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있다. 하트무늬 포장지. 겨우 두 번째인데 벌써 반가워지려고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살살 포장을 뜯었다. 이번 것도 고이 접혀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선물은 머랭쿠키였다. 포장지도 하트. 쿠키도 하트. …아니, 복숭아인가. 자두? 살구? 대충 비슷하게 생겼다 생각하는 과일이 줄줄이 떠올랐다. 어쨌든 귀여운 모양에,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당분간 당 떨어질 일은 없겠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하가 쿠키를 하나 입에 넣었다. 오늘도 오늘 치의 행복을. 행복이 입 안에서 귀엽게 부서졌다. 혀끝의 단 맛을 음미하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어김없이 희생양은 수첩이다.
<비싼 거 안 사도 돼. 난 다 좋아해. (내가 진짜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님 지갑을 1순위로 하기. 근데 하트 무늬 좋아해?>
서랍에는 북 찢은 수첩에 적은 쪽지 하나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색종이로 접은 하트가 있었다. 그 와중에 빨간색을 구하는 건 실패했는지, 하트가 초록색이었다. <뽀송한 이불아, 서랍 꼭 봐!> 책상의 낙서도 새 걸로 바꿨다.
아무리 수업 시간을 온통 잠으로 보낸다 해도, 단 한 번, 수업 '도중에' 잠에 깨는 일이 있었다. 4교시,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정확히 10분 전. 최민규는 오늘도 부스럭대며, 4교시 수업 도중에 잠에서 깼다. 다만 오늘은 8분 전이다. 마니또한테 선물로 받은 베개가 지나치게 폭신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하여튼간, 최민규는 잠에서 깼다.
4교시에 깨는 이유는 단순하다. 밥 빨리 먹어야 하니까. 밥 빨리 먹은 다음엔, 교실에 들러서 농구공 챙겨야지. 그리고 학생회나 3학년 1반으로 쳐들어가곤 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최민규는 급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가방 안에는 책 대신 농구공이 들어 있었다. (원래 농구공 주머니도 들고 다녔지만, 최근에 찢어먹었다. 최민규는 조금 슬퍼했다.) 가방에 어떻게든 욱여넣은 농구공을 꺼내고, 자리를 뜨려는데,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어딘가 등골이 쎄하다.
뭔가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기분인데, 나.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튼간, 최민규는 교실 밖을 나서서, 학생회로 향하려 했다. 어쩌면 갔을지도 모르지.
먼저, 몽몽씨가 오늘 하루도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요.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어요. 얼그레이 무스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서,달콤한 생크림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며 조화를 이루는 그런 맛이었어요! 거기에 스폰지 속에 숨은 딸기는 굉장히 아삭하고 상큼했답니다. 덕분에 마실 것도 없이 혼자 다 먹어버렸어요. 얼그레이 무스와 생크림은 워낙 부드러워 목이 막히지도 않더라고요! 친구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한 입만 달라고 했지만 어떻게든 물리치고 저 혼자 독식했답니다. 저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 저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물론 케이크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많이 놀랐어요. 기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에게 천사같은 존재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미 몽몽님은 제 수호천사님인걸요! 몽몽님덕에 매일 하루하루를 두근두근하게 보낼 수 있었고, 선물을 받을 때마다 정말 뛸듯이 기뻐요. 이제 어쩌죠? 저 마니또 기간이 끝나면 굉장히 슬플 것 같아요. 더이상 몽몽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고, 편지도 주고 받지 못하다니! 음, 그렇지만 매일 선물을 준비하는건 역시 힘들겠죠? 하지만 편지만이라도 매일 주고 받고 싶어요. 내일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마음 기이이이이이이잎고 기이이이이이이이잎은 곳으로부터 기원할게요.
- 몽몽님 덕에 매일 하루가 평소보다 더 달콤해진 주원이가. -
PS. 걱정 마세요! 이번엔 뛰진 않고 두 팔을 번쩍 올렸을 뿐이라 다치진 않았어요! 다만 "선물이다!" 하고 소리친덕에 모두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요. 다들 부러워 했어요. "에헤 부럽지!" 하고 모두 앞에서 자랑한 탓에 빼앗길 뻔 했지만, 위에 편지에도 썼듯이 빼앗기지 않았답니다! 아, PS가 이렇게 길면 안되던가? 죄송해요! 쓰다보니 오늘 하루 종일 있었던 일까지 전부 써버릴 것 같아요. 언젠가 몽몽님과 마주보고 앉아 시덥잖은 하루 이야기라도 주고받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로 이만!
>>85 ((곰곰)) 지구는.. 청사과..? 과일을 즐기진 않지만 베어 먹는 과일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87 거대 수달 귀엽잖아요 ㅎ▽ㅎ하하하 수달이 거대해지면 그게 곰인가 싶기도 하고.. 지구는 흑표범일까요ㅎ▽ㅎ? 캐릭터 처음에 짤 때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다지 고양이랑 닮은 점이 없음(..)
>>82 아 저 고집 센친구 조아하는건 어캐 아셨대요~~ 저도 잘 부탁해요 ;) >>83 ㅋㅋㅋㅋㅋ 쓰면서 하... 내캐 능력 넘모 사기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올렸어요.. 누나들ㅋㅋㅋㅋ..원래 가족 눈이 정확한거에요 :0 >>84 재능 부러워해주셔서 고마워요 쓰면서 너무 사기 아닌가 싶엇거든여..!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고3 의 수업시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이라 함은 역시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자는 녀석들이겠지. 그리고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내리 자고 있는 녀석은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래도 잘때 코만 안골면 남한테 방해는 안되니까 그렇게까지 신경 쓰일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침 수업을 내리 자던 민규가 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건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어디 알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귀신 같이 일어나서 밥을 먹으러 누구보다 빠르게 간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변함 없는 일이었고.
" 우리 최민규씨가 어디로 가는 길일까? "
역시나 언제나처럼 밥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농구공을 집어드는 민규를 보고서 나는 그가 들릴만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허어 이 농구공을 보아하니 같이 농구할 사람이 어디 사는 온씨인지 딱 알 것 같은데 말이야. 밥을 빠르게 먹고 온 보람이 있었네.
" 혹시 학 생 회 장 님을 찾아가시는 길이신가요? "
오늘 점심시간엔 우리 온지구씨와 제가 볼 일이 있는데 말이에요. 지구는 일을 성실히 하기는 했지만 가끔씩 어디로 사라져버릴때가 있었다. 사실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두번씩 사라질때마다 남는 일은 대부분 내가 처리한다는게 문제. 뭐 그렇게 많은 일은 아니니까 힘든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사라진 지구가 민규와 하하호호 농구를 하고 있으면 ... 좀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