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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노을에 의한 황혼마저도 모두 저버려 이제는 달빛밖에는 남지 않은 학교. 그는 오늘 집에 가지 않았다. 몰래 학교에 남아 해가 질 때까지 옥상에서 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잠을 자거나, 경치를 감상한다던가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떨어져서 이젠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게 되었을 때 드디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옥상의 문은 당연하게도 잠겨있어서 계단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그에게는 딱히 상관 없는 일이었다. 창문이나 난간을 타고 넘어다니는건 그에겐 익숙했으니까.
그렇게 바닥으로 내려온 그는, 지금까지 기다려온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덤덤히 학교 밖으로 향했다. 또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서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새하얀 가루가 수북이 쌓인 수레가 붙들려있었다.
수레를 가지고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멈춘 그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곧바로 하얀 가루들을 뭉치기 시작했다. 뭉치고, 뭉치고, 뭉치고... 계속해서 뭉치다보니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구가 되었다. 그의 무릎까지 올 만큼 큰 공이었다.
그것을 제쳐두고 남은 가루들을 다시 뭉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또다시 하나의 구가 되어, 첫번째것 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큰 공이 되었다.
큰 공 위에 작은 공을 올리자, 누구나가 생각할법한 그런 모양이 되었다. 눈사람. 그래. 그가 가져온 것은 대량의 얼음가루였다. 그것을 뭉치고 뭉쳐 어떻게든 눈사람으로 만들어서 운동장 한가운데에 세워놓은 것이다.
그의 허리정도 높이의 작은 눈사람을, 이번에는 꾸미기 시작했다. 검은색 중절모를 씌워주고, 나뭇가지로 팔을 만들어주고, 눈과 코와 입을 만들고서 목에 목도리까지 둘러주었다. 그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만들어진 눈사람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하늘 높이 떠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 ......키킥. 전혀 안보이겠다. "
조금은 아쉬운듯한, 그래도 즐거워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밤바람이 차가웠던 덕분일까, 눈사람은 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할 때 까지 녹지 않았다고 한다.
oO (왜 미안하지?) (왜 싫어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지?) 역시 뭐든 물어봐야 알 게 되네요! 우리집 금아랑은.. 만월 다음날 연호 서랍 안에 과자 소매넣기 하러 갔을 거예요! <:3 새벽에 몰래 은혜 갚는 다람쥐처럼 과자들이랑 "고마워." 라고 적힌 다람쥐 포스트잇 놓고갔을 거예요.
>>668 양아치네 집안이... 그런거에 되게 -꼰- 이어서... 시아랑 제대로 연애하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양아치 스스로가 감정에 무자각하다는 것도 있지만 여자애들끼리 만나고 관계가 깊어지고 그러는걸 절대반지 반대 했기 때무네...... 사실상 여성성을 강제당하는 느낌으로 자란거지 뭐, 그래서 양아치의 수많은 성격 속에서 남들이 보는 여성스러움,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도 있는 것이야...
시아의 대담한 말에 선하는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부탁만 잔뜩이고 막상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보가 고약하기 짝이 없다. 예쁨받는 거야 항상 좋았으나 굳이 찾아가고픈 마음은 별로 없었다. 지 딴에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나 뭐라나.
마주한 눈이 제 영혼을 옭아맨다. 아까와 사뭇 다른 시아의 태도에 선하는 의문을 표하지 않고 얌전히 자세를 낮추었다. 순종하고 복종하는 일은 익숙했다. 선하가 입을 벌리고 웃는다. 미묘하게 초조해보이는 건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떠오른 무언가를 분명히 원하는 자의 얼굴이었다.
"시아야, 난 네 땀냄새밖에 맡지 못했는데."
그건 향이 아니잖아. 선하의 기대는 페르몬에 걸려있었는데, 반쯤 시아를 양이라 확신-이라 쓰고 멋대로 희망이라 읽는다-하고 있었다. 킁킁거리는 몸짓이 짐승같다. 냄새를 맡기 위해 시아 품에 파고드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선하는 아랑곳 않고 있었다. 동시에 입술을 핥는 찰나를 악착같이 쫓았다. 선하의 목이 떨려왔다. 오래지 않아 선하는 시아를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시아의 팔과 허리 사이로 선하의 하얀 팔이 지났다. 처음 선물 받은 인형을 꼭 안는 아이처럼, 선하의 자세와 태도 역시 같았다. 흔히들 백허그라 부르는 포옹이었다.
"장소는 그다지도 중요하지 않잖아. 나는 네가 궁금해져버렸는 걸."
선하는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선하는 수줍은 양 시선을 피했다. 헤 벌려진 입을 손끝을 두드린다. 아까 수줍어하던 모습이 이제 막 해가 뜬 아침의 화사함이었다면 지금은 꽃 시든 밤의 음습함을 닮아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뒷골을 찌르고 지나간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눈만 깜빡인다.
시아의 제안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비밀이 자신에게 흥미로울지, 그렇지 못할지 가늠하는데에 모든 정신을 쏟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와중에 감히 거절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손을 잡고 가볍게 끌어당겨 일으켜 주었다. "온다고 말이라도 해 줬으면 더 멋지게 따냈을 텐데! 손목이 아니라 정수리를 팡, 하고. 헤헤. 그래도, 와 줘서 고마워."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던 손이 잠깐 별하의 이마 앞에 떠서 망설였다.
그렇게 싱글싱글 웃고 있다가 안겨 오는 손길을 받고, 나는, 그러기를 원치는 않았지만 정말로 당연하게도, 살짝.. 아주 살짝, 떨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억제제를, 안 먹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그 향이 풍긴다면.... 어떡하지. 숨이라도 참아야 하나. 그러는 와중에도 웃는 얼굴은 귀여워서, 애써 미소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바짝 긴장한 채로 포옹을 끝내자 별하가 들어올리는 우산에 눈이 간다. 들고, 온 거구나!
".... 가, 앝, 이, 쓰고 가도 돼?!"
조금은 기대하는 눈빛이 되어서 두 주먹을 가지런히 모으고 물어보았다. 나도 참, 이렇게 들뜨면 안 되는데. 좋은 일이 있었으니까 조금쯤 들뜨는 거야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승리의 과정 자체는 시시했어도, 그래도 죽도 케이스에 우걱우걱 집어넣은 상패는 묵직해서 든든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이긴 날이니까 저녁 연습 빠져도 되거든. 가는 길에 뭐라도 먹자! 상금으로 내가 살―게."
무릎을 구부려, 별하가 펼친 우산 밑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아직 우산을 들 만큼의 힘은 남아 있었으니까 가능하면 대신 받아들려고도 하면서. "학생부라서 문상이지만, 헷." 품에서 종이봉투를 살짝 꺼내 보여 주며, 코를 찡긋하면서 웃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