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사이의 공백을 눈치채고는 슬쩍 그만둡니다. 그러니까 대놓고 청월의 시험이 매우 자주 있다거나 하는 일들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결과가 좋다거나 안 좋다거나. 그런 건 보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에 호응하듯이 컵받침을 본 점술가가 해석을 해주네요.
"물고기는... 보통 돈을 의미하곤 하고... 나쁜 의미는 아니네요. 오히려 좋은 의미입니다." 다만 시험 점이라는 것에서 돈이라는 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어쩌면 gp를 써서 실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식이 될 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점괘이긴 합니다.
"또 다른 걸 보고 싶기도 하나요?" 위자보드나, 흑경으로 스크라잉을 하거나, 타로 카드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조곤조곤 흘러들어가는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입고 들려오는 소리들에 다림은 더 볼까요? 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타로 쪽이라면 다이스를 빌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위쟈면... 폭발엔딩일 거고.. 스크라잉이면 거울에 은후는 정훈이가 비치는 사태가 일어나고 다림의 표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림은 하쿠야의 행동에 쪼금 당황했습니다. 안 하던 짓을 하는 하쿠야라서 그런 게 분명하지요. 카레우동을 거는 거야 우동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셀카를 찍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걸요. 물론 하쿠야가 사실 셀카장인인데 그것을 완벽하게 숨겼을 확률도 있지만. 셀카를 보면 절대 아니거든요. 다림의 손가락이 꿈실거리며 답변을 씁니다. 좀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보내긴 보내다니.
[....몸은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아 보지만요] [카레우동을 걸고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음식점의 카레우동 기프티콘)] [그런데.. 평소 안 하던 일 같으신걸요. 혹시 뭔가.. 금서같은 거라도 읽거나, 게이트 내에서 환청 및 환각증세라도 겪으신 걸까요..?] 셀카를 보내는 짓을 꼬집어 말한 게 분명합니다. 아니 몸이 멀쩡한데 평소라면 절대 안 할 것 같은 짓을 하는 경우라면 정신력이 개망한 거라던가.. 그런 것부터 생각나는걸요?
"병문안을 가야겠네요." 지금은 아니고요. 라고 생각하면서 답장이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려 합니다.
누구인가? 누가 지금 악성 데이터 소리를 내었어? (GUNGYEmiyagugizzada풍) 이런... 어디서 괴전파 수신이. 아무튼 나는 지금, 어느 젤리가게 앞에 줄을 서 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가디언넷에서 요즘 핫하다고 유행하고 있는 이 가게의 하루 판매갯수가 한정되어 있는 젤리를 사기 위해서다. 이런 건 상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계속 한 번 먹어보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다. ...아니! 나도 학생이니까 이런 거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듣는 사람도 없는 변명을 속으로 했다. ...그치만 아직 줄이 빠질 기미가 안 보이네. 가디언넷은 뭔가 다운받는 중이라 다른 창을 켜도 될지 모르겠고. 머엉하니 줄을 바라보던 나는 (나중에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 일이지만)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내 뒷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미나즈키는 사레가 들려 기침이 나오는 것을 참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평소랑 똑같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애초에 자신이 매우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는 한참동안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폭신폭신한 베개의 촉감에 어쩐지 더 슬퍼졌다...
"그러게요. 좋은 결과라서 다행이에요." 시험도 잘 보고 돈이 생기게 된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면.. 게이트를 돌 일이 생긴다. 로도 해석할 수 있을지도요? 라고 속닥속닥거립니다.
"스크라잉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투영이나 소환에 가까운 일입니다."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염원을 투영하는 검은 거울에 담겨 보여지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며 은후에게 검은 거울의 양 옆을 잡게 하고는 진 위에 서서 눈을 감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강렬한 것에 호응한 흑경에서 투영될 것이라고 말하며 향을 피웁니다. 옅은 연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안개처럼 발목을 휘감습니다.
"흠..." 속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잰 은후가 눈을 뜨면.. 흑경에서 뻗어나온 빛이 마치 빔 프로젝트처럼 벽면에 정훈이와 은후가 꽁냥꽁냥하고 연애하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은후정훈 결혼식도 점점 흘러나오는데요. 가장 두근두근거리고 황홀할 것 같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일종의 소환으로 평행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걸지도... 은후가 흑경을 놓치거나 마음의 평정이 흔들리면 금방 꺼져버리겠지요. 그건 그렇고 다림의 표정은..
"은후 씨. 매우 청춘이네요..." 다림의 표정은 ㅍㅁㅍ 라기보다는 생각보다는 침착했습니다. 근데 정훈이에게 듣지 읺았으면 진짜 ㅍㅁㅍ 표정이었을거야. 그치만 지금의 표정이 완전히 좋은 건 아닙니다. 약간.. 짖궂은 표정? 그것이라고요?
하쿠야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는줄은 모르는 다림은 태연하게 아프시다면 그런 행동을 할 만 하지요. 라고 납득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길래 몸은 멀쩡한데 셀카를 찍는 것처럼 안하던 행동을.. 게다가 신 한국은 몰라도 예전 한국에서는 사람이 안하던 행동을 하면 죽을날 올 거를 예견하는 걸지도 모른다.. 라는 게 있었는걸요. 이런 걸 잡아내다니. 뿌듯해도 되는 겁니다.
[하지만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시는걸요.] 한참을 기다린 답변은 몰 라 라는 단답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이 답변은 본인이 추측한 것이 거의 정답이거나, 정곡을 찌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하쿠야 씨?] [보건실이라면 병문안 가도 되나요?] 슬쩍 보내봅니다. 카레우동 밀키트 사서 가요? 라는 농담성 문자도 보내봅니다. 하지만.. 확실히.. 걱정의 뉘앙스가 보이는 문자들입니다. 어느 정도 친구로 생각하고는 있다는 증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