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보이진 않지만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붙잡고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다.) [...] [...] [...] [뭐, 뭐어. 나도 준 물건에 대해선 빼앗지 않는 주의라.] [줬다 뺏는게 제일 나쁜 행위라잖아?] [...] [응 그런거야.] [어쩌다보니 그게 열쇠일 뿐이고?] [...] [뭐어, 열쇠는 열쇠니까.] [그 용도에 맞게 써주셔도.] [반 아지트 비슷하게 쓰는 곳이니까.] [...] [아무튼! 그.. 혹시, 나중에 시간 괜찮아?] [...톡으로는 다 말하지 못할 것도, 있고.] [그리고 저번에 같이 식사 하기로 했잖아. 약속, 잊지 않았으니까.]
물론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긴 하지만 길고양이를 보는건 그녀에게 있어 소일거리나 마찬가지였다.
천성이 고양이를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잠깐의 일탈일지는 그녀만 알고 있겠지만 가끔 다른 고양이의 털을 묻히고 와도 그녀의 고양이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그냥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걸까? 그래도 함께 산책하러 나갈 때는 오롯이 자신의 고양이에게만 신경쓰는 것 또한 그녀만의 약속이었다.
물론 오늘은 귀찮았는지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보일뿐 나갈 생각이 없던 모양이지만,
"......"
다만 오늘은 학교 근처 길고양이들이 간식을 흔들어보여도 그저 주변을 맴돌며 부비적거리거나 발라당 드러누울 뿐, 다들 배부른것 같은 행동을 보이기에 평소보다 더 멀리 나왔을까?
조금 떨어진, 사람들이 자주 오가지 않는 곳이라면 아직은 허기진 고양이들을 볼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골목길을 향해 먀,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내어 보았다.
얼마 안가서 머리를 빼꼼 내놓은 고등어 한마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째 그 시선은 그녀가 아닌 보다 멀리 떨어진 인물에게 꽂힌 모양이었다.
>>312 [그럼 협상 체결인걸로 할게요~😸] [...] [뭐, 왜 하필 열쇠였는지는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아지트라니, 더 돌려드리기 싫어졌는데요?] [...] [...] [나중에라~] [요며칠은 좀 바쁠거 같지만 그것만 끝나면 저도 시간은 널널한 편이니까요~] [...]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기대되네요~] [...] [...] [...] [이번엔 저녁먹자고 하면서 저를 드시거나 하면 안된답니다~?😼] [😴]
사하는 오늘 동아리를 빼먹었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시험기간이라고 하루종일 책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질리는데, 이런 시간마저 없으면 우울해 접시 물에 코 박게 될 것 같았다. 도무지 그럴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맞다. 그냥 핑계였다. 그리고 사하에겐 다른 핑계가 세 개쯤 준비되어 있었다. 갑자기 저어기 편의점에만 들어오는 음료수가 먹고 싶어졌다든가,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 또는 운동부족이라 좀 걸어야 하니까. 이 정도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넘어가주겠지 싶었다.
저어기 편의점도 지나 조금 더 걷던 사하는 핑계를 확정한다. 역시 운동이 제일 좋은 핑계인 듯하다.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거의 와볼 일 없는 곳까지 왔다. 그래봤자 아주 먼 곳은 아니었다. 사하의 걸음은 느렸고, 그만큼 멀리 가진 못 했으니까. 하지만 평소보다 멀리 나온 덕인지 의외의 소득은 있었다. 엄마, 나 고양이랑 눈 마주쳤어!
"안녕."
동물용 목소리를 내며 몸을 낮췄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도망갈까 봐 아주아주 느리게 다가가면서.
"거기도 안녕."
똑같은 교복 입은 학생이 있어 인사했다. 사람이 내는 고양이 소리 같은 걸 들었는데, 아무래도 출처가 이쪽인 듯했다.
>>317 [...] [돌려받을 생각은 없어. 절대로.] [...] [요 며칠은 바쁘구나. 어쩔 수 없지..] [😞] [...] [!!!] [너, 너어어...!] [😠😠😡] [그 일은 언급 금지!😡] [...아무튼, 나중에 봐. 시간 괜찮을 때.]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오늘도 건강히 잘 지내.]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하고.] [...무슨 일 없어도, 뭐....] [아무튼 안녕!]
내 이름을 모르는건가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학생회장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 사실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게 당연하니까. 사실 유명한건 학생회장이지 그 옆에 있는 부학생회장은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당장 1학년때 학생회장 말고 부학생회장 이름을 말하라 그러면 나도 잘 모를테니까. 남주원, 이라는 명찰이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이름을 틀리지는 않았네. 그가 건네주는 종이는 역시나 내 예상대로의 것이었다.
" 솔직히 작년에도 보긴 했지만 말이야. "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라는 이름의 동아리. 아무런 목적 없이 그날그날 즐거운 것을 하는 것 같은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포트폴리오 같은 것일까. 종이비행기 날리기, 자전거 타기, 옥상에서 별 구경하기 등등 지금까지 한 내용들이 다 붙어있었다. 사진을 찍은걸 보면 혼자한 것 같지는 않은데 부원 수에는 정확히 1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 나는 작년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했었거든. 동아리가 분명한 목적 의식이 있는 것도 좋지만 그냥 그날그날 하고싶은거 아무거나 해도 괜찮은거 아닌가. "
작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그땐 학생회장이 가예라서 내가 거들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학생회장은 지구이고 부학생회장은 나다. 지구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성격상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이 신청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게 아니라, 부원이었다.
" 교칙에 따르면 동아리가 되려면 세명의 인원을 확보해야해. 인원만 충분하면 동아리 만드는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
사람들 구워삶는거야 일도 아니다. 분명 학교에서는 이런 설렁설렁한 동아리를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야자도 강제이면서 뭘 하던 제재를 안하는 학교가 이런걸 싫어한다니 말도 안된다. 혹여나 태클이 들어오면 그땐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되는 일이니까. 사진을 보니까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도 몇 있는 것 같은데.
" 맘 같아선 내가 들어가고 싶지만~ 학생회는 다른 동아리를 들어갈 수 없거든. 그러니까 2명만 더 구하면 될것 같아. "
웃으면서 신청서를 돌려준다. 아직 신청서를 낼 수 있는 기간은 남아있고, 그가 할 일은 2명의 사람만 더 구하면 되는 것이다. 신입생들도 많이 들어왔고 기존의 동아리에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잘 꼬시면 되지 않을까.
주원은 해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하지 못했다기보단, 접점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2학년 때 동아리 갱신을 할 때에도 그의 머릿속엔 가예를 어떻게든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해인은 그 화술과 부회장이란 직책으로 학년을 통틀어서도 인망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주원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사는 부류이다보니, 그런 학생들 간의 평가라던가 소문엔 조금 약할지도 모른다.
"그, 그랬었지. 아마? 아하하."
그 당시의 상황이 필사적인지라 눈 앞의 가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옆에 있었던 것을 주원은 기억해냈다. 2년 연속 부회장. 그렇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학생회의 일에 제일 익숙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만큼 권한도 클 것이고.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것도 그렇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으니까. 그걸 찾기 위한거거든.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는!"
주원은 해인이 그의 활동을 인정하는 듯이 말하자 벌떡 일어나 눈을 빛내며 갑작스레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주원에게 있어서는, 이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겠지.
"미, 미안. 내가 좀 흥분했네."
주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부끄러운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볼을 긁적이곤 손을 거두었다.
"세 명..."
역시나 인원인가. 언제나 그 인원이 문제였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각각 원래 부(새슬,사하)가 있거나 부가 없더라도 어느 한 부에 소속되면 친구들이 슬퍼할거라며(아랑)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 외에 동아리 없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기도 했고.
"응. 그건 알고는 있지만.."
언제나 묘하게 실패하는 이유는, 주원의 '재능'때문일 것이다. '별로 관심은 없지만 어쩌지.'하는 분위기를 느끼곤 주원쪽에서 먼저 물러나기에 끝까지 권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이대로 세 명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부실도 빼앗기는거야?"
주원은 해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낮잠잘 곳이 필요한 것도 이유중 하나였지만, 부실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모임도 생길 수 있는거라고, 주원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써 아는척할 필요는 없는데. 딱히 자신을 모른다고 해서 기분 나쁠 일도 아닐텐데 어떻게든 기억해내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긴 했다. 내가 갑이라고 느끼는걸까. 이런 걸로 갑질을 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그러다 주원이 벌떡 일어나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 살짝 놀라 움찔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본인에게는 정말 소중한 부라는걸까. 이런 열정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 동아리를 상당히 좋아하는구나? "
큭큭대고 웃으면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나는 인원으로 고민하는 그를 잠깐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두명 정도 채우는거야 일도 아닐텐데. 사실 잘 찾아보면 동아리가 없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포섭하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아리라는 것에 들어버리면 분명 활동도 해야하니까, 그런걸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런 부를 과연 가입을 할까?
" 작년에는 특별활동부 명목으로 사용하지 않는 동아리방을 받았었지. "
작년에 가예와 함께 있었으니까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에 꽂혀있던 파일철 하나를 들고와서 살펴보았다. 현재 존재하는 동아리들이 어떤 동아리실을 사용하고 있는지 정리해둔 파일이었는데 분명 이곳에는 공실로 표시된 동아리실도 표시해뒀던 기억이 있다. 아, 찾았다.
" 물론 원칙상으론 특별활동부에게는 동아리실이 주어지지 않아. 작년에는 특혜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말이 나왔으니까. 뭐, 불만 잠재우는거야 일도 아니니까 신경은 쓸 필요 없지만. "
고작 부원이 하나인데 동아리실을 주냐고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비록 다른 동아리보다 낡고 조금 구석진 곳에 배정 받았지만 엄연히 부실이 있는거니까. 그래서 이번년도도 그렇게 되면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것도 사실이라 나는 조금 고민을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지구가 있어야 완벽하게 결론을 낼 수가 있는건데.
" 그건 학생회장님이 와야지만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어쨌든 최종적인 권한은 학생회장한테 있으니까. "
지구라면 동아리실을 뺏지는 않겠지만 여기저기서 나오는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힘들것 같았다. 나름 카리스마는 있지만 왜인지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므로 가장 좋은건 역시나,
" 하지만 기왕 노는 부라면 좀 더 넓고 좋은 방이 좋지 않겠어? 비품도 여러개 있어야할테고 낮잠을 잔다면 비밀스럽게 침구를 숨겨놓을 곳도 필요할테니까. "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다.
" 정식 동아리가 되면 가능한게 아니겠어? 부원 모집은 ... 내가 도와주면 되는걸까? "
하고 뒤쪽에 있던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검게 반짝이면서도 밑으로 내려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신기한 헤어컬러였을까? 이런 그라데이션 패션은 물론 자주 보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생각 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왜 학교라고 딱 집어 말할수 있냐면... 상대방 역시 같은 교복이었으니까?
"아, 안녕하세요~ 일단은, 그렇죠?"
사람이 둘이나 웅크리고 있으니, 조금 당황한것 같은 고등어는 앞발을 움찔거리며 다가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한참 지나서야 벽에서 슬쩍 몸을 더 빼고는 이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전히 호기심 반, 경계 반인 고양이였지만 그래도 그런 행동이 나쁘진 않다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고양이란게 그런 동물이니까. 도도해보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고, 자유분방하기에 딱히 관심가져주지 않아도 될것 같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기 원하고 질투심도 많은 동물이니 말이다.
"가끔 이렇게 고양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왜 사람들이 고양이에 그렇게 환호하는지 알것 같다는 느낌일까요~?"
어느때부턴가 가방에서 꺼내진 작은 낚싯대가 흔들거리고 있었고, 화들짝 놀라면서도 이미 움직이는 그것에 정신이 팔린 고등어가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몸을 웅크리고선 옴질거리기 시작했다.
"한번 해보시겠어요? 꽤 눈치를 살피는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곧잘 따르곤 하니까요."
아마 그녀가 고양이낚싯대를 받아든다면, 조금만 흔들어도 이때다싶어 달려든 고등어가 낚싯대 끝에 있는 작은 쥐를 물고선 버둥거리는 풍경이 펼쳐질수도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 경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인사를 건네줬다. 같은 교복인 덕일까. 사하가 쉽게 말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그때문이긴 했다.
아무래도 아직 경계심이 풀리지 않은 건지 머리만 빼꼼 내밀고 이쪽을 보는 고양이. 사하가 느리게 두 번 눈을 깜빡였다. 어디서 고양이식 호감표현이라고 주워들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효과는 미미했다. 역시 안 먹히네. 처음 만난 사람이 다짜고짜 사랑한다 그러면 어쩌라고 싶긴 하지.
"그렇지. 일단 귀엽잖아요. 한… 세 대 정도는 맞고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왠지 도도하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만 지낼 것 같고. 근데 또 다른 데 보고 있으면 은근슬쩍 다가와 치대는 게 귀여웠다. 그래그래, 내가 너 말고 다른 데 어딜 보겠어.
"와아,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요?"
깜짝 놀라며 슬혜가 건네는 장난감을 받아들었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며 흔들리는 것만 보고도 시선이 따라오는 걸 보니, 저 작은 고양이에겐 이 장난감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덕분에 낯선 고양이에게 얻어보는 관심에 조금 신이 났다. 살살 흔들어보니 움찔대던 고양이가 장난감에 달려들었다. <귀여워…….> 혹시라도 큰 소리나 높은 소리를 냈다가 깜짝 놀라 도망갈까 이를 악 물고 중얼거렸다. 불규칙적으로 장난감을 움직였다. 제 손을 따라 휙휙 움직이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아주 멋진 놀이를 즐기고 있나 본데.
중간 크기의 담 보면서 잠깐 고민에 빠졌다. 분명 호기롭게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담 앞에 서니 방법이 애매했던 탓이다. 처음 보는 후배를 제 친구 하듯이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담 한 번, 홍현 한 번 봤다.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담 한 번, 홍현 한 번. 그리고 다시 담 한 번, 홍현 한 번. 그런 뒤에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이 선 모양이다.
"담 가까이 서 볼래?"
만약 홍현이 담 가까이 다가갔다면, '잠시 실례할게.' 웅얼거리곤 홍현의 양 옆구리 -정확히는 겨드랑이 쪽에 더 가까웠다-를 잡고 들어올렸을 것이다. 라이온킹 짝이다. 다만 최민규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는 게 차이였을까. 하여튼, 최민규가 홍현을 들어올리자, 담을 양 손으로 잡고 넘어가기 좋은 높이가 되긴 했다.
"그래도 기왕이면 안맞는쪽이 더 좋죠~ 특히나 아기들은 힘조절에 익숙하지 않아서 물거나 할퀴면 꽤 아프니까요~"
물론 지금 아이컨택 중인 고등어는 아기라고 하기엔 좀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아기같이 구는점은 가끔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길고양이들하고도 친분을 쌓고 싶더라구요~ 집고양이는 집고양이만의, 길고양이는 길고양이만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이쯤되면 그냥 고양이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닌 거의 캣홀릭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지만... 그녀의 삶의 낙이라면 그나마 제대로 효과를 보는게 고양이뿐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말못하는 짐승이라곤 해도, 어쩌다가 사람과 유사한 억양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쓸수는 있다 해도, 최소한 동물들은 한번 길들이면 자신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배신하진 않으니까...
고양이 장난감이 손을 옮긴지 얼마 가지 않아 재롱부리기에 가까운 버둥거림이 반복되었고 낚싯줄 끝에 달린 것의 방향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뛰던 고등어는 바닥을 뒹굴면서도 추격의 끈을 놓는 법이 없었다.
"아기때부터 자주 익혀둔 친구긴 해요~ 길고양이니까 이름은 짓지 않았지만요."
보통은 길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 이름이 지어준다곤 하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길고양이니까, 집고양이가 아니니까.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길고양이에게 억지로 이름을 붙여 틀에 가두고 싶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