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 의념시대 이전 기계. 과열 시 냉각수 필요. 인간도 과열했습니다. 냉각수 사용을 권고합니다.
해석 : 꽤 힘들게 일한 것 같은데 시원한 물이라도 마시면서 쉬도록 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14 " 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
부부장은 뒷머릴 긁적이며 말합니다.
" 예쁘게 생겼어. 아! 사진 볼래? "
곧 그는 자신의 가디언 칩을 통해 홀로그램을 띄웁니다. 사진 속에는 아직 열다섯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소녀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화가 보았던 가장 예쁜 여학생이 하루였다면, 이 학생은 하루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매력만큼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 원래는 아이돌을 준비했는데 의념을 각성하더니. 엄마처럼 가디언이 되고 싶어! 라고 했지 뭐야. 아마.. 재능이 있으면 이번 8월 편입때 편입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는 자신의 동생 사진을 보곤,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떻게 저 산적에게서 저런 외모가 나올 수 있는지.. 저는 침묵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415 " 오늘은 없어. "
부장은 손가락을 튕겨 동전 모양으로 된 초콜릿 하나를 높이 띄웁니다. 그렇게 떠오른 초콜릿은 허공에서 회전 운동을 마치고 찬혁의 손등 위에 착 떨어집니다.
숭배의 뭐? 나온 책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학생이 읽으면 안 될 책이라면 애초에 도서관에 들여올 수도 없었을테니 그렇게 위험한 종류의 책은 아니겠지만. 원래 이럴 계획은 없었지만, 졸업앨범에 발이 달려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잠깐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까. 미나즈키는 잠깐 더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읽어보자.
솔직히 말하자면 동생에 대한 팔불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곤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내 주변에서 이 정도의 외모는 하루 정도 밖에 못 봤다. 그녀가 조신하게 아름답다면, 이 아이는 밝게 귀여운 느낌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머님도 가디언이셨군요. 8월이라...그 때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만나게 되면 저도 잘 챙겨주고 싶으니,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귀여운 후배란 챙겨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특히나 속해있는 부의 부부장이 이렇게도 좋아한다면 더더욱 그렇지. 그런데 얼마 가입한지도 안된 신입인지라 부부장님이 나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쪽 먼저 다시금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게 예의일것 같으니 말씀드리자면, 저는 2학년 워리어 유진화입니다! 최근에 경호부에 가입했었어요."
" 일이란 그렇다구리. 내가 노력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구리. 결국 경험과 눈치. 그 둘이 쌓이기 시작해야 어느정도 '일을 한다'고 할 수 있게 된다구리. "
작은 손으로 손님이 쓴 컵을 뽀독뽀독 씻으며 말합니다.
" 그래서 난 우리 카페에선 일하는 거를 추천하지 않는다구리. 나는 정신없이 일하는 것을 자주 겪다 보니 이런 분위기에도 익숙하지만 학생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억지로 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구리. "
컵을 내려두고 정훈을 바라보는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 물론 가끔 타고나는 친구들도 보이곤 하지만 친구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구리. "
>>454 이카나는 가볍게 손을 붙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3월의 말이 되었기 때문인지 벚꽃은 슬슬 지려는 듯, 제 꽃잎을 바람에 태워 먼 곳에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은 각기의 목적을 지니고 벚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미치야는 장난스럽게, 천천히 손을 뻗어봅니다. 한가득 내리는 벚꽃들 속에서, 새하얀 눈을 닮은 하나미치야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조금 더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꽃잎 하나를 쥐고, 에릭을 향해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하나미치야는 미소를 짓습니다.
새하얀 벚꽃잎 사이에 있는 너를 바라보면서,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지켜낸 것은 아니다. 지킬 능력은 없다. 그저 그녀가 기다려준 것 이다. 과분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과분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것을 포기하거나 단념하고 싶지는 않았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
" 응, 예쁘네... "
그런 너와 실없는 담소를 나누면서 이런 순간을 즐긴다. 그저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마저도 행복했다. 또 다시 너에게 행복을 받았다. 그러니까..
" 저기 있잖아 이카나. "
" 사실 의뢰간다는거 거짓말이야, 의뢰가 불발된 것도 거짓말이고. "
답답한 마음을 깨트려 부숴버리듯 움켜쥐고 폐를 짜내듯 말을 꺼낸다.
" 우습게도 말이야, 너랑 만석이가 너무 아늑하게 높은 곳에 가버린 것 같아서 조급해서.. 당장 강해져야지 라는 생각만 떠올라서 도망친거야. 웃기지? ... 사실 너는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말이야. "
언제나 그렇다. 에릭 하르트만은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혐오와 질투심에 가라앉어 언제나 일을 그르친다. 아브엘라와 카사의 일도, 하루와의 일도, 만석이와 이카나를 배신한 것도, 시현이와 싸운 일도 전부.. 그의 불찰이다.
" 그래서 이번에도 도망칠려고 했는데...너무 슬프고 자기가 한심해졌는데, 또 문득 네가 보고 싶어졌어.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 "
" 너의 애인이라는 인간은, 너를 믿지못하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 " " 언제 갑자기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이 조종할까봐 두려워서 밤마다 떨고, 앞은 너무나 멀고, 뒤에는 쫓아오는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쫓아와서 불안해하는 소인배야. "
머릿속에 철의 울림이 들려온다. 규칙적으로 깡, 깡 하고,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 마다 가슴이 쥐어 짜여지는 고통이 그를 좀먹는다.
그리고 그런 충격은 그를 강하게 만든다.
" 하지만 이건 약속할 수 있어. " " 내가 너로부터 뺏어간 일상을 돌려줄게. 내가... 만석이와 싸워 이기고... 다시 셋이서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줄게 "
" 너의 한심한 남자친구는 언제나 말도 안되는걸 무턱대고 약속하지만, 이번엔...반드시 이뤄줄게 "
별로 이런 관심이 익숙하지 않은지, 아니면 맘에 들지 않는 것인지 민은 성현의 인사를 탐탁지 않아하는 것 같습니다.
>>465 [ 의식적인 살덩이에 있어 가치란 존재하는가? 한때 피가 흐르고 살이 있었던, 지능적인 살덩어리들이 우리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우리들은 무엇이라 설명할 것인가. 피가 흐르는 것과 흐르지 않는 것으로 인간은 산 것과 죽은 것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피가 흐르지 않는 인간에게는 그들은 죽은 인간이라고 한다. 죽은 인간이란 산 인간과는 다르게 잊혀지는 것이다. 존재는 인간에게 있었던 것이며 산 인간은 존재한다고 한다면 죽은 인간은 있었지만 사라진 것이라 하며 산 것이 아닌 죽은 것이 된다. 존재란 그렇다면 죽은 것에게 있어 사라지는 것이 되며 실존된 것에는 곧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들은 핏덩이에 인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핏덩이가 움직이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칭하며 핏덩이가 기능적으로 멈추는 것을 철학적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 중략 ]
이 이상 읽는다면 정신력에 매우 극심한 피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이 이상 독서를 이어갑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