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혁은 눈 앞에 보이는 다섯개의 총구에 에너지가 모이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에너지빔은 은후의 정수리를 스쳐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목숨이 중요하지 명에가 무슨 쓸모랴. 강찬혁은 터미네이터... 아니, 가짜 허수아비의 가랑이를 터널 삼아 기어들어가서 가짜 허수아비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머리를 때렸지만...
깡!
"어음..."
강찬혁의 자랑인 알루미늄 야구방망이가 휘어버렸다. 강찬혁이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는 사이 허수아비가 뒤돌아서고, 강찬혁은 다시 처맞기 전에 머리를 옆으로 쏙 빼서 묻는다.
강찬혁은 그렇게 따지지만, 어쨌든 3분만 끌어보라길래 끌기로 했다. 끄는 방법은 간단했다. 허수아비의 가랑이를 따라 다시 파고든 강찬혁은 가짜 허수아비의 다리 뒷쪽을 착 껴안고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가짜 허수아비가 다리를 휘적거리는 대로, 위험천만한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어, 으악! 으아악!!!"
허수아비가 다시 손가락에 에너지를 모으고, 강찬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푼다. 그리고...
3분만 시간 끌어보라고 한 게 중요한 점이 아닌데! 은후는 찬혁을 만난 이후로 억울함을 한 세 번쯤 삼키면서 의념의 힘을 사용해 `개 쎄게 생긴 가짜 허수아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안구, 아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안구조차 의념-유리로 만들어진 튼튼한 무언가로 보인다. 피부는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망가뜨릴 정도로 단단해서 일반적인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아니, 뭐 이런 게 다 있어???
경악하던 은후가 마침내 가짜-허수아비-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찬혁을 버려두고 튈 계획을 완벽하게 짜던 중, 한쪽 다리가 잘려 나가는 가짜 허수아비를 보고 유레카를 외…. 치진 않았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저희도 에너지빔을 쏘는 거에요! 아니, 말이 좀 이상한데- 의념의 힘을 한 군데 집중해서 에너지의 형식으로 발산하는 거죠."
그런데 왜 저 허수아비는? 한 다리로도 잘 서 있는 거죠? 이게 가짜-허수아비야 제노시아식 학생 살해 병기야?
강찬혁은 그 말을 남기고, 가짜 허수아비의 주먹에 머리를 처맞고 쓰러진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강찬혁은 마치 보험사기꾼 내지는 할리우드 스턴트 배우 같은 비명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굴렀다. 허수아비는 강찬혁을 계속 두들겨패느라, 뒤에 있는 청월고 아저씨...가 아니라 엘리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강찬혁은 두들겨맞으면서 말했다.
역시 저 허수아비는 제노시아식 학생 살해 병기가 맞다. 이해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은후의 눈에 찬혁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않이 이걸 웨 못헤????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찬혁을 얼빠져 보이는 얼굴로 쳐다보던 청년은, 곧 정신을 차리고 힐-건을 들고 있지 않은 한쪽 팔을 쭉 앞으로 뻗었다. 그러니까, 의념사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 같이, 손으로 의념의 기운을 내보내면서, 이것이 의념의 에너지가 응축된 빔이라고 개념하는 거지. 찬혁을 신나게 패는 가짜-허수아비의 팔 한쪽이 참으로 허탈하게 은후가 쏜 에너지 빔에 박살이나 바닥으로 큰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참 쉽죠?"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따봉을 해 보이는 건, 찬혁이보고 약이 오르라고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
강찬혁은 두들겨맞으면서 상대방이 해낸 것을 보았다. 뭐,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의념의 힘이 담긴 방망이로 후려쳐도 안 되던 허수아비를 저렇게 쉽게 박살냈으니까. 그런데 한번 해 보라니, 느낌이 뭔가 전설적인 미용실 그림의 선구자 "밥 로스" 선생의 참 쉽죠?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강찬혁은 한번 시도나 해보기로 한다. 강찬혁이 검지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가짜 허수아비의 가슴을 겨눈다. 그리고...
"빵."
한 마디를 남기자, 가짜 허수아비가 그대로 정지했다. 의념이 손에서 나간 것도 아니었고, 박살난 것도 아니었다. 강찬혁은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다가, 가짜 허수아비가 자기 몸으로 내려오면서 그대로 참변을 당했다..
쾅!!!!!!!
강찬혁은 엄청나게 무거운 허수아비에 깔려버리고, 양 손만 파닥거리는 상태가 되었다. 강찬혁은 결국, 다잉 메세지 같은 느낌으로 이런 걸 남긴다.
찬혁의 김빠지는 행동에 당황한 은후가 에너지빔을 쏘는 법을 알려줄 틈도 없었다. 놀랍게도 가짜 허수아비는 그 행동에 작동을 멈추었으니 말이다. 아니??? 이게??? 왜??? 됨???
찬혁과 같이 허수아비를 이상하게 여기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것은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허수아비는 의념각성자인 청년의 힘으로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고, 기절한(혹은, 한 것 같은) 찬혁을 빼내려고 낑낑거리며 애쓰던 은후는 결국 찬혁의 다잉 메시지 옆에 한 가지 문구를 더 써놓는 수밖에 없었다.
- 제노시아산 가짜 허수아비에 당함. 발견 즉시 다른 사람을 불러 양호실로 데려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