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판을 톡톡 두드리다 보니 그 기분이 말에도 나온 걸까,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의 채팅이 톡 떠올랐다. 아무리 가디언 후보생이기 앞서 청소년이어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걸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청춘을 보낼 수 있을까? 앞으로 더 무모해지면 무모해졌지 신중해질 것 같진 않다는 자각이 있다. ...이렇게 생각할 것까지 포함해서 과감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했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랑보다는 친애이고, 의식한다는 게 꼭 성사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조금 자는 게 좋았을까... 하지만 벌써 들어가고 싶진 않다. 자리를 옮기자, 벚꽃이 안 보이는 곳으로.
창술부에 들어서니 공방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열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그곳의 첫인상은 익숙함과 어색함입니다. 간단한 기본 동작을 반복하며 수련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이끌어 가르치는 몇몇 엘리트들. 무인이 창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장인이 쇠를 두드리는 것을 겹쳐 봅니다. 그러나 공방에서는 가르쳐주는 이가 없어도 제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무언지를 알고 자연히 행동하게 되지만, 이곳에서는 무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배우려고 왔음에도 괜히 마음이 초조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중앙의 거대한 고목이 없었다면, 수많은 학생들이 수련하는 모습에 사로잡힌 시선을 떼어놓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點槍剡瞬. 성어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춘심이는 '창 끝을 날카롭게 주시하라'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쿵.
소리를 따라서 고목을 올려보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갑니다. 거대한 풀 플레이트 아머와 어두운 피부가 인상적인 학생입니다. 그에게 다가선 춘심이는, 제 쪽으로 창을 뻗으며 질문을 던져오는 그와 눈을 맞춥니다.
"칼 밥이나 먹으려고 온 건 아니에요. 제대로 배워서, 열심히 노력해서 어엿한 가디언이 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답하고는, 손가락으로 그의 플레이트 아머를 가리키며 "기사요." 하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칼 밥을 먹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무작정 무술을 배워서 칼과 창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강윤이처럼 앞장서서 동료를 이끌고 지켜줄 수 있는 워리어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까요. 더 나아가, 수업 시간에 배운 심화 클래스, 나이트가 되겠다고 다짐한 적은 여태 없지만, 거대한 갑옷을 걸친 그를 보고 이번에 마음을 확고히 정했답니다.
나는 언제나처럼 허리를 깊게 한번 꾸벅 숙이며 힘차게 인사했다. 그나저나 장현 선배님도 그렇고, 두분 다 중국계통 가문이구나. 조금 신기하다. 우연인걸까? 가볍게 등을 두드리면서 다시금 동생을 부탁한다는 말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네. 만약 만나게 된다면 가능한 도와줄게요."
내가 남 챙길만큼 그렇게 잘난 사람이란 생각은 솔직히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신입생에게 이것저것 알려줄 정도는 될 것이다.
.....될 거야. 그렇지?
"그런데 아까부터 느꼈는데, 조여명 선배님은 동생분을 참 아끼시는 것 같아요.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옆에서 보면 팔불출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끼고 있는게 보이니까, 왠지 모르게 흐뭇해져서 미소지었다. 저런걸 보면 역시, 가족이란 좋은 것이다. 나도 한 때는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슬그머니 떠오르는 옛 기억에 조금 울적해질 것 같아서, 나는 웃으며 한마디 더 덧붙이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허리를 깊게 한번 꾸벅 숙이며 힘차게 인사했다. 그나저나 장현 선배님도 그렇고, 두분 다 중국계통 가문이구나. 조금 신기하다. 우연인걸까? 가볍게 등을 두드리면서 다시금 동생을 부탁한다는 말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네. 만약 만나게 된다면 가능한 도와줄게요."
내가 남 챙길만큼 그렇게 잘난 사람이란 생각은 솔직히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신입생에게 이것저것 알려줄 정도는 될 것이다.
.....될 거야. 그렇지?
"그런데 아까부터 느꼈는데, 조여명 선배님은 동생분을 참 아끼시는 것 같아요.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옆에서 보면 팔불출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끼고 있는게 보이니까, 왠지 모르게 흐뭇해져서 미소지었다. 저런걸 보면 역시, 가족이란 좋은 것이다. 나도 한 때는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슬그머니 떠오르는 옛 기억에 조금 울적해질 것 같아서, 나는 웃으며 한마디 더 덧붙이기로 했다.
인간의 기능이란 뭘까. 사고하고 오감을 느끼며 행동할 수 있는 것? 지성이라는 단어는 더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는데 정말 '인간' 이라는 종만이 가진 가치가 실존하는가? 죽어서 영원히 기억되는 것과 잊힌 채로 살아남는 것. 둘 중에 '존재하지 않다' 에 더 가까운 쪽은? 미나즈키는 하쿠메이가 죽었다는 소식과 살아있다는 소식 중 어느 쪽을 듣는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해 몇 년이고 고민해왔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순 없었다. 책을 덮지도, 더 넘기지도 못한 채 생각만이 이어졌다. 이제 포기해야만 할 때가 온 건 아닐까. 이미 끝나서 더는 어쩔 수 없는 일을 여태 붙들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은 진실 같은 건 이미 전부 드러나 있는데도 숨겨진 뭔가가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 생각이 이어질수록 눈앞이 흐려져서 미나즈키는 다급히 책을 치웠다.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일단 도서관 소유인데 손상시킬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