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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댕댕력으로 승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주원이는 연호 보고 아마 자신은 재능으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섣뿔리 다가갈 수 없는데 거침없이 행동하는 연호를 보고 열등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자신은 가짜인데 쟤는 진짜구나 하는...?
>>528 이 때의 민규랑 만나 친해진거구나!!! 넘모!!! 기뻐!!!
>>536 해인이 매력터진다...! 으아악 전 픽크루 고...아니 잘 못해서 다른 분들거 보고 행복해할게요...
'이 바보야, 잘 모르겠으면 이것만 명심해! 호흡은 짧게, 거리는 가깝게, 힘은 그것만을 위해 내며, 막는 것은 곧 흘리는 것. 그리고 오른쪽 조심!'
검도부장이 알려준 검도의 팁을 마음속으로 새기며 나는 호면 속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찝찝한 땀과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났다. 안타깝게도 체력과 근력은 내 재능이 아니었고, 그 부분에 한해서 나는 순전히 노력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눈'이다. 상대방의 타격을 받아치거나 막는 건 내가 열심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궤적이 잘 보였다.
심리전이랍시고 걸어 오는 얄팍한 흘리기도! 비어 있는 오른쪽 손목도!
"끄랴―!"
탁, 하고 기분좋은 소리가 났다.
잽싸게 죽도를 바깥으로 한 바퀴 둘러 손목을 치고 물러나왔다. 한판을 선언하는 팔이 내 쪽으로 올라왔다. 이겼다! 죽도를 든 채로 깡총깡총 뛰며 좋아했는데, 저번에 이러는 나를 보고선 '이건 패배한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행동이니까 꼭 하는 게 좋다'고 부장이 말한 적 있다.
그 뒤로는 얌전히 마주보고 목례를 하고, 포디움에 올라서 웃으며 브이자를 그리고, "수고씀다―." 하고 시무룩한 검도부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통로로 나와서 제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었다.
.... 이 날만큼은 예상치 못한 손님이 있었지만.
"별하, 왔었어?" 앉아 있는 친구의 사각에 은근슬쩍 들어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별하를 보고 놀란 만큼 나도 놀라게 해 줘야지. 무릎을 짚고 허리를 살짝 구부렸다. "연락하지 그랬어! 나 우승했다아?"
옆에 앉을지 말지를 살짝 고민했지만, 역시 앉아 있는 건 질려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아 일으켜 주려고 별하에게 손을 뻗으며 나는 말을 이어 갔다. "밖에 비 와? 클났다. 우산 없는데."
오늘의 포장지는 초록색이었다. 역시나 조심조심 뜯어 가방에 넣었다. 다이어리 꾸미기 같은 취미가 있었으면 알차게 썼겠다 싶다. 슬프게도 부지런하지도,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도 않으니 편지 모아두는 상자에 고이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 나중에 죽고 나서 같이 태워달라 하겠다 하면 좀 무섭겠지. 누가 들으면 기겁하고 지나갈 생각하며 히죽 웃는다. 포장을 뜯은 귀마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쪽지를 먼저 펼쳐 읽었다. 적힌 글씨를 죽 훑어 읽는데 이 애 엄청나게 섬세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 맞는 학용품이라니. 사하에게 그런 게 있던가? 잘만 나오면 그만인데. 귀마개 같은 건 써 본 적 없지만, 이 정중한 마니또의 취향에 왠지 신뢰가 간다.
<뽀송아, 수능 잘 보면 네 덕이야.>
오늘은 책상에 적었다.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
진홍색 무언가가 책상 위에 있다. 뭐지, 인형인가?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쿠션이다. 포장 위로 꾹 눌러보니 제법 단단하다. 오늘 푹 자라는 신의 계신가. 어디에서도 먹히지 않을 생각을 한다. 정말로 잘 생각은 없다. 대학은 가야지……. 이번엔 포장 푸는 대신 쪽지를 먼저 편다. 특이하게 생겼다 싶더니 안쪽에 뭐가 있는 것 같았다. 쪽지에 적힌대로 포장을 뜯고, 안쪽에 손을 넣어 당겼다. 담요가 빠져나오며 사탕 한 알이 책상 위로 또르륵 굴렀다. 자두 사탕이다. 그리고 담요 사이에는 쪽지 하나. 펼쳐보니 새콤한 냄새만 났다. 레몬으로 쓴 편지인가. 어디 불 구할 데 없나 생각했다가, 다음 선물을 위해 간직하라는 말에 고이 접는다. 알려주기 전까지는 뭐 안 해보고 잘 가지고만 있을 생각이다.
<뽀송아, 오늘은 내 사물함 확인하고 가.>
책상에 적은 사하가 사물함에 쪽지와 오렌지주스를 넣었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최민규는 벚꽃 책갈피를 손 안에 꾹 쥐었다가 펴보았다. 어쩌다가 봄을 선물받아버렸네. 작게 웃었다. 겨울을 사는 사람에게, 봄이 무슨 의미일까. 언젠가 다다라야 하는 곳, 아니면 영원히 닿지 못할 곳.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반드시' 온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게 믿기로 했다. 땅보다 구름에 더 가까운 겨울산에도, 언젠가 꽃이 핀다고 말이다.
려문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고도 나늘은 눈꺼풀을 천천히 깜박, 감고서 빙글게 웃었다. 그래도 처음 들어왔을 때의 시든 식물 같던 표정보다는 훨씬 생기있지 않나, 멋대로 넘겨 짚으며. ...하지만 곧 그의 영혼 없는 대답에 나늘은 또 입꼬리를 축 떨어뜨렸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이 열심히 했는 걸. 좀 더 기뻐해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게다가 자장가의 대한 대답으로 려문의 표정에서 나타난 뚜렷한 거절의사에 나늘의 뒤엔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쳤을지도 모른다. 나름 자신 있었다.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노인공경이니까 자리 바꿀까."
나풀나풀한 려문이 걸터 앉은 침대에서 스르륵 떨어져 쪼그려진다. 나늘은 그 모습을 깜박 바라보며 '어르신'이라는 단어에 웃는 모양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어금니를 깨문 채로 한마디를 지지않고 려문에게 덤벼드는 것이다. 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직업병에서 오는 것으로, 려문이 쪼그려 앉는 것에 '무릎 관절 다 나간다'며 자세를 고쳐주고 싶었지만 어르신은 그런 거 몰라. 그래서 하얀 백발의 어르신은 몸의 방향을 틀더니 려문이 앉았던 침대 위로 상체만 풀썩 누워버린다. 다리는 침대의 끝에 걸쳐진 채로 반만 누워서는, 고개를 돌려 려문을 물끄러미 보고.
"..혹시 결벽증있니?"
보건실은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니 침대가 깨끗하지 못할까봐 저렇게 쪼그려 앉아있던 것일까 저 아이는. 나늘은 진지한 얼굴로 손을 턱에 가져다대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잠깐 생각난 게 있는지 언제 시무룩했던 얼굴이 무색하게 맑게 갠 얼굴로 상체를 일으키고 벌떡 일어나 손을 침대에 걸터놓고 려문의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려문이 아직까지도 쪼그려 앉아 있었더라면 려문의 근처로 나늘의 머리카락이 사락거리며 보송보송한 향을 풍겼을 터다.
"내 거야."
향의 주인을 말하는 듯했다. 좋은 향이 난다고 인정받은 듯한 기분에 나늘의 눈은 방긋 휘어진다.
거 봐. 사하의 투비컨티뉴에 지구는 기다리기라도 한듯 반사적으로 짧은 말을 튀어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뭔가 고르는 것 같더니, 결국 다 가지기로 했나보다. 그다지 기대를 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기에 어물쩡 넘어가도 똑같이 넘어가 줄 수 있었다. 애초에 사하가 이건 싫어! 하고 말했더라면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을 거다.
"바보 은사하 귀신은 안 무서워."
저를 바라보는 행동에 지구는 덤덤한 얼굴로 사하에게 짧게 혀를 내밀어주고 고개는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그도 그럴게..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 굳이 이유를 덧붙여 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꿈에 나와서도 어디 꽈당 넘어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지구는 고개를 내저었다.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사하는 정말 제 여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고 생각하며 눈을 반쯤 감았다. 분명 같은 19살이 맞을텐데. 사실 아니라해도 믿을 수 있다.
"먹을 거 준다고 사람 따라가지 마."
사하의 입발린 말에 지구는 지금이라도 한 대 쥐어박아줄까 하다, 그저 어릴적에 여동생들에게 해주었던 얘기나 되풀이해주었다. 사하에게 꼬리가 있었으면 지금쯤 무진장 살랑거렸을 거라고 장담한다. 초콜릿을 사각사각 씹어먹으며 사하와 나란히 걸어 다시 본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뛰고 있었고, 또 간간히 흩날리는 바람에 꽃잎들이 살랑이고. 아까와 다른 점은 진득한 단 내가 희미해졌다는 것. 사실 바닐라향은 따뜻한 계절에는 더운 색이긴 하다. 그래서 아까 찰나의 순간에 조금 더운 기분이 들었던 걸까.
"너 데려다주고 점수 좀 얻어야겠다."
땡땡이 친 은사하 잡아왔습니다- 까지 덧붙여 말하며 웃음을 흘렸다. 혀에 닿아 녹아내리는 초콜릿이 너무 달고, 날씨는 너무 맑았고. 조금은 친해졌을지 모르는 친구는 여전히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