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향 교수님은 탈이었다. 그날의 사건을 너는 잊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학생도 그렇지만 네 주변 사람들도 혼란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택영이 그렇게 화가 나보이는 건 처음이었고, 기억하건대 그 겁쟁이에 머저리인 한서는 도망쳤다. 나는 나를 사랑해, 했던 검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학생은 교수님을 때렸고, 너도 죽고싶지 않다며 우는척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기어코 후부키의 사람인즉 악인이라도 품어야하며 행복하면 됐다 생각한 것이다. 평범했던 사람은 펠리체와 붉은 머리, 푸른 머리의 학생 정도인 것 같다. 일련의 사건 이후로 원내는 다시 평화로워졌다. 폭풍전야였다.
한가한 날. 너는 감초 사탕을 샀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먹고 싶었기 때문이고 마침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스트럴을 만난 뒤 자제할 수가 없어 얼마 남지 않은 감초사탕을 죄 깨부수고 먹었다. 덕분에 친구를 만나는 날 감초사탕을 사게 됐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네는 감초사탕을 너무 좋아해." "어쩌겠어요? 자네가 이노리게 이 주전부리의 즐거움을 알려줬어요? 판초콜릿을 하루에 여섯개씩 먹는것과 비슷한 이치에요?" "그건 두통 때문이고." "초콜릿이 진통제라는 미신을 믿어요? 노마지의 학문적인 연구 성과에서 말하듯 초콜릿은 되레 두통을 일으키는데..차라리 먹고 싶어서 하는것이 더.." "닥쳐." "진짜에요?" "적어도 그 사실을 자네에겐 듣고 싶지 않네만." "자네도 제법 귀여운 면이 있어요?" "이..뺩..." "뭐라고요? 자네의 뺩 소리 때문에 안들렸흐에"
별것 아닌 대화를 나누던 중, 너는 발이 걸린 것이다. 지나가던 행인의 발에 채여 그대로 넘어진 너는 감초사탕이 든 병을 놓쳐버렸고, 발음하던 것이 '잉!' 하고 새었다. 이윽고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병은 산산조각이 났다. 너는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감초사탕을 한번, 그리고 친구를 한번 보았다.
"뭐라고?" "..." "잉?" "닥쳐요?" "자네도 제법..귀여운 면이 있군 그래?" "자네에게 듣고싶지 않..어디가요? 어디가??? 어디 가십니까?" "그야 나는 물리기 싫으니 말입세. 잘 해결하게. 노마지 말로 뭐라 하더라? 아, 그래." "하지 마요?" "파이테에엥!" "너 진짜 다음에 만나면 머리털이고 뭐고 박박 밀어버려요!! 야!!"
친구는 사라졌다. 순간이동 마법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씩씩대다 물렸는지 비명소리가 들리자 허겁지겁 감초사탕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때마침 등장한 구면의 사람은 혜향 교수님이 탈인게 밝혀져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사람중 하나다. 너는 자리에 꿇어 앉은 모습으로 사탕을 손에 가득 쥐고 올려다본다. 다행이다. 못 본것 같다.
"아-! 저번에 마법 엄청 잘 쓰던 친구! 안녕- 야생동물 이거 먹으면 아야해요? 이노리 넘어졌어.."
너는 손가락을 깨무는 감초사탕에도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감초사탕 하나가 펄쩍 뛰어 네 뺨을 깨물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고 말랑한 볼살이 잠깐 흔들렸다. 커다란 눈을 한번 깜빡인 네가 환하게 웃었다.
Q.현생 사는 중인데 왜이렇게 들락거리는가 답레만 붙들고 있자니 잡담을 포기할 수 없어서....라기보다 답레 붙들고 있으니 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어서 잠깐씩 들를 뿐...
이건 진짜 아침이든 새벽이든으로 넘겨서 답레써야겠다.. 욘석들 너희 아직 미성년자라고 법적 보호대상이야 탈이랑 싸우고 금지된 마법을 많이 보지만 일단 미성년자....(파들) 헛소리 왕왕 하는 이유는 더워서 그러니 그러려니 해줘. 좋은 밤 보내고 나중에 다시 올게! ((이마 탁))
학기 초에 한번, 리 사감으로부터 퀘스트가 내려왔었다. 잠시라도 백호의 관심을 돌릴 만한 뭔가를 갖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때 그녀는 슬라임 저금통으로 채운 방석과 닭가슴살로 된 간식과 캣잎이 든 공 한주머니를 갖다 줬었지. 그리고 신탁을 들었고. 그 신탁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거다. 과장 조금 보태서,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거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이번 퀘스트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말이 그렇지 특별한 걸 준비하지는 못 했지만. 저번보다는 손을 덜 다치는 수준으로 제법 큼직한 헝겊 공 몇개를 만들었다. 내용물은 물론 솜과 캣잎. 저번엔 던지기 쉬운 크기였지만 이번엔 백호가 굴리며 가지고 놀기 적당한 크기로 만들었다. 이 정도는 되야 리 사감이 도망칠 시간 정도는 벌어줄 수 있을거 같아서 말이다.
"어허, 이거 리치 거 아냐~ 리치 거는... 여깄지!"
제 몸보다 큰 공을 노리는 리치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따로 만든 작은 공을 던져주자 잽싸게 그리로 달려가는 리치. 공과 한몸이 되어 뒹구는 작은 고양이를 보며 키득키득 웃곤 캣잎 공들을 주섬주섬 모아 들었다. 이제 떨어뜨리기 전에 리 사감에게 갖다주는 일만 남았다.
마법 엄청 잘 쓰던 친구라는 말에 저절로 주양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마법을 잘 쓴것 같지는 않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는가. 제 패트로누스도 이 칭찬을 들었다면 춤을 추었을 것이다. 물론 그건 상어지만. 일단 중요하지 않은 잡생각은 기억에서 떨쳐버리고, 주양은 꿇어 앉은 모습을 한 당신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는건 어때~? 바닥에 계속 앉아있으면 옷 지저분해져요, 선배님~"
넘어진곳 상태도 좀 봐야 하고. 머트랩 용액을 발라 치료해야할곳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하기도 하고.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던 주양은 감초사탕이 당신의 뺨을 깨무는 광경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하여튼 저게 저래서 성가시다니까. 자신의 자유 의지를 가지고 날뛰고 다니는 사탕은 사양이었다. 잠시만요. 하고 아까 전 당신의 뺨을 깨물었던 감초사탕을 향해. 당신이 맞지 않을 각도로 딱밤을 쎄게 날리고 나서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오, 마침 좋네요! 나도 당과점에서 먹을것좀 사러 가던 길이었는데. 선배를 도와주면 내 용돈을 탕진할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는걸요?"
물론 음식 쪽으로는 양심이 털리지 않았기에 한두개정도 얻어먹고 적당히 자신의 몫을 마저 챙기러 다시 당과점에 들르기야 하겠지만은, 적당히 도와주고 몇개 얻어먹는것도 괜찮지 싶었다. 어차피 감초 사탕이 기어다니고 퍼덕거리고 깨물고 난리법석을 피우느라 흙이 묻더라도 금방 다시 털어내질테니 크게 상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서 있다가 제 팔을 물어대는 감초사탕을 보고 주양은 하하. 하고 헛웃음을 흘리며 순간 쎄한 표정을 지었다. 확 그냥. 찌부시켜버릴까.
"선배를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 사탕을 병을 찾아오는 일? 아니면 흩어져버린 감초사탕들 하나하나 다시 찾아오는 일? 뭐든 맡겨줘요. 지금 체력은 넉넉하니까요~!"
설마하니 이곳 라온까지 나와서 사람도 아니고 감초사탕과 신나는 추격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몰랐으나 꽤 재밌는 일이 될 터였다. 마침 요즘 게시판에 걸린 의뢰도 안 해서 체력이 남아돌다 못해 오버클락될 지경이었으니까. 간만에 몸좀 풀어볼까.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올려 묶으며 슥 미소지었다. 이래뵈도 몸는 일은 꽤 잘하니까.
그런 와중에도 슬그머니 경쟁 심리가 솟아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엇다. 이미 당신의 손에 가득 담겨있는 사탕. 그것을 보고도 왠지 자신이 더 빨리 찾아올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진짜 무지성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허나 그것을 눈치채는 건 주양이 아니었기에. 정말 오랜만에 내기를 향한 욕구에 불을 붙이며 평소 짓던 비열한 미소를 냅다 내거는 것이었다.
"음. 그건 그렇고~ 그냥 찾아오기만 하면 조금 심심할지도 모르니까. 저랑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감초사탕을 찾아오는지 내기 한번 안 하실래요,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