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긴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할 건 저인걸요? 선뜻 말해주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는데. "
에미리의 감사에 하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좋은 이야기던, 나쁜 이야기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하루는 잘 알고 있기에, 에미리의 감사에 고개를 살살 저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뭐, 이후에는 다림에게 물어보는 차례가 오겠지만 그래도 신경을 써줄 부분은 신경 써주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 맞아요, 다림. 꼭 무언가 독특한게 있어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
하루는 에미리의 말에 동의하듯 다림을 바라보며 말했고, 작게 웃음을 흘리기까지 했다. 다림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 듯 했다.
" 가벼운 이야기여도 좋으니까 두런두런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우리. "
말을 고르는 다림에게 너무 부담을 갖을 것은 없다는 듯, 에미리와 함께 다림을 바라보며 상냥하게 시선을 보내는 하루였다.
에미리 양의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하루 양의 고맙긴요. 라는 말에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네요.
하루 양과 에미리 양의 말에 조금 눈을 피하지만.. 말을 안하지는 않아요. 다림에게는 그것은... 생소한 느낌이니까요? 미안하다 에미리.. 풋풋하고 청량한 이야기보다는 어딘가 좀 구질구질하고 노란장판 갬성일거야..(아무말) 귀기울여 들을 가치는 없다는 말을 하면서 끝까지 변명을 미리 해둡니다. 그런다고 해도 듣는다면..
"어음... 첫사랑이라면.." 역시 제대로 자각도 못하고 연애도 못했던 건 넘겨야겠지요. 조금 분류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첫사랑과 연애를 한다. 이런 건 좀 봐줄 만도 하지 않을까요? 따지고 보면 다림은 오락가락 하는 만큼 뒤엉켜 있기도 하고.
"중학생 때 즈음이었을까요.." 이야기가 나오는 거는 조금 정석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양이나 에미리 양이 느끼기로는 정말 가볍고 그런 이야기?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몇 가지 일이 생긴 뒤에, 남자애가 적극적으로 치대어서 사귀게 된 그런 이야기 말이지요. 순정만화로 나와도 아무런 개성이 없는 무색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다림의 연애는 그렇게 된 이후와 다림의 감정적인 면을 봐야 하는 것이지만요. 아마도.. 눈썰미가 좋다면 다림이 말하는 연애에서 묘하게 불길한 것을 암시하는 복선적 말이나 다림의 감정적인 면이 잘린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으려나?
"그런 일이 있었기도 하고요.. 좀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헤어지게 되었지만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식어서 헤어진 것 같은 말로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차를 홀짝홀짝 마시는군요. 목이 타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정하기 위해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