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 흔들리는 빛 속을 지날 때마다 시현의 감각은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 이상 깊게 나아가는 게 맞을까? 과연 내가 선택한 길이, 맞게 가는 게 맞을까.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긴 길을 지났을 때. 그 기대에 배신하지 않으려는 듯.. 큰 마을이 보였습니다. 첫 게이트에 들어왔을 당시. 머릿 속에 주입되었던 그 마을처럼 보였습니다. 안심한 눈으로 마을을 살폈을 때. 시현은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맙니다.
망념. 망념.. 망념...!!!! 거대한 망념이, 원한을 가져 실체라도 가진 것처럼. 시현의 혈관을 하나하나 뜯는 것 같습니다.
저항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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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만났고, 아이는 거짓말을 한 것 같고, 일행과는 다 헤어졌고, 마을에는 들어가기만 했었습니다. 그 이상 정리할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 밖으로 나가면 끝입니다.
>>411 - 의념시대 이전 기계. 과열 시 냉각수 필요. 인간도 과열했습니다. 냉각수 사용을 권고합니다.
해석 : 꽤 힘들게 일한 것 같은데 시원한 물이라도 마시면서 쉬도록 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14 " 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
부부장은 뒷머릴 긁적이며 말합니다.
" 예쁘게 생겼어. 아! 사진 볼래? "
곧 그는 자신의 가디언 칩을 통해 홀로그램을 띄웁니다. 사진 속에는 아직 열다섯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소녀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화가 보았던 가장 예쁜 여학생이 하루였다면, 이 학생은 하루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매력만큼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 원래는 아이돌을 준비했는데 의념을 각성하더니. 엄마처럼 가디언이 되고 싶어! 라고 했지 뭐야. 아마.. 재능이 있으면 이번 8월 편입때 편입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는 자신의 동생 사진을 보곤,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떻게 저 산적에게서 저런 외모가 나올 수 있는지.. 저는 침묵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415 " 오늘은 없어. "
부장은 손가락을 튕겨 동전 모양으로 된 초콜릿 하나를 높이 띄웁니다. 그렇게 떠오른 초콜릿은 허공에서 회전 운동을 마치고 찬혁의 손등 위에 착 떨어집니다.
숭배의 뭐? 나온 책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학생이 읽으면 안 될 책이라면 애초에 도서관에 들여올 수도 없었을테니 그렇게 위험한 종류의 책은 아니겠지만. 원래 이럴 계획은 없었지만, 졸업앨범에 발이 달려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잠깐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까. 미나즈키는 잠깐 더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읽어보자.
솔직히 말하자면 동생에 대한 팔불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곤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내 주변에서 이 정도의 외모는 하루 정도 밖에 못 봤다. 그녀가 조신하게 아름답다면, 이 아이는 밝게 귀여운 느낌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머님도 가디언이셨군요. 8월이라...그 때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만나게 되면 저도 잘 챙겨주고 싶으니,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귀여운 후배란 챙겨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특히나 속해있는 부의 부부장이 이렇게도 좋아한다면 더더욱 그렇지. 그런데 얼마 가입한지도 안된 신입인지라 부부장님이 나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쪽 먼저 다시금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게 예의일것 같으니 말씀드리자면, 저는 2학년 워리어 유진화입니다! 최근에 경호부에 가입했었어요."
" 일이란 그렇다구리. 내가 노력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구리. 결국 경험과 눈치. 그 둘이 쌓이기 시작해야 어느정도 '일을 한다'고 할 수 있게 된다구리. "
작은 손으로 손님이 쓴 컵을 뽀독뽀독 씻으며 말합니다.
" 그래서 난 우리 카페에선 일하는 거를 추천하지 않는다구리. 나는 정신없이 일하는 것을 자주 겪다 보니 이런 분위기에도 익숙하지만 학생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억지로 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구리. "
컵을 내려두고 정훈을 바라보는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 물론 가끔 타고나는 친구들도 보이곤 하지만 친구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구리. "
>>454 이카나는 가볍게 손을 붙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3월의 말이 되었기 때문인지 벚꽃은 슬슬 지려는 듯, 제 꽃잎을 바람에 태워 먼 곳에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은 각기의 목적을 지니고 벚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미치야는 장난스럽게, 천천히 손을 뻗어봅니다. 한가득 내리는 벚꽃들 속에서, 새하얀 눈을 닮은 하나미치야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조금 더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꽃잎 하나를 쥐고, 에릭을 향해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하나미치야는 미소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