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의 표정은 알기 어렵다. 너는 웃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어조가 평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너는 뒷짐을 졌다. 네가 한가지 교수에게 장난을 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음료는 어떠셨나요? 마노 경이 무지개의 끝엔 보물이 있다고 기뻐하셨는데." 하고 묻는다. 이것으로 백정과 만났다는 증거는 충분히 입증하게 됐다.
"저주는 이매와 각시가 썼어요. 각각 크루시오. 한 번씩, 할미는 내게 혼났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싸우러 온게 아니란 말을 할 수 있냐고."
너는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번 구분하게 되면 앞으로도 가늠질 해야하는 사실도 막막하지만, 모든것을 꼬아듣고 말한다면 본질을 알 수 없게 된다. 너는 느리게 아무는 상처를 본다. 아프지 않지만 괜히 손을 몇번 까딱인다.
"그걸 받아들이는 건 이노리의 의지예요. 교수님이 행복하면 된 일이지만, 독을 마신다면 살인 저주를 써서 같이 저승길 동무로 삼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요?"
당하고만 살지 않지만 끝에 도달해야만 발악한다. 너도, 나도 그런 사람이다. 인간의 모든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끝내 죽기 직전에야 분노를 느끼고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한치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이다. 너는 못 지켰다는 말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앞으로 지키면 되는 일이에요. 이젠 학생도 움직일 거니까요."
너는 교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제가 왜 같은 동류라고 하는 지 교수님은 모르시죠." 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 너도 오갈 장소 하나 없는 존재라는 걸 미리 알려줄 뿐이다. 후부키로 도망가도 평생 죄책감을 떠안을 것이다.
"그 가면으로 살인을 저질러도, 음해를 해도 돼요. 누군가를 죽여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자랐어요. 누군가 선택한 것이라면 존중하고 주시해요. 그리고 기회는.단 한번 뿐이고요."
세스트랄은 푸르릉, 하더니 너를 바라본다. 교수의 제안 때문이다. 너는 과연 누가 다가오겠거니 생각하지만 등에 탈 기회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작은 체구로 몇번 폴짝거린다. 한껏 분위기를 다 잡았더니 이 몸이 문제다. 잠깐 멈춰서서 한참동안 세스트랄을 바라보던 너는 고개를 돌렸다.
입맞춤을 받아주며 웃을 땐 언제고, 그녀가 할미탈의 이름을 입에 담자 그새 이름까지 알았냐며 질투난다고 입술을 비죽이는 윤. 그런 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삼 그녀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전이라면 그저 그 생각만 했겠지. 마냥 그가 좋다, 라고.
"말로만 질투난다 하구 실은 안 그런 거 아닌가 몰라요. 보이게 표현해준 적이 있어야 말이죠."
표현이라면 그녀도 박한 편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거짓으로 꾸며낸 적은 없었으니. 베에, 하고 짧게 혀를 내밀었다 쏙 집어넣곤 그가 지팡이를 겨누는 걸 본다. 늘어진 그녀를 대신해 방음 마법을 쳐준 그에게 고마워요, 선배, 라면서 웃는 것도 잊지 않고.
흠집이 정말로 생겼다. 그 말을 들은 윤의 표정이 굳고 목소리까지 낮아지니 아무리 그녀라도 조금은 오싹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찔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래도 곧 웃어주었기에 저도 모르게 꾹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 수 있었다.
"으음... 아마 알아도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누가 흠집을 냈는지 알아야겠으니 보여달라는 말에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린 그녀는 만지던 옷자락 대신 손을 내려 바닥을 짚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는데 무심코 왼팔도 움직여 아으... 하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달에 한번 있는 그날도 이렇게 아프진 않다고 투덜대는 걸 보면 살만한가 싶어보이지만. 아무튼 앉아서 담요와 겉옷을 밀어놓고 어수선한 머리카락도 재주껏 손으로 밀어 넘긴다. 그런 뒤에야 다시 옷깃을 잡고 풀어내리면서, 약간 엄포를 놓듯 말한다.
"선배가 본다고 한 거니까, 보고서 흉하다고... 그러면 안 되요? 저 삐질거에요. 진짜."
아마 삐지는 정도로 안 끝나겠지만 말은 그렇게만 해두기로 했다. 이제 와서 안 보여주겠다고 무를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
말을 해둔 뒤에 상의, 저고리를 내리자 얇은 내의 안쪽으로 왼쪽 가슴께와 어깨를 감싼 붕대가 드러났다. 내의의 어깨끈을 내리고 붕대를 슬슬 풀어내니, 가려진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어느 정도 드러나자 대뜸 검붉은 색이 흰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그것만 보면 어디서 맞았나 싶을만한 피멍으로 끝났겠으나. 붕대를 다 풀고, 그 안에서 새로이 나타난 피에 반쯤 젖은 손바닥만한 천을 살살 떼어내자 피멍 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날카로운 무언가로 피부를 그어 그린 듯한 문양이 그 자리에, 심장이 위치한 그녀의 가슴팍에 있었다.
"...어때..요..?"
한 팔로 몸을 감싼 그녀는 당당하던 좀전과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묻고, 어느새 치밀은 불안에 삼켜지지 않게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903 로하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건 장담할 수 있답니다. 신비한 동물을 돌보는 교수가 될 지도 몰라요! 중간에 멘탈을 몇번이고 더 부수는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요..🙄 멘탈이 박살나면..어버버..어법...멘헤라..쿠로미프사..심리적 불안..빙빙 도는 눈...((기절해요))
>>906 ((불투명한 앞날을 떠올려요)) 이..이겨낼 수 있겠죠! 동기가 생길 거예요! 지금은 온건한 방법으로 학생을 모두 지켜야 한다!가 중점이고...이제 멘탈이 박살나면 어차피 누가 죽어도 잠깐 슬퍼하고 마는 것 같은데 이참에 저주로 죄다 죽여버리고 살아남으면 안 되나가 되는...어버버..어버버버....😬
"반갑습니다. 오늘부로 여러분과 함께 신비한 동물에 대해 알아가게 될 후부키 이로하입니다."
그것은 여러마리의 신비한 동물과 함께 나타났다. 하얀 털이 드문드문 난 새끼 니플러는 머리 위에서 갈레온을 소중히 안았고, 스낼리개스터는 많은 학생을 보고 신기한지 부리를 딱딱대며 날개를 펼쳤다.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자 어디선가 말이 푸르릉대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소문의 세스트럴인 것 같다.
"신비한 동물과 인간은 같은 자연의 밑에서 태어나 자란 형제이며 자매이자 남매인 즉. 이 시간만큼은 그 어떤 학부생 여러분도 절대 이 동물을 지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서로의 경이로운 삶을 이해하며 존중하고, 끝내 공존하였으면 합니다. 또한 이 시간 외에 학부생 여러분은 저와 일절 연관이 없을 것이니 부디 짧은 이 순간만큼은 교수님이 아닌 이로하, 후부키, 누이, 형님, 야, 너, 그 어떤 칭호로 부르셔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심리적 부담이 없는 편안한 수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오호라. 교수님 버전 잉이란 말이지~? 평소에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라 그런가 엄청 잘 어울리는것같아! 픽크루도 잘 봤어! :) 동화학원 사람들 졸업하고 니서 전부 동화학원 관계자로써 남아있어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912 현생에서 갈려나가면 갈려나갈수록 지갑도 두꺼워지고 삶이 알차게 되기는 하지 :) 쉬어가는건.. 가능하면 지금처럼이라도 짤막짤막하게 들러서 편하게 쉬고 싶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일 정확한 스케쥴 좀 알아봐야겠다. 사회 초년생이 이래서 힘들구나 진짜.. :0 (말라비틀어졌다가 부둥받고 탱탱해짐)(?)
>>913 뭐 늘 그랬듯이 지금 힘든것도 나중에는 적응하게 될 테니까~ 그 전까지의 과정이 문제일 뿐이지. 아직 어느쪽으로 나아가야할지 감이 안 잡히기도 하고.. 첼주 말대로 언젠가는 편하게 일상 영위해 나가면서 어장에도 자주 들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토닥받고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