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우연이 아닐까.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윤재만이 유일하게 달랐으니까. 만약 거기에 이유가 있다면, 역시 랜덤 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허나 이 이상은 복잡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윤재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며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정말로 평화가 찾아온다면, 나중에 대학이나 어른이 되면 이야기할 것은 많겠네. 우리가 세상을 구했다고 말이야."
그러면 과연 몇이나 믿을 것 같아?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며 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정말로 모든 것이 다 잘 끝난다면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간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팔찌를 소중하게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1년 내로 끝났으면 좋겠어. ...고3일때도 이렇게 하면, 대학이 위험해. ...물론 나는 카페를 이어받을 거지만, 그래도 대학은 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면서 윤재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슬슬 학교로 돌아가려는 듯, 발진기를 잡고 돌려서 학교로 이동시키면서 윤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운이 제일 나빴으면 나빴지. 좋은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표정을 찌푸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이런 자리에 있는 것이 본능적으로 조금 꺼려지는 감이 있었고, 윤재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이 이런 것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것을 아직은 알 방도가 스스로도 없었다.
이력서에 쓴다는 그 말에 결국 윤재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특별채용 같은 거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번 해보라고 이야기를 하며 윤재는 다시 조종대를 제대로 잡았다.
"증명할 서류를 떼오라고 하면 어쩔거야? 로봇 타고 가게? 물론 그때까지 로봇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만화를 보면 꼭 사태가 끝나면 로봇을 다 회수해가던데 이것도 그럴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학교가 보이자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머릿속으로 정보가 전송되었기에, 조종방법은 그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는 능숙하게 학교 안으로 전함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학교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2학년 3반 교실도 원래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완전히 학교로 돌아온 셈이었다.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보통은 SNS에 올리고 자랑할 거라고 생각해. ...우리 반 애들 중에서도 그러는 애들이 분명히 있을걸?"
정말 순수하게 진혁에게 대단함을 표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일단 빅토리아 호를 학교로 돌아오게 했어. 아마 지금이라면 나갈 수 있을거야. 학교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같았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증명사진은 조금 힘들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허나 그냥 기념사진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고 말을 하며 윤재는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한편 진혁처럼 윤재 역시 굳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SNS야 하긴 하지만, 거기에 올려봐야 시끄러워질 것 같았으니까. 너무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은 질색이었다.
"...조만간에 우리 반이 한창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어. 학교 사람들이 다 몰려들테고."
지금도 봐. 이러면서 윤재는 복도를 가리켰다. 거기엔 이미 여러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아마 지금 사태가 뭔지 구경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며 저길 어떻게 빠져나가면 좋을지 윤재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함장님이야. 그냥 윤재라고 불러."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는 우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차피 공부를 하긴 글러먹은 상황이었다. 집에 연락해서 안전여부를 전해야겟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빅토리아 호라. 정말, 그 말대로 이겼으면 좋겠네."
그 말을 하면서 윤재는 마침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서.
지구를 건 아주 길고 긴 싸움의 시작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암흑 전사, 드릴 몰라이너는 로봇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싸우라는 암흑 황제의 명령에 복종하듯 두 안광이 붉게 반짝였다. 뒤이어 몰라이너는 두 손의 드릴을 정말로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걸음질을 치는 듯 하다가 앞으로 돌진하며 자신의 몸을 회전하며 점프했다. 이내 아주 커다란 드릴이 발사되듯 날아왔다.
이것을 회피할지, 아니면 공격을 할지는 개개인의 자유겠으나, 과연 공격이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설사 통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공격이 통할지는 또 정보가 주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 당장, 로봇과 회전하면서 돌진하는 드릴 몰라이너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부터 암흑전사와 전투 시작이에요! 각 로봇들의 HP는 기본적으로 1000이에요. 일반적인 공격은 자유롭게 하되 다이스는 150~200범위로 돌려주세요. 물론 각 로봇마다 피니쉬어택 느낌의 필살기가 있을텐데 이건 450~550으로 돌려주시면 된답니다. 단 피니쉬 어택은 각 전투당 단 한 번만에 사용할 수 없어요.
여러분들은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고 방어할 수도 있어요. 회피를 하게 될 시엔 다이스를 굴려서 회피 성공과 실패로 나눠주세요! 회피성공을 하면 공격을 피할 수 있으나 실패를 하면 데미지를 그대로 입게 돼요. 방어를 하게 되면 공격력의 1/2만 데미지를 받으나 자신 역시 공격력이 1/2로 적용이 되니까 참고해주세요.
물론 상대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대신 맞아줄 수도 있어요.
암흑 전사들은 각각 약점이 있고 여길 공격하게 될 시에는 데미지가 2배로 들어가게 된답니다. 혹은 적의 페턴을 어떻게 잘 대처하면 데미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는만큼 다양하게 협력을 하길 바랄게요.
그리고 젅투 중 윤재에게 정보를 요청하면 윤재가 다음 턴에 정보를 주기도 하니 참고해주세요.