고서 그 꽃을 가져다 준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병원에 누워있는 언니를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더는 슬퍼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정확히 4년 전, 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끝내 목숨은 붙었지만 뇌에 큰 손상이 와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가족 모두가 크게 슬퍼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자리에서 주저앉지는 않았다. 누구 한 사람 정도화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도화, 한 살 터울 언니는 모든 방면에서 우수했다. 성적, 용모, 품행, 관계... 정도화는 마치 신이 만든 완벽한 피조물 처럼 좋은 면모만을 가진 사람이었다. 공부를 곧잘 했음에도 사람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가족에게는 언제나 웃을 소식을 가져다 주는 좋은 친구이며 다정한 딸이었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라서 사고 직후 누구도 언니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믿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정도화는 어떤 시련도 이겨내고 미소 지으며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도화는 결국 신이 아니었다. 이겨낼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고 정도화도 결국 거기까지인 사람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다. 언니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3년 이란 시간은 긴 시간이다. 3년 동안 나는 꾸준히 집안을 바꿔 보려고 노력해왔다. 좋은 성적을 내려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언니를 닮으려고, 정도화와 같은 사람이 되려고 쉴 틈 없이 노력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울음을 참는 침묵 뿐이다. 여전히 집에서는 대화가 없다. 누군가가 입을 열면 울음이 터지고 누군가는 나무라듯 고함을 치기 때문이다. 교내에서 수상한 상은 전부 버렸다. 관심을 받기는 커녕 옛날 생각에 울음부터 터트리셨기 때문이다. 나는 정도화가 미웠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랑을 독차지 하고, 모든 방면에서 모자람이 없다는 이유로 줄곧 기억되고, 다정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죽을만큼 싫었다. 나는 정도화가 죽은 시절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저 깨어나는 것으로는 오래전에 끝난 집안의 대화처럼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러니 사라지길 바란다. 내 언니의 숨결 조차도 흔적도 남지 않길 바란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처럼.
그리고 소화가 이 학교에 입학한 건 언니가 합격했던 학교라서 그렇다는 소소한 설정이... 소화네 가족에게 언니인 도화는 너무 큰 존재였고 그래서 소화는 더 완벽해져야만 했다는 설정입니다. 마지막에 소화가 소원 이루고 (언니의) 기억은 잃었지만 자꾸 웃음이 난다~ 는 묘사를 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