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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표면에서 얇은 살결이 떨어지자 저도 모르게 가늘게 벌린 잇새로 날카롭게 공기가 들이쉬어졌다. 전보다 한층 과감해진 행위는 일전에 우리가 만났을 때보다 네가 극에 몰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또는 페로몬에 취한 상태에서 감당하지 못할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각인을 해서 영영 묶어둘까, 싶다가 손이 잡아 풀렸다.
"그랬구나."
재능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더니 그런 일이. 여자는 해인이 상대가 본인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대강 넘겨짚을 수 있었고 대신 말을 아꼈다. 누구나 속사정이 있고 드러내기 민감한 부분이 있으니까. 네 손짓을 보고 같은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팔뚝 위에 피가 몰려 울혈이 남았지만 동복 착용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흔적을 멀뚱히 내려다 보다 다시 겉옷을 추스르며 시선을 마주헸다. 물꼬가 트이고 있었다.
"남을 속이는 행위만?"
네 재능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꼬아 상대를 설득하는 것인데도. 의문을 표시하면서 만족스러운 침음을 냈다. 그렇단 말이지. 여자는 땅바닥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일말의 속삭임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말을 아끼다가 쩝 하고 입소리를 내더니 가볍게 입을 연다.
"해인아,"
깊은 호흡이 오고 간다.
"매력적인 제안이야. 내가 좀 더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 제안을 여기서 받아들였겠지만 기회를 줄게. 그 발언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요지는 이것이었다. 권하고 있었다, 페로몬을 발산하고 있는 상태인 본인을 앞에 두지 않은 상태로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을. 이 시간 이후로 지금 생에 있어 최약의 실수 중 하나로 남을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것. 대신 이것이 왜, 어떻게 실책이 될 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것까지 알려줄 정도로 착한 사람은 또 아니라.
"난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을 절대 놔주지 않아."
본연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한 음절 한 음절 짓씹듯 내뱉는 건 착각일까, 여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말이 없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해인의 팔 언저리를 정답게 두드리더니 가자, 늦었다. 더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평소의 무정한 텐션과 딱딱한 어조로 돌아왔을 뿐 지구는 딱히 화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질문을 하고 있으면서도 끝말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사하가 명확하게 선을 그어 설명했으므로 그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을 뿐이다. 그래서, 과연 너는 뭘 싫어하는데? 부지런하게 움직이던 지구의 손이 멈추고 사하를 건너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찰나의 순간이었고 지구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제 할일을 마저 치룬다.
"사하가 나오는 꿈이 악몽인가?"
사하가 사나운 눈을 하고 있지만 지구의 눈매는 평소와 똑같이 삐딱한 선으로. 탁한 바닷빛의 푸른 눈은 능청과 장난보단 순전한 호기심이 담겨있다. 매번 제 꿈에 나타나서 괴롭히기라도 한다는 이야기일까. 그래봤자 저 조그만 것이 무얼 한다고. 잠깐 상상하다 픽 웃으며 시답잖은 농담으로 넘긴다. 해봤자, 딸기 케이크 위에 딸기를 먹어 치운다던가 가는 길에 바나나를 깔아 둔다던가 우산에 구멍을 낸다던가 하는 그런류일까. 그는 그녀를 얼마나 얄궂게 보는지.
"뭐.. 그래. 상이다."
뜬금없이 악수를 하는 것에 습관적으로 미간이 잠깐 찌푸려졌다가 사하가 직접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자 곧 반듯하게 펴졌다. 지구는 그런 사하에게 잘 했다는 듯 머리를 툭툭 (건성으로) 쓰다듬어 주려 했고, 그가 손을 뗀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을 거다. 보건 선생의 간식을 능청스럽게도 턴 지구가 300원 짜리 본오본 초콜릿 과자를 까서 입에 넣는다. 초코 과자 덕에 무표정의 얼굴로 한쪽 볼이 볼록해진 지구는 사하에게 가자는 듯 손짓하며 먼저 몸을 움직였지만 그녀가 그를 따라 잡는다면 금방 걸음을 맞춰주었을 테다.
모르겠다. 라는 수식어를 붙인것 치고는 그녀 또한 꽤나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진 것인지는 몰라도 아마 그의 꾸준한 움직임이 그녀 역시 조금씩 움직이도록 만들었던게 아닐까, 어쩌면 그녀 역시 그부분을 인지하고 있기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는 부분은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어느 방향인지는 그녀로서도 알 수 없지만.
"음... 그건 좀 상대적이라 애매한데요..."
맛있다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는 것으로 그 맛의 차가 주어질수 있다면... 솔직히 말해 지금 그녀가 먹고 있는 카레도 자신의 10배쯤은 맛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맛있다 생각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후후... 어느정도 선배의 동아리 활동 취지와 비슷하지 않나요? 스스로도 즐거움, 뿌듯함, 성취감을 느끼지만,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수 있는 거라구요?"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다면 그걸로도 오케이인 셈이다. 아얘 모르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사람을 더 성장하도록 만들곤 했으니까, 어쩌면 그의 동아리인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도 설립취지는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타인을 통해서인가, 자신만을 놓고 본 것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후후후... 선배님은 참 재밌는 분이란 말이죠..."
아마도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모양인지, 눈 딱 감고 먹는 모습은 투정을 부려도 어쨌든 먹긴 하는 아이의 모습과 겹쳐져보이기도 했다.
"......"
보통 이렇게 보조로 손을 잡아줄 때는 어긋나기 쉬울텐데, 그럼에도 그의 손길은 꽤나 매끄러워서 숟가락 안에 든 것을 문제없이 입에 물고, 씹고, 삼키는 것에도 문제는 없었다. 단지 이런 낯뜨거운 행동은 거의 해본적이 없던 그녀에겐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대관절 무엇인지 알수 없을 뿐이지만 말이다. 설마 '밥먹여준다.'는게 이런 의미였던 걸까?
그 뒤에 이어진 것은 누가 봐도 떠먹여주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버릇처럼 그녀가 움직여왔던 패턴대로, 숟가락에 담던 양대로, 흐트러짐 없는 오차로 그것을 자신에게 내미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