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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어디까지나 찌르고 싶을 때/좋은 생각이 있을 때만 말해줘도 괜찮아. (그 와중에 주원이 싫어하는 것 목록에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 있어 몹시찔림) 기행이라고 해야 되나.. 어쩌다 보니 주원이의 기행에 휘말려서 의도치 않게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체험활동을 하게 되었다던가.
>>40 앗.... 그건 정확히 말하면 본질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경우..!(설마 그런 경우인가?!)오오 문하주 대단해..! 그거 되게 좋은 아이디어다! 근데 그건 선관보단 왠지 일상으로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혹시 나중에 일상 돌리게 될 때 그걸로 하면 어떨까? 주원이의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에 문하가 휘말리는걸로!
>>40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있는 관게기는 한데, 문하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혹시 문하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면 피사체로 어울려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려문이가 사진을 찍는 예술계열의 캐릭터이다 보니 약간 창작자와 뮤즈같은 선관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
>>42 피사체인가.. 문하는 사진 찍는 것 가지고는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아마 어떤 포즈를 잡아달라고 하면 간단한 포즈 정도는 취해 줄 테고... 다만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이상의 동작을 요구하려면 더 높은 친밀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려문이가 혹시 문하의 경기를 봤을까?
나도 이런저런 선관문 아직 열어두고 있어~😉 단순히 면식이 있다부터 시작해서 뭐 선 넘은(물론 스레 수위 기준 하) 스킨십을 분위기 타서 나눈 적이 있다거나 단유신이 다른 음흉한 마음 없이(...) 어장질하며 가지고 놀아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았거나 아예 거의 일방적으로 싸운 적이 있다는 뭐대충 매운맛 선관까지? 불호 요소가 0에 수렴한다에 가까워서 재밌을 거 같으면 모든지 환영이야~~^,^
도서실의 책들이란 으레 아주 오래되어 너덜너덜한 것부터 빳빳한 신권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법이다. 글은 하나의 세계요, 자신만의 활자를 품고는 전하기 위해 안달난 이야기꾼들이다. 책은 저마다 자신의 말을 전할 의무를 지닌다. 누군가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순간 하나의 우주가 죽음을 맞이하는 셈이기에.
경아는 그런 책을 좋아했다. 저자의 손길을 떠난 글이 자신에게로 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사랑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조금 더 단순하게 이야기한다면 단지 현실을 등지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깊은 물 속을 유영하는 것과도 같다. 지상 위의 모든 것을 잠시 잊고 물살 속에 휩쓸린다. 온전히 몸을 내맡긴다.
그런 경아에게 도서실이란, 활자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노래를 부르듯 책 또한 음유시를 불렀다. 그것을 주의깊게 듣는 것처럼 책등을 더듬어나가던 경아는 작은 비명을 들었다. 생각에서 깨어나 고개를 돌린다. 그러니까, 몇번 정도는 보았던 사람이다. 아무래도 책이 떨어졌나 보다. 경아는 허리를 숙여 천천히 책을 집어들었다.
"많이 아프겠다, 괜찮아?"
온화한 녹빛의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본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보아하니 이 책을 원하던 건 아닌가 봐. 맞니? 도서실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인지,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혹은 평소의 성격인지도 모르지.
선하는 제 샴프향에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양을 앞에 둔 늑대는 정신 없이 먹이를 갈구할 뿐이었다. 이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는 매몰되고 오로지 시아의 존재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초라해지는데 자존심 구길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선하는 단지 배가 고팠다.
눈 감은 시아를 눈 망막에 담는다. 새파랗게 떠오른 눈동자는 불타는 얼음처럼 어둠속에서도 선명하게 빛이 났다. 포식자의 그것과 닮아있다. 마참내 벌려진 입 사이를 뚫고 선하의 혀가 지나간다. 혀로 훅 끼쳐오는 달달한 꽃내음에 선하가 눈을 가늘게 뜬다. 닳아빠진 이성이 비명을 질렀다. 혼탁한 뇌리에 누군가 독을 풀어놓은 듯 정신이 없었다. 닿는 족족 달게 느껴지는 건 양의 향탓일 것이다. 담장에 구렁이처럼 시아의 치열을 훑고 지나간다.
시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자리를 바꾼다. 한 손은 볼을 타고내려와 시아의 턱밑을 쓸었다. 또 다른 한손은 제 허리를 감싸안은 시아의 팔을 타고 내려와 시아의 팔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목구멍까지 닿을듯한 혀가 어느순간 자취를 감췄다. 더 오래 했다가는 시아가 숨을 막혀할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까 겁을 준것치고는 몹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키스였다. 얼굴을 떼어내며 혀끝으로 시아의 입술을 핥고 지나간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 몸에 비해 얼굴이 유독 느리게 떠나간다.
"...좋았어?"
혀로 제 이를 훑으며 입 안을 갈무리한다. 입술을 혀로 핥으며 선하가 샐쭉 웃는다. 기분 좋은듯 말아로라간 입꼬리 끝이 날카로웠다. 오랫동안 숨을 참아왔으면서도, 숨가쁜 기색 하나 없는 얼굴은 열기로 약간 달아올라있을뿐이었다. 그 모습도 금세 자취를 감추고 평소처럼 태연한 얼굴로 바뀐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던 홍현은 강장제라도 마실지 생각했지만 아직 그렇게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잠시 강장제로 가던 손을 멈췄다. 그런 뒤 홍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바라봤는데 그 자리에는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홍현은 조심히 교실 문을 열었다. 의외로 잠겨있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며 자신 자리에 놓여있던 물건에 다가갔다. 놓여있던 물건은 레모나였다.
'이거..좋은데?'
홍현은 마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레모나 하나를 집고 바로 뜯은 뒤 자신에 입에 털었다. 강한 신맛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 뒤 홍현은 레모나를 들고 혼잣말을 했다.
자신을 삼켜오는 선하의 행동에, 그저 열심히도 호응을 하는 시아였다. 수줍은 듯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얽혔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선하를 애태우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웠다. 아주 살짝 눈을 떴을 때, 자신을 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선하를 발견하곤 유혹하듯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것은 선하를 자극하려는 것이었을까.
선하의 손길이 턱 밑을 쓸었을 때, 선하의 허리를 감싸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고 한순간 시아의 몸이 떨려왔다. 그리곤 자신의 팔을 만지작거릴 때엔 간지럽다는 듯 품에서 꿈틀거리면서도, 살짝 까치발을 들어 선하가 좀 더 편하게 입을 맞추도록 해준다. 숨이 한계에 다다라 몽롱해지는 와중에도 열심히 선하를 기쁘게 해주었고 천천히 떨어졌을 때,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선하를 올려다본다.
" 좋았어요, 선배의 기분처럼. "
천천히 숨을 고르던 시아가 입꼬리를 예쁘게 휘어 웃어보이며 자그맣게 속삭이곤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살짝 풀어 천천히 끌어올려 선하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열기로 달아오른 그 얼굴이 퍽 예쁘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 선배의 눈동자는 지금 보니까 되게 깊네요, 후후. 이러다 빠져버릴 것만 같은 눈이에요. 예뻐라. "
가끔씩 만나자는 선하의 말에는 바로 답하지 않은 체, 다른 이야기를 천천히 늘어놓던 시아는 작게 맑은 웃음을 흘렸다. 즐겁다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주원의 긴 이야기에 슬혜는 불안하게 중얼거리며 눈을 마주치곤 살며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곤 누가 보면 사귀는 것만 안 하고 다 한줄 알겠다며 농담을 흘렸다.
"아하하, 누가 안 봐서 다행이다. 그치?"
다행히도 이 방 안엔 슬혜와 주원 오직 둘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거나 들켜도 오직 서로만이 존재할 뿐이니까.
아직 주원의 한쪽 팔에 안긴채로, 슬혜는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작은 웃음으로부터 점점 커지더니 어느샌 스스로의 광기에 취한 사람처럼, 마치 우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웃음을 쏟아냈다. 주원은 그런 슬혜에도 팔을 놓지 않고, 그저 둘이 마주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한동안 정신 놓고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그녀는 말했다. 약속이 있기에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고. 무슨 약속일지, 주원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필시 그것은 중요한 약속이었겠지.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주원은 잘 하고 있었다며. 그리고, 스스로가 역겹다며.
주원은 과연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할까. 그렇지 않다고? 역겹지 않다고? 아무래도 그렇게 말해야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주원은...
"모두가 그런걸."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사람은 다 그래. 너만 그런게 아냐. 나도 그렇고. 누구나 다 그런 면을 안고 살아가. 다만 사람마다 그 형태나 크기. 그리고 보이는 정도가 다를 뿐이지. 그리고 그걸 잘 숨기는 사람도, 일부러 드러내는 사람도, 숨기려 해도 숨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주원이 아주 어릴 때 깨달았던 것. 그의 중1무렵일까. 그 경험으로 주원은 사람이 얼마나 겉으로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것과,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며 얼마나 이기적이고,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싫어하는 존재에겐 가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거야. 각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남에게 폐가 되더라도. 있는 자신 그대로. 네가 사는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현슬혜 너 자신이니까. 그러니까, 있는 너 그대로가 좋아."
주원은 밥을 먹으며 말 했던,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는 말을 다시금 한다. 이번엔 부끄러움 없이. 담담하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만 둬. 있는 그대로의 너 그대로.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줘. 어려울거야. 나도 하지 못하는거야. 나도, 누군가가 사랑해주지 않으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가 옆에 있어줄게. 다시 말하지만 '그런'의미가 아냐."
주원은 음 하고 잠시 다른 곳을 보고 고민하는듯 목소리를 흘리더니 다시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미소지었다.
"좋아. 결정했어. 네가 뭐라고 말 해도 떠나가지 않기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젠가 진정으로 네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될 누군가와 만나게 될 때까지. '널' 위한게 아냐. '내가' 결정한거야. 그러니까, 그 열쇠는 받지 않겠어. 쓰지 않아도 상관 없어. 잃어버리면, 다시 만들어줄게. 언젠가 필요 없어지면 잊어도 돼."
언젠가 그 아이와 나누었던 약속. 네가 나에게 빛을 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싶어. 설령 그것이 가짜라고 해도.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슬혜야."
주원은 그렇게 말하며 힘껏 미소짓곤 한쪽 팔을 풀어 슬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따뜻하고 큰 손으로,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