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능이란 뭘까. 사고하고 오감을 느끼며 행동할 수 있는 것? 지성이라는 단어는 더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는데 정말 '인간' 이라는 종만이 가진 가치가 실존하는가? 죽어서 영원히 기억되는 것과 잊힌 채로 살아남는 것. 둘 중에 '존재하지 않다' 에 더 가까운 쪽은? 미나즈키는 하쿠메이가 죽었다는 소식과 살아있다는 소식 중 어느 쪽을 듣는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해 몇 년이고 고민해왔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순 없었다. 책을 덮지도, 더 넘기지도 못한 채 생각만이 이어졌다. 이제 포기해야만 할 때가 온 건 아닐까. 이미 끝나서 더는 어쩔 수 없는 일을 여태 붙들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은 진실 같은 건 이미 전부 드러나 있는데도 숨겨진 뭔가가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 생각이 이어질수록 눈앞이 흐려져서 미나즈키는 다급히 책을 치웠다.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일단 도서관 소유인데 손상시킬 순 없었다.
>>506 750GP를 들고 정훈은 바깥으로 나옵니다. 그래도 너구리 왕도 책망하려는 듯한 투는 아니었으니. 괜찮을겁니다.
>>508 하나미치야는 조용히 에릭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미 안다는 듯, 모르지 않았다는 듯, 천천히 꽃잎을 에릭의 입술 위에 올린 채 걸음을 옮겨 뒤로 물러납니다. 그 눈빛은 천천히 허공을 향하여, 흩뿌리는 벚꽃잎을 향하였다가 후, 하, 하고 숨을 고르곤 다시 에릭에게 향합니다.
볼께가 붉게 물들었다. 짐짓 예상하기론 부끄러운 듯 보였다. 그 눈길은 에릭을 향하였고, 천천히 에릭을 넘어갔다. 에릭을 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눈길을 피하더라도 어느 곳으로 시선을 넘기더라도 눈은 천천히 움직여 에릭을 향하였다. 이전부터, 지금까지 참 눈을 끄는 사람이었다. 좋아하지만 그는 사랑한단 말을 어려워했다. 자신의 사랑이 어떤 방향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 사랑이라는 말 대신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어딘가로 걷고,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세게 손을 당기는 날이면 손이 아프기도 했고 투정을 부릴 때면 그 툴툴거림에 상처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제외하더라도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그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무엇보다 서툰 능숙함이 그의 매력이기도 했고 나 역시도 그 서툰 능숙함에 서툰 사랑을 시작했기에, 그에게 그 서툼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는 급해보였다. 무언가에 쫓기듯, 자신의 정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문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던 내 모습이 그의 모습과 비교되어, 그를 내려보게 했다. 그는 높은 곳에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박수를 쳤고, 축하해주었고, 서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는 거짓말마저 서툴었고 그런 것이 너무나도 눈에 쉽게 띄었다는 것은 끝가지 알지 못했다. 대신 나는 그 서툼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의 서툰 투정도, 분노도, 원망도, 질투도. 그 모든 것들이 적절히 섞여 나에 대한 감정을 이루었음에도 나는 말 대신 그를 기다렸고, 그의 행동을 기다렸다. 결국 그가 나만의 영웅이 되기로 했을 때. 서툰 영웅이 되어 나를 위해 행동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나로 인해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였을 때. 나는 잘못된 것을 알고도 잘못됐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자신을 바닥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끌어내려지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그리고 그것이 같은 시선 속에 있다면 나는 손을 뻗을 것이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내 지금까지의 경험과 삶 속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내가 보는 시선 아래에서, 더 아래로 끌려가고 있던 그를 나는 가만히 볼 수밖에 없었다. 당연했다. 이미 나로 인해 이루었던 감정을 내가 부술 수 없었으니까.
내가 그를 없애는 것만 같았으니까.
" 그만. "
그래서 회피하고 싶었다.
" 있지. 난 지금도 에릭이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 그러니까.. "
그런 용기를 잃어갔다.
" 난 널 믿고 있어. "
그러나, 여전히 널 믿고 있다.
" 사랑하니까. "
그런 바보같은, 어린 여우 한 마리의 이야기였다.
하나미치야는 에릭의 말을 듣곤 살짝 물러나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늘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요.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까요. 먹구름이 끼지는 않았을까요? 아니면 비가 오려고 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듯. 하늘에는 조금의 구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미치야는 웃고 있습니다. 대신 에릭을 향해 천천히 다가와, 그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떠나갑니다. 그대로, 장난스럽게, 너를 홀리기 위해. 그런.
여우 한 마리가.
지킬 수 있는 힘은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였으나 후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에릭은 강해져야만 합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높은 길을 가기 위해.
나는, 약해빠졌던, 누군가를 질투했던, 누군가를 바라보기만 했던. 에릭 하르트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당신과, 나와, 우리의 친구가 같이 보았던. 그 날의 석양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웃습니다. 어쩐지 얼굴에 지어진 미소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이 순간이 좋았으니까요. 서툴더라도, 이제야 하고픈 것을 찾았으니까요.
많은 것을 묻어두십시오. 그리고 많은 것을 파해쳐 내십시오. 그 모든 것을 모아 흐트러진 모래성을 만들어내십시오. 그리고, 그 것에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당신은 지금까지 수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웃고 있는 하나미치야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 약속을 이행하십시오. 지금, 당신을 믿고 있을 한 사람을 위해서. 당신의 곁을 지키는 한 마리 여우를 위해서.
▶ 증명 - 에릭 하르트만 ◀ ▶ 증명 ▷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은 자신의 연인을 믿지 못했고, 이룬 것에 마음을 짓눌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굴레를 벗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합니다. ▶ 선택 - 성장을 위하여 ▷ 에릭 하르트만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강해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여전히 더디며 그 시간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결국 스스로 강해져 성장하기 위해선 에릭에게 필요한 것은 증명, 그리고 성장일 것입니다. 권역쟁탈전이 다가오는 6월 전까지. 최소한 엘리트에 걸맞는 실력을 키워야만 할 것입니다. ▶ 6월이 되기 전까지 레벨 35를 달성하여야 합니다. ▶ 선택 - 우정을 위하여 ▷ 하나미치야를 선택하였지만, 그 대가로 에릭은 자신의 친구에게 소홀해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석. 적어도 자신을 위해 항상 제 자리를 지켜주었던 친구를 위해 에릭은 지금까지의 열등감을 벗어던지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리까지 도달해야만 합니다. ▶ 6월이 되기 전까지 학생회, 또는 학생회 소속 동아리에 가입하여야만 합니다. ▶ 보상 : 하나미치야 이카나의 '마음',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의 억제
>>583 ▶ 선택 - 우정을 위하여 ▷ 하나미치야를 선택하였지만, 그 대가로 에릭은 자신의 친구에게 소홀해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석. 적어도 자신을 위해 항상 제 자리를 지켜주었던 친구를 위해 에릭은 지금까지의 열등감을 벗어던지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리까지 도달해야만 합니다. ▶ 6월이 되기 전까지 학생회, 또는 학생회 소속 동아리에 가입하여야만 합니다. ▶ 보상 : 하나미치야 이카나의 '마음',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의 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