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말로만 속삭이는 것 정도로는 우리 여보한테 모자랐던 걸까나~? 네가 그렇다면.. 기꺼이."
응당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이니까. 그 정도 기본정도는 지킬 생각이 충분하다는 듯, 이번에는 주양 쪽에서 먼저 입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한참 입맞춤을 나누다 보니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당신의 피니테를 막기 위해서 먼저 길게 입까지 맞춰줬는데. 경우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지, 또 다시 길게 입맞춤을 나누고 떨어지는 주양의 시선이 조금 억울함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꺄~ 우리 여보야가 또 나를 그렇게 불러줬어. 기뻐! 허니버니나 달링 하는 호칭도 좋지만. 역시 이런 쪽도 짜릿하다니까~?"
까분다고 생각하면, 나를 너의 밑에 두고 두번 다시는 못 까불게 만드는게 가장 좋을거야.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며 다시 앙큼하게 웃었다. 사감님, 교수님. 그리고 재앙 등의 예외를 빼면 자신은 그 누구도 자신보다 위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그저, 동등하거나 그 아래거나. 둘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신이라면 자신보다 위가 된다고 해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자신이 더 급해보인다는 이야기에 주양은 객쩍게 웃었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괜히 들떠서는 잘 자던 청마저 밖으로 내보내고 먼저 자리까지 잡고서 누워버렸으니. 이 방 주인은 엄연히 자신이니까 자신 마음대로 했을 뿐이라며 엉성하게 변명하고는 다시 살포시 미소지었다.
"후후. 뭐.. 생각해보면 급한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너처럼 예쁜 사람을 앞에 두고서 내가 어떻게 급하지 않을수가 있겠어?"
그것과의 내기는 지면 자신이 큰 손해지만, 당신과의 내기 아닌 내기는 지더라도 크게 상관 없을것 같았다. 자신의 몸을, 온전히 당신에게 맡긴 채 즐길수 있을테니까. 팔을 당신의 어깨에 올려 두르듯 하며, 주양은 좀 더 거리를 좁혀왔다.
>>159 첫 일상이네요! :ㅁ((최근 :ㅁ에 중독된 것 같지만 기분탓이어요)) 상황..음...이노리는 우당탕쿵탕 하는 1학년처럼 보일지도 모르기도 하고..음..음...🙄🤔🙄🤔 어떤 상황이 좋을까요? 쭈주께서 생각해두신 상황..이 있을까요 혹시?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라온에서 감초사탕을 사서 가다가 엎어버린(방생) 혼돈의 노리밖에 안 떠올라서..
>>160 ㅋㅋㅋㅋㅋㅋㅋㅋ 네모입 이모티콘에 중독된 잉주 귀엽잖아.. (심장이 아픈!)(?) 감초사탕 방생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좋아! 첫 번째 일상이었으니까 그냥 간단하게 산책하다 만나는 상황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초사탕 방생해버린 귀여운 잉이를 얼떨결에 돕는 쭈 모먼트가 끌리는걸? :) 선택이라. 감초사탕 엎을만한 성격이라면 역시 소녀모드일테니까 그쪽으로 해도 괜찮을까!
대꾸해오는 말에 대답하기보다 입맞춰오는 주양의 행동에 응하는 걸로 단태는 대답을 대신하기로 했다. 길게 입맞추고 떨어지는 주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억울함이 담겨있는 시선에 샐쭉, 눈을 가늘게 뜨면서 히죽하고 미소를 짓더니 혀로 주양의 입술 끝을 가볍게 핥은 뒤 떨어졌다.
앞으로도 꽤 많이 저렇게 억울한 시선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가시나가 까분다는 자신의 말을 기뻐하면서도 속삭이는 말의 내용은 확실히 도발에 가까워서 항상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단태는 주양의 턱을 감싸쥐고 끌어당기려는 듯 손을 뻗었다가 마음을 바꿔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너를 못까불게 만들 생각은 없는데- 까불어도 상관없다고 하면 더 까불어볼테야?"
스치듯 단태의 손끝이 귀에 닿았다가 목가를 훑으며 주양의 어깨에 닿는다.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하는 쪽에서도 모를 수 없는 명확한 도발에 가까운 유혹이었다. 대신 행동을 해보이는 쪽 얼굴에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이 걸려있다는 게 다른 점일테다. 엉성한 변명을 듣고는 어깨에 닿았던 단태의 손이 자연스레 주양의 손 위에 올려졌다. "저런, 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걸." 자신에게 둘러지는 팔을, 가깝게 좁혀지는 거리에서 느껴지는 기류에서 전달되는 미약한 긴장감이 단태는 기꺼웠다.
"불장난으로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 제대로 대답해. 서주양."
누가 들으면 내쪽이 더 안달나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군. 고개를 기울여서 목에 묻으며 낮게 단태는 속삭였다. "이번에는 못물러." 묻고 있던 고개를 틀고 가볍게 입질을 하는 게 아까의 입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지도 모른다. 아까는 장난치는 것처럼 행했다면 이번 입질은 유혹이었다.
숨 가쁜 나날이 흘러갔다면 이제 남은건 잠깐이나마 찾아온 평화를 즐기는 것. 성공적으로 중탈이었던 혜향 교수님을 지켜내었으니 그에 맞는 포상이 필요하다고 느낀 주양은, 대강대강 외출 준비를 마치고 라온으로 나섰다. 자신이 열심히 벌었던 용돈은 설녀에게 지렁이 젤리를 사다주느라 흥청망청 전부 탕진하고야 말았기에, 전에 자신이 도깨비 은행에 맡겨두었던 삼촌이 준 용돈을 꺼내 쓸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삼촌에 대해. 조금은 딱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열렬하게 자신을 뒷바라지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제아무리 무자비한 자신이라도 아주 일말의 동정심 한 톨은 남아 있었기에, 삼촌까지는 그냥 살려둘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 잠깐의 변덕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자신도 빛을 바랬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그보다 우리 사감님은 어떻게 아셨던걸까나~"
곧 주양의 시선이 하늘을 향함에 따라 관심사는 다른 방향으로 넘어갔다. 어째서 사감님은 자신과 그것의 내기를 알고 있었나. 분명히 그때. 그 자리에는 자신과 그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은 그것이 조작하겠다고 했었는데, 분명. 이런저런 의문이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나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받았다고 한다면, 대체 누구에게?
"스파이라도 숨어 있...?"
그럴 일이 없는걸 알기는 했다만 혹시나 싶었다. 주양의 말이 끊긴 것은. 허공에 머물렀던 시선을 다시 앞의 길으로 돌렸을 때 눈 앞. 멀지 않은 거리에서 벌어져 있던 일종의 소동 때문이었다. 바닥에 쏟아져 자신의 자유 의지(?)를 찾아 꿈틀거리는 감초 사탕. 그리고 그 장소에 있는것은 초면이 아닌 구면의 인물. 몇번 대화는 나눠보지 못했지만, 분명 자신처럼 학생대표였던가. 끼어든다면 분명 재미있을것 같아 보이는 탓에, 주양은 곧 입꼬리를 올렸다.
"선배님 안녕~ 굶주린 라온의 야생동물을 위해 먹이라도 풀어주고 계신 건가요~?"
이리 보나 저리로 보나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굳이 조금 얄미운 느낌으로 첫 말을 시작한것은 주양 자신의 타고난 성질 때문이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는 손길이 퍽 기분 좋은것이 아닐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조차 자신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당신이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든 자신의 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당신이 언급한 후실 이야기에 과하게 반응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나. 그냥 이대로 놔둘 생각이야? 그렇다면 나는 여보 말대로 더 까불 생각인데~ 우리 여보의 인내심이 끝까지 바닥나서, 더는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어때. 그렇게 해도 나를 그냥 둘 셈이야? 주양의 손길이 당신의 옷깃으로 향했다. 제 목가를 훑는 간질간질한 손길에 주양은 저도 모르게 몸을 살짝씩 움찔거렸다. 아직 이런 손길에 익숙해지지도 않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익숙해지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다. 항상 이렇게,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만을. 자신이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색다른 모습만큼을 내비쳤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음? 그랬던가~? 우리 여보. 잘생긴것도 맞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 예쁜걸. 세상 누구보다도 더더욱 말이야~"
정확히는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쪽에 더 가까운 이야기였으나 주양의 어휘력이 그것을 전부 풀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아까 당신의 무릎에 앉아있을 때 느꼈던것과는 사뭇 다른 아찔한 기분이 제 몸을 잠식해나갔다. 이렇게 서로가 설레서야. 손만 잡고 자는건 이미 글러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장난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는 말과. 아까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이어지는 입질에 당신의 등에 가있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가 당신의 옷을 세게 움켜쥐었다. 방음 마법이 부디 영원토록 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며. 주양은 점차 당신의 품 속으로 파고들며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시 자신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을 보일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끝을 보이고도 남아서 바닥을 뚫고 계속 파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그래. 그러면 오늘은 갈때까지 가볼까나.. 너랑 나 둘이서, 한껏 흐트러져 피어나는거야."
환희에 찬 주양의 한 마디가 이어졌고. 주양은 자신이 받은 입질에 대해 반격이라도 하듯 당신의 목덜미에 입을 맞춰 나가며, 제 흔적을 남겼다. 지금만큼은 그것과의 내기도.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미래도 잠깐동안 잊은 채, 그저 지금의 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